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D-3은 소련 공수부대의 요청에 따라 개발이 시작되었으나 혼란기에 탄생하면서 위상이 애매해진 공수장갑차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작을 개량해서 탄생한 BMD-2는 그럭저럭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BMD-1의 차체를 그대로 이용했기에 공격력이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BMD-1도 마찬가지였지만 방어력이 취약하고 공간도 좁아서 사실 장갑차라기보다는 야지 기동 능력이 좋은 차량에 가까웠다.
- 상륙함에서 하선하는 BMD-2. 단지 공수장갑차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그럭저럭 쓸만했지만, IFV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성능이 부족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라고 BMD-2가 배치된 직후부터 일선에서 보다 좋은 후속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사자인 VDV(공수부대)는 기계화보병이 사용하는 IFV(보병전투차) 정도의 수준을 원했다. BMD-1, 2의 개발에 BMP-1, 2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성능이 다운그레이드 된 축소형이었기에 실무 부대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
바로 그때 임시 대타에 가까웠던 BMP-2를 근본적으로 대체할 BMP-3의 개발이 시작되자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BMP-3에 강하 장치를 장착하면 무게가 20톤이 넘어서 Il-76 수송기로 한 대만 운반할 수 있다고 분석되었다. 이에 따라 VgTZ(볼고그라드 트랙터 공장)는 BMD-2 사업 당시에 포탑을 축소하는 방식에 밀려서 기각되었던 차체를 키우는 방식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 낙하 시험 실패로 뒤집혀 떨어지면서 파손된 Ob'yekt 950. BMD-3의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지만 그렇다고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여전히 무게가 걸림돌이지만 근본적으로 크기를 늘리지 않고는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차체가 커진 만큼 포탑도 개선될 필요가 있었다. 최종적으로 100mm 2A70 저압포와 30mm 2A72 기관포가 동축으로 결합된 BMP-3 포탑을 탑재한 18톤 모델과 30mm 2A42 기관포를 장착한 BMD-2 포탑을 결합한 12.5톤 모델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화력을 늘릴 것인지 아니면 화력 대신 여타 성능을 향상시킬 것인지의 선택이었는데, 후자가 효율적이라 판단되어 1983년 Ob'yekt 950로 명명된 새로운 공수장갑차 사업이 시작되었다. 전작들과 BMP-3, 양산에 실패한 수륙양용 경전차인 Ob'yekt 950 등을 참조했기에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1985년 3가지 모델의 프로토타입이 제작되었고 이듬해 일선으로 보내 테스트에 들어갔다.
- BMD-3은 별도로 개발한 차체에 BMD-2 전투 체계를 개량해서 결합한 형태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2년간 벌어진 시험에서 성능이 VDV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자 제식명 BMD-3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정작 양산은 1990년에 가서야 이루어질 수 있었다. 소련이 체제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혼란한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1991년부터 배치가 시작되었으나 그해 생산량은 25대에 불과했다. 결국 소련이 개발한 마지막 공수장갑차인 BMD-3은 새롭게 등장한 러시아가 사용하게 되었다.
특징
BMD-3은 전작보다 전고, 전장, 전폭 모두 늘어났다. 무게도 BMD-2보다 57퍼센트 많이 나가는 12.9톤이다. 그만큼 방어력 향상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송기에 탑재하는 것이 전제인 공수장갑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어 결국 12.7mm 탄환의 공격 정도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탑승 인원은 3명의 승무원과 5명의 공수병으로 전작과 동일하나 공간이 커진 만큼 근무 여건은 좋아졌다.
- 좌에서 우로 BMD-3, BMD-2, BMD-1. 외형만으로도 크기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 출처 : (cc) Sociopat at Wikimedia.org >
공격력은 BMD-2와 동일하다. 기계적 신뢰성이 좋고 부앙각이 커서 화력 투사 범위가 넓은 30mm 2A42 기관포와 9P113 발사기를 장착해서 Konkurs 대전차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다. 연동화된 조준경 덕분에 포수는 물론 차장도 주포와 7.62mm 기관총을 동축으로 발사할 수 있다. 톤 당 35마력 가까이 나오는 강력한 450마력 엔진을 탑재해서 기동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An-12, Il-76, An-22, An-124 수송기와 Mi-26 헬기로 공수할 수 있다. 낙하산을 이용한 공중 투하는 Il-76, An-22만 가능하다. 안전을 위해 장갑차와 병력이 별도로 투하된 전작들과 달리 BMD-3은 새로 개발된 PBS-950 강하 장치 덕분에 경우에 따라 병력을 탑승시킨 상태로 투하할 수도 있다. 지상에 착지한 후 즉시 전투가 가능하므로 그만큼 작전 효율이 향상되었다.
- 강력한 엔진 덕분에 기동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운용 현황
일선에서 BMD-3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소련이 해체당하기 직전에 탄생한 데다 새롭게 등장한 러시아도 혼란이 극심했던 1997년까지 만들어졌기에 생산량이 143대에 불과하다. 비록 그 와중에 한때 400만이 넘던 병력이 100만 이하로 축소되었을 만큼 대대적인 감군이 단행되기는 했어도 수 천대 씩 생산된 전작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후속작인 BMD-4보다도 적은 수량이다.
- BMD-3은 소련 시절에 탄생한 마지막 공수장갑차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더구나 80대가 중국에, 10여 대가 앙골라에 수출되어 현재 러시아군이 보유 중인 수량은 의미를 두기 힘든 50여 대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IFV 못지않을 만큼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어도 현재 러시아에서는 보조 전력일 뿐이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원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수량이 적다 보니 사진이나 영상에서 확인이 되지 않아서 실전 투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 수송기 탑승을 준비 중인 BMD-3. < 출처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BMD-3K: 지휘차.
2S25(Object 952): BMD-3 차체를 개량한 공수부대용 자주대전차포.
- 2S25 대전차 자주포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MD(Object 955): BMD-3 기반 다목적 수송차.
- BTR-MD 다목적 장갑차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Militaryrussia.ru >
BTR-MDM: BMD-4M 사양으로 개량형.
- BTR-MDM 다목적 장갑차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RKhM-5(Object 958): BMD-3 기반 화학정찰차.
- RKhM-5 화학정찰차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Vitalykuzmin.net >
제원
생산업체: Volgograd Tractor Plant
도입 연도: 1990년
중량: 12.9톤
전장: 6.36m
전폭: 3.13m
전고: 2.45m
장갑: 알루미늄 합금
무장: 30mm 2A42 다목적기관포 1문
30mm AGS-17 유탄발사기 1문
9P113 대전차미사일 발사기
7.62mm RKT 기관총 1정
5.45mm RPK-74 기관총 1정
엔진: 2V-06-2 수랭식 디젤, 450마력(331kW)
추력 대비 중량: 34.9마력/톤
서스펜션: 유기압 현수 장치
항속 거리: 500km
최고 속도: 70km/h(도로), 45km/h(야지), 10km/h(수상)
양산 대수: 143대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