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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49년 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하면서 건국된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으로 물러난 국민당 정부가 미국을 이끌고 공격해올 것을 경계했다. 그리하여 중국 공산당은 북한의 남침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1950년 10월 19일 압록강을 건너 6.25전쟁에 직접 개입했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을 지켜주는 항미원조전쟁이었지만, 실은 자국의 안보위협인 미국에 대하여 한반도에서 예방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후 제1·2차 대만해협 위기(1954·1958)에서 미국은 국민당 정부를 지원하며 중국을 견제했고, 한편 중국은 호치민을 도와 북베트남 독립부터 남베트남 공산화까지 지원하면서 미국과 대항했다.

한편 중소국경분쟁 등으로 소련이 중국의 당면한 위협으로 자리하면서 1970년대에 이르러 미중 간의 극적인 데탕트(Détente, 긴장완화)가 성립되었다. 이러한 국제관계의 급변으로 인해 중국 공산당 정부는 1971년부터 대만 국민당 정부를 대신하여 UN 상임이사국이 되었으며, 미중간의 협력관계는 1980년대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1989년 천안문 6.4 민주화 항쟁을 공산당 정부가 유혈진압에 나서면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제재가 잇달았고, 특히 미국은 대중 무기수출중지 등의 조치에 나섰다. 한편 1996년 중국이 대만의 총통 직접선거를 겨냥하여 대대적 군사훈련으로 압박을 가하자 미국은 2개의 항모전단을 급파하여 중국의 압박에 대항했다.

이러한 제3차 대만해협위기를 통해 중국은 해양력과 항공력의 우위에 바탕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능력을 상쇄시킬 능력을 개발해야 함을 절감했다. 이에 따라 과거 지상군 위주로 구성되었던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1990년대 들어 군사력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해군과 공군의 강화에 최우선적인 순위를 부여했다. 공군은 Su-27 등 러시아 전투기를 도입하고 국내 생산형인 J-11을 준비했고, 자국산 4세대 전투기인 J-10을 독자개발함은 물론 차기 스텔스 전투기인 J-XX(현 J-20)의 개발에 나섰다. 해군은 러시아제 수상전투함과 잠수함 등을 도입했고, 자국산 구축함과 호위함을 개발하는 한편 항공모함까지 도입을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이 아무리 해·공군을 증강해도 미군을 압도하기는 어려웠고,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미국이 동아시아로 접근을 못하게 막는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채택하게 되었다.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이란 우선 중국의 동남부 해안선부터 200해리까지의 해역인 제1도련(島鍊, island chain)에서는 지역거부(Area Denial)를, 200~600해리까지의 제2도련에서는 반접근(Anti-Access)을 주로 하는 전략을 뜻한다. 목표는 미국이 제1·2도련 내에서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포기여 후퇴하도록 하는 것이다. 항모나 스텔스 전투기 이외에 이러한 A2/AD  전략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자산이 바로  탄도미사일이다.

중국은 '둥펑(东风)' 계열의 탄도미사일로 미 항모전단을 공격하여 침몰시키는 전술을 기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래식 탄두를 사용할 경우 3차례 공격이 예상되는데, 제1파 공격으로 항모의 갑판을 노려 항공기와 갑판을 파괴하고, 제2파는 항모의 엔진 등 추진부를 공격하여 항행을 무력화시키고, 제3파에 항모를 침몰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공격의 대상은 항모에 그치지 않고 도련선 내에 존재하는 미군의 항공기지나 해군항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미 항모전단을 공격할 대표적인 대함탄도탄(ASBM)은 DF-21D와 DF-26B가 대표적이었다.

