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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54년에 취역한 잠수함 SSN-571 노틸러스의 의의는 실로 대단했다. 발전기를 가동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해야 했던 잠수함의 고질적인 문제가 핵 추진을 택하면서 해결된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이론상으로 무한대 항해가 가능하다는 점은 가히 혁명적인 변화였다.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되자 미 해군은 수상함에도 핵 추진 도입을 고려했다. 우선 항공모함(이하 항모)이 고려 대상이었다.

제2차 대전 말기에 등장한 핵폭탄으로 인해 미국의 국방 전략이 대대적으로 바뀌면서 최초의 슈퍼캐리어가 될 수 있었던 CV-58 유나이티드 스테이츠가 건조 취소된 것처럼 한때 항모는 퇴출까지 거론되던 대상이었다. 그러다가 한국전쟁을 통해 여전히 좋은 수단이라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존속하게 되었는데, 현재 미 해군이 운용 중인 모든 항모가 핵 추진일 만큼 아이러니하게도 핵 덕분에 더욱 진화했다.

이때 항모와 더불어 이를 호위할 수상 전투함의 핵 추진도 함께 검토되었다. 한마디로 연료 보급에 신경 쓰지 않고 지구 어디든지 즉각 전개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함대 창설을 구상한 것이다. 처음에는 수시로 연료 보급을 받아야 하는 구축함이 고려 대상이었다. 1955년부터 개념 연구가 시작되었는데, 잠수함과 달리 비싼 건조 비용만큼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분석되었다.

그렇게 좌초할 것 같았던 프로젝트는 그해 8월 17일, 해군 작전부장으로 취임한 알레이 버크 제독에 의해 부활했다. 재검토 결과, 좀 더 고성능의 대형 함에 핵 추진이 적합하다고 분석되자 이듬해 1월, 만재 배수량 8,900톤 규모의 미사일 경순양함을 후보로 결정했다. 이제 막 미사일이 실용화되던 시기였기에 한마디로 최첨단 무기를 운용하는 플랫폼의 동력원으로 손색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미사일은 미국뿐 아니라 소련도 이제 막 실용화하기 시작한 새로운 무기였다. 오히려 해군력이 뒤진 소련은 이를 적극 활용해서 미국 함대를 요격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오늘날도 러시아의 전투함이 체급에 비해 과할 정도의 공격용 무장을 갖춘 이유도 이와 관련 있다. 당연히 소련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에 부담이 되었다. 이를 막으려는 대응책이 연구된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해서 개발된 것 중 하나가 목표물을 빠르고 정확히 탐색할 수 있는 위상배열레이더다. 오늘날은 전투기에도 장착할 만큼 소형화되었지만 기술력이 부족했던 1950년에 탄생한 최초의 위상배열레이더인 SCANFAR는 건물 크기였다. 구상 중인 핵추진항모(CVN-65 엔터프라이즈)에는 탑재 가능하나 10,000톤도 되지 않는 경순양함은 불가능했다. 이에 크기를 중순양함 수준으로 키우기로 결정했다.

1956년, SCB-169 설계안이 완성되었고 이듬해부터 베들레헴제철 조선소에서 CGN-9 롱비치(Long Beach)라는 이름으로 건조가 시작되었다. 선체는 볼티모어급에서 디모인급으로 이어지는 대전형 중순양함의 구조를 상당 부분 승계했다. 원자로가 핵심이었으나 1957년에 사상 최초의 핵 추진 선박인 소련의 쇄빙선 레닌이 운항을 시작했을 정도였으니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없었다.

