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의 역사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맨해튼 프로젝트의 결실이 빛을 발한 이후 세계 주요 열강은 핵무기 보유에 앞다투어 나서게 되었다. 미국이 최초로 원자탄 보유국이 된 이후 소련이 그 뒤를 이었다. 존 루이스(John Wilson Lewis)와 슈에 리타이(Xue Litai)가 작성한 “China Builds the Bomb”에 의하면 최초 마오쩌둥은 핵무기 보유에 소극적이었으나 6.25전쟁과 1954〜55년 대만해협 위기에서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 및 핵 사용 위협을 공공연히 받게 되면서 핵무기의 획득은 중국의 안보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1955년, 핵무기 획득에 대한 내부적 결의를 마친 중국은 1964년 10월 16일, 드디어 첫 핵실험에 성공한다. 실로 9년 만의 성과였고 이른바 ‘양탄일성(两弹一星)’의 시작이었다. 중국의 첫 핵실험이 성공하자 바로 다음날 저우언라이 총리는 중국 정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는 않겠다고 천명하여 선제 핵 불사용 독트린을 발표했다.

중국의 선제 핵 불사용 독트린은 당시 중국의 지정학적 상황이 반영된 결과였다. 중국은 당시 세계 2위의 핵탄두 보유국인 소련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었으며, 중국은 1956년 2월에 니키타 흐루쇼프 서기장이 탈스탈린주의 표방과 서방 세계와의 공존을 주장하자 이를 수정주의적 마르크스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던 시기였다. 게다가 1950년대 말부터 우수리강 일대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국경 분쟁은 1969년 전바오섬에서의 대대적인 소련군과 중국 국경수비대 간의 분쟁으로 치달았고 당시 소련은 중국을 핵 공격하여 문자 그대로 지도 상에서 지워버리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핵탄두 보유량 및 투발 플랫폼에서 절대적인 약자였던 중국이 미국이나 소련이 취하는 것과 같은 ‘최대 억제’의 핵 태세를 취할 순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중국은 핵 개발 초기 단계부터 ‘최소 억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핵잠수함의 건조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당시 중국은 전략원잠을 건조할 기술적 여력이 없었다. 중국 스스로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수많은 과학자들을 숙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오쩌둥의 유언으로 잘 알려져 있는 “1만년이 걸리더라도 핵잠수함은 건조해야 한다"라는 유지를 받들어 원자력 추진 공격잠수함 건조에 착수하게 된다. Type 091 한급 공격원잠은 그렇게 탄생했다.

당초 중국의 목표는 소련의 공격원잠과 비슷한 수준의 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이었지만 정작 잠수함 개발에 필요한 기술 지원에 대한 소련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중국은 소련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원자력 잠수함 개발을 결정, 1965년에 연구 및 시뮬레이션을 위한 육상 기반 원자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시기 인민해방군 해군은 2단계 계발 계획을 확정, 첫 번째 단계로 핵 추진 공격원잠을, 그다음 단계로 핵 추진 전략 탄도 잠수함을 확보하고 1987년에는 핵 추진 전략 탄도 잠수함 건조에 착수할 것을 결정했다.

1970년 5월부터 시운전에 들어간 육상 원자로는 대부분의 공개 시험에서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고 7월 26일에는 증기터빈 발전기 가동에 성공했으며 1970년 12월 26일 마오쩌둥의 77번째 생일에 맞춰 핵 추진 공격원잠의 설계에 착수하게 된다. 새로운 공격원잠의 원자로는 1971년 초 시제품이 완성되었으며 같은 해 4월 부두에서 작동을 시작으로 동년 8월 23일에 해상 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수많은 문제가 드러났으며 이에 대한 보완을 거쳐 1974년에 항해 중 원자로 가동 시험이 종료되었고 마지막 시험 항해에는 덩샤오핑이 함께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잠수함에 장착될 무장과 전투시스템은 천안문 사태로 무기 금수 조치가 발생하기 전에 프랑스로부터 구입한 톰슨 신트라(Thomson-Sintra) DUUX-5 수동소나 시스템을 기반으로 자체 생산한 소나시스템과 소련제 어뢰를 복제하여 만든 중국산 어뢰를 장착하기로 했다.

