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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20세기에 69년간 존재했던 소련은 미국과 더불어 세계를 반분했던 초강대국이었다. 같은 곳에 존재한 제정 러시아와 현재의 러시아 연방도 강대국이지만 소련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공산주의 국가였기에 경제력을 미국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곤란하나 종합적인 국력에서 시대를 선도했다는 점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제2차 대전 이후 군사 분야는 세계를 두렵게 만들었을 정도였다.

강력한 군사력의 기반이었던 핵 전력뿐만 아니라 재래식 전력도 무시무시했다. 무기의 질적 수준이 예상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은 나중에 밝혀졌지만 대립이 극심했던 시기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육군은 명실공히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이었다. 특히 동유럽에 전진 배치된 엄청난 기갑 전력은 서방을 두렵게 만들었다. 공군을 위시한 항공 전력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미국에 맞설 수 있는 나라였다.

하지만 해군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초강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세계 2위로 평가되는 엄청난 해군력을 구축했지만 SSBN 같은 핵 전력을 제외한다면 일본이나 영국보다 앞서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처럼 육군, 공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졌던 가장 큰 이유는 지리적 여건 때문이었다. 소련은 국토에 비해 영해가 작고 부동항이 적어서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해군력이 강하지 않았고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도 못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구조적인 이유로 말미암아 전통의 해군 열강들에 뒤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소련은 전력을 증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특히 제2차 대전을 거치면서 바다의 제왕으로 떠오른 항공모함에 대한 관심은 가히 열망에 가까웠다. 하지만 항공모함을 만들고 운용해 본 나라들은 소련의 적대국들이어서 외부에서 도입하거나 기술 협력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소련은 자력 개발에 나서야 했다.

1967년부터 취역한 2척의 모스크바급 항공순양함은 그러한 도전의 첫 결과물이었다. 모스크바급은 함 자체가 막강한 대잠, 대함, 대공용 플랫폼이었으면서도 최대 14기의 Ka-25 초계 헬기를 탑재하여 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재 배수량이 17,500톤에 불과하고 고정익기를 운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소련은 처음부터 모스크바급을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시험적인 함으로 취급했다.

그렇게 모스크바급을 건조하고 운용해 얻은 노하우를 발판으로 1968년 소련은 프로젝트 1143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항공모함 획득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개념 연구에 착수했을 때는 대양에서 함대를 이끄는 기함 노릇과 함대 방공을 담당하며 경우에 따라 육상 목표 제압까지 고려해서 당시 미국의 주력인 키티호크급 정도를 예정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확보한 기술력으로는 건조가 어려웠다.

당장 고정익기를 함정에서 운용해 본 경험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전력화를 늦출 수 없어 미국의 미드웨이급, 영국의 오데이셔스급, 프랑스의 클레망소급 정도로 일단 체급을 낮췄다. 대신 좁은 함상에서도 운용이 가능한 수직이착륙기의 개발을 병행하기로 했다. 여담으로 그렇게 탄생한 소련 최초의 함상 전투기가 Yak-38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1975년부터 4척의 항공모함이 순차적으로 취역했다.

초도함의 이름을 따서 키예프급(Kiev Class)으로 불리는 이들은 소련(러시아) 해군 역사에 고대하던 항공모함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이들을 전작인 모스크바급처럼 항공순양함으로 구분하는 자료가 많다. 구조나 전반적인 성능으로 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나 사실 소련 스스로 그렇게 불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항공모함에 대한 열망이 컸던 소련의 행태를 보면 의아한 부분이나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1936년 체결된 몽트뢰 협약에서 15,000톤 이상의 항공모함이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과하는 것을 금지했다. 즉, 소련의 항공모함이 흑해를 벗어나 지중해에서 작전을 벌일 수 없었다. 때문에 항공순양함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구분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키예프급은 기대와 달리 체급이나 작전 능력으로는 서방의 중형 항공모함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함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탑재한 Yak-38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의 함재기와 비교하면 작전 반경, 속도, 무장 탑재량 등이 상당히 떨어졌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수시로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안정성이 대단히 나빴다는 점이다. 출격 전에 고장이 발견되면 조종사들이 오히려 좋아했을 정도였다. 가장 중요한 함재기가 이 모양이니 키예프급이 제대로 활약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키예프급은 항공모함이라기보다는 막강한 대함, 대잠, 대공 무장을 갖춘 순양함으로써 더 많은 역할을 했다. 결국 한계를 인정하고 후속 함 제작에 착수했는데 그것이 바로 현존 러시아 유일 항공모함인 쿠즈네초프와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이다. 그 와중에 소련이 해체되자 배치된 지 20년도 안된 1993년에 전량 조기 퇴역했고 1~3번 함은 해외에 고철로 팔려나갔다.

