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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현재 관계자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시민들도 시험 비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KF-21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 그런데 2000년대 초에 KF-X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처음 가보는 길이다 보니 찬반 의견이 상당히 팽팽하게 대립했다. 반대하는 측은 같은 수준의 전투기를 해외에서 도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자칫 실패할 가능성도 있으니 굳이 자력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일반 상품과 성격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무기는 개발과 보유에 엄청난 혈세가 소모되므로 경제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의 영국도 이런 이유로 1960년대에 전투기 독자 개발을 중단했을 정도다. KF-21은 개발에 인도네시아의 참여를 받았으나 대금 납부를 놓고 문제가 벌어졌고 이후 해외에 판매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최악의 경우 국내 수요만으로 양산이 종료될 수 있다.

그래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도전임은 맞지만, 찬성론자들은 자주국방이라는 대의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국내 항공 산업의 발전을 위해 KF-X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때 예시로 들었던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 중앙에 자리 잡은 스웨덴은 1인당 국민소득이 최상위권의 선진국이나 인구가 1,000만에 불과해서 전체 경제 규모는 20~30위권 수준이다.

그런데도 스웨덴은 현재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과 더불어 4세대 이상 전투기를 자력으로 설계하고 개발해서 운용 중인 다섯 나라 중 하나다. 스웨덴이 이처럼 전투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흔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튼튼한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제2차 대전 종전 이후에 본격적으로 제트 시대가 도래했을 때 여타 열강과 같은 시기에 고성능 제트전투기를 선보였다.

사브 29 투난(Saab 29 Tunnan, 이하 J 29)은 그러한 스웨덴 국산 전투기의 역사를 선도한 기념비적 제1세대 전투기다. 사실 스웨덴의 항공 산업은 1920년대부터 외국산 전투기를 면허 생산했고 제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에 와서는 국산 전투기를 만들어 배치하고 여러 나라에 수출도 했을 만큼 뿌리가 깊다. 다만 직접 참전하지 않다 보니 당시 스웨덴에서 제작한 전투기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제2차 대전 이후 제트전투기 시대가 본격 시작되자 스웨덴도 사브(Saab)의 주도로 본격 개발에 나섰다. 백지상태였기에 기술 습득 등을 위해 기존 프로펠러 전투기인 J 21A에 영국으로부터 면허 생산권을 획득한 고블린 터보제트 엔진을 탑재해 스웨덴 최초의 국산 제트전투기인 J 21R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성능이 부족해서 영국의 뱀파이어 전투기를 J 28이라는 이름으로 면허 생산해서 전력화했다.

이렇게 스웨덴은 급한 불을 끄면서 동시에 신예기 개발을 별도로 진행했다. 연구 결과 기수 전면에 인테이크를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보았는데, 이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유명한 제1세대 전투기들이 공통적으로 택한 형상이었다. 사브는 담배처럼 긴 동체를 가진 R101과 오크통처럼 중간이 통통한 동체의 R1001로 나뉘어 동시에 개발을 진행했다. 예상과 달리 둔한 외형의 R1001이 더 빠르고 민첩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바로 그때 전쟁 당시에 독일 메셔슈미트가 연구하던 P.1101을 비롯한 여러 설계도를 입수할 수 있었다. 비록 종전으로 개발이 중단되었지만 후퇴익 주익을 갖춘 미래 지향적인 구조였다. 사브는 이를 응용해 직선익이던 R1001의 주익을 25도 뒤로 꺾인 후퇴익으로 재설계했다. 때마침 영국으로부터 보다 강력한 고스트 터보제트 엔진의 면허 생산권을 획득한 상태여서 이를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J 29로 명명된 신예기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어 1948년 9월 1일,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각종 실험에서 J 29가 보여준 성능은 스웨덴 공군을 매우 흡족하게 만들었다. 특히 속도는 당대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할 정도였다. 여전히 독파이팅으로 공대공 전투를 벌이던 시기였기에 속도는 좋은 전투기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였다. 양산이 결정되고 1951년부터 일선 배치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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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J 29는 전장에 비해 동체가 굵어 대표적인 후퇴익 제1세대 전투기인 F-86, MiG-15와 비교했을 때 둔중한 느낌을 준다. 풍동 실험 등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구조임이 확인된 상태였음에도 테스트에 나섰던 비행사들조차 성능에 대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을 정도였었다. 하지만 조종 직후 찬사가 이어졌고 배치 직후인 1954년, 1955년에 연이어 세계 최고 속도를 기록했을 만큼 뛰어난 비행 성능을 발휘했다.

