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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소련의 붕괴 직후 러시아 연방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치안을 불안해졌다. 당장 체첸 공화국에서는 분리독립의 움직임이 일어났고, 국내에서는 총체적인 실업자 증가 속에서 마피아가 득세해가고 있었다. 내전, 테러, 치안불안 등의 상황에 맞서 러시아 정부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무장을 요구했고, 이런 과정에서 권총이나 기관단총처럼 냉전시절에는 중시되지 않는 무장들이 속속 개발되었다.

이에 따라 9mm 마카로프 탄을 채용한 기관단총으로 이즈마쉬의 PP-91와 툴라 조병창의 OTs-02가 먼저 생산되었고, KBP에서는 PP-90과 PP-93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들 기관단총은 군과 경찰의 급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급조된 총기들이었고, 본격적인 총기 설계는 이 시기부터 시작되었다.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기관단총에서 대표적인 존재는 바로 PP-19 비존이었다. 비존은 독특한 형태의 헬리컬 탄창을 채용하여 장탄수가 무려 64발에 이르렀다.

비존은 풀사이즈 기관단총으로는 매우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고, 이후 러시아 군과 경찰이 9mm 마카로프탄에서 7N21과 같은 9mm 파라블럼탄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우수한 플랫폼을 제공하여 성공적인 총기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PDW 개념에 가까웠던 기존의 다른 기관단총들의 경우는 상황이 달랐다. 애초에 반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9mm 마카로프탄을 염두에 두고 급조되었던 기관단총들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가 필요했다.

그리고 2000년을 즈음하여 드디어 러시아 군과 경찰에서 9x19mm나 9x21mm 탄 기반의 PDW를 요구했다. 특히 러시아 국방부는 "박사네츠(Баксанец)"라는 암호명의 운용요구성능(ROC,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을 발간하면서 업계를 독려했다. 이에 따라 총기제조사들은 다양한 설계작업을 시작했다. 제조사들은 이미 이 시기를 전후하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코브로프 기계공장, 중앙정밀기계공학연구소(TsNIITochmash), 이즈마쉬,  그리고 KBP (Конструкторское бюро приборостроения) 등에서 새로운 설계안들을 속속히 완성해나갔다. 연구개발은 2005년경에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운용요구능력이 계속적으로 추가되면서 어느 한 제조사도 명백이 우수한 총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안모델들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KBP에서 개발하던 PP-2000이라는 기관단총이었다. 소련 붕괴 후 어려워진 방산시장 상황에서 KBP는 전설적인 설계자인 그랴제프(Василий П. Грязев)와 쉬프노프(Аркадий Г. Шипунов)를 소화기 개발에 투입했었다. 그랴제프/쉬프노프 콤비는 PP-90, P96, VSK-94 등의 개발시에는 설계과정을 총괄했으며, GSh-18 권총의 개발에서는 직접 설계를 담당하기도 했다. PP-2000의 설계에서는 그랴제프가 사업을 총괄했으며, 실질적인 개발은 쿠즈네초프(Б.И. Кужецов)와 라스카조프(А.И. Рассказов)가 담당했다.

KBP 설계팀은 이미 2001년 신형 총기에 관한 특허를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총기를 가다듬었다. 애초에 PP-2000은 대테러부대를 위한 특수한 총기로 구상되었지만, 러시아군이 PDW를 요구함에 따라 상황이 바뀌었다. 따라서 새로운 PDW에 요구된 것은 총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도 편하게 쏠 수 있는  편의성이었다. 기본적으로 한손 사격이 가능한 총기를 만들고자 했으며, 기관단총의 대명사였던 우지(Uzi)보다 가볍고 편리한 것을 목표로 했다. PP-2000은 2003년 푸틴 대통령의 툴라 방문시 KBP의 총기전시장에서 공개되면서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2004년 드디어 PP-2000이 대중에 공개되었다. 우선 6월에 유럽최대의 방산전시회인 "유로사토리(Eurosatory)"에서 먼저 공개되었으며, 잠시 후인 9월에는 러시아의 대표적 보안장비전시회인 "INTERPOLITEX"에서 공개되었다. 그러나 신형 기관단총을 요구하던 러시아 군은 새로운 기관단총이 등장했음에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러나 경량화와 휴대성을 강조한 기관단총을 요구했던 내무부는 PP-2000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결국 2006년 내무부에 채용되면서 본격적으로 활약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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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PP-2000 기관단총은 우지나 인그램처럼 권총손잡이에 탄창이 삽입되는 형식의 기관권총(machine pistol)이다. 러시아에서 기관권총 형식으로 나온 총기로는 과거 특수부대용 총기이자 PDW로 사용되었던 스테츠킨 APS 권총이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기관단총이자 기관권총으로써 채용된 것은 PP-2000이 처음이다. 그러나 PP-2000의 더욱 큰 특징은 바로 아랫총몸의 재질로 폴리머 플라스틱을 채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총기 전체의 무게는 1.4kg으로 우지 중에 가장 경량인 마이크로우지보다 800 그램 이상이나 가벼워졌다.

PP-2000은 작동기구의 단순화에 설계의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당연하게도 복잡한 브리치록 방식 대신에 단순블로백 방식을 채택했다. 장전 손잡이는 다소 독특한 형태로 스프링으로 텐션을 직선으로 유지하는데, 이에 따라 좌우 양쪽으로 모두 꺾여서 오른손잡이 사수이건 왼손잡이 사수이건 상관없이 편리하게 장전이 가능하다. 해머 격발방식으로 단발과 연발의 조정이 가능한데, 안전-단/연발 조정간은 권총손잡이의 우측에만 달려있어, 왼손잡이에게는 작동이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한편 폴리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아랫총몸은 사수의 손에 맞으면서도 최대한 반동을 억제할 수 있도록 직각보다도 더 후퇴된 각도로 만들어졌다. 또한 방아쇠울을 비정상적으로 크게 만들고, 방아쇠울의 앞부분에 손잡이를 장착하여 양손으로 잡고 사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실 이러한 고안을 최초로 한 것은 PP-2000이 아니라 스텀 루거(Sturm Ruger & Co.)에서 1995년 발매했던 MP9 이라는 기관총이다. MP9은 마이크로우지를 흉내낸 루거의 경찰/보안시장 도전작이었지만, 별달리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진 바 있다.

