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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커다란 수요가 있으면 시장은 이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2000년대에 접어 들어 전세계의 총기회사들이 눈독을 들이던 시장은 바로 미군이었다. 총기업체에게 있어서 미군 제식총기의 채용은 3가지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었다. 우선 미군 자체의 수요로, 육군만 해도 수십만 정이 기본이고 공군이나 해군 등까지 합치면 수요는 급증한다. 둘째가 국제 총기시장이다.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국이 채용하는 장비는 동맹국이나 협력국들에게도 유력한 판매제품군이 된다. 셋째로 바로 미국의 민수시장이다. 자국군에서의 채용은 미국의 경찰관서나 민간시장에서 커다란 마케팅이 된다.

한편 벨기에의 FN(Fabrique Nationale)도 마찬가지였다. 1889년 군용무기 조병창으로 마우저 M89 소총을 생산하면서 시작했던 FN은 천재적 총기설계자인 존 브라우닝과 계약을 통해 총기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나갔다. FN M1900과 M1910 포켓오토, 오토5 산탄총, .25 베이비 브라우닝, BAR(Browning Automatic Rifle), M2 중기관총, 그리고 브라우닝 하이파워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총기들을 생산했다. 2차 대전 후에는 FAL이라는 자동소총으로 한시대를 장식했지만, FN은 미국 시장을 강타할 무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편 냉전이 끝나면서 FN은 5.7x28mm탄이라는 새로운 탄환을 개발하여 P90 PDW와 FN 파이브-세븐 권총에 결합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소총에서는 FAL 만큼의 인기를 끌지 못했던 FNC를 대신하여 F2000불펍소총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백은 존재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자동소총과 권총이었다. 이 시기가 되면 글록 자동권총이 하나의 표준으로 정착되면서 거의 모든 총기제조사들이 폴리머 프레임 권총을 만들어냈다. FN도 파이브-세븐 권총에 폴리머 프레임을 채용했지만, FN-57은 강력한 5.7mm탄을 사용하는 총기였다. FN이 당시까지 만들던 9mm 파라블럼탄 권총은 하이파워 시리즈가 전부로 당연히 시장에서 반응할 리 없었다.

이에 따라 FN도 새로운 9mm 자동권총의 개발을 시작했다. 당연히 개발은 글록을 모방하는데서 시작하여 폴리머 프레임에 스트라이커 격발식을 채용했다. FN은 2000년에 새로운 권총을 FN 포티-나인(Forty-Nine)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파이브-세븐이 5.7x28mm탄의 권총이라는 뜻이듯, 포티-나인은 권총탄의 대세인 9x19mm 파라블럼탄과 .40 S&W탄을 사용할 수 있는 권총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미 글록이 굳건한 철옹성과 같은 시장을 지키고 있던 권총시장에서 포티-나인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FN은 계속 도전했다. 그간 9mm 권총시장에서 멀어져 있었기에 FN은 권총에서는 거의 신규진입자와 다름없었기에 꾸준히 제품을 업데이트 하는 외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FN은 포티-나인을 바탕으로 FNP라는 새로운 총기를 만들어 2003년경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FNP는 포티나인과는 달리 전형적인 더블액션 권총으로 해머격발식의 제품이었다. 스트라이커 격발 권총에서 약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통적인 더블액션 방식의 폴리머 프레임 권총이라는 접근은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특히 좌우 양쪽에 디코킹 레버가 장착된 점은 이 총기의 독특한 특징이자 자랑이었다. 총기는 구경마다 번호가 붙어 9mm탄 전용은 FNP-9, .40S&W탄은 FNP-40, .45구경탄은 FNP-45 등으로 구분되었다.

