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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단순한 권총을 선호해왔다. 초기에 러시아 제국에서 온갖 총기를 물려받았던 때를 제외하면 총기의 종류도 TT 토카레프 권총에 이어 PM 마카로프 권총을 채용하는 등 종류도 제한되었다. 물론 스테치킨 APS나 PSM 같은 권총들도 있었지만 통상 토카레프나 마카로프가 전부였다.  마카로프 권총은 소련제 병기답게 어떠한 환경에서도 작동하며 장병들의 목숨을 살리는데 기여했지만 9x18mm 탄의 부족한 파괴력은 늘 문제였다.

이에 따라 소련은 9x19mm 파라블럼 탄을 개발했는데, 서구의 규격을 지키되 러시아 특유의 설계를 포함시켰다. 소련은 탄두에 강철탄심을 포함시켜 관통력을 높여왔는데, 이러한 설계를 9x19mm탄의 개발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이에 따라 1990년 중반 7N21 탄환이 개발되었는데, 50m 거리에서 방탄복을 입고 있는 적을 무력화할 수 있었다. 한편 이렇게 새로운 탄환이 나오자 이를 발사할 수 있는 새로운 권총이 요구되었다.

새로운 권총은 마카로프보다 더욱 많은 장탄수에 9x19mm 탄을 발사할 수 있어야만 했다. 새로운 권총의 개발 결정은 1991년 1월에 이루어졌고 개발사업 자체에는  "그라치(Грач 떼까마귀) 5"라는 사업명이 붙었다. 새로운 권총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요구는 시대상을 충분히 반영했다. 방아쇠는 더블액션 작동기구를 채택하며 장탄수는 17발 일 것, 탄환으로는 9x19mm 파라블럼탄은 물론이고 해당설계로 9x18mm 마카로프탄이나 7.62x25mm 토카레프탄도 발사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만 했다.

GRAU(중앙미사일포병국)는 1991년초 차기 권총의 작전요구성능을 발행하면서 6P35라는 GRAU제식명까지 부여했다. 그라치 사업에는 당연히 소련을 대표하는 총기 제작사들이 모여들었다. 클리모프스크의 중앙정밀기계공학연구소(TsNIITochmash), 툴라에 위치한 소화기연구소(TsKIB SOO), 그리고 역시 툴라 기반의 KBP 설계국이 참여했다. 또한 AK-47의 제작사인 이젭스크 기계공장(현 칼라시니코프 콘체른)도 당연히 시제품을 제출하였는데, 무려 3개의 다른 설계안이었다.

이젭스크가 제출한 모델 가운데는 블라디미르 알렉산드로비치 야리긴(Владимир Александрович Ярыгин, 1950~)이 설계한 모델도 포함되었다. 야리긴은 이젭스크에서 권총개발을 전담하던 설계자로 소련 국가대표팀이 채용한 IZh-34와 IZh-35 스포츠용 권총을 만들기도 했으며, 1985년에는 소련 국방부로부터 최고의 설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야리긴의 신형 권총은 이젭스크 모델명으로는 MP-443로 구분되었다.

다양한 총기들 가운데 야리긴의 모델이 단연 높은 신뢰성을 자랑했다. 특히 군에서는 권총은 정찰부대의 근접전투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시험평가는 몇년 이상 이어졌는데, 야리긴 권총이 우수했지만, KBP 등 유수의 제작사들이 초기보다 개선된 모델을 잇달아 들고와서 끝까지 경쟁에 임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2000년이 되어서야 야리긴 권총이 그라치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야리긴 권총 이외에도 TsNIITochmash의 SR-1 '벡터(Вектор)' 권총과 KBP의 GSh-18 권총을 모두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시험평가 과정에서 나온 피드백을 바탕으로 야리긴의 모델은 다시 수정을 거듭하여, 2003년 3월 21일 러시아 연방정부 선포 제166호에 따라 러시아 육군에 제식 채용되었다. 제식 명칭은 "9mm 야리긴 권총 "그라치", MP-443 (GRAU 분류명 - 6P35)"이지만, 통상은 야리긴 권총(Пистолет Ярыгина)의 앞 글자만을 따와 ПЯ("쁘야," 영어로는 PYa로 표기)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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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그라치 권총은 전형적인 더블액션 쇼트리코일 방식의 복열탄창 자동권총이다. 쇼트리코일은 콜트-브라우닝의 캠 방식을 단순화한 것으로 글록이나 SIG 등 유명한 현대적인 권총들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차이점은 브라우닝 하이파워나 글록처럼 연결부가 개방된 것이 아니라 CZ-75처럼 닫혀있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격발 후에 총열/약실은 슬라이드와 함께 물려서 후퇴하다가, 총열/약실의 캠 이동이 끝나면 슬라이드만 홀로 후퇴하면서 약실이 열리는 구조이다.

