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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핵폭탄은 1945년에 등장한 무기다. 그런데도 80여 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전략, 전술에 따라 정형화된 탄두와 달리 이를 목적지까지 운반하는 수단은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북한이 핵폭탄과 더불어 개발한 것이 미사일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은 미사일을 가장 기본적인 운반체로 사용한다. 현존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수단임에는 이의가 없다.

그런데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핵폭탄이 처음 탄생했을 당시에 이를 목표에다 던지고 올 수 있는 수단은 폭격기밖에 없었다. 이후 탄두가 경량화되면서 대포로도 발사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소형 전술 핵폭탄이라도 아군이 피해를 입지 않을 만큼 먼 거리에 있는 목표를 공격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결국 폭격기가 계속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949년에 소련이 핵 실험에 성공했을 때 미국은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당장 핵폭탄을 상대의 심장부까지 나를 수 있는 능력에서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이었다. 소련 최초의 전략폭격기인 Tu-4도 우연히 노획한 B-29를 나사 하나까지 그대로 베껴서 만든 복제품이어서 성능이 뒤졌다. 미국은 어차피 소련도 핵을 보유했으니 전략폭격기 분야에서 격차를 더욱 벌려서 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이미 B-29를 도태시키고 최초의 대륙 간 횡단 폭격기인 B-36와 최초의 제트폭격기인 B-47을 배치 중이었고 차세대 전략폭격기인 B-52도 개발 중이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폭격기가 아무리 많아도 작전 중 생존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 제2차 대전 당시에 B-17은 전투기의 호위를 받아서, B-29는 일본 전투기가 올라오지도 못하는 고공으로 비행하며 적의 요격을 피했다.

하지만 소련은 전투기가 동행하며 보호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고 6.25전쟁에서 경험했듯이 고공비행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고심 끝에 미국은 고속으로 소련 전투기들을 따돌리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렇게 새로운 폭격기 사업이 시작되었고 치열한 경쟁 끝에 1953년 마하 2로 비행이 가능하다는 당근을 제시한 콘베이어(Convair)의 MX-1964가 승자가 되었다. 놀랍게도 아직 초음속 전투기가 배치되기도 전이었다.

그럼에도 콘베이어가 낙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속도만 빠르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략폭격기는 무기로서의 위상이 대단하지만 정작 비행기로써는 최대한 빨리 목표까지 다가가서 핵폭탄을 투하하고 신속히 이탈을 할 수 있는 성능만 내면 된다. 반면 전투기의 경우는 공중전을 위해 속도 이외에도 기동력, 상승력 같은 여타 비행 능력도 중요하기에 개발이 어려운 편이다.

콘베이어는 날렵한 작은 동체에 고속 비행에 유리한 델타익을 결합하고 4개의 엔진을 장착하는 단순한 방식을 택했다. 크기가 작아 항속 거리가 짧고 폭장 능력도 적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개발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져 1956년 초도 비행에 성공했고 1960년부터 B-58 허슬러(Hustler)라는 제식 부호와 이름으로 일선 배치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B-58은 최초의 초음속 폭격기라는 영예를 얻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우선 ICBM을 위시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이 본격 배치되면서 굳이 폭격기가 위험을 무릅쓰고 적진까지 갈 필요가 사라진 것이었다. 더불어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마하 2의 속도도 1950년대 말부터 배치되기 시작한 전투기들에게는 평범한 수준이었고 지대공미사일이 방공망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또한 B-58보다 작은 전술작전기들도 핵폭탄 운용이 가능해졌다.

결국 생존 능력에 의문이 들고 효용 가치가 급감하면서 배치된 지 불과 5년 만인 1965년에 퇴역 명령이 내려졌고 1970년 완전 퇴출되었다. 오늘날이면 군납 비리를 의심할 만한 사건으로 비화 되었을지 모르나 소련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의 동원이 가능했던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B-58은 상당한 기대 속에 탄생했으나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사라진 비운의 폭격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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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그런데 기체가 작은 데다 주익 하부의 대부분을 엔진이 차지하다 보니 내부 폭탄창을 설치할 수 없었고 연료 탑재량도 적었다. 때문에 동체 하부 중앙에 폭탄과 연료를 함께 수납할 수 있는 MC-1 포드를 별도로 부착해서 작전을 펼쳤다. 필요에 따라 해당 포드에 폭탄 대신에 별도의 디바이스를 장착해서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점이 많아서 결국 B-58이 조기 퇴역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포드로 인해 일단 랜딩기어가 길어져 이착륙 시 무리가 많이 갔다. 무게 중심을 잡기도 힘들어 비행 시 종종 문제를 일으켰고 출격 준비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긴급 발진이 어려웠다. 또한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승무원들의 탑승 여건도 나쁜 데다 ECM 등의 장비를 장착하기 어려웠다. 기관포를 갖추었으나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할 수 없어 자위 수단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아무리 고속으로 침투하는 콘셉트이지만 생존력이 너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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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B-58은 1956년 프로토타입이 개발된 후 1960년 8월까지 총 116기가 제작되었는데 동시대에 제작된 미 공군의 여타 폭격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수량이라 할 수 있다. 군에서 요구했던 조건은 충족했으나 막상 실전에 배치하고 나니 위치가 애매모호해진 탓이 크다. 엄밀히 말해 사업 구상에 나섰을 때와 본격적으로 배치가 이루어진 때의 군사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어 벌어진 일이었다.

핵폭탄 운용에만 특화되어 B-52처럼 전술 폭격 작전에 동원할 수 없었다. 이후 재래식 폭탄을 운용할 수 있는 B-58B의 개발을 시도했으나 작은 기체로 말미암아 폭장량이 떨어져 결국 취소되었다. 정찰형도 제작되었으나 U-2에 비하면 작전 효율이 떨어졌다. 결국 배치와 동시에 계륵과 같은 존재로 취급받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대로 활약도 못해 보고 순식간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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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XB-58: 프로토타입 2기.

YB-58A: 실험용 선행 양산기 11기.

RB-58A: 정찰형 17기.

B-58A: 양산형 86기.

TB-58A: 훈련형. XB-58, YB-58A, RB-58A에서 11기 개조.

NB-58A: YJ93-GE 엔진 테스트를 위한 YB-58A 기반 시험기.

B-58B: J79-GE-9 엔진으로 환장한 성능 개량형. 개발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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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형식: 4발 터보제트 폭격기
전폭: 17.3m
전장: 29.5m
전고: 9.12m
주익 면적: 143.3㎡
최대 이륙 중량: 80,236kg
엔진: J79-GE-5A 터보제트(10,400파운드)×4
최고 속도: 마하 2
실용 상승 한도: 19,300m
전투 행동반경: 3,220km
무장: 20mm T171 기관포×1
        Mk 39, B53 핵폭탄×1 또는 B43, B61 핵폭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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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