하지만 FNP의 등장도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스페인 해병대에서 FNP-9을 채용한 것이외에는 별달리 내세울 실적도 없었다. 그러자 FN은 2009년 FNP를 개량한 FNX를 선보였다. 사실 FNX는 당시 미 육군이 M9 자동권총을 교체하기 위하여 추진하던 합동전투권총사업(JCP, Joint Combat Pistol)의 선정기준을 염두에 두고 업그레이드된 모델이었다. FNX는 미 육군이 당시 제시했던 모듈러 성능기준에 따라 프레임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한 것 말고는 FNP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한편 FN은 스트라이커 격발식 권총도 도외시 하지 않았다. FNP와 FNX의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FN 포티-나인의 후계기종으로 FNS가 2011년에 소개되었다. 이에 따라 FN사는 이제 FNX와 FNS라는 두가지 라인업으로 미군이 어떠한 차기 제식권총을 요구하더라도 이에 응할 준비가 되었다. 한편 2015년 드디어 미 육군이 모듈러 권총체계(MHS, Modular Handgun System)의 작전요구성능을 발행하면서 사업을 시작하자, FN은 FNX와 FNS 가운데 FNS-9을 바탕으로 MHS 후보기종을 제출했다. 무려 12개 제작사에서 후보기종을 제출하면서 경쟁은 가속되었지만, 결국 시그 사우어의 P320 MHS 모델이 M17 제식권총의 자리를 차지했다.

MHS 사업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FN은 후보기종으로 제출했던 권총을 발매하기로 했다. 글록이 MHS 후보기종을 바탕으로 글록 19X를 발매했듯이, FN도 FNS-9에 바탕한 MHS 후보기종을 FN 509라는 이름으로 2017년 발매했다. 비록 사업에서는 패배했지만 최종후보 기종으로 경쟁했던 만큼 미국의 경찰 및 민간 총기시장에서의 가능성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MHS 사업에서 제시된 기준들은 미국의 권총 사수들의 요구들을 꼼꼼히 반영하고 있었기에 후보기종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히 미국 시장에 맞게 가다듬어진 권총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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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FN 509는 9x1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는 스트라이커 격발식 대용량 자동권총이다. 9mm 파라블럼탄이므로 당연히 쇼트리코일 방식을 채용하고 있으며, 방식은 링크가 아니라 캠 형태를 채용한 브라우닝 로킹 방식이었다. 방아쇠는 독특하게도 더블액션온리(Double Action Only, DAO) 방식이다. 프레임은 고강도 폴리머 플라스틱을 채용한 반면, 슬라이드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다. 이는 FN 509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FN 포티-나인이나 FNS에서도 똑같은 구성을 취했던 것을 그대로 이어온 것이다.

스트라이커 격발식이므로 일정한 방아쇠 당김인데, FN 509의 특징은 진정한 DAO 방식의 방아쇠를 채용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글록의 방아쇠는 사실 싱글액션에 가까워 장전 후 방아쇠를 당기면 리셋을 하기 위해서는 슬라이드가 뒤로 어느 정도 이동하면서 시어를 걸어주어야 한다. 반면 FN 509는 그말 그대로  DAO로 마치 리볼버처럼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스트라이커를 격발시킬 수 있어, 굳이 슬라이드가 후퇴하지 않아도 재격발이 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뇌관 격발불량시에 글록은 슬라이드를 당겨 탄을 배출한 후에야 사격이 가능하지만, FN 509는 뇌관 격발이 제대로 안되면 다시 한 번 방아쇠를 당겨서 격발불량의 탄환으로 다시 사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방아쇠의 당김무게는 5.5 파운드에서 7.5 파운드 사이로 글록의 방아쇠보다 아주 약간 무거운 편이지만, DAO 방아쇠로서는 가벼운 편이다. 무게도 무게이지만 방아쇠 당김의 질감은 매우 부드러워 정확한 사격이 가능한 편이다.

FN 509는 외부에 별도의 안전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내부에는 4개의 안전장치가 있는데, 스트라이커 블록(striker block), 충격안전장치(drop-safety), 방아쇠 해제장치(trigger-disconnect), 그리고 방아쇠 안전장치(trigger safety)이다. FN 509는 양손 사용자를 진정으로 고려한 총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슬라이드 멈치와 탄창 멈치가 모두 양손으로 조작가능하다. 여기에 더하여 총기 자체도 상당히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져 슬라이드 멈치 등이 튀어나와 파지가 방해되지 않도록 했다.