091형(Type 091) 한급(Han class) 공격원잠은 이후 개량을 거쳐 중국산 잠대함 및 잠대지 순항미사일 YJ-08을 장착할 수 있도록 개량된다. 그 외 스노클, 공격 잠망경, 항공 탐색 잠망경, 921-A 레이더 경고 시스템과 I-밴드 탐색 레이더를 자체 생산 및 장착했으며 통신 및 위성 통신을 위한 초단파 송수신기와 위성 통신 시스템을 개발, 장착했다. 이 모든 것이 문화 대혁명을 거친 중국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인민해방군과 중국 당국은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결국 공격원잠의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공격원잠 개발에 성공한 인민해방군 해군은 곧바로 2단계 계획 실행에 나서게 된다. 개발 완료된 091형 한급 잠수함의 셰일 뒷부분을 약간 늘려서 수직 발사관을 설치하는 설계 변경에 착수, 1975년부터 1976년 사이에 091향 한급의 개량 설계에 집중한다.

091형 한급 잠수함의 연구 개발이 한창이던 1967년, 중국은 소련으로부터 수입한 R-21 SLBM용 중거리 탄도탄을 기반으로 SLBM을 연구 개발하게 된다. 이 시기 중국은 소련으로부터 Project 629A 골프급(Golf class)의 수직 발사관과 발사 후 안정장치, R-21 SLBM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 지원을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SLBM 개발 및 확보에 열을 올리던 시기인 1960년대 서방은 미국이 1964년 사거리 4,600km의 폴라리스 A3 SLBM을 개발하고 1971년에는 포세이돈 C3를 개발하여 무려 10발의 다탄도 SLBM을 개발했으며 영국은 미국으로부터 폴라리스 A3T SLBM을 도입하여 잠수함에 배치 및 운용하기 시작했고 프랑스 역시 자국산 M1 SLBM을 1971년에 개발한다. 위와 같이 나토의 SLBM 능력이 강화되자 소련 역시 D-5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 수중 사출시스템 D-5M과 SLBM R-27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에 중국은 즉시 소련으로부터 R-27 기술과 R-27을 운영하는 나바가급(Navaga Class, NATO 분류명 양키급) 전략원잠의 기술을 도입, 최초의 국산 SLBM인 JL-1을 개발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국은 단순한 기술 복제에 멈추지 않고 액체연료였던 R-27을 더욱 개량하여 2단 고체연료 추진체로 개량하는 등 독자적인 연구와 개량을 지속했다. 이때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대지 탄도탄 DF-21을 개발하게 된다. SLBM의 확보와 함께 우한의 713 연구소는 수중 미사일 발사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여 091형 한급 공격원잠의 셰일 후방을 연장, 12개의 발사관을 장착하는 개량안을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민해방군 해군에서 잠수함 분류 기호 중 앞의 숫자 두 개는 추진기관의 유형을 나타낸다. ‘09’는 원자력 추진을 의미하며 ‘03’은 재래식 동력원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두 번째 개발안으로 Type 092라는 제식 명칭으로 전략원잠을 개발하게 된다. 이것이 중국 최초의 원자력 추진 전략원잠 092형(Type 092) 샤(Xia)급 잠수함이다.

---

특징

중국 Bohai 조선소에서 건조된 092형 샤급 전략원잠은 수중 배수량 6,604t에 육박하는 중형 전략 원잠이다. 전장은 120m, 전폭은 10m, 흘수는 8m로 알려져 있다. 샤급의 수상 속도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091형 한급 공격원잠을 베이스로 건조했으므로 한급보다 약간 느린 12kts 이하의 속도를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 정보 당국에 의하면 샤급의 수중 최고 속도는 22kts로 091형 한급의 수중 최고 속도인 25kts에 비해 약간 느린 속도를 지니고 있으나, 전략원잠의 특성을 고려할 때 문제가 될 요소는 없어 보인다.

샤급은 091형 한급을 기반으로 개량한 잠수함이므로 한급과 동일한 가압수형 원자로를 채택, 58〜9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2개의 증기터빈을 보유하고 있다. 이 두 터빈은 기어시스템을 통해 1개의 단일 샤프트에 결합되어 있는데, 잠수함 전문가 H.I Sutton이나 미국 안보싱크탱크인 CSIS는 샤급 역시 한급과 동일하게 증기터빈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억제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요 무장으로는 091형 한급과 동일한 6개의 533mm 어뢰 발사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YU-3 어뢰 12발과 JL-1 SLBM을 12발 장착하고 있다.

탐지장비로는 SNOOP TRAY I-BAND 레이더와 TROUT CHEEK 소나를 장비하고 있으며 ESM은 Type 921-A를 장착하고 있다. 승조원은 총 140명이 탑승하며 잠항 심도는 300M로 추정된다.

