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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기관단총은 전차와 더불어 제1차 대전 당시의 참호전 때문에 탄생한 대표적인 무기다. 그런데 오로지 근접전을 염두에 두고 연사력에만 신경 썼기에 총기의 이단아라고 할 수 있다. 총, 특히 군에서 사용하는 총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도, 사거리, 파괴력인데, 정작 기관단총은 이 부분을 신뢰할 수 없다. 최신 기관단총도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해서 제한적 용도로 사용된다.

사실 기관단총의 단점은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다. 최초로 실전에 투입된 독일의 MP18는 기관단총의 역사를 개막했다는 의의가 있을 뿐이지 성능에 문제가 많아 성공작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때문에 제1차 대전 종전 후 기관단총은 관심 밖으로 사라졌고 특히 이런 경향은 승전국들이 심했다. 미국의 톰슨(Thompson)은 군의 외면을 받고 범죄 조직이 즐겨 사용하며 명성을 얻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연사력이 뛰어난 기관단총의 가능성을 높게 보던 이들도 있었다. 현역 군인으로 독학으로 공부해 총기를 제작하기도 했던 핀란드의 라흐티(Aimo Lahti)도 그러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MP18에 감명받은 그는 기관단총이 앞으로도 커다란 역할을 담당할 무기라고 확신했다. 그는 MP18의 문제점인 고질적인 작동 불량은 복잡한 구조로 인한 것이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관단총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게 해서 1922년 탄생한 핀란드 최초의 기관단총이 7.65×22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는 M-22다. 최대한 구조를 단순화해서 기계적 신뢰성을 향상시켰고 자신이 개발한 공기 압축 장치와 진공 조절 밸브를 장착해 사격의 정확도를 높였다. 물론 그렇다고 첫 숟가락부터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능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테스트를 바탕으로 1925년 발사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총신 교환도 편리한 KP/-26이 탄생했다.

일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탄창 때문에 급탄 불량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자 개선에 착수했다. 그렇게 해서 대용량 드럼형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탄창과 9×1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는 새로운 기관단총이 탄생했다. 성능에 만족한 핀란드군은 제식 화기로 채택하고 1931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이것이 바로 수오미 KP/-31 기관단총(이하 KP/-31)이다. 수오미(Suomi)가 핀란드를 뜻하므로 말 그대로 핀란드 기관단총이라는 의미다.

핀란드는 제1차 대전의 혼란기를 틈타 1917년에 러시아로부터 독립에 성공한 신생국이지만 1918년에 외세까지 개입한 내전을 겪으면서 자주국방에 대한 열의가 누구보다 강했다. 그래서 인구가 적은 약소국이어서 고성능 무기는 외부에서 도입해야 했음에도 소총은 면허 생산 등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한 후 국산화를 시도했다. 자부심이 가득한 수오미라는 별칭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KP/-31은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었다.

처음에 핀란드군은 KP/-31을 경기관총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야전에서 운용해 본 결과 수색대 등에서 사용하는 보조 화기로 결정되었다. 해외에도 판매가 이루어져 스페인 내전에서 사용되기도 했으나 제작가가 비싼 데다 최대 수요층인 핀란드군의 규모도 작아 생산량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성능과 명성을 고려할 때 동시기에 활약한 여타 기관단총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어 보일 정도로 적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KP/-31은 겨울전쟁 당시에 엄청난 명성을 올리면서 당당히 제2차 대전을 상징하는 총기 중 하나가 되었다. 호되게 당했으나 성능에 반한 소련이 KP/-31을 참고해서 새로운 기관단총을 만들었을 정도였다. 그것이 소련에서 구국의 기관단총으로 불리는 PPSh-41다. 우리가 PPSh-41을 따발총으로 부르도록 만든 특유의 드럼 탄창도 KP/-31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이처럼 KP/-31은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 걸작 기관단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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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P18의 단점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KP/-31은 최대한 구조를 단순화했다. 때문에 기계적 신뢰성이 향상되었고 작동 불량도 감소했으나 정밀도가 요구되는 각각의 부품을 제작하는 데 시간이 많이 투입되면서 그만큼 제작가가 상승했다. 반드시 이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일선의 핀란드군이 원하는 만큼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스프링이 볼트 내부에 장착되는 구조여서 총열이 단축되었고 그만큼 크기를 줄였으나 탄창을 제외하고도 무게가 4kg가 넘어 휴대하기가 편리하지는 않았다. 총열은 교환이 편리하도록 신속하게 분리가 가능해서 지속 사격 능력이 좋다. 때문에 사수는 대개 하나의 총열을 더 휴대하고 다니면서 전투를 벌였다. 초창기 기관단총임에도 오픈볼트 방식이 아닌 블로우백 방식을 사용해 오발 가능성을 줄였고 정확도도 뛰어난 편이다.

제2차 대전 중에 사격 시 반동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일종의 보정기인 머즐 브레이크가 부착되었다. 이로 인해 전장이 55mm 정도 증가했는데 이것을 전작과 구분해서 KP/-31 SJR(이하 SJR)이라고 한다. 라티는 머즐 브레이크로 인해 총구 속도가 감소되었다며 SJR을 상당히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후 제작된 KP/-31의 절반 가까이가 SJ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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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KP/-31은 1931년부터 1953년까지 약 8만 정 정도가 제작되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수량은 아니다. 그나마 제2차 대전이 벌어진 후에 생산된 것이 대부분이고 1939년 소련의 침공으로 겨울전쟁이 발발했을 당시에 약 4,000정 정도만 핀란드군에 보급된 상태였다. 당시 핀란드의 상비군이 약 7만 명 정도였고 수색대 등에 선별적으로 우선 공급된 것을 고려하면 적은 수량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핀란드군은 이를 가지고 신화를 썼다. 핀란드 성인 남성의 절반 정도에 해당되는 55만의 병력을 동원해 침략에 나선 소련군이 너무 자만했다. 지리적 이점과 겨울 혹한을 방패 삼아 핀란드군은 모티(Motti) 전술로 불린 유격전으로 소련군을 각개 격파했다. 이때 심야에 경계를 게을리하고 숙영 중이던 소련군을 KP/-31로 무장한 핀란드군이 기습했다. 가까이에서 총탄이 난사되자 소련군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소련을 포함해 이러한 결과를 목도한 많은 나라들은 그동안 잊고 있던 기관단총에 눈을 돌려다. 앞서 언급처럼 소련은 KP/-31을 베껴 PPSh-41을 만들었다. 면허 생산을 한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를 포함해 20여 개국에서 사용되었고 핀란드에서는 1980년대까지 현역에서 활약했다. 이처럼 KP/-31은 약소국에서 만들었음에도 자주국방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긴 기관단총답게 전쟁사와 무기사에 엄청난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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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KP/-31: 양산형

KP/-31 SJR: 머즐 브레이크 장착형

KP-31 KORSU: 좁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단축형 개머리판을 장착한 벙커 전용 모델

KP/-31 TANKKI: KP-31 KORSU의 총열이 단축된 전차 장착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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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SJR)

제작사: 티까코스키

구경: 9mm

탄약: 9×19mm 파라블럼

급탄: 20발 막대 탄창, 71발 드럼 탄창 외

전장: 925mm

총열: 314mm

중량: 4.6kg

작동: 블로우백

발사 속도: 분당 700~900발

유효 사거리: 2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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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