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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영국은 제2차대전 당시에 제작된 기존 항공모함으로는 미래의 전장을 대비하기 곤란하다고 보고 1960년부터 후속 함 도입 사업을 시작했다. CVA-01이라는 명칭으로 확정된 만재 배수량 63,000톤의 새로운 항공모함은 영국 군함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었다. 1966년 1월, 설계가 완료되었고 총 4척의 동급 함을 획득해서 기존 항공모함들을 순차적으로 대체하려 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사업은 취소되었다. 오히려 기존 함들이 1970년대 말에 전량 퇴역하면 항공모함 전력을 완전히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식민지가 독립하면서 항공모함을 해외에 전개할 필요성이 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제2차대전 이후 계속 쇠퇴 중이던 영국의 국력으로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더 이상 예전의 영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한 결과였다.

설령 현실이 그러해도 지난 400여 년간 세계의 바다를 지배해온 영국 해군은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 더구나 영국은 항공모함을 최초로 만들고 기술적으로도 발전을 선도해온 나라였다. 정부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해군은 CVA-01을 중심으로 구성될 새로운 함대에서 대잠전을 담당하기로 계획된 차기 순양함을 항공작전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1960년대에 들어 보편화된 헬기를 이용하면 그럭저럭 해상에서 항공작전을 펼칠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 적어도 북해, 지중해 일대에서 영국 해군이 원활하게 작전을 펼치려면 최소한 이 정도의 항공력을 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었다.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베네토 순양함, 소련의 모스크바급 순양함이 이미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당시에는 이런 수상함을 항공모함으로 보지도 않았다.

제2차대전 종전 후 예전과 같은 군비 유지가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애초부터 CVA-01을 반대하고 결국 사업을 접도록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제1해군경 베그(Varyl Begg)도 평갑판을 설치한 3척의 지휘순양함(Command Cruiser)의 도입에는 찬성했다. 후임자인 르파누(Michael Le Fanu)는 유사시 병력 수송 능력까지 부여해 크기를 좀 더 확대하기로 결정했고 1970년 설계가 완료되었다.

1973년 마침내 인빈시블(Invincible)로 명명된 초도함의 건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즈음 수직이착륙기인 해리어(Harrier)가 실전 배치에 들어갔다. 이를 기존 항공모함에서 실험해 본 결과 작전 능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제작 중인 인빈시블급에서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스키점프대의 설치처럼 일부 구조가 변경되었고 함급 구분도 순양함에서 항공모함으로 바뀌었다.

1978년에 현재까지 영국 최후의 CATOBAR 방식 항공모함인 아크 로열(09)이 퇴역하고 1980년부터 초도함 인빈시블(R05)을 시작으로 일러스트리어스(R06), 아크 로열(R07)이 순차적으로 취역하면서 영국은 수직이착륙기를 운용하는 경항공모함의 시대로 바뀌었다. 사실 인빈시블이 처음 배치되었을 당시만 해도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도입한 항공모함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배수량 기준으로 크기가 이전 항공모함의 절반에 불과해서 필연적으로 작전 능력이 떨어졌다. 또한 해리어의 무장 능력, 비행 능력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영국 본토 인근의 북해에서 소련 함대나 잠수함 견제처럼 제한적인 임무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 1982년 발발한 포클랜드 전쟁에서 인빈시블급은 함께 참전한 허미스(R12)와 더불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일각에서는 포클랜드 전쟁이 상당히 제한적인 환경에서 교전이 벌어져서 해리어와 인빈시블이 유명세를 떨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이탈리아, 스페인이, 태국처럼 같은 방식의 경항공모함을 대안으로 택하는 나라들이 속속 등장했을 만큼 기대 이상의 전과가 나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후 인빈시블급은 영국이 관여한 전쟁, 분쟁 등에 모습을 드러내며 활약하다가 2010년대 들어 차례로 퇴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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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인빈시블급의 상징은 함재기의 이함을 돕기 위해 기수에 설치된 이른바 스키점프대다. 원래 헬기만을 운용하기로 예정되었을 때는 평갑판이었으나 해리어의 탑재가 결정된 이후 추가된 구조물이다. 이처럼 VTOL기를 함재기로 선택하면서 이착함과 관련된 장비와 설비가 대폭 축소되었다. 그만큼 공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었고 함의 유지 보수도 쉽다. 때문에 크기는 작지만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점이 알려지면서 후속 경항공모함의 탄생을 이끌었고 스키점프대는 쿠즈네초프, 랴오닝, 산둥, 비크라마디티야, 퀸엘리자베스급 같은 중대형 항공모함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CATOBAR 방식에 비한다면 함재기 운용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크기가 작아 탑재할 수 있는 함재기가 적고 탄약과 유류도 수시로 보급받아야 한다. 더구나 유일 함재기인 해리어의 성능도 제한적이다.

E-2의 이착함이 불가능해서 SH-3 시킹 헬리콥터를 개수해 조기경보 겸 대잠전용으로 운용 중이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항공모함 전체로 보자면 작전 능력이 아쉬운 편이다. 다만 같은 시기에 VTOL기를 운용했던 소련의 키예프급 항공순양함에 비한다면 월등한 운용 능력을 보여주었다. YAK-38의 성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키예프급의 구조가 상당히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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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인빈시블급은 예정대로 총 3척이 제작되었다. 1980년부터 순차적으로 취역해서 영국 해군의 중추로 활약했다. 혁명 전 이란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도 관심을 보였지만 거래는 불발되었다. 흔히 항공모함을 상당한 전략 병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지만 인빈시블급 정도는 외교나 군사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으면 거래가 가능한 무기다. 그래서 상당수의 중소국들이 자체 개발 대신 해외에서 도입해 운용했다.

인빈시블급의 명성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포클랜드 전쟁에서 얻었다. 그야말로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전과였다. 당시에는 초도함 인빈시블만 취역한 상태였으나 결과에 고무되어 예정대로 후속 함의 획득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경항공모함 자체의 문제점과 함재기 성능 등으로 인해 작전 투사 범위에 제약이 많아 결국 2000년대 들어 순차적으로 퇴역했고 이후 영국은 대형 항공모함 시대로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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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HMS Invincible(R05)

발주 1973년 4월 17일
기공 1973년 7월 20일
진수 1977년 5월 3일
취역 1980년 7월 11일
퇴역 2005년 8월 3일

HMS Illustrious(R06)

발주 1976년 5월 14일
기공 1976년 10월 7일
진수 1978년 12월 1일
취역 1982년 6월 20일
퇴역 2014년 8월 28일

HMS Ark Royal(R07)

발주 1978년 12월
기공 1978년 12월 14일
진수 1981년 6월 2일
취역 1985년 11월 1일
퇴역 2011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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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경하 배수량: 16,000톤
만재 배수량: 20,500톤
전장: 209m
선폭: 36m
흘수: 8m
추진기관: COGAG
              8×팍스만 발렌타 디젤 발전기(총 100,000shp)
              4×롤스로이스 올림푸스 TM3B 가스 터빈
속력: 28노트
무장: 2×20mm 대공포
        3×Phalanx
함재기: 12~18×해리어 GR.7/9, 4~10×시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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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