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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69년부터 실전 배치된 최초의 공수장갑차인 BMD-1에 대한 소련 군부의 기대는 컸다. 이미 ASU-57 공수자주포 같은 장비를 운용하고 있었지만, 단순히 소구경 대전차포를 궤도 차량에 탑재한 형태여서 범용성이 떨어졌다. 때문에 BMD-1을 화력과 기동력이 부족한 공수부대의 고민을 해결해 줄 묘약으로 여긴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모든 무기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실전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1979년 12월 24일,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 세운 괴뢰 정권이 전복될 위기에 빠지자 전격적으로 침공을 단행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수도 카불을 위시한 주요 거점을 장악하면서 상황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시작이었다. 결론적으로 소련은 장장 10년간 막대한 피해를 입은 후에 도망치듯 빠져나오면서 간신히 전쟁에서 발을 뺄 수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소련군이 제2차 대전 이후 경험한 최초의 전쟁이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장비가 동원되었는데 그중에는 BMD-1도 있었다. 산악 지대가 많고 도로가 협소해서 크기가 작은 BMD-1이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주포의 부앙각이 낮아 산악 전투에 효과적이지 못했고 방어력이 빈약해서 쉽게 격파되고는 했던 것이다.

이는 BMD-1의 기반이 되었던 BMP-1 보병전투차도 함께 겪었던 문제였다. 아니 대부분 소련제 무기, 장비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전에 있었던 중동전쟁, 베트남전쟁 등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는 해외에 공급한 물량은 다운그레이드형이라서 그런 결과 나온 것이라고 핑계를 댔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그런 변명이 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했다.

오히려 급했던 것은 BMP-1이었다. 애당초 성능이 제한된 BMD-1과 달리 BMP-1은 제2차 대전 후 대대적으로 개편된 소련 지상군의 핵심 장비였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소련군은 한창 개발 중이던 BMP-2의 배치를 앞당기고자 했다. BMP-2는 정작 필요할 때 애물단지가 되고는 했던 73mm 2A28 활강포 대신에 30mm 2A42 기관포를 장착해서 화력은 줄었지만 정교하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개량작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BMP-2가 1980년부터 일선에 공급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해서 운용해 본 결과 일선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이에 VgTZ(볼고그라드 트랙터 공장)는 같은 방식으로 BMD-1의 개량에 나섰다. 처음에는 BMD-1 차체에 BMP-2 포탑을 그대로 결합하려 했으나 밸런스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포탑의 크기를 줄이는 방안과 반대로 차체를 키우는 방안으로 나누어 동시에 연구를 진행했다.

차체를 키우면 당연히 무게가 늘어나게 되므로 이는 수송기로 실어 나르고 투하도 하는 공수장갑차에게는 장애가 되는 요소다. 결국 포탑의 크기를 축소하는 방안이 채택되었다. 구체적으로 BMP-2 포탑의 무장 형태를 BMD-1 포탑에 이식하는 방식이었다. 핵심은 BMP-2와 동일한 공격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Ob'yekt 916의 사업이 시작되었다.

엄밀히 말해 개량인 데다 기술적 기반도 거의 완성된 상태였기에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각종 시험을 거친 후 1985년부터 BMD-2라는 이름으로 양산에 들어갔고 곧바로 아프가니스탄에 투입이 이루어졌었다. 엄밀히 말해 BMD-1의 개량형이지만 제식 부호를 달리했다는 것은 성능 차이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군부의 기대가 상당했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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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BMD-2의 핵심은 B-30 포탑이다. 기존 BMD-1에 장착된 포탑을 개량해서 BMP-2처럼 30mm 2A42 기관포, 7.62mm PKT 동축기관총, 9P135M-1 대전차미사일 발사기를 탑재한 것이다. 73mm 주포를 장착한 BMD-1보다 화력이 감소되었으나 정확도와 안정성이 향상되어 오히려 일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성능이 향상된 대전차미사일 시스템 덕분에 원거리 타격 능력도 개선되었다.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작된 초기형 BMD-1이 피격되면 쉽게 불타버리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BMD-2는 후기형 BMD-1처럼 알루미늄 합금으로 차체와 포탑을 제작했다. 때문에 약 3톤 정도 무게가 늘어나고 경사 장갑을 주기도 했지만 공수장갑차라는 한계 때문에 방어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는 불가능했다. 결론적으로 BMD-2의 방어력은 7.62mm 탄이나 포탄 파편 정도를 막는 수준이다.

작전 지역에 활주로 확보가 어려우면 낙하산 투하로 전개하는데, 로켓을 이용해 충격을 감소시키는 PRSM-925 낙하산 시스템을 이용하면 500~1,500m에서도 투하가 가능하다. 소련에서 개발된 An-12, An-22, Il-76, An-124 수송기 외에도 Mi-6, Mi-26 같은 대형 수송 헬기로로 운송이 가능하다. 3명의 승무원 이외에 5명의 전투병이 탑승할 수 있지만 내부가 좁아 장거리가 아니면 보병은 하차해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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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BMD-2는 소련이 해체된 1991년까지 생산이 이루어졌는데 상당히 혼란했던 소련 말기여서 그런지 생산 수량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는다. 대략 3,000여 대 정도가 제작된 것으로 추산되는데, 전작인 BMD-1과 달리 해외에 수출되지 않고 전량 소련군이 사용했고 연방이 해체된 이후 러시아가 1,000여 대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외 우크라이나와 우즈베키스탄이 소량 보유 중이다.

BMD-2는 양산과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되었다. 10년 내내 무자헤딘에게 시달림을 받고 결국 전쟁에서 패했어도 소련군이 대규모 공수작전까지 펼칠 이유는 없었기에 일반적인 장갑차처럼 운용되었다. 전작보다 호평을 받았지만 고질적인 방어력 부족으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이는 BMD-2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비정규전이 주를 이룬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특성에 기인한다.

이외 1994년 제1차 체첸 전쟁, 1999년 제2차 체첸 전쟁, 2008년 그루지야 침공전, 2014년 돈바스 전쟁,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전에도 사용되었다. 이는 모두 옛 소련 구성국이나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러시아나 러시아의 공개적인 지원을 받은 세력이 사용했는데, 전과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고 아무래도 전술적인 무기다 보니 전쟁의 판세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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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BMD-2: 양산형

BMD-2K: 지휘차
 
BMD-2M: 현대화 개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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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생산업체: Volgograd Tractor Plant
도입 연도: 1985년
중량: 8.2톤
전장: 5.91m
전폭: 2.63m
전고: 1.97m
장갑: 알루미늄 합금
무장: 30mm 2A42 다목적기관포 1문
         9P135M-1 대전차미사일 발사기
         7.62mm RKT 기관총 2정
엔진: 5D-20 6기통 수랭식 디젤, 241마력(180kW)
추력 대비 중량: 21마력/톤
서스펜션: 토션 바
항속 거리: 450km
최고 속도: 80km/h(도로), 40km/h(야지), 10km/h(수상)
양산 대수: 3,000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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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