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의 역사

냉전이 끝나면서 러시아군은 새로운 권총을 장비하기 위하여 "그라치(Грач 떼까마귀) 5" 사업을 통하여 새로운 제식권총 교체사업을 시작하였다. 제식권총 교체의 필요성이 긴박하다고 느낀 러시아 정부는 1991년 5월 29일 군산위원회 결정 제91호를 통하여 신속히 예산을 배정할 것을 결정했다. 애초에 그라치 사업은 다양한 종류의 탄종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모듈러식 권총을 요구했지만, 1990년대초 러시아 정부의 예산 부족과 혼란한 상황들이 겹쳐지면서, 1993년 사업은 결국 9x19mm 탄환을 채용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1991년 8월 모스크바 쿠데타 시도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소련은 1991년말 결국 해체되었고, 이 와중에 차기 제식권총 사업도 결국 지연과 예산부족이 냉전 종식 후 불확실한 방산시장에서 러시아군의 대규모 소요가 제기되자 각 총기제작사들은 이 사업에 열렬히 참가했다. 우선 이젭스크 기계공장(現 칼라시니코프 콘체른)에서는 알렉산드로비치 야리긴(Владимир Александрович Ярыгин)의 주도로 MP-443이 만들어졌고, 툴라기계설계국(現 KBP)에서는 설계수석 바실리 그랴제프(Василий П. Грязев)와 설계차석 아르카디 쉬푸노프(Аркадий Г. Шипунов)가 직접 나서서 GSh-18 권총을 선보였다.

한편 클리모프스크에 위치한 중앙정밀기계공학연구소(TsNIITochmash, 現 KB 토치마쉬)도 자신만의 설계를 선보였다. 표트르 세르듀코프(Пётр Иванович Сердюков, 1945~)가 주도하는 설계팀에서 제작하는 총기에는 6P35라는 GRAU 분류명이 부여되었다. 세르듀코프의 설계는 틸팅 블록 방식의 다소 생소한 작동방식을 채용했으며, 권총 손잡이 등의 부분에는 폴리머 플라스틱을 채용하는 등 나름의 혁신을 거듭한 권총이었다. 게다가 9x19mm 탄보다 훨씬 더 많은 장약을 장전하는 9x21mm탄을 채용하여, 파괴력에서도 기존의 권총보다 훨씬 더 강력한 권총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총기는 9mm 세르듀코프 자동권총(9мм Самозарядный Пистолет Сердюкова, 영문으로는 9mm self-loading pistol Sedyukov) 또는 그 약자를 따서 SPS(СПС)로 불렸다.

사실 세르듀코프와 벨랴예프(Игор Беляев)가 이끄는 토치마쉬의 설계팀은 2가지 권총을 동시에 개발했었다. 하나는 9x19mm탄 모델이었고, 나머지가 9x21mm탄을 채용한 모델이었다. 1993년 러시아 정부가 '그라치' 권총의 사용탄환을 9x19mm로 확정하면서 토치마쉬의 총기들은 후보기종에서 제외되었다. 그럼에도 토치마쉬는 계속 9x21mm 권총의 개발을 강행했다.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러시아의 치안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9x19mm탄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9x21mm탄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93년경에는 2가지의 시제총기가 등장했는데, 국내 치안부대용인 RG055 권총과 해외 수출용인 RG055S 권총이다. 특히 수출형에는 '그로자(Гюрза́, 사막독사)'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는 곧 세르듀코프 권총의 전체 이름으로 확장되었다.

사실 러시아 설계자들이 9x21mm 탄에 주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1960년대에도 새로운 권총/기관단총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9x21mm의 채용을 검토했었지만 막상 채택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1991년 유리예프(А.Б. Юрьев)가 9x21mm RG052탄을 개발하자, 토치마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총기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신형탄환이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9x21mm 탄으로 인하여 권총의 사거리는 통상 50m에서 100m까지 확장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토치마쉬는 부족한 연구개발 자금 속에서도 새로운 개념의 총기를 꾸준히 개발했다.

이에 따라 1994년부터 1995년 사이에 9x21mm 총기와 탄약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 레벨3의 방탄조끼까지도 관통할 수 있는 강력한 살상력을 가지게 되었다. 총기의 실전평가 도중에 수중발사시 총열이 손상을 입는 일이 발생하면서 총열의 두께가 더욱 두꺼워졌다. 이에 따라 총기의 무게는 0.96kg까지 증가하게 되었고, 또 다시 총기 전체의 무게감량을 위한 재설계를 시작해야한 했다. 이에 따라 슬라이드에 더욱 많은 가공이 이루어져 중량이 줄어들고 가늠자와 가늠쇠가 변경되는 등 재설계과정을 거치면서 세르듀코프 자동권총은 0.89kg까지 다시 감량되었다.

