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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22년 체결된 워싱턴 해군 조약과 이어서 1930년 발효된 런던 해군 조약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해군력 군축이었다. 지난 제1차 대전 당시에 워낙 혹독한 경험을 해서 그만큼 평화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물밑에서는 남보다 앞선 전력을 구축하기 위한 눈치 싸움과 편법이 횡행했다. 그러던 1934년 일본의 전격적인 조약 탈퇴는 새로운 해군력 증강 경쟁의 신호탄이 되었다.

그러자 태평양을 사이에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할 미국도 전력 확충에 나섰다. 대규모 건함에 착수했는데 그중에는 항공모함도 있었다. 1938년에 그동안 조약을 준수하느라 획득을 유보했던 요크타운급 3번 함의 발주와 더불어 이를 후속할 차세대 항공모함 사업이 시작되었다. 제2차 대전 당시에 24척이나 건조되어 미국의 어마어마한 생산력을 대변한 에식스급 항공모함은 이런 준비가 있었기에 곧바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에식스급에 만족하지 않고 제2차 대전이 발발한 직후인 1940년에 새로운 항공모함 획득 사업에 착수했다. 예정한 60,000톤의 만재 배수량과 280m의 비행갑판은 당대 최고 수준으로 약 120기의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었다. 제2차 대전 중 등장한 항공모함 중에서 배수량으로는 일본의 시나노가 가장 컸지만 이는 야마토급 전함 3번 함을 개장한 것이었고 함재기 운용 능력은 상당히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전력을 너무 집중시키면 최악의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여러 척의 작은 항공모함을 획득하는 것이 좋다고 반론을 제기했지만 대세는 거함이었다. 1927년에 최초의 실전 항공모함인 렉싱턴급이 배치되었을 때 크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실제로 운용해 본 결과 항공모함은 클수록 효과적인 무기임을 깨달은 결과였다. 이에 따라 조약에서 허용된 배수량 한계를 맞추느라 소홀히 했던 방어력도 대폭 향상시킬 예정이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급습으로 미국이 제2차 대전에 참전하게 되자 사업 속도가 빨라졌다.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건조가 무기한 연기된 몬태나급 전함의 선체를 기반으로 해서 한창 대량 건조 중인 에식스급의 디자인 중 하나인 9G를 확대한 형태로 설계가 이루어졌다. 때문에 신형 항공모함은 실전 배치된 미국의 순양함, 전함, 항공모함 같은 모든 거함 중에서 최초로 파나막스 규격을 벗어났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전략적 기동성은 감소했지만 선체의 구조와 크기에 가했던 제약은 상당히 풀렸다. 그러나 크다는 점과 미국 항공모함 최초로 장갑 갑판을 갖추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기술적으로 특별한 사항은 없었다. 총 6척 획득을 예정으로 1943년 전통의 뉴포트 뉴스 조선소에서 CV-41 미드웨이로 명명된 초도함의 건조가 시작되었다. 태평양 전쟁의 향방을 바꾼 역사적인 해전을 기려서 함명을 부여했을 만큼 미국의 기대는 대단했다.

하지만 당장 대량 공급이 가능한 에식스급의 제작이 우선시되면서 미드웨이급의 건조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전시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결국 초도함인 미드웨이가 실전 배치된 것은 전쟁이 끝나고 나서 한 달 후인 1945년 9월 10일이었다. 전쟁에서 미국의 압도적 우위가 달성된 1944년 10월에 3번 함의 건조 승인이 이루어진 것을 마지막으로 나머지 3척의 획득 계획은 취소되었다.

때문에 미드웨이급은 제2차 대전에 참전하지 못했으나 예전 사상에 따라 설계되고 건조가 이루어졌기에 최후의 대전형(大戰型) 항공모함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전후 본격적인 제트 시대가 도래하자 함재기의 크기가 커지고 이착함에 보다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게 되면서 에식스급에서는 운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덕분에 미드웨이급은 취역과 동시에 거대한 크기가 빛을 발했다.

