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현대 돌격소총의 개념을 제시한 L1A1 소총 모형 총기. L1A1에 대한 불만 의견도 있었지만 이후 개발된 여러 제식소총에 상당히 많은 영감을 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교적 큰 7.62㎜ 나토 표준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날씬한 몸체에 비해 거대하게 보이는 탄창이 이색적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최초의 돌격소총인 독일의 MP44를 접한 각국 군대는 종전 이후 새로운 소총의 방향을 잡게 됩니다. 다수의 자동소총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가운데 벨기에의 FN이 ‘FN FAL’을 선보입니다. 시대 흐름을 읽고, 종전 5년 만에 최신예 총기를 개발해 냈다는 게 놀랍습니다. FAL이라는 이름은 프랑스어 ‘Fusil Automatique Leger’의 약자로 ‘자동 경량 소총’이라는 뜻입니다. 초기 설계안은 당시 영국이 차기 제식을 염두에 둔 소총 EM-2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하던 .280(7×43㎜)탄에 맞춰 진행됐습니다. 이는 FN이 제식 소총 자리까지 바라봤다는 걸 추측할 수 있는데. 여기에 큰 변수가 발생합니다.


다른 소총에 비해 가볍고 다루기 좋아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결성되고, 회원국들은 같은 탄종을 사용함으로써 군사·기술적 동맹을 맺기로 합니다. 미국 의도대로 7.62×51㎜로 나토 표준 탄이 통일되면서 FN도 부랴부랴 설계 변경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FN FAL에 상당히 악재가 됐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FAL은 여타 소총에 비해 가볍고 다루기 좋은 총으로 설계됐으나, 구경이 크고 화약량이 많은 7.62×51㎜ 나토 표준 탄은 조금 버거웠던 것 같습니다. 반자동 사격에선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연사(連射) 땐 제어가 상당히 어려웠던 것입니다. 당연히 명중률에 악영향을 줘 자동 사격은 불가능하도록 조정하고, 단발 전용으로 개조·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질 정도였습니다.

이는 비단 FAL만의 문제가 아닌 7.62㎜를 사용하는 자동소총의 공통된 골칫거리였습니다. 심지어 이를 규정했던 미군도 M14를 잠시 채용하다 결국 5.56㎜로 변심해 나토 표준 탄에 5.56㎜를 슬쩍 추가하게 됩니다. 어쨌든 FN FAL은 영국에서는 제식소총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 소총이 오늘의 주인공 ‘L1A1’입니다. 개발사(史) 적으로 FAL이어야 할 것 같은데, 왜 주인공이 L1A1인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고백하자면 FAL은 아쉽게도 ‘모형으로 나오지 않아서’입니다. 대만의 VFC에서 발매 예고한 지 3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입니다.

대부분의 모형 메이커가 제식 화기를 출시하는 게 안정적이라 생각하듯 아레스에서 L1A1을 먼저 발매했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았는지 FAL은 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FAL과 L1A1을 묶어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여러 전쟁에서 많은 국가들이 사용

이 총은 5.56㎜에 밀린 비운의 총으로 불리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이 생산되고 많이, 사용한 ‘베스트셀러’입니다. FAL의 경우 700만 정 이상이 생산됐고, L1A1의 단일 생산량은 자료를 찾을 수가 없어 대략 800만 정 정도로 추산합니다. 벨기에 자국 군대뿐만 아니라 영국,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호주, 페루, 나이지리아, 캐나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우간다 외에도 영연방 국가들이 다수 사용했습니다. 베트남전쟁, 포클랜드전쟁, 걸프전쟁, 시리아전쟁, 리비아전쟁 등 오늘날까지 상당히 오랫동안 사용되면서 실전 경험도 많이 쌓았습니다. 파생형도 많아 FAL 50.41/50.42, FAL 50.61, FAL 50.63, FAL 50.64, CAL, T48, L1A1, C1A1, L2A1, IMI ROMAT, StG 58, DSA58, SA58 OSW 등 열거하기도 숨찰 정도입니다. 이는 미군 무기를 사용하기 어렵고, 소련의 무기를 사기도 불편한 국가들의 최종 선택지라는 결과물이 아닐까 예상해 봅니다.


색다른 코스튬 즐기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될 것

서두의 .280 브리티시(7×43㎜)를 그대로 사용하도록 내버려 뒀다면, 어쩌면 나토 총기의 기준이 됐을지도 모를 만큼 FAL은 훌륭한 총입니다. 단지 시대와 환경을 잘못 타고난 불운이었다고 할까요? 그래도 마니아들 사이에선 상당히 인기 있는 모델이 또 이 총입니다.

그저 총이라곤 콜트 말고 몰랐던 학생 시절 필자에게 가르침을 주던 선배들은 입을 모아 “FN FAL(L1A1)을 발매해주면 좋겠다” “이처럼 저평가된 명총도 없다”고 하던 것을 기억해 보면 분명히 팬층이 있는 모델이었는데, 모형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적어도 며칠 전까지 필자는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작성하며 자료를 찾아보니 의외로 소리소문없이 출시된 모델이 몇 있었습니다. 필자도 소장 중인 아레스의 전동 L1A1 외에도 ‘킹암스’와 ‘클래식 아미’에서도 FAL까지 발매를 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중국의 수정탄 모형총기 중에서 전체 금속 제품이 나와 있다고 합니다. 에어소프트 건들의 실물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대만의 모형 총기업계 흐름상 한 공장의 같은 제품을 상표와 일부 부속을 바꿔 발매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필자는 아레스의 L1A1을 구해 누락된 각인을 만들어 넣어주고, 각종 부속의 색감을 달리해 소장 중입니다. 성능은 적당하지만, 워낙 긴 총이라 에어소프트 게임용으로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어도 색다른 코스튬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나름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VFC가 가스블로백(GBB)으로 FAL을 발매해주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 최민성은 경력 25년의 모형제작 전문가이자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총기 커스텀 작품 활동과 에어소프트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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