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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막을 내린 1943년이 되자 독일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소련과의 전력 격차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양적 격차를 질로 극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쟁 초기에 소련군을 거침없이 몰아붙일 때도 독일군의 전력이 앞섰던 적은 없었다. 히틀러는 툭하면 스파르타의 300 용사처럼 싸우라고 주문했지만 그러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기갑부대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양적으로는 경쟁이 안되기에 질적으로 앞서야 했는데 오히려 전쟁 중반기까지 개별 전차의 성능은 소련 것이 좋았다. 1942년 말부터 6호 전차 티거가 투입되면서 질적 우세를 확보했으나 공급량이 절대 부족했다. 고심 끝에 돌격포, 자주대전차포, 구축전차처럼 기반이 되었던 전차의 체급에 비해 화력을 강화한 다양한 장비들이 만들어져 전선에 투입되었다.

그러던 중 일선에서 3,000m 정도의 거리에서도 적 전차를 완벽하게 격파할 수 있는 새로운 기갑장비에 대한 소요가 제기되었다. 한마디로 적 전차 사정권 밖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원한 것이었다. 이론적으로 그런 무기를 보유한다면 양적 열세의 극복이 가능했다. 이때 주먹으로 떠오른 것이 12.8cm FlaK 40 대공포였다. 이를 8.8cm FlaK처럼 대전차포로 개조해서 이용할 생각이었다.

이때 10.5cm Flak 38 대공포도 후보로 함께 고려되었으나 실험 결과 사거리와 정확도에서 FlaK 40이 훨씬 좋은 결과를 보여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12.8cm PaK 44 대전차포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향후 등장이 예상되는 모든 적 전차를 원거리에서 쉽게 격파할 수 있을 만큼 일단 성능이 대단히 좋았다. 하지만 포가를 간략화한 경량형도 부수 장비를 합치면 총 26톤에 달할 만큼 무게가 많이 나갔다.

이러한 거포를 차량에 탑재하려면 당연히 차체가 커야 했다. 이에 1943년 초, 6호 전차 티거나 개발 완료 단계였던 5호 전차 판터의 차체를 염두에 두고 사업이 개시되었다. 하지만 판터 차체는 거대한 포신을 감당하기에 약하고 티거 차체는 구조가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이 났다. 이때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한창 개발 중이던 6호 전차 B형, 즉 티거 II였다. 이름 때문에 개량형처럼 보이지만 사실 티거와 티거 II는 전혀 별개다.

티거 II는 거대한 71구경장 8.8cm KwK 43 전차포를 부착한 포탑을 결합할 예정이었기에 차체가 컸다. 이를 돌격포 형식으로 개조하면 PaK 44를 충분히 탑재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렇게 해서 1943년 10월 20일 조급해하던 히틀러에게 목재로 만든 프로토타입을 선보였고 6호 구축전차(Jagdpanzer VI)라는 명칭으로 곧바로 개발에 착수했다. 계획대로 제작이 이루어지면 티거 II와 동시에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만큼 강력한 무기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지만 당장 한 대의 전차를 더 공급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었던 전쟁 말기의 독일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결코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었다. 운영 측면을 고려하면 굳이 비슷한 장비들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6호 구축전차를 포기하고 차라리 티거 II만 만드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올렸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독일은 패망하는 순간까지도 고집을 바꾸지 않았다.

어쨌든 일사천리로 개발을 마치고 1944년 2월부터 '티거구축전차(Jagdtiger)'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생산이 시작되었다. 커다란 기대를 얻은 만큼 티거구축전차는 데뷔와 동시에 제2차 대전 중 실전에 투입된 기갑장비들 중에서 가장 무겁고 가장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갖추었다는 타이틀을 얻었다. 1945년 1월까지 150대를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진도가 지지부진했다.

