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미국은 엄청난 무기를 미군뿐만 아니라 연합군에 공급하여 제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런데 해군, 공군과 달리 육군의 무기는 독일제와 비교했을 때 성능이 앞서지 않았다. 특히 이번 전쟁을 거치면서 지상전의 왕자가 된 전차의 경우는 상당히 뒤졌다. 그래서 기갑부대 간 대결에서 일방적이라 할 만큼 혹독하게 당했다. 주력인 M4 전차로 독일의 5호, 6호 전차와 정면으로 대결을 펼친다는 것은 만용이었다.

압도적인 수적 우위와 항공대의 지원 덕분에 간신히 이겼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정도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런 현실은 정책 오판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일선의 빗발치는 요구에 굴복해 전쟁 말기에 M26 전차를 투입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도 강력한 전차를 만들 능력은 보유했다. 그럼에도 참사가 벌어졌던 이유는 무기의 개발과 공급을 책임진 AGF(지상군사령부)가 질보다 양을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전쟁에서 이겼으나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른 소련의 기갑전력이 결코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질만 우세했던 독일과 달리 소련은 질은 물론 양으로도 미국을 압도했다. 특히 1945년 9월 7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승전국 합동 군사 퍼레이드에서 소련이 선보인 IS-3 전차는 충격이었다. 소련이 승리가 확실해지자 이번 전쟁에 데뷔시키지 않은 신예 전차였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성능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음이 드러나기는 했으나 당장 미국에 대항마가 없었다. 거기에다 소련은 동구권 제1세대 전차 시대를 개막한 T-54 전차의 개발을 거의 완료한 상태였기에 미국은 초조했다. 앞서 언급한 M26이 티거를 제압했어도 서둘러 투입했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에 미 육군은 신형 전차 개발을 고려했지만, 이제 막 전쟁이 끝나고 대대적인 군비 감축이 시작된 직후라 예산을 따낼 마땅한 명분이 없었다.

다만 소련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던 데다 우려했던 T-54가 배치를 시작하자 이듬해인 1948년 1월에 M26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일단 문제점으로 거론된 주행 능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형 AV-1790 가솔린 엔진과 CD-850-1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그에 걸맞게 궤도와 보기륜을 손본 M26E2가 불과 4개월 만에 탄생했다. 하지만 포탑의 개발이 늦어져서 기존 M26의 포탑을 결합한 T40 프로토타입으로 시험에 착수했다.

그 해 5월 소련이 베를린을 봉쇄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기에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각종 테스트에서 군의 요구를 충족하자 12월에 양산이 결정되었고 1949년부터 M46 패튼이라는 이름으로 일선 배치가 시작되었다. 참고로 미국 전차에 미군이 이름을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은 M26 퍼싱(Pershing) 전차가 처음이었고 M46 패튼은 두 번째였다. 1945년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기갑부대의 맹장 패튼(George S. Patton)을 기려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M46 이후에 전작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탄생한 후속작들인 M47, M48, M60 전차는 모두 패튼이라고 불린다. M60은 공식적으로 이름이 부여되지 않았지만 당연히 패튼 시리즈에 포함된다. 그런데 M46의 탄생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적으로는 패튼 시리즈의 시작을 M26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M46만 해도 외형이 이후 후속작보다 전작인 M26과 닮았다. 하지만 이름 때문인지 몰라도 M26과 M46 이후의 패튼 시리즈는 별도로 구분된다.

흥미로운 점은 강경한 반공주의자인 패튼의 이름으로 붙여진 이들 시리즈 전차들이 활약한 기간이 냉전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M26은 활약 기간이 짧았지만 제2차 대전이 주 무대였고 기술적으로 패튼 시리즈와 전혀 별개인 M1 에이브럼스 전차가 미군에 본격 배치된 것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다. 이처럼 이름과 후에 끼친 영향력과 의의를 고려했을 때 M46은 패튼 시리즈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M46은 당장 일선에 새로운 전차를 공급해야 할 만큼 급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개발되었기에 애초 계획된 포탑의 탑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처럼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배치와 동시에 개량에 나서게 되면서 기반이 되었던 M26이나 후속작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수량만 제작되었고 활약상도 미진했다. 결과적으로 이전 시대의 전차와 제1세대 전차를 기술적으로 연결하는 임시 교량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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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한마디로 M46은 당장 보이는 M26의 문제점 개선에만 신경 쓴 전차였다고 할 수 있다. 설령 전쟁처럼 급박한 상황이라도 4개월에 불과한 개발 기간으로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개념의 전차를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일선에서 원성이 자자한 엔진, 변속기, 주행 장치를 개선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래서 M26과 외형이 상당히 유사하나 후미 엔진룸 모습, 배연기 위치, 텐션 아이들러 유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810마력의 신형 엔진을 장착한 덕분에 힘은 충분했지만 항속 거리가 130km 정도에 불과했다. 연비가 나쁜 가솔린 엔진 때문인데 이는 비단 M46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의 전차가 고질적인 저연비 문제에서 해방된 것은 디젤 엔진을 장착한 M48A3 이후 모델부터다. 방어력은 제2차 대전이라면 최고 수준이었으나 T-54, T-55의 100mm 주포를 막기는 어려웠다. 다만 90mm 전차포는 포구 속도가 빨라 제1세대 동구권 전차의 격파가 가능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M46은 냉전이라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냉전이라도 신경전이 그 정도로 치열하지 않았다면 좀 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개발을 했을 것이 분명하기에 M26의 후속작이 M48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M46의 탄생은 그만큼 당시 소련의 움직임이 급박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M46은 처음부터 오랫동안 주력으로 활약할 수 없었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전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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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M46은 1948년부터 1951년까지 총 1,160대가 제작되었다. 오늘날 최신 전차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량처럼 보이나 패튼 시리즈 중에서 가장 적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곧바로 개량이 요구되었을 만큼 등장했을 때부터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M47, M48의 양산과 더불어 가치가 급속히 사라졌고 곧바로 단종되었다. 이처럼 생산량도 적고 활약 기간도 짧아서 실전은 6.25전쟁이 유일하다.

중형 전차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방어력, 화력에서 제2차 대전 중에 개발된 공산군의 T-34-85를 압도했다. 참전 초기에는 12번의 대전차 전투를 치러 8대를 잃기도 했다. 그만큼 치열하게 싸웠다. 후기에는 휴전을 상정하고 전선이 정체되자 주로 고정 포대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 이외에 4개국에 공급되었으나 주로 훈련용 등으로 사용되었다. 국군도 운용했으나 구체적인 수량은 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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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T40: M26E2 기반 프로토타입

M46: 양산형
 
M46A1: 엔진을 AV-1790-5B, 변속기를 CD-850-4로 바꾼 개량형

M46E1: T42의 포탑을 장착하고 M36 주포, 사통장치를 환장한 개량형.M47 프로토타입.

T39: T40 기반 공병용 시험용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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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생산업체: 디트로이트 조병창
중량: 44톤
전장: 9.50m
전폭: 3.50m
전고: 3.16m
장갑: 102mm
무장: 90mm M4A1 전차포×1
        7.62mm M1919A4 기관총×2
엔진: AV-1790-5A V12 공랭식 가솔린 엔진 810마력(600kW)
추력 대비 중량: 18.4마력/톤
서스펜션: 토션 바
항속 거리: 130km
최고 속도: 48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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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