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의 역사

.50 구경 BMG(Browning Machine Gun)탄은 이제 백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이 탄환은 1차대전 당시 중기관총 탄환으로 개발되었지만, 실제로 미 육군이 채용할 수 있었던 것은 1923년의 일이었다. 애초에 대전차무기로 구상되었던 이 탄환은 지상군이 기계화하면서 전차의 부무장이나 대공화기로서 꾸준히 신뢰를 받아왔고, 헬기의 등장과 함께 항공무장으로도 사용되어 왔다.

애초에 공용화기로서만 그 존재가 부각되었던 .50구경탄은 1980년대 한 괴짜 사진사의 아이디어로 소총에서 발사하게 되면서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했다. 1982년 처음으로 등장한 50구경 바렛 반자동 소총은 장거리 저격 대물소총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서 곧바로 군과 경찰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전혀 다른 개념의 무기체계가 10년도 안되는 기간 내에 자리를 잡는 것은 그만큼 장거리 저격의 솔루션에 목말랐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바렛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반자동이라는 점이었다. 이에 따라 정밀한 사격이 가능한 볼트액션 소총으로 50 구경 저격소총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사실 50 구경으로 소총을 만들려는 시도를 한 것은 로니 바렛이 처음은 아니었다. 미군이 1차대전 당시 독일에서 노획한 대물소총을 바탕으로 윈체스터 사에서는 50구경 M1918 고강도 볼트액션 선회총(High Power Bolt Action Swivel Gun, 윈체스터-퍼그슬리 소총으로도 불림)을 개발했었다. 한편 2차 대전 당시에는 연합국 측에서는 영국이 보이즈(Boys) .55구경 대전차 소총을 개발하여 캐나다의 존 잉글리스사에서 양산했었다. 당연히 미군용으로 넘겨진 총기는 .50 BMG탄 전용으로 개발되어 태평양 전선에서 미 해병대에 의해 사용되었지만, 본격적인 저격의 용도는 아니었다.

한편 6.25 전쟁에서도 50구경 볼트액션 소총이 등장했다.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지는 와중에 미 육군 9군단 소속의 윌리엄 브로피(William S. Brophy, 1915~1991) 대위는 육군의 저격 능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저격총의 주류는 M1 개런드에 망원조준경을 장착한 것으로 600야드 이상의 표적은 공격이 어려웠고, 이에 따라 브로피는 28인치 헤비배럴을 장착한 윈체스터 모델 70 소총에 10배율 조준경을 올려 .30-06탄의 한계까지 저격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30구경탄의 사거리가 미치지 않는 곳에 대한 저격을 위하여 브로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즉 적으로부터 노획한 PTRD 14.5mm 대전차소총을 50 구경탄을 사용하는 총기로 개조하여 20배율 조준경을 올리고 저격총으로 활용한 것이었다.

브로피의 50구경 PTRD는 대물용이 아니라 저격용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50구경 저격소총이었다. 브로피와 그의 저격팀은 1000~2000야드의 다양한 목표물을 저격하며 그 성과를 마음껏 뽐내었고, 50구경탄의 길고 긴 사거리를 적 구축에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미군 내에 널리 퍼지면서 M2 중기관총에 저격용 스코프를 장착하여 운용하는 사례들이 등장했다. M2를 저격에 활용하는 전술은 추후에 베트남전에서 미 해병의 카를로스 헤스콕(Carlos Hathcock) 상병에 의해 사용되어, 당시로서는 최대 저격기록인 2,286m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렇듯 50구경과 장거리 저격에 대한 소요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특히 1980년대에 이르러 바렛 소총의 인기로 50구경 소총시장이 생겨났지만, 바렛이 최초의 50구경 저격소총도 아니었고, 심지어는 최초의 50구경 반자동소총도 아니었다. 이미 2차대전 당시 윈체스터가 데이빗 마샬 윌리엄스의 가스태핏 작동방식을 바탕으로 윈체스터-윌리엄스 소총을 개발했었던 사례도 있었다. 게다가 1981년부터는 리서치 아머먼트 인더스트리(Research Armament Industries)에서 제리 해스킨즈(Jerry Haskins)의 주도하에 RAI 모델500이라는 50구경 볼트액션 소총을 개발하여 미 육군에서 소량을 채용하여 특수부대가 활용한 바 있었다.