1996년에 이르자 RG055는 러시아 연방보안국(Федеральная Служба Безопасности, FSB)에서 시험운용되었고, RG055C는 다양한 해외총기전시회 등에서 소개되면서 점차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FSB는 RG055 권총에 SR-1(СР1)이라는 모델명까지 부여했는데, 이는 '특수설계(Специальная Разработка, 스페치알나야 라즈라봇카) 제1호'라는 뜻이다. 한편 9x21mm 탄으로는 RG054탄이 새롭게 채용되었는데, RG052탄보다 탄도특성을 좀더 안정화시킨 개량형이었다. FSB는 RG054탄을 SP10(СП10)으로 명명했는데, 이는 '특수탄약(Специальный Патрон, 스페치알나야 파트론) 제10호'라는 뜻이다.

한편 1997년 러시아 국방부는 또다시 세르듀코프 권총의 채용여부를 검토했다. RG055 권총들은 르젭카(Ржевка) 시험평가장에 보내졌다. 9x19mm탄을 사용하는 모델이 국방부 시험평가에 투입되었다. 예산부족 등으로 시험평가는 1999년에서야 종료되었는데, 여전히 군에서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에 접어들어 FSB와 SVR이 SR-1을 본격적으로 채용하는 등 변화가 시작되면서 특수작전부대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역시 같인 회사에서 개발한 SR-2 기관단총과 탄약을 공유하면서 상승효과가 일어나면서 세르듀코프 권총은 그 위상을 확립하게 되었다. 또한 2003년 경에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성능을 개량한 SR-1M 권총도 발매되었다. 결국 2003년 러시아 국방부도 9x21mm탄을 채용한 세르듀코프 권총을 채택함으로써 MP-443이나 GSh-18과 함께 21세기 러시아군을 대표하는 권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

특징

세르듀코프 자동권총(SPS)은 기본적으로는 더블액션 자동권총이다. 전통적인 더블액션 방식이고 해머로 격발하며, 강력한 9x21mm 탄을 발사하므로 당연히 쇼트 리코일 구조를 채택했다. 쇼트 리코일의 작동방식으로는 로킹 블록(locking block) 방식을 채택했는데, 로킹 블록은 이미 발터 P-38이나 베레타 92 등의 권총에서 사용하여 보편화된 설계이다. 다만 P-38이나 92F 모델과는 달리, 리코일 스프링이 총열을 감싸도록 배치되어 있고, 야전분해시 분리될 정도로 로킹블록의 기구 구성이 간략화되어 있다.

SPS는 별도로 조작하는 레버식 안전장치가 없다. 그립세이프티와 방아쇠 세이프티가 있어 권총손잡이를 감싸고 방아쇠를 감싸야만 격발이 된다. 곧바로 발사가 가능하도록 외부의 안전장치를 없애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더블액션 권총이면서도 디코킹 레버조차 없다는 점에서 독특한 구성이다. 그러다보니 약실에 장전한 이후 더블액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해머를 잡은채로 방아쇠를 당겨 천천히 하프콕(half-cock) 상태로 두어야 한다.

SPS는 폴리머 플라스틱을 아랫총몸에 채용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글록 권총처럼 아랫총몸 전체를 폴리머로 만들고 슬라이드 결합부를 철제부품으로 강화한 것이 아니라, 슬라이드와 총열이 물리는 부분을 모두 강철로 만든 후에 손잡이와 방아쇠울 부분을 결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또한 탄창도 폴리머 재질이 아닌 금속제를 채용했다. 따라서 중량 감소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 초기형은 거의 1kg에 가까워졌다. 결국 슬라이드의 형상을 바꾸면서 최대한 절삭부위를 확보하여 중량을 0.88kg까지 줄일 수 있었다.

SPS에서 또한가지 독특한 것은 바로 탄창멈치이다. RG055까지 초기형들은 레버식 탄창멈치를 채택했다. 통상 레버식 탄창멈치라고 하면 권총 손잡이 아랫부분에 장착되는 과거의 방식을 생각하기 쉽지만, SPS에서는 권총손잡이와 방아쇠울이 만나는 부분에 장착되었다. 이런 방식을 채택한 총기로는 HK사의 USP(Universal Self-loading Pistol)가 대표적인데, 오른손과 왼손에 구별없이 탄창멈치를 작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심한 배려에 바탕한 설계였지만, 러시아군이나 경찰 등 사용자들은 이를 별로 반기지 않았고, 결국 토치마쉬는 수출형인 RG055S나 개량형인 SR-1M에서는 레버식을 대신하여 전통적인 버튼 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SPS는 무려 18발을 탄창에 수납한다. 4.7인치(120mm) 길이의 총열에서  9x21mm 탄을 쏟아내면서 전세계의 제식권총 가운데 가장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물론 화력의 근원은 9x21mm탄이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러시아의 9x21mm탄은 유사한 명칭의 9x21mm IMI탄과는 다른 종류라는 점이다. 9x21mm탄종은 SP10, SP11, SP12, SP13 등이 있다. 우선 SP10(GRAU 분류명 7N29)은 강철심이 내장된 철갑탄이며, SP11(7N28)은 통상의 FMJ탄이다. SP12는 탄두에 플라스틱 팁을 장착한 탄환으로 관통하지 않고 인체에서 확장되도록 한 HP탄의 일종이다. 한편 SP13(7BT3)은 철갑예광탄으로 관통탄두에 칠해진 녹색 페인트로 구분되며, 관통력은 SP10보다는 약간 떨어진다.

