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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45년 제2차 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으나 프랑스는 결코 웃을 수 없었다. 전쟁 중 독일에 항복했던 유일한 강대국이었고 해방도 미국과 영국에 의해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우기다시피 해서 독일을 분할 통치하는 승전국 대접을 받기는 했으나 이처럼 전쟁에서 자신들이 이룬 성과가 없다시피 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프랑스가 전후 국방력 강화에 신경 쓴 것은 당연했다.

나치에게 협력을 거부하며 악명 높은 부헨발트 수용소에 수감되어 고초를 겪다가 극적으로 생환한 마르셀 블로흐(Marcel Bloch)는 프랑스가 재차 굴욕을 겪지 않으려면 공군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쟁 전에 운영했던 블로흐사를 기반으로 항공기 제작사를 재건하고 본격적으로 전투기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탄생해 지금까지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방산 업체가 바로 다쏘(Dassault)다.

공전의 히트작인 미라주(Mirage) 시리즈와 최근 시장 개척에 한창인 라팔(Rafale)로 유명한 다쏘는 프랑스의 자부심이다. 하지만 설립 초기에는 독일 강점기 동안에 연구 개발이 중단되었던 여파에다 이전과 다른 제트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신예기 개발이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M.D.450 우라강(Ouragan, 이하 우라강)은 바로 그처럼 어려웠던 시절에 탄생해 다쏘의 초석을 놓은 프랑스 최초의 제트전투기다.

자체 자금으로 연구를 먼저 실시했던 다쏘는 1947년 10월 정부의 지원을 받은 후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경쟁국에 비해 출발이 늦었던 만큼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여러 기종을 벤치마킹했는데 특히 미국 최초의 제트전투기인 P-80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초창기 제1세대 전투기는 구조가 극히 평범한 수준이어서 사실 동체의 설계 및 개발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트 엔진이었다.

전후 새롭게 설립된 SNECMA의 주도로 개발을 진행하고는 있었으나 아직 프랑스는 국산 제트 엔진이 없었다. 이에 동맹국인 영국으로부터 공급받은 롤스로이스 Nene 엔진을 우라강에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세부 사양이 다르지만 우라강과 제2차 중동전쟁 당시에 호적수로 상대했던 MiG-15는 같은 엔진을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인연이 있다. 그렇게 개발에 나선 지 2년 만인 1949년 2월 28일 초도 비행에 나섰다.

조종석에 여압 장치도 갖춰지지 않은 프로토타입이었음에도 수평 비행에서 시속 980km의 속도로 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후속 비행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자 8월 31일 공군은 15기의 시험기를 도입해 본격 테스트에 돌입했다. 각종 실험에서 요구 조건을 달성하자 공군은 향후 5년 동안 최대 850기 획득을 목표로 1950년에 1차분 150기, 이듬해 2차분 300기를 발주했다.

그렇게 제식화된 우라강은 1952년부터 실전 배치가 이루어지면서 프랑스군이 최초로 운영한 제트전투기인 영국산 드 하빌랜드 뱀파이어를 순차적으로 대체해 나갔다. 물론 국산에 대한 자부심도 작용했겠지만 우라강은 일선에서 뱀파이어보다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즉시 프랑스의 주력 전투기 지위를 차지하고 해외에도 수출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전성기는 그다지 길지 못했다.

이미 1950년에 한반도 상공에 등장한 MiG-15와 F-86에 비하면 객관적으로 성능이 뒤졌기 때문이었다. 전술한 바와 같이 P-80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개발은 빨랐으나 대세가 된 후퇴익 구조가 아니어서 좋은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성능을 더 이상 향상시키기 어려웠다. 그래서 본격 배치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우리강을 바탕으로 후퇴익 구조의 개량형인 MD.452 미스테르(Mystère) 전투기의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결국 일선 배치된 지 불과 3년 만인 1955년 5월부터 미스테르 IV로 대체가 시작되었고 1961년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된 후 훈련용 등으로 이용되거나 퇴역했다. 다만 1940년대에 개발된 초기 제1세대 전투기들 대부분이 비슷한 운명을 걸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특별히 우라강이 문제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만큼 당시에 변화가 급속히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우라강의 가장 커다란 의의는 모든 것이 부족했고 암울했던 시기에 프랑스의 국산 전투기 개발사를 선도했다는 점이다. 특히 프랑스 공군과 전투기들이 제2차 대전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굴욕을 맛보았던 점을 상기한다면 우리강은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변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현재 프랑스가 오늘날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전투기 분야에서 커다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초석이 된 전투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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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우라강은 아직 레이더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초창기 제트전투기의 전형적인 구조를 갖췄다. 기수 전면에 에어 인테이크를 통해 흡입된 공기가 동체 중앙에 위치한 엔진에서 연료와 혼합되어 폭발한 힘을 후미 노즐을 통해 곧바로 발산하는 방식이어서 상당히 효율적이다. 특히 조종석을 사이에 두고 공기 흐름을 양측으로 분할시키는 전방 구조는 마치 베낀 것처럼 MiG-15와 상당히 유사하다.

주익은 끝단에 부착한 보조 연료 탱크는 우리강의 외형적 특징 중 하나인데 벤치마킹 대상이던 P-80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직도입한 Nene 102 엔진을 장착했고 본격 양산형은 이스파노수이사에서 면허 생산한 Nene 104B 엔진을 탑재했다. 뒤늦게 개발된 국산 SNECMA 엔진 장착을 고려했으나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기에 결과적으로 우라강은 영국제 심장을 단 프랑스 전투기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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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우리강은 1954년까지 프로토타입을 포함해서 총 567기가 제작되었다. 요즘 기준으로 보자면 상당한 수량일지 모르나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경쟁 주력 전투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적은 축에 속한다. 다만 다쏘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기반이 될 정도의 수량은 되었다. 총 370여 기를 운용했던 프랑스 공군은 우라강의 최대 사용자였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주력기로 이용한 기간은 3년 남짓에 불과하다.

인도에 104기, 이스라엘에 75기, 엘살바도르에 18기가 수출되었는데 실전은 이들이 벌였다. 인도는 파키스탄과의 국경 충돌에 동원했고 엘살바도르는 공산주의 반군 소탕전에 투입했다. 우라강에 관한 명성은 이스라엘군이 썼다. 1956년 이집트군의 뱀파이어를 격추시켰는데 이는 우라강 최초의 기록이다. 성능으로 뒤졌지만 뛰어난 조종 실력으로 MiG-15와 대등하게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만족한 이스라엘은 1970년대 초까지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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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M.D.450A: 롤스로이스 Nene 102 엔진 장착 초기 양산형. 50기.

M.D.450B: 이스파노수이사 Nene 104B 엔진 장착 양산형.

M.D.450R: 정찰기형. 1기.
 
M.D.450-30L: SNECMA Atar 101B 엔진 DEFA 기관포 장착 시제기. 1기.
 
Dassault Barougan: 거친 비행장 운용을 위한 저압 타이어 장착형.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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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M.D.450B)

형식: 반발 터보제트 전투기
전폭: 13.16m
전장: 10.73m
전고: 4.14m
주익 면적: 23.8㎡
최대 이륙 중량: 7,900kg
엔진: 이스파노수이사 Nene Mk. 104B 터보제트(5,000파운드) × 1
최고 속도: 마하 0.76
실용 상승 한도:13,000m
전투 행동반경: 450km
무장: 20mm 이스파노수이사 HS.404 기관포 × 4
         105mm T-10 공대지로켓 × 16
하드포인트 4개소에 최대 2,270kg 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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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