결국 바렛은 대중적 인기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지만 정밀한 장거리 저격용으로는 부족했고 따라서 볼트액션 저격총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후반 이후 많은 총기제조사들이 50구경 저격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맥밀란이었다. 맥밀란은 원래 1973년 볼트액션 소총 전용의 파이버글래스 개머리판을 제작하는 '맥밀란 파이버글래스 스톡(McMillan Fiberglass Stock)'으로 시작했다. 맥밀란 제품은 레밍턴 모델 700 볼트액션 소총과 결합되면서 인기를 끌었고, 미 육군의 M24 저격총의 부품으로 채용되기까지에 이르렀다.

맥밀란 스톡의 창업자였던 게일 맥밀란(Gale McMillan)은 1984년 맥밀란 컴패니(G. McMillan & Co.)라는 자회사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총기사업에 뛰어들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 .50구경 볼트액션 저격총을 개발하기 시작하여 최초로 만든 총기가 M87이었다. M87이 완성되자 게일 맥밀란은 1987년 웨스 해리스(Wes Harris)라는 투자자에게 회사를 팔고 은퇴하였으며, 맥밀란 컴패니는 해리스 건웍스(Harris Gunworks LLC.)로 이름을 바꾸었다.

해리스는 여전히 모기업 맥밀란과의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1990년대 초반 미 육군의 50구경 소총 선정사업에 바렛 M82와 함께 맥밀란/해리스 M87R도 후보기종으로 참여했으나 바렛보다 훨씬 뛰어난 정밀도에도 불구하고 선정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해리스는 맥밀란과의 느슨한 협조하에 M88, M93, M95, M96 등의 50구경 소총을 개발했지만 소량이 특수부대용으로 판매되었을 뿐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한편 민수총기업계에서는 군사업에만 집중하던 해리스 건웍스보다 모기업이었던 맥밀란이 50구경 볼트액션 소총을 만들기를 희망했다. 게다가 해리스 건웍스의 수장이던 웨스 해리스가 사기범죄로 총기업계에서 사실상 퇴출되면서 맥밀란 소총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맥밀란 일가는 1992년 맥밀란 형제 소총사(McMillan Brothers Rifle Co.)를 새롭게 창설하고, 기본적으로 M87R과 M88 등 볼트액션 소총의 생산을 이어나감은 물론 라인업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2000년 맥밀란은 기존의 모델들을 단종시키고 TAC-50로 단일화하면서 상품성을 강화하기에 이르렀다.

TAC-50으로 라인업이 통합된 이후 맥밀란은 50구경이외에도 .338 라푸아나 .300 윈체스터 매그넘 등 유효사거리가 1km를 넘는 장거리 볼트액션 저격총에 특화하여 제품을 구성해나갔다. 특히 기존의 충실한 고객이었던 미군 특수부대 이외에도 캐나다 등 다양한 부대에서 채용하면서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TAC-50은 등장 이후 세계 최장거리 저격기록을 3차례나 갱신해가면서 명성을 넘어 전설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

특징

TAC-50은 .50구경의 12.7 x 99 mm NATO 탄을 사용하는 저격소총이다. 기본적으로는 볼트액션 소총인데, 맥밀란에서는 이를 'G31 쇼트액션'이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G31 쇼트액션 기구는 4140 크롬몰리 38-40Rc 강을 통째로 깎아 만들었다. G31 쇼트액션의 특징은 리코일 러그가 노리쇠 뭉치에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리코일 러그(Recoil Lug)란 사격시 반동을 개머리판으로 전해주는 부분으로 통상 총열이나 노리쇠 가이드의 아랫부분에 장착된다. G31은 .50 구경탄의 엄청난 반동을 약실만으로 받아낼 수 있도록 리코일 러그를 통합하여, 프리플로팅 총열이 가능하도록 했다.

