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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44년이 되자 독일 본토는 연일 계속되는 연합국의 폭격으로 불바다로 변해갔다. 쉴 새 없이 전투기가 날아올라 폭격기 요격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한때 최강을 자랑했던 독일 공군은 자신의 앞마당을 지키는 것조차 버거웠다. 이 정도면 항복을 고려해야 했으나 히틀러는 국민의 생명을 아끼는 이가 아니어서 끝까지 항전을 부르짖었다. 상황이 이러니 군부는 어떻게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이른바 나치의 비밀 병기로 불린 일련의 무기들이 이때 등장했다. 최초로 실전에 투입된 제트전투기인 Me 262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많은 조종사가 탑승을 반기지 않았을 정도로 성능에 문제가 많았다. 너무 급해서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실전에 먼저 데뷔를 시키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그래도 Me 262는 독일의 전성기에 개발이 시작되었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편이었다.

반면 전쟁 말기에 등장한 많은 무기들은 이래도 될까 할 정도로 시간과 물자가 부족한 상태에서 개발되었다. 하인켈(Heinkel)에서 만든 He 162 전투기도 그중 하나다. 나치는 전세를 바꿔 줄 필살기가 되어 주기를 바라며 국민전투기(Volksjäger)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전투기 이름으로도 붙였을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이름은 그만큼 독일이 절박한 상황이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He 162의 탄생은 1944년 4월, 독일 공군 사령관 괴링이 새로운 제트전투기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이루어졌다. Me 262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물자 부족 등으로 말미암아 조달이 쉽지 않자 이를 보조하며 좀 더 빨리 그리고 많이 공급할 수 있는 경전투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렇게 9월 8일, 독일 항공성(Reichsluftfahrtministerium)은 국민전투기로 명명한 신예 요격기 도입 사업을 공표했다.

몇 발만 맞춰도 폭격기를 잡을 수 있는 강력한 20mm MG151/20 기관포나 30mm MK108 기관포로 무장하고 적의 호위기를 쉽게 회피할 수 있을 만큼 시속 750km 이상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 이외에 당시 독일의 상황을 반영해서 최소한의 물자를 사용해서 제작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 등을 내세웠다. 특히 Me 262에 탑재가 불발되면서 재고가 상당했던 BMW 003 터보제트 엔진을 심장으로 결정해 놓았다.

이에 Me262를 생산하던 메서슈미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기 제작사가 사업에 참여했다. 경쟁 끝에 9월 23일, 하인켈이 제안한 P.1073 설계안이 B&V의 P.211 설계안을 누르고 채택되었다. 하인켈이 참새(Spatz)라는 별명으로 부른 P.1073은 당국으로부터 He 162라는 제식 부호를 부여받고 곧바로 개발이 시작되었다. He 162는 놀랍게도 불과 69일 만인 12월 6일에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속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시절이 그렇더라도 전투기 같은 무기를 이 정도 시간 안에 완벽하게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우려대로 12월 10일, 테스트 비행에서 기체가 공중분해되고 테스트 파일럿이 순직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조사 결과 주익의 구조가 공기역학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당장 문제점 개선에 착수해 주익 끝단에 윙팁을 추가한 두 번째 시제기가 12월 22일,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추락 사고 등이 이어졌지만 대안이 없던 항공성은 1945년 1월에 교도비행대를 창설하고 양산까지 지시했다. 하인켈은 2월 28일, 당국이 요구한 모든 조건을 달성했으나 그것이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쟁에 어린이, 노인, 부녀자들까지 동원할 정도이니 어지간한 문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최초 양산 물량이 전통의 제1항공단(JG 1)에 배치되었고 4월부터 실전에 투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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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He 162는 독일 항공성이 제시한 요구를 충실히 따랐다. 전쟁 말기의 상황을 고려해서 엔진, 조종석 등을 제외한 기체의 대부분이 목재로 제작되었는데 접착제 결함 등으로 말미암아 개발에 애를 많이 먹었다. 사실 당시 많은 항공기가 목재로 제작되었으므로 이런 방식이 특이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고속으로 비행해야 하는 제트전투기의 기체 재질로는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대신 제작은 쉬웠다.

