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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대한민국 국군은 창군과 함께 미군에서 인수받은 거버먼트 모델 1911A1 권총을 사용해왔다. 특히 6.25 전쟁을 거치면서 2차대전 당시 생산되었던 다양한 1911 모델들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콜트사의 제조모델들보다 레밍턴 랜드(Remington Rand), 이사카(Ithaca), 스프링필드(Springfield Armory), 스위치&시그널(Switch & Signal), 싱거(Singer) 등 다양한 제조사의 총기들이 아직도 우리 군에 남아 있다.

이외에도 우리 군은 스미스&웨슨 M10 리볼버를 사용하고 있는데, 육군이 4인치 밀리터리&폴리스 모델을, 공군은 조종사 휴대용 등으로 2인치 총열 모델등을 채용하였다. 이외에도 육군 군사경찰은 스미스&웨슨 M19  리볼버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특수부대로 넘어가면 권총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져서, 베레타 M92F, 제리코 941F, 시그사우어 P226R, 베레타 PX4, 글록 17(또는 19), CZ 75 P-01 오메가 등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들 총기들은 1990년대 이후부터 소량만이 도입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도 우리 군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제식권총은 거버먼트 모델1911로, 이미 이 시기에 이르면 총기사용연한이 40년을 넘기면서 문제들이 잇달았다. 무엇보다도 총열 자체의 마모가 심해져 강선이 거의 사라진 총기까지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수리부속 조달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모델 1911이 사용하는 .45ACP탄환은 상당한 파괴력을 자랑했지만, 노후해가는 권총으로 사격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따라서 새로운 권총을 개발해야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당시는 국산 신형권총을 개발하기에 최적의 시기였다.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K1A 기관단총과 K2 소총 등의 개발이 시작되고 있었으며, 기관총이나 고속유탄발사기까지 주력 제식화기의 개발이 끝나면 권총도 개발되어야만 했다. 문제는 어떠한 사양의 권총을 개발할 것이냐였다. 미국은 이미 1977년부터 JASSP 사업을 통하여 여전히 현역이던 모델 1911 권총을 교체하는 과정에 있었다. 당시 미국은 탄종을 .45ACP를 대신하여 NATO 표준이던 9mm 파라블럼탄을 채택했으며, 무엇보다도 복열탄창을 채용하여 13~15발에 이르는 장탄수를 요구했다.

새로운 권총의 개발은 대우정밀이 담당했다. 국가사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국방부 부산조병창을 대우그룹이 인수하면서 1981년 12월 대우정밀공업(주)가 창립되었고, 대우정밀은 국방부 조병창에서  해오던 M16 자동소총의 생산 및 신형 K1 기관단총, K2 소총의 개발을 고스란히 이어갔다. K3 기관총사업과  K4 고속유탄발사기 개발사업이 진행중이었으므로, 권총에는 K5라는 이름이 붙을 터였다. 대우정밀의 권총개발팀은 우선 예비역 간부 출신의 직원을 팀장으로 직원 3명 규모로 1982년도 말에 긴급히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듬해인 1983년 초 대우정밀 기술연구소가 설립되면서 개발팀은 정식 개발팀으로 개발1실의 소속이 되었다.

사실 대우정밀은 K5의 개발에 앞서 해외권총을 역설계 하면서 경험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업무상 권총이 더욱 중요했던 것은 군보다는 경찰이었으며, 따라서 치안본부에 납품할 리볼버의 역설계가 먼저 시작되었다. 대상이 된 것은 제복경관이 휴대할 스미스&웨슨 모델10 4인치 모델과, 사복경관이 은닉할 스미스&웨슨 모델36 2인치 모델이었다. 그러나 리볼버의 생산은 이뤄지지 않았고, 대신 22LR탄을 사용하는 경찰용 자동권총의 생산이 이뤄졌다. 개발진은 발터 PP를 역설계한 새로운 권총 DP-52를 개발했으며, 이것이 대우정밀이 최초로 생산한 권총이 되었다.

