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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제1차 대전 말기에 소련이 혁명과 이어진 혼란으로 말미암아 전선에서 이탈하고 프랑스와 영국도 오랜 총력전으로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을 때 이루어진 미국의 참전은 연합국의 승리를 이끈 결정타였다. 200만의 싱싱한 병력이 전선에 등장하자 독일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전후 처리를 위해 미국 대통령 최초로 유럽을 방문한 우드로 윌슨이 거리를 가득 메운 환영 인파들로부터 구원자라는 칭송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런데 자신만만하게 대서양을 건너갔던 미군은 정작 엄청나게 당황했다. 특히 육군이 그러했다. 마우저 소총을 카피한 스프링필드 M1903 소총 정도를 제외하면 가지고 간 무기들의 성능이 현격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여타 참전국들과 달리 전투 경험이 부족해서 작전 구사 능력도 뒤졌다. 미주 대륙에서만 왕 노릇 하던 우물 안 개구리였기에 모든 것을 새롭게 터득해야 했다.

그렇게 수모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은 미국은 새로운 무기의 획득과 개발에 나섰다. 많은 감명을 받은 전차도 그중 하나였다. 미국은 일단 연합국의 지원을 받아 전차를 운용했고 동시에 프랑스의 FT-17 전차를 M1917이라는 이름으로 면허 생산에 나섰다. 비록 양산이 시작되었을 때 종전이 이루어지면서 실전에서 활약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미국은 전차 생산국이 되었다. 출발 시점으로 보면 단지 1년 정도 늦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종전 후 대대적인 감군이 단행되면서 이를 후속할 전차의 개발은 지연되었다. 때문에 당장 양산은 힘들더라도 기술력 확보를 위한 개념 연구를 먼저 실시했다. 그렇게 해서 1920년대 후반부터 T1으로 이름 붙여진 경량의 실험용 전차 개발에 착수했다. 최초 모델인 T1은 트랙터에 포탑만 얹은 단순한 구조였으나 1932년 제작된 T1E4에 와서는 어느 정도 현대식 전차의 모습을 갖추었고 보다 무게가 늘어난 T2의 연구도 이루어졌다.

이렇게 하나씩 터득해 가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193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실전용 전차 개발에 착수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전자는 기병대가 정찰에 사용하는 일종의 탱켓(Tenkette)인 M1 전투차(Combat Car)이고 후자는 T2를 기반으로 하는 보병 지원용 M2 경전차(Light Tank, 이하 M2)였다. 때문에 제식 부호로는 두 번째지만 M2가 실질적인 미국 전차의 역사를 개막시킨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전간기 동안 전차는 다양한 구조와 형식으로 개발이 이루어졌다. 탱켓, 다포탑처럼 희한한 전차들도 이 시기에 등장했으나 제2차 대전을 거치면서 신속히 전선을 돌파하는 경전차와 보병을 근접에서 지원하는 중전차로 교통정리되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M2는 엉뚱하게도 중전차 역할을 담당한 것처럼 보이나 사실 개발 당시 기준으로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경쟁국 전차의 수준도 대동소이했다.

T2와 더불어 M2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영국의 빅커스(Vickers) 6톤 전차다. 여담으로 빅커스 6톤은 본국에서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미국, 소련, 폴란드의 전차 개발을 선도했다. 1934년 VVSS(수직폐쇄스프링) 현가장치를 장착한 차체에 12.7mm 기관총과 7.62mm 기관총이 탑재된 포탑을 결합한 T2E1 프로토타입이 탄생했다. 실험을 마치고 이듬해부터 M2로 명명되어 생산에 들어갔으나 17대를 생산 후 쌍포탑 구조로 변경되었다.

비효율적임이 밝혀지면서 제2차 대전 초기에 사라졌으나 쌍포탑은 빅커스 6톤의 파생형인 소련의 T-26, 폴란드의 7TP도 채택한 구조였다. 한마디로 M2는 1930년대 등장한 경전차의 시대적 흐름을 충실히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을 통해 기관총으로는 화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어 M2A4부터는 37mm 전차포를 주무장으로 탑재했다.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독일의 1호, 2호 전차보다 우위에 있었다.

이처럼 M2는 1930년대에 개발된 경전차로는 무난한 수준이었으나 제2차 대전이 발발한 후에는 전선에서 활약하기 어려웠다. 엄밀히 말해 문제점이 나중에 드러난 것이 아니라 더욱 강력한 전차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비단 M2에만 해당되었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경전차가 필요한 곳이 있었기에 M2는 1942년까지 생산이 이루어졌고 후속한 경전차인 M3 시리즈, M5 시리즈의 탄생에도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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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11톤이라는 무게에서 알 수 있듯이 M2의 방어력은 대단히 빈약했다. 가장 장갑이 두터운 곳도 25mm에 불과해서 어지간한 화기에 쉽게 관통되었다. 그래서 제2차 대전 중에 대부분 훈련용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었다. 원래 항공기용으로 개발된 R-670-9A 엔진은 250마력에 불과하지만 M2의 가동에 필요한 힘을 발휘하는 데는 충분했고 VVSS 현가장치는 HVSS나 토션바를 채택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미국 전차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경전차임에도 공격력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특히 최종 양산형인 M2A4는 37mm 전차포 외에 포탑에 2문, 차체에 3문 등, 총 5문의 기관총을 탑재했다. 물론 주포가 전차포로는 빈약하기는 하나 승무원이 4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5문의 기관총은 너무 과한 무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포탑 바구니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효율적으로 전투를 벌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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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M2는 1935년부터 1942년까지 총 698대가 생산되었다. 제2차 대전 발발 후에도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다지 많은 수량은 아니다. 제2차 대전에서 사용하기에는 성능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 훈련용으로 사용되었고 전차포를 장착한 M2A4 일부가 태평양 전역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일본군 진지나 벙커 공격용으로만 제한적으로 운용되었다.

1941년에 영국이 100대의 M2A4를 주문했고 이 중 36대가 인도되어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활약했으나 구체적인 전과는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시기나 전선의 상황 그리고 성능으로 유추했을 때 M2가 전면에 나서 전투를 벌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2선급 전선에서 일부 물량이 활약한 것을 제외하면 M2는 전차병 양성을 전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름대로 제 역할을 다한 전차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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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T2: 판스프링 서스펜션 채용 프로토타입.
 
T2E1: VVSS 서스펜션 채용 T2 개량형 프로토타입.

M2A1: 포탑에 12.7mm 기관총×1, 7.62mm 기관총×1, 차체에 7.62mm 기관총×1 탑재형. 17대.

M2A2: 좌포탑에 12.7mm 기관총×1, 우포탑에 7.62mm 기관총×1, 차체에 7.62mm 기관총×1 탑재형. 239대.

M2A3: M2A2의 장갑 강화형. 72대.

M2A4: 포탑에 M5 37mm 전차포×1, 포탑과 차체에 7.62mm 기관총×5 탑재형. 375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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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M2A4)

생산업체: 록 아일랜드 조병창
중량: 11.6톤
전장: 4.42m
전폭: 2.46m
전고: 2.64m
장갑: 6~25mm
무장: 37mm M5 전차포×1
        7.62mm M1919A4 기관총×5
엔진: 콘티넨탈 R-670-9A V7 성형엔진 250마력(190kW)
추력 대비 중량: 21.6마력/톤
서스펜션: 수직폐쇄스프링
항속 거리: 320km
최고 속도: 58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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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