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로서스급은 제2차 대전 중에 급하게 건조된 경항모다. 비록 본격 데뷔 시점에 종전되며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종전 이후에 대여, 판매되면서 여러 나라의 항모 시대를 개막시켰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항공모함(이하 항모)은 초강대국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이는 항모라고 하면 흔히 미국의 슈퍼캐리어를 연상하면서 벌어지는 일종의 착시다. 사실 그 정도 항모를 보유하고 운용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현재 여타 항모 보유국들이 운용 중인 항모는 이보다 작다.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중국의 산둥 등도 배수량이 7만 톤 정도의 거함이기는 하나 사출기가 없어 함재기 운용 능력이 뒤진다.
이탈리아의 카보르,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 등은 3만 톤 정도의 경항모다. 헬기모함으로 건조되었으나 최근에 항모로 개장된 일본의 이즈모급, 한국 해군이 계획 중인 CVX도 이 정도 수준이다. 그렇다고 배수량이 항모를 구분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한때 태국이 항모로 운용했던 차크리 나루에벳은 1만 톤 정도였던 반면 F-35B를 탑재하고 4만 톤이 넘는 미국의 와스프급이나 아메리카급은 강습상륙함이다.
- 현재까지 네덜란드가 운용한 유일 항모인 칼 두어만. 콜로서스급 4번 함 베너러블을 구매해 1948년 재취역시킨 것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다시 말해 크기도 중요하나 용도에 따라 항모가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극히 제한적인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는 항모도 존재했다. 그래서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는 여러 나라가 항모를 보유하기도 했다. 지금은 경제적, 군사적 이유 등으로 퇴역시키거나 포기했으나 캐나다,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영해가 커서, 네덜란드는 해외에 산재한 광대한 식민지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항모를 운용했었다.
위의 국가들은 군비 규모로 볼 때 군사 강국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개 1척 정도를 운용했는데, 건조 능력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도입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영국이 제작한 콜로서스급 경항모(Colossus class, 이하 콜로서스급)로 항모 역사를 개막한 것이다. 또한 프랑스와 인도도 해당 항모로부터 혜택을 받았다. 한마디로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항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1961년 지중해에서 작전을 벌이는 프랑스의 아로망쉬. 콜로서스를 임대해서 사용한 후 성능이 마음에 들어 구매한 것이다. < 출처 : (cc) Michkar at Wkimedia.org >
콜로서스급은 전적으로 제2차 대전 때문에 탄생했다. 물론 많은 종류의 항모가 사상 최대의 전쟁 기간 중 제작되었으므로 콜로서스급이 당시에 개발된 유일한 항모는 아니다. 다만 함대를 이끈 정규항모나 경항모 중에서 미국의 에식스급, 인디펜던스급, 영국의 일러스트리어스급 등이 전쟁 발발 전부터 획득이 예정되었던 것과 달리 콜로서스급은 제2차 대전 초기에 경험한 실전을 바탕으로 구상되고 설계가 이루어졌으며 건조된 항모다.
제2차 대전이 시작되자마자 영국은 보유한 6척의 항모 중 2척을 상실했다. 개전 16일 만에 커레이저스는 역사상 최초로 격침된 항모라는 불명예를 얻었고 글로리어스는 전함의 직격탄을 맞고 생을 마감했다. 당장 소모된 전력의 회복이 시급했다. 처음에는 기존 전함이나 순양함을 개조하는 방안을 생각했으나 연이어 벌어진 타란토 공습, 말레이 해전, 비스마르크 추격전을 경험하며 항모를 보조 전력으로 여기던 영국 해군의 사상도 변화했다.
