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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80~90년대 서구에서는 FN사의 P90이나 HK사의 MP7같은 PDW(Personal Defense Weapon, 개인방어무기)라는 새로운 총기의 장르가 등장했다. 로켓이나 미사일 등 전문영역에서 활약하는 병사가 늘어나고 차량 및 항공기 등 운용요원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게 특화된 무기를 공급하는 차원에서 PDW가 등장했다. 애초에 이들은 직접 보병전투에 참가하지 않으므로 본격적인 소총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차량이나 항공기를 기반으로 이동했지만, 그럼에도 적 위협에 노출되었고 스스로를 지킬 무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휴대하기 편하지만 나름의 살상력을 가진 무기가 필요했다.

한편 소련군에는 PDW라는 무기체계의 분류가 존재하지 않았다. 비록 스테츠킨 APS 권총이 승조원들의 자위무기로 사용된 바 있고, 이는 추후에 AKS-74U로 교체되면서 일종의 PDW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AKS-74U는 PDW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도 큰 사이즈였다. 그러나 1991년말 소련 붕괴 이후 달라진 국내안보와 치안상황에 대응하여 각종 권총과 기관단총 등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9x21mm 탄환이 등장하면서 과거 화력이 부족했던 기관단총을 뛰어넘는 진정한 러시아판 PDW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9x21mm탄은 관통력을 중시하는 러시아군의 집착에 가까운 사고가 낳은 산물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마카로프 권총을 교체하는 "그라치" 차기권총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의 한계로 인하여 9x19mm라는 서구 탄종을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관통력을 높이기 위하여 강철심의 관통탄자를 채택한 7N21과 7N31탄환이 등장했다. 9x21mm탄은 바로 이 7N21의 개념을 바탕으로 탄자 무게와 장약을 증가시켜 운동에너지를 팽창시킨 것이었다.

새로운 탄환을 개발한 주체는 클리모프스크에 위치한 중앙정밀기계공학연구소(TsNIITochmash, 現 KB 토치마쉬)로, 알렉세이 유리예프(Алексей Б. Юрьев)가 개발을 주도했다. 1991년 최초에 등장한 것은 RG052라는 탄환으로 세르듀코프 자동권총이 최초의 발사플랫폼으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개발 도중에 70m에서 방탄조끼를 관통할 확률이 80% 정도이며, 발사시 반동이 너무 크므로 정밀한 후속탄 사격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탄자의 설계를 바꾸어 관통력을 높이고 장약을 조절한 RG054탄이 1995년 개발되었다. 이에 따라 1996년 FSB(연방보안국)는 RG055 세르듀코프 권총을 SR-1으로, RG054 9x21mm탄을 SP10 탄으로 제식채용했다.

SR-1 권총이 채택됐지만, 9x21mm탄의 플랫폼으로는 권총보다는 PDW가 더욱 효율적일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미 1993년부터 KB 토치마쉬에서는 러시아 연방방첩부(현 FSB)의 예산지원 하에 3가지의 특수총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제일 먼저 나온 것이 SR-1 권총이었고, SR-2는 기관단총, SR-3는 돌격소총의 형태였다. 9x21mm 탄을 사용하는 SR-2 기관단총은 21세기를 준비하는 러시아의 군과 경찰에게 최적의 PDW가 될 수 있을 터였다. SR-2의 개발은 쿠진(Н.Н. Кузин)을 수석으로 보로딘(В.Н. Бородин) 등의 설계자들이 참가했다.

토치마쉬의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식들을 고민했고, 특히 SR-3 돌격소총의 개발에서처럼 전통적인 기관단총의 설계도 고려했었다. 그러나 권총손잡이에 탄창을 삽입하는 기관권총 스타일이 사격의 편의와 컴팩트함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개발 방향을 확정했다. SR-2에서는 기존의 돌격소총이나 기관단총들과는 달리 조정간은 총기의 왼쪽으로 옮겨가야 했으며, 사거리는 통상의 교전거리인 100m와 유효제압사거리인 200m에서 조정할 수 있어야만 했다. 설계는 점차 무르익어 1998년 경에는 완성되었다.