쁘야 권총은 전체가 모두 강철로 만들어졌다. 최근 추세에 맞춰 폴리머 프레임을 채용하려는 노력으로 MP-446이 만들어졌는데 군경용으로는 채용되지 않았다. 총열은 콜드포징으로 만들어졌으며, 총열길이는 112.5mm (4.4인치)이다. 덕분에 총기는 0.95 kg으로 다소 무거운 편이다. 한편 총열의 수명은 5,000발에 불과하며, 민수형 모델에서는 3,500발로 알려지기도 한다. 총기 자체는 전체가 강철이어서 단단한 편이며, 이젭스크 측에 따르면 주요부품의 강성은 5만발까지 버티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쁘야는 최초 개발시에는 17발짜리 탄창을 쓸 수 있도록 되어 있었지만, 2004년부터 18발 탄창이 등장하여 장탄수가 1발 늘어났다.

사실 2000년대 초에 실전배치된 총기치고 전부 강철을 채용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프레임을 알루미늄 합금이나 폴리머로 채택한다. 그러나 양쪽에서 모두 제작경험이 적었던 러시아의 이젭스크는 총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슬라이드의 윗부분을 절삭했으며, 미국 등 해외 민간시장을 노린 민수용 모델인 P-446 바이킹에도 적용했다. 바이킹의 일부 모델은 절삭한 부분에 또 다시 널링을 깎아 장전도 돕고 무게도 줄이도록 했다. 그 결과 총기 무게는 무려 100 g 이상 감소했다.

방아쇠는 전형적인 더블액션 방식으로 초탄을 DA로 발사할 때는 약 12파운드 정도로 무겁고, 이후 차탄을 SA로 발사할 때는 3.5파운드로 상당히 가벼운 것으로 알려진다. 한가지 독특한 특징은 해머인데, 슬라이드의 측면을 곧바로 절삭하지 않고 외부를 유지하면서 U자형으로 잘라서 해머가 보호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디자인으로 사격자가 원하면 직접 손가락으로 해머를 뒤로 젖힐 수 있지만, 옷가지나 기타 외부 물질에 걸려서 해머가 장전되는 일은 없도록 했다.

쁘야는 2000년대에 실전배치가 되었지만 실제론 1990년대의 설계였다. 따라서 아직 피카티니 레일이나 기타 부가장비 장착에 대한 개념이 통합되지 못했다. 전술조명인 웨폰라이트나 레이저표적지시를 장착할 경우에는 쁘야 전용인 B-8 마운트를 사용해야만 했는데, 장착 위치가 마땅치 않아 방아쇠울 앞쪽에 달도록 하였다. 폴리머 프레임 모델인 MP-446 바이킹을 만들면서는 프레임 쪽에 홈을 내어 마운트를 물릴 수 있도록 배려했으나, 결국 피카티니 레일을 프레임에 내장한 MP446C 바이킹-M이 선보였다.

또 한가지 독특한 점은 탄피배출갈퀴가 측면에 장착되는 대부분의 권총들과는 달리 쁘야에서는 슬라이드 위쪽에 장착되어 있다. 손에 잡히는 모양에 신경을 써서 상당히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었고, 안전장치가 프레임 좌우에 모두 달려 있어 왼손 사수도 쉽게 사격할 수 있다. 안전장치는 마치 콜트 1911모델처럼 안전상태에서는 방아쇠와 해머 뿐만 아니라 슬라이드까지 잠그므로, 1911 권총처럼 해머가 젖혀진 상태에서 안전장치를 걸 수도 있다. 한편 쁘야는 더블액션 권총임에도 불구하고 디코킹 레버가 없다. 따라서 약실에 장전을 하고 더블액션 격발상태로 두기 위해서는 해머를 손으로 잡고 방아쇠를 당겨 천천히 내려야 한다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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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의 분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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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MP-443은 2003년 육군의 채용이 결정되었지만, 실제로 채용은 놀라울 정도로 늦어 2008년부터였다. 최초로 지급받은 부대는 코커서스 북부에 주둔하는 특수부대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내무부에서 본격적으로 채용계획을 발표한 것도 2008년 10월부터였다. 한편 2006년 9월에는 군과 경찰보다 먼저 러시아연방 검찰청에서 검사와 조사관들의 자위용으로 쁘야 권총을 채용했다. 본격적인 양산은 2011년에서야 이루어져서 2012년부터 서부 군관구의 장교들에게부터 본격적으로 배치되기 시작했다.