- 콜로서스급은 '1942년 설계 경량 함대 항모' 사업에 따라 건조가 이루어졌다. 후속한 마제스틱급도 이를 개량한 것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미국으로부터 도입이 예정된 호위항모는 선단 보호용이었기에 함대를 이끌며 작전을 벌일 별도의 항모가 필요했다. 이에 영국은 1942년 초에 일러스트리어스급 정규항모를 기초로 경항모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1942년 설계 경량 함대 항모(1942 Design Light Fleet Carrier)'라고 한다. 해군은 21개월 안에 건조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제작사는 불가능하다며 27개월을 제시했다. 결국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24개월로 정해졌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16척 획득을 목표로 1942년 6월부터 순차적으로 건조에 들어간 경항모가 콜로서스급이다. 1943년 이후 전세가 반전되면서 여유가 생기자 10척으로 계획을 완료하고 나머지 6척은 대형 함재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성능을 대폭 개량해서 건조했다. 이를 별도로 마제스틱급(Majestic class)으로 구분하는데 만재 배수량이 1,500톤 정도 늘어난 것 이외에 외형으로 크게 차이는 없다.
특징
기본적으로 정규항모인 일러스트리어스급이 기반이어서 가장 중요한 비행갑판의 크기는 비슷하다. 때문에 개장 이전 기준으로 콜로서스급이 오히려 더 많은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속한 건조를 위해 조를 단순화하면서 배수량이 60퍼센트 정도였고 그만큼 내구성과 작전 능력이 떨어졌다. 특히 탄약고의 격벽이 10mm에 불과한 것처럼 장갑이 생략되면서 방어력은 사실상 포기했다.
- 크기는 정규항모인 일러스트리어스급과 그다지 차이가 없으나 구조가 단순하고 장갑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배수량이 절반에 불과하고 방어력도 빈약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초창기 영국 항모는 대함, 대지 공격 능력까지 있는 냉전 시기의 소련 항모만큼은 아니지만 과할 정도로 대공 무장을 갖추었다는 특징이 있다. 그에 비한다면 콜로서스급은 단출하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을 치르면서 항모의 방어는 호위 전력이 담당하는 미국 방식을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1기의 사출기를 장착했고 전후 앵글드데크 개장을 실시해 제트기까지 운용할 수 있었다.
운용 현황
10척의 콜로서스급은 조속한 획득을 위해 7개 조선소에서 분산되어 건조되었다. 제2차 대전 중 7척이 취역했는데 1944년 12월에 취역한 초도함 콜로서스를 제외하고 모두 1945년에 실전 투입되었다. 따라서 대부분 태평양 전역에서 활약했는데 이 또한 이미 전쟁의 승패가 결정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어서 그다지 인상적인 전과를 올리지 못했다. 종전 후 과잉 전력이 되면서 많은 나라에 판매 또는 대여되어 여러 나라의 항모 시대를 이끌었다.
- 1951년 6월 9일, 한국 연안에서 보급을 받는 콜로서스급 2번 함 글로리. < 출처 : Public Domain >
1946년 워리어(Warrior)가 캐나다에, 1952년 벤전스(Vengeance)가 호주에 각각 임대되어 3년 정도 현지에서 활약했다. 초도함 콜로서스도 1946년 해군 재건이 시급한 프랑스에 임대되었다가 1951년 성능에 만족한 프랑스가 구매한 후 아로망쉬(Arromanches)로 함명을 바꿔 1974년까지 운용했다. 베너러블(Venerable)은 1948년 네덜란드에 판매되어 칼 두어만(Karel Doorman)이라는 이름으로 1968년까지 활약했다.
이중 워리어는 1959년 아르헨티나가 구매한 후 인디펜덴시아(Independencia), 벤전스는 1956년 브라질로 팔려 가 미나미 제라이스(Minas Gerais)라는 함명으로 활약했다. 콜로서스를 제외한 해당 함들은 모두 대여, 구매한 국가의 첫 번째 항모였다. 이후 칼 두어만은 심각하게 노후된 인디펜덴시아를 대체하기 위해 1969년 아르헨티나가 구매한 후 베인티신코 데 마요(Veinticinco de Mayo)라는 이름으로 재취역하기도 했다.