사실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 개발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장춘차오(张春桥) 국무원 부총리는 1972년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우리는 대륙인들이다. 유도미사일들이 잘 개발됐다. 해안에 배치하면 어떤 목표든 맞출 수 있으니 해군력을 굳이 크게 건설할 필요가 없다."라고까지 밝히면서 대함탄도미사일의 수요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미 중국은 1960년대 중반 3단 고체연료 로켓엔진의 개발에 착수했고, 1980년대까지는 핵투발을 위한 탄도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다. 재래식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주력은 DF-15로 1991년 8월부터 실전배치를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대함탄도미사일이 개발된 계기는 3차 대만해협 위기와 1999년 벨그라드 중국대사관의 오폭사건이었다. 중국은 제995 최신고도기술개발계획(高新技术工程)을 세우고 대함탄도미사일의 개발에 나섰다.

한편 2000년대 들어서 중국은 DF-26 등 정밀한 탄도미사일을 넘어서 요격이 불가능한 미사일을 추구했다. 이에 따라 극초음속무기체계(Hypersonic Weapon)에 대한 연구개발에 나섰다. 특히 2012년 극초음속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JF12 풍동터널을 완공하고 이듬해부터 초기 시제모델인 WU-14 극초음속 활강체(Hypersonic Glide Vehicle, HGV)의 풍동모델과 이를 탄두로 탑재한 DF-ZF 미사일의 풍동모델에 대한 시험평가를 실시하였다.(WU-14와 DF-ZF는 모두 미 국방부에서 붙인 식별명)  풍동시험장은 마하 5~9에 해당하는 풍동은 물론이고 3000℃에 이르는 고열까지 모사하면서 실제 상황을 최대한 모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2014년 1월 9일 최초로 WU-14 극초음속비행체(Hypersonic Glide Vehicle, HGV)의 시험비행을 실시하였고, 이 사실은 미국의 워싱턴 프리 비콘이라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중국 국방부는 이튿날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극초음속비행체의 개발에 성공한 3번째 국가로 인정되었다. 특히 WU-14는 기존에 중국이 보유하는 다양한 탄도미사일에 탄두를 대신하여 장착가능한 HGV로, 다양한 결합하여 미국의 SM-3 대탄도미사일의 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중국은 2014년 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무려 9차례의 HGV 발사 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발사에 사용된 것은 WU-14를 장착한 DF-ZF로 이로써 실전태세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019년 10월 1일 국경절에 중국은 DF-ZF로 알려졌던 DF-17을 공개함으로써 극초음속 미사일의 실전배치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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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DF-17은 기본적으로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DF-17은 2단으로 구성된 미사일로 1단에 해당하는 기본발사체와 2단인 극초음속비행체로 구성된다. 우선 기본발사체는 DF-16 미사일의 1단에 해당하며, 손쉽게 말해 DF-17은 DF-16의 1단 탄두부를 HGV로 바꾼 것이다. DF-16은 중국 로켓군의 주력 단거리 고체연료방식 미사일로, 과거 주력이었던 DF-11과 DF-15를 대체하여 2010년대 초반부터 배치되었다. 기본적으로 DF-16은 1톤의 탑재중량에 800~1,000km를 비행할 수 있으며, 1단은 2종의 탄두가 존재하는데 일반 탄두 이외에 MARV 탄두는 상대적으로 정밀한 목표타격이 가능하다.

한편 WU-14로 알려졌던 극초음속발사체가 결합되면서 DF-17은 사거리가 거의 2배 이상 증가했다. 애초에 극초음속 탄두가 기존 사거리보다 1,000~1,500km 정도 사거리를 늘려줄 뿐만 아니라 속도까지 증가시키므로 DF-17은 1,800 ~ 2,500 km의 사거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시험비행에서 DF-17은 부스터 분리 후에 마하 10의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했으며, 60km 고도에서 11분간 1,400km를 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DF-17의 HGV는 스크램젯으로 추진되며, 목표를 향한 정밀기동은 물론이고 미사일 방어체계의 요격미사일에 대한 회피기동도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DF-17은 발사차량으로 후베이 싼장 완샨 특수차량 유한회사(湖北三江航天万山特种车辆有限公司)가 만든 WS2500 10륜 특수차량을 채용했다. 완샨 특수차량은 2011년 북한으로 ICBM 발사차량의 차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회사로, 중국의 거의 모든 이동식 발사차량을 이 회사에서 만든다. WS2500 차량은 20톤급의 차량으로 DF-16과 DF-21의 발사차량으로도 유명하다. DF-17의 발사차량은 2019년 열병식에서는 미사일이 외부에 공개되는 형식이었지만, 2021년에는 차량 뚜껑에 덮개가 장착된 모습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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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DF-17은 배치 이전에 최소한 9차례의 시험발사를 거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2015년의 제4·5차 시험비행에서는 극한의 기동능력 시험평가를 통하여 미국 등 적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회피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험발사의 대부분은 탄두부인 HGV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었고, HGV를 상승시키는 단계에서는 액체연료 추진체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시험발사에서야 DF-17의 사양으로 발사하여 성공함으로써 실제 능력이 검증되었다고 한다. 