오히려 1955년 취역한 포레스탈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슈퍼캐리어 시대가 시작되었을 정도로 갈수록 항공모함의 크기는 커졌다. 그래서 미드웨이급이 최대라는 타이틀을 보유했던 기간도 불과 10년 남짓이었다. 이러한 항공모함의 대형화는 마치 닭과 달걀의 관계처럼 함재기의 대형화도 더욱 촉진시켰다. 결국 미드웨이급에서는 F-14 같은 대형 함재기들을 운용할 수 없었기에 말년에 들어서는 2선급 항공모함으로 취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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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미드웨이급은 많은 변신을 거듭한 항공모함으로도 유명하다. 대전형 항공모함이어서 취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래한 제트 시대에 걸맞도록 앵글드데크 등을 갖추는 현대화 사업을 실시했다. 이후에도 수차례의 개장, 개조 등이 이루어지면서 모습이 상당히 바뀌었다. 가장 오랫동안 활약한 CV-41 미드웨이의 경우는 배수량이 64,000톤까지 증가했을 정도여서 처음과 전혀 다른 항공모함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에 SCB-101/66 개장이 이루어진 후에 좌현의 3번 사출기가 제거되었으나 선수 중앙과 좌현의 승강기 위치가 변경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었다. 뒤에 건조된 포레스탈급이 좌현 승강기의 위치를 끝까지 변경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것에 비한다면 그만큼 성능 향상을 위해 고심했던 증거라 할 수 있다. 덕분에 CV-41 미드웨이는 재래식 동력 항공모함으로 최장의 운용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선체가 기본적으로 1930년대 사상으로 설계된 것이어서 개량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여러 문제가 있었다. 우선 격납고의 높이가 낮아 대형 함재기의 수납이 곤란했다. 앞서 언급한 F-14는 무리한다면 이착함은 가능하나 격납고에서 정비나 보급이 어려웠다. 가장 마지막까지 활약한 CV-41 미드웨이는 1986년 개수를 마친 후에 함재기의 이착함이 어려울 정도로 불안정해져서 ‘로큰롤 항공모함(Rock'n Roll carrier)’이라는 뼈아픈 별명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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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비록 제2차 대전에는 참전하지 못했으나 미드웨이급은 냉전 시대에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전략적으로 유럽을 중시했던 1950년대에는 대서양, 지중해 함대에 속해 있어서 6.25전쟁에는 참전하지 않았지만 이후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같은 거대한 국지전은 물론 쿠바 위기, 리비아 공습처럼 지엽적인 여러 작전에서 활약했다. 한마디로 1990년대 이전에 있었던 대부분의 작전에 3척의 미드웨이급 항공모함이 돌아가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초도함 미드웨이는 베트남전쟁 이후 일본 요코스카에 전진 배치되어 우리와 인연도 많다. 북한의 도발로 위기가 고조되면 제일 먼저 한반도 인근에 투입되고는 했고 평시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항해를 자주 벌였고 종종 무력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비록 후속한 포레스탈급, 키티호크급, 엔터프라이즈급, 니미츠급에 비해 성능이 떨어졌어도 당당히 미 항공모함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한 귀중한 자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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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CV-41 미드웨이(Midway)

발주 : 1942년 8월 1일
기공 : 1943년 10월 27일
진수 : 1945년 3월 20일
취역 : 1945년 9월 10일
퇴역 : 1992년 4월 11일

CV-42 프랭클린 D.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발주 : 1942년
기공 : 1943년 12월 1일
진수 : 1945년 4월 29일
취역 : 1945년 10월 27일
퇴역 : 1977년 9월 30일

CV-43 코랄 씨(Coral Sea)

발주 : 1943년 6월 14일
기공 : 1944년 7월 10일
진수 : 1946년 4월 2일
취역 : 1947년 10월 1일
퇴역 : 1990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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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개수 후)

경하 배수량: 51,000톤
만재 배수량: 68,000톤
전장: 304m
선폭: 72.5m
흘수: 11.8m
추진기관: 웨스팅하우스 스팀 터빈 (158MW)
              4×프로펠러

속력: 30.6노트
무장: 2×8 시스패로우 발시관
        2×Mk. 71 CIWS
함재기: 평균 65기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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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