- 아르헨티나의 베인티신코 데 마요. 영국과 벌인 포클랜드 전쟁 당시에는 항구에서 나오지 못했다. 많은 이유가 거론되는데 영국 해군을 너무 무서워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 출처 : (cc) Argentina.gob.ar at Wkimedia.org >
우리와도 인연이 많다. 글로리(Glory), 오션(Ocean), 테세우스(Theseus), 트라이엄프(Triumph)가 돌아가며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 외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제2차 중동전쟁처럼 영국, 프랑스가 개입한 여러 전쟁에서도 활약했다. 아르헨티나까지 흘러 들어간 베너러블은 1982년 발발한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과 맞서야 할 운명이었으나 여러 이유로 종전 때까지 항구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흥미로운 인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형 및 파생형
Colossus (R15)
건조 1942년 6월 1일
진수 1943년 9월 30일
취역 1944년 12월 16일
퇴역 1946년
재취역 1946년(프랑스 Arromanches)
재퇴역 1974년
- 콜로서스 항모 < 출처 : Public Domain >
Glory (R62)
건조 1942년 8월 27일
진수 1943년 11월 27일
취역 1945년 4월 2일
퇴역 1956년
- 글로리 항모 < 출처 : Public Domain >
Ocean (R68)
건조 1942년 11월 8일
진수 1943년 7월 8일
취역 1945년 8월 8일
퇴역 1960년
- 오션 항모 < 출처 : Public Domain >
Venerable (R63)
건조 1942년 12월 3일
진수 1943년 12월 30일
취역 1945년 1월 17일
퇴역 1947년
재취역 1948년(네덜란드 HNLMS Karel Doorman)
재퇴역 1968년
3 취역 1969년(아르헨티나 ARA Veinticinco de Mayo)
3 퇴역 2004년
- 베너러블 항모 < 출처 : (cc) kitchener.lord at flicker.com >
Vengeance (R71)
건조 1942년 11월 16일
진수 1944년 2월 23일
취역 1945년 1월 15일
퇴역 1952년
재취역 1952년(호주 HMAS Vengeance)
재퇴역 1955년
3 취역 1960년(브라질 Minas Gerais)
3 퇴역 1999년
- 벤전스 항모 < 출처 : Public Domain >
Pioneer (R76)
건조 1942년 12월 2일
진수 1944년 5월 20일
취역 1945년 2월 8일
퇴역 1954년
- 파이오니어 항모 < 출처 : Public Domain >
Warrior (R31)
건조 1942년 12월 12일
진수 1944년 5월 20일
취역 1945년 4월 2일
퇴역 1946년
재취역 1946년(캐나다 HMCS Warrior)
재퇴역 1948년
3 취역 1948년(HMS Warrior)
3 퇴역 1958년
4 취역 1959년(아르헨티나 ARA Independencia)
4 퇴역 1970년
- 워리어 항모 < 출처 : Public Domain >
Theseus (R64)
건조 1943년 1월 6일
진수 1944년 7월 6일
취역 1946년 2월 9일
퇴역 1957년
- 테세우스 항모 < 출처 : Public Domain >
Triumph (R16)
건조 1943년 1월 27일
진수 1944년 10월 2일
취역 1946년 5월 9일
퇴역 1975년
- 트라이엄프 항모 < 출처 : (cc) Isaac Newton, RN at Wkimedia.org >
Perseus (R51)
건조 1943년 6월 1일
진수 1944년 3월 26일
취역 1945년 10월 19일
퇴역 1957년
- 페르세우스 항모 < 출처 : Public Domain >
제원
경하 배수량: 13,200톤
만재 배수량: 18,000톤
전장: 212m
선폭: 24m
흘수: 7m
추진기관: 4×Admiralty 3-drum 보일러(30MW)
2×프로펠러
속력: 25노트
무장: 6×4열 2파운더 대공포
16×쌍열 20mm 쌍열 기관포
함재기: 평균 52기 탑재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