마지막으로 건조된 4번 함은 1996년 퇴역한 후 2004년까지 보존되었다가 인도에 팔려 개장을 거친 후 2014년 비크라마디티야라는 함명으로 재취역했다. 이처럼 키예프급은 본격적인 항공모함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역할을 담당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련 해군의 염원을 이루어 주었고 냉전 시기에 소련 해군의 위용을 과시하며 선전 효과를 누리기는 했으나 단지 그 정도의 의의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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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만재 배수량 41,370톤(4번 함은 44,490톤)의 키예프급은 미국의 미드웨이급에 필적하는 크기다. 경사갑판을 설치했어도 선수에 각종 무장이 장착된 관계로 함재기 운용에 제약이 많고 격납고도 좁다. 함재기를 30여기 정도만 탑재해서 운용할 수 있는데 이는 미드웨이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Yak-38의 성능을 고려한다면 극히 제한적인 작전만 펼칠 수 있다.

그런데 전작인 모스크바급도 그렇고 키예프급의 뒤를 이은 쿠즈네초프급도 자체 무장이 상당하다. 이는 충분한 호위 전력을 구성하기 어려운 데다 함재기의 성능도 부족한 소련 해군의 고심이 담긴 구조다. 소련은 대양에서 미국과 함대함 대결이 벌어진다면 부족한 항공 전력을 강력한 화력으로 메우는 전략을 택했다. 만일 미국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그런 과한 방식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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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부족한 점이 분명히 많아 조기 도태되었지만 그래도 키예프급은 소련의 염원을 실현한 최초의 항공모함이었기에 함대를 이끌고 대서양, 지중해, 태평양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히 동남아가 공산화된 이후에는 베트남까지 수시로 내려와 남태평양 일대에서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견제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래서 1970~80년대는 서방을 위협하는 소련의 괴물처럼 여겨졌기에 나름대로 선전 효과를 누렸다.

그런데 성능의 한계와 소련이 사라지는 정세 변화로 말미암아 조기 도태된 키예프급 중 2척이 인연을 맺은 곳이 우리나라였다. 1995년 무장과 주요 장비가 해체된 2번 함 민스크와 3번 함 노보로시스크가 고철로 나왔는데 이를 한국 업체가 매입했다. 민스크는 다시 중국에 재판매되었고 노보로시스크는 예정대로 해체가 이루어졌다. 이때 항공모함과 관련한 기술을 습득했다고 하나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옛 소련 못지않게 항공모함에 대한 열망이 컸던 중국은 민스크를 재매입하고 곧이어 1번 함 키예프도 구매해서 분석했다. 현재 운용 중인 중국의 항공모함들이 키예프급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쿠즈네초프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조사를 마친 해당 함들은 현재 테마파크와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마지막 4번 함 고르쉬코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도로 넘어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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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Kiev(1143)

기공 1970년 7월 21일
진수 1972년 12월 26일
취역 1975년 12월 28일
퇴역 1993년 6월 30일

Minsk(1143)

기공 1972년 12월 28일
진수 1975년 9월 30일
취역 1978년 9월 27일
퇴역 1993년 6월 30일

Novorossiysk(1143.3/1143M)

기공 1975년 9월 30일
진수 1978년 12월 26일
취역 1982년 9월 14일
퇴역 1993년 6월 30일

Admiral Gorshkov(1143.4, 최초 함명 Baku)

기공 1978년 2월 17일
진수 1982년 4월 1일
취역 1987년 12월 11일
퇴역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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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1143.4)

경하 배수량: 33,440톤
만재 배수량: 44,490톤
전장: 273.1m
선폭: 52.9m
흘수: 11.52m
추진기관: 8×KVN-98/64 보일러 (총 340,000kW)
              4×TV-12-3 증기 터빈
              4×프로펠러
속력: 32.5노트
무장: 4×AK-100 100mm 함포
        6×AK-630 30mm CIWS
        24×3K95 SAM VLS
        6×SM-241 SSM 발사기
        2×RBU-12000 대잠로켓발사기
함재기: 30×Yak-38, KA-25, KA-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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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