SR-2의 초도양산형은 1999년에 등장하여 국가시험평가를 거쳤다. 그리고 2000년 7월20일 FSB(연방보안국)이 SR-2를 채용한데 이어 FSO(연방경호실) 등이 SR2를 속속 채용했다. SR-2는 '베레스크(Вереск, '야생화 헤더'라는 뜻으로 영문 발음표기로는 Veresk)'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는 KGB 시절부터 특수총기에는 В자(영문 알파벳의 V에 해당)로 시작되는 이름을 붙여온 전통에 따른 것이다. 때마침 군과 경찰에서도 PDW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GRAU(미사일포병총국)에는 "박사네츠(Баксанец)" 개발센터가 설립되어 9x19mm 구경의 기관단총에 대한 연구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었다. 러시아 국방부의 차기기관단총 사업에 워낙 많은 모델들이 제안됨에 따라 GRAU에서는 사업을 2개영역으로 분화했다.

박사네츠의 운용요구능력(ROC)에 따른 기관단총들은 크게 중(重)기관단총과 경기관단총으로 구분되었다. 이 중에서 경기관단총 사업에는 OTs-22, AEK-918, PP-2000 등이 주요경쟁자로 참가했다. KB 토치마쉬에서는 뉴고도프(А.С. Неугодов)가 설계한 RG630 기관단총이 후보기종으로 참가했다. RG630은 '박사네츠' ROC에 따라 9x19mm 탄을 운용하는 기관권총으로, 분당 발사율을 무려 620발로 줄여 사격시 반동제어를 편리하게 만들었다. 한편 '박사네츠' ROC의 기관단총은 2010년대까지도 정확히 결정되지 않았고, 다만 PP-2000은 GRAU 분류명 '6P61'을 부여받아 제한적이나마 제식채용되었다.

SR-2는 실제로는 2003~4년까지 제한적으로 운용되다가 곧바로 개량형인 SR-2M으로 교체되었다. FSB는 이미 2000년부터 2003년 사이에 SR-1에서 SR-3에 이르기까지 총기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브니시니예(Внесение)' ROC를 발행하여, 총기와 탄약의 개량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권총에서는 SR-1M이 등장했으며, SR2는 SR-2M으로 진화했다. SR-2M은 본격적으로 양산과 배치가 시작되었으며, 이에 따라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었다. 한편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소음기와 결합되는 제3세대 모델인 SR2MP까지 등장하면서 '베레스크' 기관단총은 아직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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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단순블로백 방식을 채용하는 통상의 기관단총들과는 달리, SR-2 기관단총은 독특하게도 가스작동식에 회전노리쇠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SR-3 '비흐르' 돌격소총에서 채용했던 작동방식을 그대로 활용한 것인데, 9x21mm탄이 워낙 반동이 컸기 때문에 굳이 소총의 작동방식을 채용했다. 가스압으로 곧바로 노리쇠뭉치를 밀어내는데, 가스관의 길이가 매우 짧은 편이며, 회전노리쇠에서 돌기를 6개를 장착하여 노리쇠와 약실을 확실히 물어준다. 노리쇠뭉치에 장전손잡이가 직결되는데 이는 수직으로 접었다 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조작성은 별로 좋지 않다는 불만이 높은데 가장 큰 불만은 역시 조정간이다. SR-2는 독특하게도 2개의 조정간이 있는데, 총기의 오른쪽에는 사격과 안전을 선택하는 레버가 마치 AK소총처럼 장착되어 있다. 문제는 총기의 왼쪽에는 단발과 연발을 선택하는 조정간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작전상의 안전을 염두에 둔 사격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좌우 레버의 기능이 바뀌어야 하고, 더우기 굳이 두가지를 분리할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조준기구는 애초에 가늠자와 가늠쇠만을 장착했다. 그러나 사용자 요구에 따라 피카티니 레일을 상부에 장착하고 KP-SR2 리플렉스 사이트를 채용했다. 당연히 소요부대에서는 리플렉스 사이트를 기본으로 채용할 것을 결정했는데, 이에 따라 상부에 레일을 장착하면 기계식 조준장치는 가늠쇠만이 남게 된다. 소염기는 매우 독특한 형상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전방손잡이를 잡고 사격할 때 손에 화상을 입지 않도록 안전을 감안해서였다. 또한 전방을 수직손잡이 대신 수평으로 잡고 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손잡이는 비스듬이 수납되어 총열덮개로 잡을 수 있도록 있다.

