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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주의 사막에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의 일환으로 트리니티(Trinity)로 명명된 세계 최초의 핵 실험이 실시되었다. 이 실험의 성공으로 미국은 세계 유일의 핵무기 보유 국가가 되었고, 그 지위가 오래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949년 8월 29일 소련이 현재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새미팔리틴스크(Semipalatinsk) 시험장에서 RDS-1으로 명명된 첫 핵 실험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짧았던 핵무기 독점 시대가 끝났다.

두 나라는 핵탄두를 상대방에게 투발할 수 있는 수단 개발에 몰두했다. 미국은 장거리 전략 폭격기 개발 능력을 발판 삼아 보잉 B-47 스트라토제트(Straojet), B-52 스트라토포트레스(Stratofortress), 컨베이어 B-58 허슬러(Hustler) 등을 개발했다. 소련도 장거리 전략 폭격기가 필요했지만, 핵 실험이 성공했을 당시에는 미국제 B-29를 역공학으로 개발한 Ту(영어 Tu)-4만 가지고 있었다.

Tu-4를 만들어 낸 곳은 안드레이 니콜라예비치 투폴레프(Andrei Nikolaevich Tupolev)가 이끄는 투폴레프 설계국으로 불리던 OKB-156이다. 1922년 설립 이후 다양한 대형 항공기 제작 경험을 쌓았지만, 1941년 6월 22일 바르바로사 작전(Operation Barbarossa)과 함께 시작된 독소전으로 전쟁에 필요한 항공기를 만들기에도 급급한 상황이 돼버렸다.

무기 부족에 시달리던 소련에 큰 도움을 준 것이 미국이 시행한 무기대여법인 랜드리스((Lend-Lease)이다. 미국은 소련에 M4 셔먼 전차, P-39 에어라코브라 전투기, P-40 워호크 전투기, B-25 폭격기, A-20 공격기 등 많은 전투 장비를 임대라는 이름으로 제공했다.

소련은 미국에 장거리 폭격기 B-29도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되었다. 그러던 중 일본 본토와 만주를 폭격한 B-29 폭격기가 1944년 7월, 8월, 그리고 11월에 기체 고장으로 소련 영토에 불시착했다. 승무원들은 억류 후 미국으로 송환되었지만, 압류된 기체는 철저히 분석되었다.

1946년 여름, 투폴레프 설계국이 B-29를 해체, 분석하여 역공학으로 제작한 Tu-4를 완성했다. Tu-4는 1947년 8월 3일, 항공의 날 퍼레이드에 처음 공개되었고, 소련 공군을 위해 대량으로 생산되었다.

소련은 Tu-4로 만족하지 않고, 미국의 새로운 전략 폭격기에 필적한 기체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1952년 4월 Tu-16, 같은 해 11월 Tu-95의 첫 비행에 성공하면서 자체 개발한 전략 폭격기의 배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소련은 폭격기에 자유낙하식 핵폭탄 외에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핵 탑재 순항미사일을 갖추려 노력했다.

1954년부터 약자인 미그(MiG)로 불리는 미코얀-구레비치(Mikoyan-Gurevich) 설계국, OKB-155에서 미그(MiG)-17과 MiG-19 전투기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Kh-20이라는 공대지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을 시작했고, 1960년부터 운용을 시작했다.

하지만, 장거리 침투와 공격이 가능한 폭격기와 순항미사일 조합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캐나다가 구축한 초음속 요격기와 지대공 미사일로 구성된 방공체계를 돌파해야 했다. 소련은 이미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고, 미국도 소련의 대공방어망을 걱정하면서 SM-62 스나크(Snark), SM-64 나바호(Nvaho) 같은 대륙간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었다.

1954년 5월 20일 소련 내각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도록 8,00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핵 탑재 대륙간 순항미사일 개발을 지시했다. 당시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이미 진행하고 있었다.

대륙간 순항미사일 개발을 위해 OKB-301 라보치킨(Lavochkin) 설계국은 부랴(Буря, 영어 Tempest), OKB-23 먀시셰바(Myasishchev) 설계국은 부란(Буран, 영어 Buran)를 제안했다. 두 제안 모두 미사일 본체는 램제트 엔진을 채택했고, 램제트 엔진이 점화하는 데 필요한 속도를 내기 위해 대형 액체 로켓 부스터를 사용했다.