제원만 보면,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이는 잠수함이지만, SLBM 플랫폼으로 채택한 091형 한급 잠수함의 고질적인 소음 문제는 전략원잠으로서 은밀성과 생존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충분했다. 게다가 091형 잠수함의 가압식 원자로는 잦은 방사능 유출을 일으켰고 이로 인하여 수많은 수리와 문제에 직면했다. 이 문제는 092형 xia급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서 함 내 높은 방사능 수치를 보여 수차례 수리를 거친 끝에 실전에 배치될 수 있었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로 인하여 092형 샤급 잠수함은 중국 영해 내에서 단 한차례의 장거리 항해 시험을 끝으로 전략초계를 실시하지 않았으며 SLBM 발사 시험만 실시했다.

여기에 더하여 JL-1 SLBM은 최대 사거리 1,770km로 미국이나 소련을 타격하기엔 어림도 없는 사거리를 지니고 있어 사실상 한반도를 대상으로 투사할 수밖에 없는 제한된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JL-1은 이후 사거리 2,500km의 JL-1A로 개량되었지만 여전히 미군의 전략 거점이나 소련의 주요 도시를 타격할 순 없었다. 따라서 당초 목표한 바와는 달리 전략 초계임무에는 투입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 중국 당국은 092형 샤급 전략원잠은 1척에서 건조를 중단하고 SLBM 사격 시험함으로 집중 운용했고 이때 취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094형 진급(Jin class) 잠수함의 건조에 착수하게 된다.

---

운용 현황

한미 정보 당국에 따르면 현재 092형 샤급 전략원잠은 함번 406함 1척이 북부전구 해군사령부 소속 제1 핵잠수함 기지에서 운용 중에 있으나 빠른 시일 내에 퇴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잠수함 기지는 지앙거주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기지에는 091형 한급 잠수함인 제403, 404, 405함 등 3척의 공격원잠과 092형 xia급 전략원잠인 제406함 1척, 093형 상급 공격원잠인 제414, 418, 419함 3척, 함명 미상의 094형 진급 전략원잠 1척 등 총 2척의 SSBN과 6척의 SSN을 운영 중에 있다. 그러나, 위성사진 분석 결과, 지앙거주앙 및 후루다오 조선소에서 식별되는 전략원잠은 2018년 6월 이후로는 094형 진급 잠수함만 식별되고 있어 2022년 현재는 퇴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18년 8월 후루다오 조선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진급 전략원잠 2척이 식별되었고 2022년 3월 위성사진 분석 결과 동일한 조선소에서 094형 진급 전략원잠을 추가 건조를 거의 완료한 장면이 식별되고 있다.

따라서, 제1 핵잠수함 기지는 2022년 내 3척의 진급 SSBN과 6척의 SSN으로 전력이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

092형 샤급 전략원잠은 전략초계를 위한 실존 억제를 발휘할 수 있는 잠수함은 아니었으나, 중국 해군사에 있어서 향후 094형 진급 잠수함을 개발할 수 있는 테스트 함으로서 도약적 진화의 기틀을 마련한 잠수함으로 평가된다.

---

파생형

094형 진급 전략원잠

Type 092형 xia급 전략원잠은 1척을 끝으로 추가 건조되지 않았으며 이후 Type 093형 상급 공격원잠의 개발을 성공하자 이를 기반으로 Type 094형 진급 전략원잠을 개발하게 된다. 따라서 xia급의 파생형으로 볼 순 없으나, xia급에서 실시한 SLBM 시험 발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Type 094형 진급 전략원잠에서 전략초계가 가능한 진화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

제원

전장: 120m
전폭: 10m
흘수: 8m
배수량: 수상(6,100t 이상 추정), 수중(6,604t)
속력: 수상(10kts 이하 추정), 수중(22kts)
승조원: 140명
잠항 심도: 300m
무장: JL-1(SLBM) 12발, 533mm YU-3 중어뢰 12발(발사관 6문)
레이더: SNOOP TRAY I-BAND
소나: TROUT CHEEK
ESM: Type 921-A
추진기관: 가압수형 원자로(90MW)

---

저자 소개

임철균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육군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및 KINA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육군3사관학교 군사학 및 일반학 학사, 국방대학교 국방전략학 석사를 거쳐 현재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 박사과정을 수료 중이다. 주요 연구로 2016년 북한 ‘비대칭 전략에 대한 대응방안 연구’ 논문을 발표, 육군 참모총장 표창을 수상했다. 또한 하이브리드 전 군 구조 연구로 육군 미래혁신단에 ‘합동전술대대’를 제안, 채택되어 미래혁신단장상을 수상했으며 미래 육군 기갑여단 기본전술제대에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