한편 PP-2000은 다양한 개머리판의 조합이 가능하다. 개발초기에는 ①번과 같은 스켈레톤 개머리판이 선보였으나, 접철시에 앞쪽 손잡이 파지에 방해가 되어 형상이 변경되어야만 했다. ②번은 2004년 INTERPOLITEX 전시회에서 소개된 모습으로, 44발들이 탄창이 개머리판처럼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실제 견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용자 평가가 다수이다. 한편 또다른 전시회에서는 ③번과 같은 고정식 개머리판도 소개되었다. 그러나 총기와 함께 정식발매된 개머리판은 ④번이다. 물론 사수가 원한다면 개머리판 자체를 손쉽게 떼어놓고 휴대할 수도 있다.

PP-2000은 2006년경에 실전배치된 총기인 말큼, 나름의 현대적인 고안이 적용되었다. 아랫총몸으로 폴리머 플라스틱 재질을 채용한 것 자체도 혁신이었고, 다양한 확장기구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우선 전방손잡이 아랫부분에는 조명을 장착할 수 있도록 결합부를 제공하였다. 다만 여기에는 피카티니 레일을 적용하지 않고 KBP에서 고안한 결합방식을 적용하여 장착할 수 있는 것은 전용 악세사리로 제한되는데, 전술조명(플래시라이트)이 전부다. 또한 총기의 윗총몸에도 피카티니 레일을 적용하여 도트사이트 등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PP-2000에서 강조한 또다른 능력은 바로 관통능력이다. MP443 그라치 권총을 채용하면서 9mm 파라블럼탄을 처음으로 제식 채용한 러시아군은 7N21 관통탄을 채택하면서 서구권과는 달리 관통력에 중점을 두었다. 이에 따라 7N21 탄은 50m 거리에서도 방탄조끼를 입은 적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런데 PP-2000은 같은 KBP에서 개발한 GSh-18 권총과 함께 개량된 7N31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7N31탄은 15m 거리에서는 8mm 두께의 강철판을 관통하며, 5mm 두께의 강철판이라면 50m에서도 관통할 수 있는 강력한 탄환이다.  FN P90이나 HK MP7 등 서구의 다른 PDW에 비하여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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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PP-2000 기관단총은 개발되어 2003년 시제가 완성, 2004년부터 공개되었다. 애초에 PP-2000은 러시아 국방부의 "박사네츠" ROC를 준수하여 만들어졌으므로 러시아군의 소요를 위하여 개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총기가 처음 나오자마자 신형 9mm 관통탄을 소화할 수 있는 컴팩트한 기관단총의 등장에 러시아의 다양한 스페츠나츠 부대들은 열광적으로 이를 채용했다.

그러나 문제는 막상 러시아 국방부 자체의 소요는 몇몇 특수부대가 도입한 것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PP-2000을 개발하면서 핵심은 누구라도 쏠 수 있는 기관단총이었다. 이렇듯 전차병이나 항공기 승무원 등 상대적으로 무장이 부족한 이들에게 자위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PDW로서 개발되었지만, 막상 러시아 국방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기관단총 사업을 당장 시작하지 않자 KBP로서는 낭패였다. 물론 이유가 없지는 않다. 사업지연의 이유는 PP-2000이 부족했다기보다는 국방개혁의 시급성과 예산부족 등이 결합되면서 기관단총 사업의 우순선위가 한참 뒤로 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근위대와 경찰특공대 등을 보유한 러시아 내무부에게는 PP-2000은 최적의 선택이었다. 물론 여전히 AK소총 계열이 주무장으로 모든 인원에게 지급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컴팩트한 특성으로 인하여 PP-2000은 방탄방패를 운용하는 첨병(point man)에게 최적의 무기로 인식되면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내무부 이외에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Федеральная Служба Безопасности)과 해외정보국(SVR, Служба Внешней Разведки) 등의 특수부대인 알파와 빔펠에서도 PP-2000은 애용되는 포인트맨의 무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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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PP-2000: KBP의 기관단총. 본문과 같음.

OTs-126: PP-2000의 민수형. 카빈으로 판매되기 위하여 총열은 16인치로 늘어났으며, 윗총몸에 총열덮개를 더하여 피카티니 레일을 장착하였다. 개머리판은 M4 스타일의 접철식 개머리판으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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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모델	PP-2000
제조사	KBP
사용 구경	9 x 19 mm 파라블럼 (7N31탄)
전체 길이	(개머리판 접철시) 350 mm (개머리판 확장시) 582 mm	(개머리판 없는 모델) 340 mm (예비탄창 결합 견착) 507 mm
총열 길이	139 mm
폭	43 ~ 46 mm
높이	(탄창 제거시) 161 mm	(44발 탄창 결합시) 305 mm
연사율	분당 600 ~ 800 발
장탄 수	44발 또는 20발 들이 상자형 탄창
총구 초속	550 m/s (7N31탄 사용시)
사거리	(유효) 100 m	(최대) 200 m 까지 가늠자에 표시
전체 중량	1.4 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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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양욱 | 군사학 박사(군사전략)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이자,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또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