중앙군관구와 시베리아의 정찰부대들에는 2015년 초부터 지급되기 시작했고, 공수부대들에도 지급되었다. 2016년초부터는 일반부대들에게도 본격적으로 지급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러시아의 국내치안부대인 연방 방위군(едеральная служба войск национальной гвардии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에도 지급이 결정되었다. 한편 지급이 미뤄지면서 마카로프 권총은 아직도 일선을 지키고 있는데, 애초 계획에 따르면 2019년에 전량을 쁘야 권총으로 바꾸기로 되어 있었지만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쁘야 권총의 성능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호평이 잇달았지만, 초기에는 작동불량이 심했다. 약실에 장전 후 격발불량이 일어나기 일쑤였고, 사격 후에 탄피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배출구에 빈 탄피가 씹히는 경우가 빈번했다. 비난이 높아지는 가운데 첼야빈스크 사격훈련소의 알렉산더 페트로프 훈련소장은 문제의 원인이 총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탄피에 있음을 밝혀냈다. 러시아에서 생산했던 9mm탄들은  제작시 규격의 공차가 심할 경우에는 무려 2.6mm에 이르렀다. 또한 장약의 양이 일정치 않고 심지어 부족한 경우도 빈번했다. 심지어는 7N21탄을 생산하는 울랴놉스크 탄환공장에서는 탄자가 삐뚤어진 탄환이 생산되기도 했었다. 결국 개량된 7N21-0 탄환이 생산된 후에서야 사격성능은 안정되었다.

해외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대량으로 채용한 사례는 많지 않은데, 그나마 아르메니아 국가보안국과 경찰에서 대량으로 채용하였다. 이외에도 키르기스탄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베네주엘라 등에서 러시아의 차관이나 자체예산으로 소규모 도입하였지만, 토카레프나 마카로프처럼 해외국가가 대량으로 채용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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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MP-443: 러시아 육군 차기권총을 선정하기 위한 '그라치' 사업을 위해 개발된 기본형. 러시아 육군과 경찰 등에서 현재 채용 중이다.

P-446 바이킹: MP-443의 민수모델. 바이킹(Викинг, 영문명 Viking)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는 주로 바이칼(Baikal) 브랜드로 유통된다.

MP-446 바이킹: MP-443의 강철프레임을 폴리머 플라스틱제로 바꾼 모델. 무게는 기본형에 비해서 상당히 줄어들었다. 한편 최근에는 철제프레임의 P-446을 MP-446으로 통일하여 부르기도 하여 혼돈이 생기기도 한다. 폴리머 프레임에 별도로 피카티니 레일은 없으나, 측면에 마운트를 장착할 수 있는 홈을 파놓아서 부족하나마 확장성을 대비했다.

MP-446S 바이킹: MP-446의 스포츠 사격용 모델. S는 Sport의 양자로 IPSC 사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바이킹-M 시리즈

2018년경부터 등장한 바이킹의 현대화 모델들로, 피카티니 레일을 채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슬라이드 상부에 비버테일을 추가하고 탄창몸치를 개조하였으며, 권총손잡이도 개선하였다. 특히 총기 부품의 내구성을 상당히 높여, 주요부품은 최대한 5만발까지 버틸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고 칼라시니코프 측은 밝혔다.

바이킹-M: P-446 바이킹 권총의 현대화 모델. 철제 프레임에 피카티니 레일을 장착했다.

MP-446C 바이킹-M: 폴리머 프레임의 MP-446에 피카티니 레일을 장착한 모델.

비살상용 권총

MP-353: 0.45인치 구경의 고무탄을 사용하는 MP-446의 저살상/비살상용 권총. 고무탄은 화약에 의해 발사되며 총구초속은 450m/s 이하로 발사되도록 만들어졌다. 2010년 발매 당시에는 MP-446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장탄수는 7발이었으나, 최근에는 피카티니 레일을 장착한 MP-446C에 기반하며 장탄수는 9발까지 늘어났다.

MP-443NBB: 4.5mm 탄 전용 Co2 권총. MP-443의 외형을 그대로 채용했으며, 4.5mm 스틸 BB탄을 사용한다.

MP-655K: 4.5mm 탄 전용 Co2 권총. MP-446C 바이킹-M에 바탕하되 실제 총기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컴팩트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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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MP-443	MP-446
구경	7N21 (9x19 mm 파라블럼 +P+)
작동 방식	쇼트리코일, 더블액션
프레임 재질	강철	폴리머 플라스틱
중량(kg)	0.95	0.83
전체 길이(mm)	198	196
총열 길이(mm)	112.5	112.8
높이(mm)	140	142
두께(mm)	38	38
장탄수(발)	18
유효 사거리(m)	50
가격	미상	해외시장에서 500€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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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양욱 | 군사학 박사(군사전략)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이자,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또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