거대한 미사일 본체와 대형 로켓 부스터들로 인해 이들 체계는 매우 커졌다. 라보치킨 설계국의 부랴는 길이 19.9m, 발사 중량 96,000kg이었고, 먀시세바 설계국의 부란은 길이 24m, 발사 중량 125,000kg이었다. 크기와 무게도 컸지만, 초음속 비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높은 열을 견딜 값비싼 내열성 재료를 사용하게 되면서 개발비도 늘어났다.

두 설계국의 제안이 한창 개발 중이던 1956년, 투폴레프 설계국은 최대 4,000km 떨어진 전략 목표를 타격하는 것을 목표로 '항공기 제품 C'라고 명명된 '중거리 무인항공기 121'에 대한 연구를 내부적으로 시작했다. 무인항공기 121은 이후 Tu-121로 불렸다. Tu-121은 동체에 항공기용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고, 추진 시스템도 통상적인 재연소기(afterbuner)를 갖춘 터보제트 엔진을 사용했다.

1957년 3월 19일 소련 내각 훈령을 통해 투폴레프 설계국에게 향후 작업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하고 연구 단계를 진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같은 해 9월 23일에는 사거리 3,000~4,000km의 순항미사일을 만들고, 1959년 중반까지 개발을 마치라는 내각의 결정이 전달되었다.

하지만, 기체 설계를 위해서 공기역학적 외형 선정과 시험, 무선 장비의 열 시험, 기체 안정화와 사전 프로그래밍 가능한 경로 비행 능력을 갖춘 오토파일럿 시스템 개발, 아음속과 초음속 모두에서 작동하도록 가변 엔진 흡기 시스템 등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았다. 특히, 비행 중 기체 표면의 온도가 100~120도까지 올라가기에 내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

1958년 6월부터 시제품이 만들어졌다. 미완성 상태였던 시제품의 첫 시험은 1958년 12월 31일 모스크바 인근 파우스토보(Faustovo) 시험장에서 실시되었다. 완성된 상태의 시제품 시험은 1959년 8월 25일 블라디미로브카(Vladimirovka) 시험장에서 실시되었지만 실패했다. 1959년 12월 4일 두 번째 시험에서야 순항 모드에서 목표 속도에 도달했다.

하지만, 목표 도달의 기쁨은 길지 않았다. 1959년 11월 11일 군사-산업문제 위원회(MIC)가 라보치킨 설계국의 부랴 등 장거리 순항미사일 관련 작업의 중지를 정부에 제안했다. 대륙간 순항미사일로 개발되던 먀시세바 설계국의 부란은 1957년 11월에 이미 작업 중단이 결정된 상태였다.

MIC의 제안은 1960년 2월 소련 내각에서 받아들였고, 모든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대한 작업을 종료할 것을 내각에서 지시하면서 Tu-121 개발도 중단되었다. 이때까지 총 4번의 비행 시험이 실시되었다.

소련 내각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 중단은 탄도미사일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련은 1953년 9월부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된 니키타 흐루쇼프(Nikita Khrushchev)가 탄도미사일 개발의 큰 후원자였다.

1956년 5월 핵탄두를 탑재한 사거리 1,200km의 첫 준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R-5M 포베다(Podeba, 나토 분류명 시스테 Shyster)가 배치되기 시작했다. 1957년 초에는 사거리 8,000km 이상인 세계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R-7 세묘르카(Semyorka, 나토 분류명 SS-6 삽우드 Sapwood)가 완성되었다.

1961년에는 서부 지역에 사거리 2,000km의 R-12(나토 분류명 SS-4 샌들 Sandal) 탄도미사일을 배치하여 유럽 대부분을 사정거리에 두면서 Tu-121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비록 Tu-121은 시험 비행을 하던 와중에 개발이 중단되었지만, 소련의 첫 초음속 전략 무인정찰기가 되는 Tu-123의 기반이 되어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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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투폴레프 설계국의 Tu-121은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었다. 긴 동체와 그 아래 위치한 공기 흡입구, 삼각형 주익, 1개의 수직 미익 그리고 아래로 꺾인 수평 미익의 형태를 가졌다. 전면 67도, 후면 -3도의 각도를 가진 주익에는 조종면이 없고, 방향 전환은 수직 미익과 수평 미익만으로 이루어졌다.

형태는 이미 개발된 것과 유사했지만, 공기 흡입구로 들어오는 공기량 조절 기능, 공기 흡입구와 동체 사이의 경계층 분리기, 비행 초기에 추진 시스템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된 엔진 분사구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했다.

