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인간의 통제나 간섭 없이 스스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스텔스 능력(Stealth Capability)까지 갖춘 무인전투기의 등장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스텔스 무인전투기의 완성 혹은 실전 배치에 대한 구체적 정보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갖춘 스텔스 무인전투기의 등장은 미래 공중전의 양상은 물론 전쟁의 판도까지도 뒤바꿀 수 있는 혁명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공지능 무인전투기, 과연 실현 가능할까?

현재 스텔스 무인전투기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이하 UAV)의 효용가치를 직접 검증한 것은 물론 다종다양한 UAV를 실전 배치해 군사적 목적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공군의 경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로봇 편대원(Drone Wingman) 개념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혹은 Machine Intelligence·이하 AI)을 갖춘 무인전투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내 방위산업체들의 호응 역시 뜨겁다.

실제 미 공군은 2023년부터 AI 무인전투기를 실전 배치해 유인전투기를 보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검증 단계 중 하나로 지난 2020년 8월, 인공지능과 실전경험을 갖춘 베테랑 전투조종사의 모의 공중전이 진행됐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AI의 5:0 전승! 결과만 놓고 본다면 21세기 공중전의 주역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무인전투기가 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AI의 진화

그동안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제였다.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AI는 절대 창조주인 인간을 능가할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일명 알파고가 세계 최고수들을 73승1패의 전적으로 격파한 이후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무명 IT 벤처기업이 만든 AI가 베테랑 F-16 전투조종사를 압도하는 상황이 현실이 됐다. 물론 지금 당장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미국 DARPA는 다양한 계획을 통해 AI로 인해 변화될 미래를 현실로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인전투기 개발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2023년 실전 배치되는 무인 전투기

지난 2019년 미 공군이 공개한 스카이보그(Skyborg) 계획은 자율비행 및 전투능력을 갖춘 AI 무인전투기를 개발하고 2023년까지 조기 운용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을 요약하면 스카이보그는 완전 자율로 이·착륙하는 것은 물론 다른 항공기 또는 지형지물을 회피하고 악천후에도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AI 기반 자율 임무 수행이 기본이지만 필요할 경우 원격 제어가 가능하며 임무형 모듈(Module) 설계를 통해 간단한 장비교체만으로도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 공군의 ‘XQ-58A 발키리’

현재 스카이보그 계획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미 공군과 미 방위산업체인 크라토스 디펜스 & 시큐리티 솔루션즈가 함께 개발 중인 XQ-58A 발키리 스텔스 무인공격기다. XQ-58A 발키리는 본격적인 스텔스 무인공격기를 목표로 하며 현재 무인공격기로 활약하는 MQ-1 프레데터나 MQ-9 리퍼보다 더 적대적인 작전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2개의 내부 무장창에 각각 4개의 무장장착대가 있어 최대 8발의 공대공 미사일이나 250㎏급 합동직격탄(Joint Direct Attack Munition) 또는 GBU-39 소구경직격탄(Small Diameter Bomb)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이 8.8m, 폭 6.7m에 최대 속도는 마하 0.85(1050㎞/h), 최대 항속거리는 3941㎞, 최대 상승고도는 1만3715m로 알려져 있다.

저가 소모성 항공기 기술 계획의 일환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지난 2019년 3월 첫 비행에 성공했고 다양한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전 배치가 이루어지면 미 공군의 무인기 명명법에 따라 XQ-58A에서 MQ-58A로 이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공군의 ‘로열 윙맨’

미 공군에 XQ-58A 발키리가 있다면 보잉사 역시 호주 공군과 함께 AI 기반의 스텔스 무인공격기를 개발하고 있다. 로열 윙맨(Loyal Wingman)으로 불리는 이 스텔스 무인전투체계는 보잉이 호주 공군을 위해 자체 개발 중인 무인 공군력 집단화 체계의 일부며 단독 혹은 대규모 편대를 구성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까지 공개된 성능은 전장 11.6m, 항속거리 3700㎞ 수준이며 AI를 기반으로 단독 혹은 유인기와 통합운영이 가능하다. 통합감지 장치를 통해 정보정찰감시 및 조기경보 임무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2월, 호주 멜버른 국제 에어쇼에서 최초 공개되었으며 2020년 5월 실제 비행 가능한 기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완전 자율 비행이 가능한 로열 윙맨은 전투기 조종사의 원격제어가 불필요하며 2020년 10월 지상 활주 시험이, 2021년 3월에는 첫 번째 시험비행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2021년 11월 두 번째 시험비행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보잉은 로열 윙맨이 XQ-58A 발키리보다 우수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을 갖출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스텔스 무인전투기가 변화시킬 미래

현재 스텔스 무인전투기 개발에 참여하는 관계자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유인 전투기와 스텔스 무인전투기의 결합은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현재 9G(Gravity) 수준인 유인전투기의 기동한계치는 스텔스 무인전투기 앞에서는 무의미한 숫자일 뿐이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아 보다 급격하고 격렬한 공중기동이 가능해지며 이것은 유인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 스텔스 무인전투기의 절대적 우위를 보장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다양한 이론과 AI의 학습능력(Machine learning)을 활용해 스텔스 무인전투기의 임무수행능력을 스텔스 유인전투기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는 미 공군의 야심찬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유인 전투기를 따라다니며 단순한 임무를 수행하는 수준이지만, 이러한 계획이 성공한다면 미 공군의 F-22 혹은 F-35와의 연계를 통해 대규모 공격편대군(Strike Package)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제공전투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흔히 ‘멈티(MUM-T·Manned-Unmanned Teaming)’로 불리는 유·무인 복합운영을 통해 임무 수행능력을 확장할 수도 있다. 일례로 폭격기, 공중급유기, 수송기와 같이 적 전투기의 공격에 취약한 아군기를 호위·보호하는 단순 임무부터 E-3 혹은 E-737과 같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또는 EA-18G와 같은 전자전기와의 통합운영을 통해 적국의 방공망을 교란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전자전, 정보전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조종사 훈련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전력 소모를 고려하지 않는, 보다 공격적인 공군력 운용이 가능해지며 전투손실 역시 빠르게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전력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고 무인전투기의 대량 물량공세가 가능해져 공중전 개념은 물론 공군력의 정의 역시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스텔스 무인전투기의 발전 가능성과 그 미래에 주목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