총열은 정밀도와 내구성으로 유명한 릴랴 총열(Lilja barrel)에서 만드는 29인치 모델을 채용했다. 총열의 재질은 고강도 크롬몰리강이며, 옵션으로 스테인레스 스틸 버전도 있다. 강선은 15인치 당 1회전으로 4조 우선이다. 총열이 총몸에 물리지 않는 프리플로팅 배럴 방식을 채용하여 정밀한 저격이 가능함은 물론이고 총열이 좀 더 빨리 냉각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탄창은 5발 들이 박스형 탄창으로, 탄창 가격만 해도 390불에 이른다.

방아쇠는 당김무게가 3파운드에 불과하여 민감한 움직임에도 명중율이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장거리 사격에 적절하다. 정밀한 총열과 민감한 격발기구 덕분에 정확성은 0.5 MOA 이하를 자랑한다. 1 MOA는 100야드에서 1인치의 명중률(m로 환산하면 100m에 약 29mm)을 의미하므로, 0.5 MOA이면 100m에서 14.5mm 내에 집탄군이 형성된다는 뜻이 된다.

조준경은 초기에는 류폴드(Leupold) 4-16배율 LR/T M1을 사용했었고, 캐나다군이 C15로 최초 도입했을 때도 이러한 사양이었다. 이후에는 좀 더 좋은 옵틱으로 평가받는 슈밋&밴더(Schmidt & Bender)의 5~25배율 PM II 조준경이 점차 도입되었다. 이외에도 제작사인 맥밀란에서는 나이트포스(Nightforce)의 8~32배율 NXS 밀닷(Mil-dot) 조준경을 추천한다.

한편 맥밀란 저격소총의 대표적 트레이드 마크는 모기업인 맥밀란 스톡이 만들던 파이버글래스 재질의 개머리판이었다. 특히 TAC-50은 .50 구경탄의 엄청난 반동을 제어하기 위하여 전통적인 디자인과는 달리 권총손잡이를 장착했다. 최초의 개머리판은 총열 아래 손잡이 부분이 지극히 짧았지만, 열상장비 장착을 위하여 피카티니 레일이 추가되면서 5인치 정도 길어졌다.그러나 저격총에 장착되는 부가장비가 계속적으로 늘어나자 결국 TAC-50도 전통적인 맥밀란 스톡을 버리고 금속제 피카티니 레일 개머리판을 채택했다.

다양한 저격총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케이덱스 디펜스(Cadex Defense)에서 만든 듀얼 스트라이크 샤시(Dual Strike Chassis)가 TAC-50에서도 채용되어 TAC-50C가 만들어졌다. 신형 개머리판은 턱받침 높이, 개머리판 길이, 그리고 반동흡수패드의 위치 등을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음은 물론, 개머리판의 길이도 접을 수 있었다. 또한 상부에 길게 피카티니 레일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3시-6시-9시 방향에 레일판을 장착할 수 있다. 또한 리코일 러그가 장착되는 부분에 4개의 롤러를 장착하여 반동을 최소화함으로써 더욱 정밀한 사격이 가능하도록 기여하기도 했다.

---

제원

모델 : TAC-50 A1
작동방식 : 회전노리쇠 방식 볼트액션
구경 : .50 BMG (12.7 x 99 mm NATO)
전체길이 : 1,448 mm (57 인치)
총열길이 : 737 mm (29 인치)
총열강선 : 4조 우선, 15 인치(381 mm) 당 1회전 
총구초속 : 860 m/s
유효사거리 : 2,000 m
급탄 : 5발들이 탄창
중량 : 11.8 kg (스코프,탄환 제외)

---

저자소개

양욱 | 군사학 박사(군사전략)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이자,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또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