총열길이는 174mm (6.9인치)로 기관권총 치고는 나쁜 편은 아니다. 9x21mm탄을 발사하는 경우 총구초속은 약 415~430 m/s로, 약 200m를 최대 유효사거리로 한다. 즉 레벨2의 방탄복을 입은 적을 200m에서 제압할 수 있으며, 방탄을 장비하지 않은 소프트스킨 차량이나 장비 등은 100m에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발사율은 상당히 높아 무려 분당 900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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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SR-2는 이상적인 PDW로서 개발되었지만, 실제로는 특수부대원의 무장으로 애용되었다. 애초에 개발을 후원한 FSB는 경호나 특수작전용으로 SR-2 기관단총을 애용했고, 이에 따라 알파 대테러부대나 빔펠 공작부대등에서 활용되었다. 작은 크기로 경호원들의 화력무장으로도 유용하여 FSO(Федеральная служба охраны, 연방경호국)에서도 채용되었다. 특히 SR-2는 SR-1 세르듀코프 권총과 함께 9x21mm 탄환을 공유하면서 전력승수를 추구했다.

SR-2는 당연히 경찰특공대의 무장으로도 주목받았다. 이미 PP-2000을 채용한 내무부는 SR-2의 도입도 허용했고, 이에 따라 모스크바 오몬(ОМОН, отряд мобильный особого назначения)에서 채용한 모습들도 목격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 국가근위대(舊 내무군)에서도 SR-2 기관단총들을 채용하면서 보유한 특수부대인 SOBR(СОБР, Специальный Отряд Быстрого Реагирования, '신속대응 특수부대'라는 뜻)에 지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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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SR-2 '베레스크' : FSB의 의뢰에 따라 KB토치마쉬가 개발한 2번째 특수총기. KGB의 전통을 이어받아 베레스크로 명명했다. SR-2는 시제양산의 성격에 가까웠고, FSB의 채용 4년만에 개량형이 등장했다.

SR-2M: SR-2 베레스크의 개량형. 전방의 수직손잡이를 개량했으며, 총열덮개도 레일장착시나 평시나 사용이 편리하도록 홈을 파놓았다. 2004년부터 등장했으며, 현재 사용되는 SR-2의 주력이다.

SR-2MP: SR-2 기관단총의 3세대 모델로 2010년 출시되었다. 총몸의 상부에 조준장치를 맘대로 교체할 수 있도록 피카티니 레일로 교체되었으며, 소음기가 기본으로 함께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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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모델		SR-2	SR-2M	SR-2MP
구경		9x21mm (SP10·11·12·13)
중량 (kg)		1.65	1.73	1.90 (2.24)
전체 길이 (mm)	(접철 시)	367
	(확장 시)	603	605
	(소음기 장착 시)	-	-	554 / 793
총열 길이 (mm)		174
폭 (mm)		46
높이 (mm)		188 / 239
총구 초속 (m/s)		440	470	미상
유효 사거리 (m)		100(점) / 200(지역)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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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양욱 | 군사학 박사(군사전략)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이자,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또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