엔진을 동체 상부에 장착한 특징적인 구조도 최대한 제작을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엔진의 위치, 유선형의 미려한 외형, 육상에서 기체를 수평으로 잡아주며 동체 수납이 가능한 세 발식 랜딩기어 그리고 비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된 윙팁 등으로 인해 상당히 시대를 앞선 느낌을 준다. 마치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와 비슷하다. 이는 He 162가 성능이나 활약상과 별개로 앞서 언급한 나치의 비밀 병기로 많이 거론되는 이유다.

그러나 경험 많은 조종사가 아니면 다루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동체의 크기에 비해 무장이 커서 사격 시 반동이 심했다. 개발 기간이 짧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와 같다. 때문에 양산이 시작된 후에도 개량은 필수적이었고 이런저런 시도도 병행해서 벌어졌다. 이로 인해 생애가 극히 짧았고 제작 수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다양한 종류의 실험기, 계획 페이퍼 워크가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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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독일이 패망하기 직전이라서 He 162의 생산량은 자료에 따라 편차가 크다. 일선 배치가 완료된 것을 기준으로 120기, 패전 직전까지 제작이 완료된 것을 기준으로 320기, 생산 중이던 것까지 포함해서 600기에 이를만큼 다양하다. 제2차 대전이라는 시대상을 고려한다면 결코 많은 수량은 아니나 양산 기간이 석 달 정도에 불과했고 물자, 자원, 생산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량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조종사였다. 당시 독일은 전투기가 있어도 이를 조종할 인력이 거의 소모된 상황이었다. He 162의 기체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했던 이유 중 하나가 글라이더로 기초적인 훈련을 받은 히틀러 청소년단(Hitlerjugend)을 조종사로 투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그 정도로 독일은 미쳐있었다. 결국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경험 많은 조종사들이 짧게 기종 전환 훈련을 받고 나서야 했다.

4월 19일에 최초의 공중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불과 보름 후에 독일이 항복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제대로 된 전과를 남기기는 불가능했다. 특히 안정성이 좋지 않고 고기동도 불가능해서 희망대로 국민전투기가 되기는 어려웠다. 흥미로운 점은 그처럼 급박한 시기였음에도 일본과 면허 생산을 놓고 이야기가 오고 갔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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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He 162A-0: 선행 양산형. 10기.
 
He 162A-1: 30mm MK 108 기관포 2정 장비형.

He 162A-2: 20mm MG 151/20 기관포 2정 장비형.

He 162A-3: 기체 강도를 보강 계획형.
 
He 162A-8: Jumo 004 D-4 제트 엔진 탑재 계획형.
 
He 162A-10: As 014 펄스제트 엔진 2기 병렬로 탑재 실험기.
 
He 162A-11: As 044 펄스제트 엔진 장착 계획형.
 
He 162B-1: Hes 011 터보제트 엔진 환장, 동체와 주익 연장 등을 계량한 계획형.

He 162C: B-1 기반 후퇴익 주익을 채택한 계획형.

He 162D: C 기반 전진익 주익을 채택한 계획형.

He 162E: BMW 718 로켓 부스터를 장착한 실험기.
 
He 162S: 복좌 훈련용 무동력 글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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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He 162A)

전폭: 7.2m
전장: 9.05m
전고: 2.6m
주익 면적: 11.16㎡
최대 이륙 중량: 2,800kg
엔진: BMW 109-003E 터보제트(1,760파운드) x 1
최고 속도: 905km/h
실용 상승 한도: 12,000m
전투 행동반경: 975km
무장: 20mm MG151/20 기관포 x 2 또는
        30mm MK108 기관포 x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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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