공기 역학적으로 유리한 동체와 당대 최첨단 기술인 후퇴익 주익 덕분이었는데, 여기에 더해 많은 신기술이 적용되었다. 고속 비행과 뛰어난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주익을 최대한 얇게 만들기 위해 랜딩기어 같은 구조물을 동체 안에 설치했다. 플랩을 펴면 이와 연동된 슬랫이 자동으로 확장되도록 설계되어 이착륙 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급속한 선회 기동도 가능했다.

최근 개발된 전술 작전기는 다양한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기가 대세지만 제3세대 전투기 이전까지만 해도 각각의 임무에 특화된 별도의 전용기를 운용했다. 하지만 스웨덴은 처음부터 그럴만한 여유가 없어 J 29를 기반으로 전투기형, 공격기형, 정찰기형을 제작해 운용했다. 이는 최신 JAS 39 그리펜까지 이어지는 스웨덴 전투기의 특징이 되었다. 한마디로 J 29는 그러한 스웨덴 전투기의 초석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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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J 29는 프로토타입을 포함해 661기가 생산되었다. 내수가 한정되었기에 처음부터 해외 판매를 시도했으나 중립국인 오스트리아에 30기를 공급한 것이 유일하다. 냉전 시기다 보니 미국, 소련의 전투기들이 양 진영을 선점했고 전통의 영국, 프랑스는 식민지나 관련 국에 나름대로 시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말미암아 J 29의 판매는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J 29는 1960년 발발해 7년간 이어진 콩고 내전에 11기가 투입되었다. 당시 스웨덴은 평화 유지 활동을 위해 UN군 소속으로 지상군과 공군을 파병해서 1965년까지 작전을 펼쳤는데 이는 19세기 초에 있었던 스웨덴-노르웨이 전쟁 이후 140년 만에 있었던 스웨덴군의 참전이었다. 1939년에 발발한 겨울 전쟁 당시에 핀란드를 돕기 위해 파병한 적이 있어도 자원병 형식이어서 정규군은 아니었다.

스웨덴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중립 원칙을 깨고 이념 전쟁 및 제국주의 전쟁 성격이 혼재된 복잡한 콩고 내전에 뛰어든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순직한 자국 출신 다그 함마르셸드 제2대 UN 사무총장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였다. 1961년에 5기의 J 29B 공격기가, 이듬해에 추가로 4기의 J 29B와 2기의 S 29C 정찰기가 파견되어 UN군 항공 전력의 중추를 담당했다.

무유도 로켓으로 지상 목표물을 공격, 전선 정찰 등에 투입되었는데 대부분 저고도 작전이어서 피격 위험이 컸지만, 작전 중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 비전투 사고나 기체 노후화 등으로 철군 당시 4기만 스웨덴으로 돌아왔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폐기 처분되었다. 이러한 J 29의 활약상에 힘입어 스웨덴제 전투기에 대한 인식이 재고되었고 후속기 제작과 해외 판매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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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J 29: 프로토타입. 4기.
 
J 29A: 초기 양산형. 224기.

J 29B: 폭장량이 향상된 공격기형. 332기.

S 29C: 정찰기형. 76기.

J 29D: 애프터버너 장착 시험기.
 
J 29E: 주익 개량형. 29기.
 
J 29F: AIM-9 운용 가능한 B, E 개조형. 308기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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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J 29F)

형식: 단발 터보제트 전투기
전폭: 11m
전장: 10.23m
전고: 3.75m
주익 면적: 24.15㎡
최대 이륙 중량: 8,375kg
엔진: Svenska Flygmotor RM2B 원심형 터보제트(6,070파운드)×1
최고 속도: 1,060km/h
실용 상승 한도: 15,500m
최대 항속 거리: 1,100km
무장: 20mm akan m/47c 기관포×4
         AIM-9B 공대공미사일×2
         75mm 로켓, 80mm 로켓, 145mm 로켓, 150mm 로켓, 180mm 로켓 등
         200kg m/51 폭탄, 600kg 네이팜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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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