9x21mm탄의 진정한 위력은 바로 관통능력에 있다. SP10은 100m거리까지 Zh-81이나 Zh-86-2 등 레벨3까지의 방탄복을 관통하며,  50m 거리에서는 5mm 강판을 관통할 수 있다.

---

야전분해

① 탄창을 제거한다.
② 슬라이드를 후퇴시킨 후 슬라이드 멈치를 프레임으로부터 제거한다.
③ 슬라이드와 프레임을 분리한다.
④ 슬라이드에서 총열 뭉치를 제거한다.
⑤ 총열뭉치에서 리코일 스프링과 로킹블록 레버를 분리한다.
⑥ 야전분해 종료.

---

운용 현황

세르듀코프 권총(SPS)은 여태까지 러시아가 보유한 권총 가운데 가장 관통력과 살상력이 뛰어난 권총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이 권총에 제일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다름 아닌 FSB(Федеральная Служба Безопасности, 연방보안국)였다. FSB는 KGB의 다양한 기능 가운데 국내방첩 및 수사기능만을 따로 분리시켜 만든 러시아 연방의 수사 및 법집행기관으로 미국의 FBI에 해당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러시아 마피아와 체첸 테러범들과 대결에서 제1선에 서 있는 FSB에서는 1996년부터 우선 50정의 세르듀코프 자동권총을 수령하여 시험평가를 실시한 이후에, 이를 제식으로 채용하였다. SPS에 SR-1이라는 이름이 붙이고 제식채택한 것도 FSB였다.

9x19mm 탄을 제식권총탄으로 정한 러시아군은 계속적으로 SPS를 도입하고자 시험평가를 실시했지만 좀처럼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에 FSB 뿐만 아니라 대외첩보기관인 SVR 마저 SPS 권총을 채택하자, 러시아군과 경찰은 이제 9x21mm탄의 SPS를 살펴봤다. 그리고 2003년 군과 경찰은 모두 SPS를 제식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SPS는 일반부대용은 아니고 특수부대용으로 채용되어 스페츠나츠나 오몬(경찰특공대)의 부무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SPS 권총은 똑같은 9x21mm탄을 채용한 SR-2 기관단총과 함께 활용되면서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

파생형

RG055: 세르듀코프 권총의 시제양산모델. 약 50정이 FSB로 전해져 시험평가에 활용되었다. 탄창멈치가 레버식인 점이 독특하며, 슬라이드의 프로파일도 이후의 양산형에 비해 두터운 편이다.

RG055C "그로자": RG055 권총의 해외수출형. 버튼식 탄창멈치를 채용했으며, 슬라이드도 필요없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절삭하면서 권총 전체의 프로파일이 다소 슬림해졌다. 그러나 실제로 해외에 수출된 것은 RG055S의 개량형인 RG060으로 프로파일은 거의 유사하다.

SR-1 "벡터": FSB(연방보안국)이 최초로 제식채용한 SPS. FSB에서는 특수총기에 В자(영문 알파벳의 V에 해당)로 시작되는 이름을 붙여온 전통에 따라 '벡터(вектор)'라는 코드명을 붙였다. RG055S와 거의 유사하지만, 여전히 레버식 탄창멈치를 채용했다.

SR-1M: 2003년 등장한 SR-1의 개량형. 버튼식 탄창멈치가 채용되었으며, 그립 세이프티의 크기도 현저히 커졌다.

SR-1MP: SR-1M의 개량형. 소음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피카티니 레일 쿼드 마운트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개량되었다.

SR-1PM: SR-1M의 개량형. 슬라이드의 앞쪽에 널링을 추가했으며, 프레임에는 레일을 장착할 수 있는 마운트 장착부를 추가했다. 한편 훈련용 슬라이드도 만들어져, 슬라이드를 교체하면 훈련용 페인트탄을 발사할 수 있다.

---

제원

모델: SR-1M
구경: 9x21 mm
작동방식 : 더블액션, 로킹블록식 쇼트리코일 
중량 : 890 g
전체길이 : 205 mm
총열길이 : 120 mm
높이 : 148 mm
두께 : 34 mm
장탄수 : 18발
총구초속 : 410 m/s
유효사거리 : 100 m
실전발사율 : 분당 40 발

---

저자소개

양욱 | 군사학 박사(군사전략)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이자,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또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