문제는 168톤에 이르는 SCANFAR였다. 만재 배수량이 17,000톤이 넘었음에도 선체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보일 정도로 레이더가 상부 구조물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성능과 상관없이 이 거대한 SCANFAR는 롱비치급 핵 추진 미사일순양함의 상징처럼 여겨지게 된다. 건조 후 각종 시험을 거쳐 1961년 9월 9일, 취역함으로써 롱비치는 세계 최초의 핵 추진 수상 군함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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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롱비치는 앞에 언급한 것처럼 최초의 핵 추진 수상 전투함이다. 여기에 더해 최초로 위상배열레이더를 장착한 군함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비록 당시 이 기술력으로는 예상만큼 성능을 발휘할 수 없었으나 롱비치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무기사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비록 이제는 수상 전투함에서 핵 추진 방식을 사용하지 않게 된 반면 실패에 가까웠던 SCANFAR는 현재의 이지스 시스템으로 가는 초석이 되었다.

웨스팅하우스 C1W 가압수형 원자로 2기가 탑재되었다. 20노트의 속도로 순항하면 1회 핵연료 탑재로 36만 해리를 갈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승무원의 피로도, 보급 문제, 기계적 트러블 등으로 그렇게 운용할 수 없다. 그러나 연료의 제약이 없어진 만큼 작전 능력이 향상되었다. 효과가 좋다고 판단해서 함께 제작된 베인브리지 순양함(취역 당시 구축함으로 구분)을 제외하고도 이후 7척의 핵 추진 순양함이 더 만들어졌다.

핵 추진만큼이나 기대를 모은 것은 SCANFAR이다. 하지만 항상 수리 중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만큼 신뢰성이 너무 나빴다. 툭하면 고장이 발생해서 무용지물처럼 여겨지다가 결국 1980년대 개장 당시에 철거되었다. 롱비치의 선체는 고속 순항을 위해 선수가 날카롭고 선폭에 비해 전장이 긴 제2차 대전 당시 미국 거함의 전형적인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는 후속 전투함과 크게 구별이 되는 특징이다.

최초 취역 당시에 함대공 미사일로 테리어와 탈로스를 함께 운용했다. 함수에는 사거리 30km의 테리어 발사기가, 함미에는 사거리 240km의 탈로스 발사기가 장착되었다.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다층적인 대공방어시스템을 구축한 것이었다. 1980년대에 탈로스를 제거하고 하푼과 토마호크를 운용할 수 있도록 개장되면서 함대함, 함대지 작전 능력도 보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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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기대가 컸던 만큼 좋은 활약상을 남겼다. 취역 직후인 1962년에 쿠바 사태가 벌어지자 롱비치는 그 해 취역한 베인브리지와 함께 엔터프라이즈를 호위하여 지중해까지 무보급으로 긴급 전개하는 경이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이때 엔터프라이즈, 롱비치, 베인브리지로 구성된 제1특별임무대(Task Force 1)는 사상 최초의 핵 추진 함대였다. 해군 역사에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롱비치는 1968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조기경보 레이더로 MiG-17 편대를 포착한 후 그중 한 기를 탈로스 대공미사일에 격추시켰다. 이는 사상 최초의 함대공 미사일에 의한 요격 전과다. 그 외 많은 활약을 펼쳐 베트남 전쟁에서 모두 7차례의 종군 기념 성장(Battle star)을 수여 받았다. 이후 걸프전에도 참전했고 1994년 예비역으로 돌려졌다가 이듬해 퇴역했다. 현재 원자로와 해당 부위 선체는 비활성 상태로 보관 중이다.

롱비치는 1척만 건조되었다. 그래서 롱비치급으로 구분되어도 많이 통용되지는 않는다. 4배 정도 더 나오는 건조비 때문이었는데, 같은 이유로 엔터프라이즈 이후 재래식 동력함으로 잠시 회귀한 항모의 경우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롱비치 이후에도 작은 규모의 핵 추진 순양함이 꾸준히 건조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단지 비용 문제라기보다는 SCANFAR의 신뢰성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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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CGN-9 Long Beach
 
발주 1956년 10월 15일
건조 1957년 12월 2일
진수 1959년 7월 14일
취역 1961년 9월 9일
퇴역 1995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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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