한편 엄혁, 조춘구 등 대우정밀 엔지니어로 구성되었던 개발팀에 내려진 목표는 당시의 대세였던 9mm 복열탄창 자동권총을 만드는 것이었다. 1983년 개발시작 당시, 개발팀이 보유하고 있던 해외 샘플 가운데 이러한 목표에 맞는 권총은 브라우닝 하이파워와 스미스&웨슨 M59의 2가지였다. 이후에 글록 등 새로운 총기들을 입수하기도 했지만, 물론 개발팀은 단순히 해외 총기를 흉내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들은 당시 가장 인기가 높은 작동방식인 더블액션 기구의 단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패스트 액션 기구라는 방식을 도입하여 실용화했다.

시제총기는 업체의 선행개발 형식으로 1986년 경 완성되어 곧바로 군의 시험평가로 보내졌다. 군은 최초의 국산총기를 매우 철저하게 시험하여 애초에 1986년도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었던 시험평가는 한 해 더 이어졌다. 전년도의 시험평가 결과를 반영하며 개선사항을 적용한 K5 시제 권총은 1987년에 전투적합판정을 받고 드디어 양산체제로 전환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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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K5는 패스트 액션(Fast Action)이라는 독특한 방아쇠 작동기구를 갖춘 9mm 대용량 자동권총이다. 패스트 액션이 등장한 것은 기술진이 당시 권총의 트렌드를 얼마나 깊이 이해했으며, 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1970년대말부터 미군이 차기 제식권총을 추구함에 따라 세계적인 총기제조사들은 9mm 대용량 자동권총을 제시하면서 대부분 더블액션 방아쇠 작동방식을 제시했다. 미군 차기제식소총의 최종후보였던 베레타 모델 92F와 시그사우어 P226가 가장 대표적인 방식들이었다.

더블액션 방아쇠 작동기구의 장점은 약실에 탄환을 장전하고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과거 콜트 등 싱글액션 권총은 약실에 장전한 상태로 곧바로 발사하기 위험했다. 즉 별도의 동작없이 사격을 하기 위해서는 해머를 젖힌 상태에서 안전장치를 걸어서 휴대하는 방식을 채용했는데, 그다지 안전한 방법으로 간주되지 못했다.

이에 반하여 더블액션은 약실에 탄환을 장전한 후 디코킹 레버로 안전하게 해머를 원위치로 돌린 후에, 방아쇠를 당기면 해머가 젖혀졌다가 공이를 때려 격발되는 두가지 동작이 동시에 일어난다. 따라서 더블액션이 약실에 탄환을 장전하고 사격하기 훨씬 더 안전하며 편리하다는 것이 당시 전문가집단의 의견이었고, 따라서 미군도 차기권총을 더블액션을 추구했다. 더블액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초탄 발사시의 방아쇠 무게였다. 즉 통상 발사시에 첫발만 DA 방아쇠로 무거워 초탄이 빗나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방아쇠 무게를 일정하게 무겁게 만든 DAO 방아쇠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K5의 설계진은 '패스트 액션(Fast Action)'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채용했다. 패스트액션은 디코킹 레버의 도움이 없이 손가락으로 밀어서 준비상태에 두는 독특한 방식을 채용했다. 이렇게 해머를 밀어놓은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마치 더블액션과 똑같이 해머가 뒤로 갔다가 다시 공이를 때리도록 되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방아쇠를 당길 때 그 무게가 싱글액션때의 당김과  똑같다는 것이다. 즉 더블액션을 가벼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패스트 액션은 더블액션보다 발전한 작동방식이라는 뜻으로 더블액션 플러스 또는 트리플 액션이라는 이름으로 판촉되기도 했다. 한편 K5는 패스트액션과 싱글액션 이외에도 첫발을 더블액션으로 발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코킹 레버가 없어 더블액션으로 해머를 내리기 위해서는 방아쇠를 당기면서 손으로 해머를 내려야 하므로 오발의 위험이 있어 권장되는 사용방식은 아니다.