FN 509는 4인치 길이의 콜드포징 총열을 채용했는데, 강선은 10인치 당 1회전으로 깎여있다. 이에 따라 페더럴(Federal)사의 FMJ(Full Metal Jacket) 115그레인 탄환을 발사할 때를 기준으로 총구초속은 360 m/s에 이르며, 에너지는 약 481J 정도에 이른다. 슬라이드는 약실부분까지 윗부분이 각이 진 채로 절삭되어 있어 전면에서 슬라이드를 보면 삼각형처럼 보인다. 서레이션은 FNS-9과 비교했을 때 매우 큼직하게 위치하고 있어서 슬라이드의 장전을 더욱 손쉽게 하였다.

폴리머 프레임은 방아쇠울 앞쪽으로 4칸의 레일이 설치되었다. 또한 모듈러 총기로서 사수의 손 크기에 맞도록 권총손잡이 뒤쪽의 부품을 교체하여 손 크기에 맞출 수 있도록 하였다. 전체적인 형상 또한 잘 만들어져 총의 반동을 받아야 하는 엄지와 검지 사이가 가장 슬라이드에 가깝도록 위치하면서도 손이 슬라이드에 끼지 않도록 설계했다. 한편 탄창은 17발들이지만 장탄수가 제한되는 지역에서는 10발들이 탄창도 나오며, 택티컬 모델에서는 무려 24발들이 탄창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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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의 역사

FN 509는 미 육군의 XM-17 MHS 사업의 후보기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애초에 MHS 후보기종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델타포스 출신의 유명 총기전문가인 래리 비커스의 자문 하에 여러가지 개선사항이 적용되었다. 이 총기는 기본적으로는 FNS-9 자동권총과 유사하지만, MHS 사업에서 실패한 이후에는 결국 FNS-9을 교체하는 모델로 2017년 4월부터 전면에 등장하였다. 비록 군용시장에서는 시그 P320에게 패배했지만, 경찰 시장과 민간시장을 겨냥하여 만들어졌다.

FN 509는 짧은 시기 내에 급격히 라인업을 확장했는데, 2018년 7월에는 소음기와 도트사이트를 장착할 수 있는 FN 509 택티컬(Tactical) 모델이 등장했고, 2019년 1월에는 프레임의 높이를 줄인 FN 509 미드사이즈(Midsize) 모델이, 동년 말에는 FN 509 컴팩트(Compact) 모델이 발매되었다. 서브컴팩트 모델인 FN 503이 발매된 것은 2020년 3월이었다.

FN 509는 등장한 기간이 짧아 아직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2021년 8월에 미국의 로스엔젤리스 경찰국(Los Angeles Police Department, LAPD)이 FN 509 MRD-LE 모델을 채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LAPD는 과거 스미스&웨슨 M5906, 베레타 92F나 글록17/19 등 총기를 채용해오면서 미국 경찰총기시장의 바로미터로 역할해왔다. 따라서 FN 509를 미국의 다양한 경찰관서에서 추가로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민간시장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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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FN 포티-나인: 2000년에 처음 등장한 FN 최초의 폴리머 프레임 대용량 제식 자동권총. 스트라이커 격발방식을 채용했으며 DAO 방아쇠를 채용한 것도 최대 특징으로 FN 509의 시조로 볼 수 있다. 포티-나인(Forty-Nine)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40S&W탄과 9x19mm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제작사인 FN의 앞글자와 유사하도록 만든 것이기도 하다.

FNS: FN 포티-나인의 개량형으로 2011년 처음 공개되었다. 포티-나인보다 장탄수가 1발 늘어나 17발들이 탄창을 채용했으며, 피카티니 레일을 채용하고 손잡이 뒷 부분을 교체가능하게 하는 등 확장성과 인체공학적인 부분도 고려했다. 9x19mm탄을 사용하는 FNS-9과 .40S&W탄을 사용하는 FNS-40이 발매되었다.