길이 24.77m, 직경 1.7m의 동체는 7개 구획으로 나뉘었다. 앞의 두 개 구획은 세 번째 구획에 장착된 무게 3톤의 열핵탄두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장비를 탑재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구획은 연료 탱크로 사용되었고, 여섯 번째 구획은 항법장치, 오토파일럿 장치, 냉각 장치가 담겼다. 마지막 일곱 번째 구획은 미익부다. 연료 탱크는 비행 중 발생하는 열로 인한 영향을 막기 위해 내부에 불활성 가스가 채워졌다.

엔진은 OKB-300 투만스키(Tumansky) 설계국이 제작한 기체를 갖춘 추력 10톤의 KR-15-300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했다. 기체 아래 위치한 엔진 앞의 공기 흡입구에는 엔진 효율성 향상을 위해 흡입되는 공기량을 조절하기 위한 장치가 달려 있었다.

이륙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로켓 부스터를 사용하여 이루어졌다. 무게 1.55톤의 PRD-52 고체연료 로켓부스터 2개를 사용하며 이륙했다. 로켓 부스터 2개의 추력은 75,000~80,000kg이며, 노즐은 약 30도 아래를 향하며, PRD-52는 발사대와 함께 PAT-52 발사 장치로 불렸다.

발사 후 3.75~5초 후에 기체의 속도는 165~170km/h에 도달하고 고도는 100m로 올라간다. 발사 지점에 200~300km 지점에서 순항 고도인 20,000m에 도달하게 된다. 계산된 지점에 도달하면 미사일은 약 50~55도의 각도로 목표로 돌입한다. 계획된 항로에서 이탈할 경우 자폭하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영토를 비행할 때 자폭을 막기 위한 장치도 고안되었다.

핵탄두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도 2km에서 폭발하도록 설정되었다. 탄두는 제1011 과학연구소(NII-1011)가 개발한 무게 3톤의 '205' 핵탄두를 탑재할 예정이었다.

당시 1950년대 기술로는 약 1시간 30분 동안의 비행에서 표적까지 수십 km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오차는 파괴력이 큰 핵탄두를 탑재했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오차 보정을 위해 천체의 고도와 방위를 측정하는 천문항법(Celestial navigation) 시스템과 AP-85 오토파일럿을 추가로 적용했다.

천문항법 시스템은 발사 후 5분 뒤 작동하기 시작한다. 별자리를 탐지하는 천문항법 시스템은 지구-AI(Earth-AI, 러시아어 Земля-АИ)은 제1 과학기술연구소(NII-1)이 라보치킨 설계국의 부랴용으로 개발되던 것의 파생형이다.

미사일은 야로슬라블 자동차 공장(Yaroslavl Automobile Plant)이 제작한 YaAZ-214 6X6 트럭을 기반으로 개발된 ST-10 이동식 발사 트레일러를 사용하여 운반된다. 나중에는 민스크 자동차 공장(MAZ)의 MAZ-535 8X8 트럭을 사용한 ST-30으로 교체되었다. ST-10 발사 트레일러는 포장도로에서 40km/h, 비포장도로에서는 20km/h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동 시에는 탄두, 주익, 수평과 수직 미익, 로켓 부스터는 미사일 본체와 분리된다. 전투부와 통제장비는 미사일과 별도의 차량에 실려 운반된다. 발사 지점에 도착하면 발사대를 발사 방향으로 놓고, 탄두, 주익, 미익 그리고 부스터가 미사일에 장착되고, 마지막으로 천문항법 장치가 장착된다. 발사를 앞두면 측지 장비를 사용하여 관성항법 장치에 사용되는 3축 자이로를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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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Tu-121은 시제품 시험 단계에서 개발이 중단되었다. 총 네 차례 시험 비행을 했지만, 제작된 기체는 1대뿐이다.

Tu-121은 1960년대 무인정찰기 Tu-123의 기반이 된다. 현지 러시아에 전시 중인 기체는 Tu-12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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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Tu-121: 사거리 4,000km급 중거리 순항미사일로 개발되던 모델

Tu-123: Tu-121의 개발 취소 후 비무장 무인정찰기로 개량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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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구분: 중거리 순항미사일
제작: 투폴레프 설계국 OKB-156
길이: 24.77m
날개 길이: 8.4m
높이: 4.61m
공허 중량: 11,450kg(로켓부스터 제외)
발사 중량: 35,000kg(로켓부스터 포함)
연료 탑재량: 16,600kg
순항 속도: 2,775km/h
사거리: 3,880km(시험 발사 시)
비행 고도: 24,100m(목표)
최대 비행시간: 100분(목표)
엔진: 투만스키 KR-15-300 터보제트 엔진
탄두: 205형 핵탄두(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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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