부속과 자재의 확보부터 어려웠고 연합군의 대대적인 폭격으로 생산 시설도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일선에서 그다지 원하지 않았다는 점도 제작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다. 원래 기반이 되었던 티거 II는 주행 계통에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 툭하면 고장이 발생할 만큼 안정성이나 신뢰성이 부족했고 야전에서 수리도 어려웠다. 그런데 티거구축전차는 같은 차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더 무거워서 무리가 많이 갔다.

이는 비단 티거구축전차뿐만 아니라 제2차 대전 말기에 등장한 독일 무기라면 예외 없이 해당된 사항이었다. 워낙 급하게 만든 데다 충분한 시험이나 개선을 거칠 시간도 없어서 당연히 품질에 문제가 많았다. 때문에 실전에서 티거구축전차의 개별적인 전과는 상당했지만 이를 능가할 정도로 운용에 어려움이 많아서 일선에서 선호하지 않았다. 많은 기대 속에 탄생하고 강력했으나 정작 애물단지 취급을 받은 기갑장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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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티거구축전차의 55구경장 12.8cm Pak 44 주포는 당대 최강의 대전차포라고 할 수 있다. 6호 돌격전차가 구경이 더 큰 주포를 장착했지만 원론적으로 근접 시가전용 자주포여서 용도가 다르고 사거리가 짧은 데다 정확도도 떨어진다. 하지만 Pak 44는 분리식 장약을 사용하는 관계로 장전 속도가 느렸고 그만큼 작전 효율이 떨어졌다. 8.8cm 주포가 제2차 대전 당시 활약한 모든 전차를 격파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과유불급이었다.

전투실 전면 장갑이 250mm에 이르렀고 가장 취약한 상부 장갑도 40mm 정도일 만큼 방어력이 대단했다. 정면으로 티거구축전차와 대결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측면이나 후면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어서 85mm 주포를 장착한 T-34-85 이상의 전차라면 격파가 가능했다. 다만 사거리 이내로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기에 먼 거리에서 전차 간에 교전이 벌어지면 일방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주포와 두꺼운 장갑을 갖춘 덕분에 티거구축전차의 중량은 현대의 주력전차(MBT)보다 무거운 71톤이나 나갔다. 하지만 엔진의 힘이 700마력밖에 되지 않은 데다 변속기, 현가장치의 내구성이 상당히 떨어져서 기동력은 형편없었다. 본격 배치가 시작되었을 당시부터는 독일이 수세에 몰렸던 때라서 기동력이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성이 떨어져 고장이 쉽게 발생하고 부품 소모가 큰 점은 엄청난 단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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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티거구축전차는 1944년 2월부터 독일이 항복하기 직전인 1945년 5월까지 양산되었다. PaK 44의 생산이 지연되면서 최초 2대는 71구경장 8.8cm PaK43을 장착했고 현가장치도 포르쉐식과 헨셸식을 번갈아 사용했을 정도로 양산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무기 제작 인프라가 붕괴된 전쟁 말이어서 그렇게 된 것인데 관련 자료도 취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산 대수가 최소 70대에서 최대 88대로 상이할 정도다.

제512중구축전차대대와 제653중구축전차대대에서만 운용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교전 중 피격된 것보다 고장이나 연료 부족으로 비전투 손실 처리된 물량이 더 많았다. 그래서 물량이 소모되었어도 티거구축전차로 보충 받기를 꺼려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유명한 전차 에이스로 종전 직전에 제512중구축전차대대 예하 중대를 지휘한 오토 카리우스도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약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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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8.8cm PaK43 장착형:

포르쉐 현가장치형:

헨셸 현가장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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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생산업체: NibelungenwerkA
중량: 71.7톤
전장: 10.65m
전폭: 3.6m
전고: 2.8m
장갑: 80mm~250mm
무장: 12.8cm PaK 44 L/55 ×1
         7.92mm MG34 기관총×1
엔진: 마이바흐 HL230 P30 12기통 가솔린엔진 700마력(515kW)
추력 대비 중량: 9.8마력/톤
서스펜션: 토션 바
항속 거리: 120km
최고 속도: 34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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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