FN 509:  FNS의 개량형. FNS-9에 바탕하여 미 육군의 XM-17 MHS 사업에 제출했던 후보모델을 민수용으로 발매한 것이다. 9x19mm 탄을 사용하며, 제식권총의 기본형으로서는 다소 짧은 4인치 총열을 채용하고 있다. 9mm탄 전용모델로 색상은 검은색이 기본이지만, 플랫다크어스(FDE, Flat Dark Earth) 색깔의 모델도 발매되고 있다.

FN 509 MRD-LE: FN 509의 도트사이트 장착형으로 경찰 전용모델. 슬라이드의 가늠자 바로 앞에 트리지콘(Trijicon)사의 RMR이나 에임포인트(Aimpoint)사의 아크로(Acro) P-1 등의 마이크로 도트사이트를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도트사이트의 장착에도 기존의 조준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가늠자와 가늠쇠의 높이를 높였다. 정밀한 사격이 가능하도록 날카로운 감각의 평면 방아쇠(flat-faced trigger)를 채용하고 있는 것도 MRD-LE 모델의 특징이다. MRD는 초소형 레드 도트(Miniature Red Dot), LE는 법집행(기관)(Law Enforcement)의 준말이다.

FN 509 택티컬(Tactical):  FN509의 군용 및 전술용 모델. FN 509 MRD처럼 도트사이트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소음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총열길이를 4.5인치로 연장시킴과 동시에 총구 앞에 나사산을 만들었다.

FN 509 LS 엣지(Edge): FN 509의 경기용 사격모델(competition model). FN 509 MRD처럼 도트사이트를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정확한 사격을 돕기 위하여 5인치 총열을 채용했고, 평면 방아쇠도 채용했다. 또한 슬라이드의 전면 서레이션 부분에 구멍을 뚫어 무게를 줄이고 총열 냉각이 쉽도록 하였다.

FN 509 미드사이즈(Midsize): FN 509의 프레임 단축형. 슬라이드는 FN 509 기본형과 동일하여 4인치 총열을 채용하고 있지만, 폴리머 프레임의 높이만 다소 낮아졌다. 프레임 높이가 낮아짐에 따라 장탄수도 15발로 줄어들어 글록 19와 매우 유사한 크기가 되었으며, 사복경관이나 경호관이 휴대하기 좋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FN 509 컴팩트(Compact): FN 509의 컴팩트 모델. 총열과 프레임이 모두 단축되어, 총열은 3.7인치로 단축되었고, 장탄수도 12발로 줄어들었다. 색상은 블랙과 FDE의 두가지로 발매되며, 이외에도 도트사이트를 장착할 수 있는 509 컴팩트 MRD, 소음기까지 결합가능한 509 컴팩트 택티컬 등의 모델이 발매되고 있다.

FN 503: FN 509의 서브컴팩트 모델로 9x19mm 탄을 사용한다. FN 509를 백업용 권총 크기로 극도로 작게 만든 권총으로 특히 휴대성을 높이기 위하여 복열 탄창이 아니라 단열 탄창을 사용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총열길이는 3.1인치, 장탄수는 6발로 줄어들었다. 2발을 추가하면서 아랫부분이 권총손잡이 역할까지 하는 8발들이 탄창도 발매되고 있다. 다른 모델들과 동일하게 색상은 블랙과 FDE의 두가지로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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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FN 509	FN 509 택티컬	FN 509 미드사이즈	FN 509 LS 엣지	FN 509 컴팩트	FN 503
구경	9 x 19 mm 파라블럼
총열 길이(mm)	100(4인치)	110(4.5인치)	100(4인치)	127(5인치)	94(3.7인치)	78(3.1인치)
전체 길이(mm)	190	200	190	208	170	150
폭(mm)	34					28
높이(mm)	141	146	130	150	120	117
무게(g)	760	790	750	880	720	590
장탄 수(발)	17	17, 24	15, 17	17	12	6, 8
옵틱 장착부	없음	있음	없음	있음	없음	없음
가격(USD)	649	1,049	649	1,449	599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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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양욱 | 군사학 박사(군사전략)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이자,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또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