DF-17 시험 발사 일자	시험 발사 결과
2014년 1월 9일	초도 시험 발사
2014년 8월 7일	시험 실패, 발사 직후 미사일 파괴
2014년 12월 2일	시험 발사 성공
2015년 6월 7일	시험 비행 성공. 미측은 극한의 기동이 성공했다고 평가.
2015년 8월 19일	시험 비행 성공. 미측은 이 시험에서 발사체가 회피 기동을 실시했다고 관측.
2015년 11월 23일	시험 발사 성공. 극초음속 시험으로 마하 5 이상 비행 속도 돌파.
2016년 4월 22일	시험 성공
2017년 11월 1일	HGV로 1,400km를 11분간 비행. 60km 상공에서 강하 시작.
2017년 11월 15일	DF-17의 완전체 상태로 상승하여 HGV 분리

한편 2019년 10월 1일 중국이 대대적으로 개최한 열병식에서 DF-17 미사일과 발사차량 16대를 공개하면서 실전배치가 완료되었음을 과시했다. 현재 완편된 부대는 1개 여단 뿐으로 알려지는데, 제627 미사일 여단에 9대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특한 위력을 갖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위력을 감안할 때 여단들이 추가적으로 창설될 것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DF-17에 장착된 HGV는 DF-21이나 DF-26, 그리고 DF-31·41 등의 ICBM에도 장착될 수 있어, 인민해방군 로켓군의 공격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중국의 HGV 개발은 북한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북한은 제8차 당대회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를 개발 도입"할 것이라면서 극초음속미사일의 개발의 예고했다. 그리고 이러한 예고를 입증이라도 하듯 북한은 2021년 9월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최초의 극초음속미사일인 <화성-8형>을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이튿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하여 "처음으로 도입한 암플(앰플)화된 미사일 연료 계통과 발동기의 안정성을 확증했으며 목적했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됐다"라면서 시험발사의 성공을 알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날 발사에서 비행최고속도가 마하 2.5에 불과하여 극초음속무기의 기준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북한은 2021년 10월 11일 '자위 2021' 국방발전전람회를 통하여 화성-8 극초음속 미사일을 공개했는데, HGV의 형태가 DF-17를 벤치마킹한 것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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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DF-17 극초음속미사일: 중국 최초의 극초음속 미사일. 다소 짧은 사거리인 DF-16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추진체로 삼았으나 HGV의 비행능력으로 인하여 중거리탄도미사일이 되었다.

화성-8 극초음속미싸일: 북한 최초의 극초음속미사일로 2021년 9월 28일 시험발사가 공개되었다. 극초음속활강체의 형상은 중국의 DF-17을 벤치마킹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1단 발사체와 발사차량은 화성-12 중거리탄도미사일의 것을 그대로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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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분류: 중거리탄도미사일(MRBM)/극초음속무기체계
전체길이: 11 m 추정
발사중량: 15,000 kg
비행속도: 마하 5~10
사정거리: 1,800 ~ 2,500 km
실전배치: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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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양욱 | 군사학 박사(군사전략)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이자,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또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