한편 K5 권총은 슬라이드 프로파일에 변화가 있었다. 즉 초기의 K5는 슬라이드 뒷부분이 불룩하게 올라와 있는 형태였다. 이는 군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개발자인 엄혁 박사의 증언에 따르면 슬라이드를 장전할 때 힘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군이 요구하여 슬라이드의 설계를 바꿨다고 한다. 물론 국내 양산분의 생산이 끝나고 해외수출을 할 때에는 슬라이드를 원래처럼 일반적인 형상으로 되돌렸으며, 이후 이후 군으로 납품되는 총기들도 형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섬세한 작동방식과 안전장치 등의 필요에 따라 K5는 모두 56개의 부속(탄창 5개부품 포함)으로 구성되었다. 탄창은 13발들이로, 1980년대에 개발된 '원더나인(Wonder-Nine: 9mm 대용량 자동권총의 별칭)'들이 대게 15발을 장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ㅈ 점으로 평가된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K5의 탄창은 스미스&웨슨의 2·3세대 자동권총의 복열탄창과 호환된다는 점이다. 이는 애초에 개발 당시에 기본 토대 중 하나가 스미스&웨슨의 M59였기 때문이며, 당시 미국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탄창이 스미스&웨슨의 것이었다는 점에서 설계진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총기의 재질은 강철 슬라이드와 총열에 알루미늄 프레임을 채용하여, 통상적인 원더나인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우선 프레임은 7075-T6 알루미늄을 채용하여 중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총열로는 4140 스틸로 포징 배럴을 채용했다. 총열 길이는 4.1인치로 제식권총으로서는 짧은 편이며, 강선은 13인치 당 1회전이다. 통상 9mm 자동권총들이 10인치당 1회전인데 비하여 회전을 더 준 것은 상대적으로 짧은 총열에서도 정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슬라이드도 역시 4140 포징 스틸을 채용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라이온하트(Lionheart Industries) 사의 기획에 따라 K5를 현대화한 LH9은 21세기 자동권총의 트렌드를 거의 모두 적용했다. 기본적인 구조는 그대로이지만, 장전의 편의를 위하여 슬라이드의 널링(Knurling)을 큼직하게 교체했으며, 슬라이드의 뒤쪽 뿐만 아니라 앞쪽도 절삭하여 널링을 만들었다. 그립은 자이텔 계열에 다이아몬드 각인으로 총기를 더욱 안정적으로 파지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총기의 도색에 세라코트를 적용하면서 프레임 색깔로 카키와 그레이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여기에 더하여 조준기구로 노박(Novak) 스타일의 사이트를 적용하여 더욱 조준을 편리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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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K5는 1984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어 1987년 국방과학연구소의 평가에서 합격을 받았다. 그리하여 양산형으로 변경까지 모두 완료된 것이 1988년 5월의 일로, 실전배치는 1989년부터 시작되었다. 초도 생산량은 5만 정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지며, 현재까지 XX만 정이 생산되어 다양한 부대에 보급되어 운용중이다.

기본적으로 권총은 독립 지휘관의 총기이지만, 장성급은 여전히 휴대성이 좋은 38구경 리볼버를 소지한다. K5는 여단장/연대장 이하급의 지휘관 뿐만 아니라 기갑, 수송, 항공 등 특수병과를 위한 보조무기로 만들어졌다. 물론 일선에서는 아직까지 1911 권총을 채용한 경우가 존재하여, 사격이 많지 않은 기갑과 항공 등에서 여전히 사용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K5는 초기에는 경찰특공대 등 대테러부대에도 지급되었지만 대테러 이외의 특전부대에는 편제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2015년 당시 특전사령관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특전사 전원에게 부무장을 지급하면서 우선 1911 권총이 지급되다가 K5로 바뀌게 되었다.

한편 K5는 1990년대 부터 DP51이란 이름으로 미국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업체들에 의해 수입되었는데 퍼스트샷(First Shot Inc.)이나 킴버와 같은 당시로서는 중소업체들에 의해 수입되어 팔려나갔다. 미국 시장을 개척하면서 40 S&W탄을 사용하는 DH40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K5 권총은 독특한 총기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마무리가 뛰어난 편이 아니었기에 시장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미국 라이온하트 사의 주문에 따라 K5를 현대화한 LH9 시리즈들이 등장하면서 나름의 팬덤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LH9도 역시 커다란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라이온하트는 레굴루스(Regulus)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어 다시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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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제작사: SNT 모티브 (舊 대우정밀)
구경: 9x19 mm 파라블럼
작동방식: 패스트 액션, 쇼트 리코일
중량: 734 g
전체길이: 178 mm
총열길이: 104.14 mm
폭: 33.5 mm
높이: 125 mm
장탄수: 13 발
유효사거리: 50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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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양욱 | 군사학 박사(군사전략)

해외에서 교육훈련과 보안업무를 수행해왔으며, 현재 국방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등에서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WMD센터장, 국방로봇학회 대외협력부회장이자, 공군과 육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