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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냉전이 종식된 뒤 미군이 처음으로 치른 전쟁인 1991년 걸프전은 앞으로의 전쟁이 어떤 양상이 될 것인지를 예고했다. 특히 초전인 사막의 방패 작전(Operation Desert Shield)을 수행한 미군은 1991년 2월 24일 자로 사우디에서 쿠웨이트로 넘어가며 이라크 공화국군이 축조한 대량의 철조망과 지뢰 지대와 마주쳤다. 비록 이들 진지와 지뢰 지대는 조악하게 구축되었으므로 수 시간 만에 돌파 됐으나, 지뢰와 급조폭발물(IED: Improvised Explosive Device)은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특히 전쟁 중기부터 이라크는 연합군과 쿠웨이트에게 피해를 야기할 목적으로 700개가 넘는 유전 지대에 불을 붙였는데, 이때 일부러 진화가 어렵게 하기 위해 유전에 방화를 하면서 주변에 지뢰 지대를 구축했다. 걸프 전이 진행되는 동안 이라크 군이 다양한 곳에 설치한 지뢰는 지속적으로 미군 보병들의 피해를 야기했으며, 이에 따라 미군은 걸프전 종료와 함께 보병과 기갑 자산의 진로를 개척할 장갑 차량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걸프전의 교훈을 바탕으로 미군이 1990년대 초반부터 착수한 계획은 M1 전차를 전투 공병 장갑차(CEV: Combat Engineering Vehicle)로 개조하는 M1 "그리즐리(Grizzly)" 계획이었다. 그리즐리는 최초 "브리처(Breacher: 개척자)"라는 명칭이 부여됐었으며, 전장에 우선 투입해 적이 지뢰 지대를 구축하기 전에 지형을 무너뜨릴 용도로 개발했다. 그리즐리의 시제 차량은 1995년에 완성됐으며, 미 육군은 그리즐리 공병장갑차를 366대가량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도입 직전에 미 육군에서 도입에 난색을 표명했다. 기본적으로 정비가 복잡할 뿐 아니라 정비 소요도 많은 차량이었고, 구매 비용도 비싼 차량이기 때문에 예산 부담이 심했기 때문이다. 결국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사업이 좌초됐다. 결국 미 국방부는 2001년에 공식적으로 사업을 취소했다.

하지만 정작 2001년 11월에 발발한 9·11 테러가 지뢰제거 장갑차의 필요성을 다시 환기 시켰다. '테러와의 전쟁(Global War on Terror)' 발발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벌어지면서 이번에는 미 해병대에 지뢰 제거용 장갑차 소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탈레반을 중심으로 한 반군 세력은 급조폭발물(IED)과 지뢰 등을 활용한 비정규전으로 미군에 저항했으므로 다시 지뢰 제거 장갑차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이번에는 아프가니스탄에 전개된 주축 전력인 미 해병대가 중심이 되어 지뢰 제거 목적의 공병 장갑차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

미 해병대는 그리즐리 계획과 동일하게 제네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사가 개발한 M1 전차의 차체를 기본 베이스로 차용하기로 했으며, 대부분의 차량은 신규 생산 분량이 아닌 미 육군이 잉여로 생산한 M1 전차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미 해병대는 자체적으로 장갑차 개발 예산을 확보하여 사업을 추진했으며, 2001년에 첫 시제 차량이 등장했다. 미 해병대는 M1A1 전차의 포탑을 제거한 후 영국의 피어슨 엔지니어링(Pearson Engineering)사에서 특수하게 제작한 삽날을 차체 전면에 장착했고, 기타 지뢰 지대 개척이나 폭약 제거에 필요한 장비를 장착하여 전투공병장갑차를 정식으로 출고하게 됐다.

미 해병대는 M1150이라는 제식 번호를 붙였으며, 정식 명칭은 강습 돌파 장갑차(ABV: Assault Breacher Vehicle)라 붙였으나 "브리처(Breacher)"나 모든 것을 갈아버린다는 의미의 "슈레더(Shredder)"라는 별칭이 붙었다. M1150은 2008년부터 실전 배치가 이루어졌으며, 2009년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투입되면서 미 해병대가 총 45대를 도입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전 능력을 검증 받은 M1150을 지켜본 미 육군도 187대를 도입해 현재 130대 이상이 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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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1150은 병력이나 전차, 장갑차가 빠르게 적이 설치한 지뢰 지대를 돌파해 이동할 수 있도록 제작한 특수 목적의 장갑차로, 전면 이동뿐 아니라 도로 주변에 깔린 급조폭발물(IED)과 도로 주변에 설치된 폭탄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차체 중량은 72톤, 길이는 약 15m이며, 기본적으로 차체는 M1 에이브럼스(Abrams) 전차의 차체를 활용해 1,500마력 엔진이 장착됐다. 지뢰 지대 개척을 위해 차체 앞 부분에는 4.5m 폭의 대형 삽날이 장착됐으며, 작업 간의 최소한 자체 방어를 위해 .5구경 기관총이 설치됐다. 삽날은 영국의 피어슨 엔지니어링에서 제작했으며, 삽날을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삽날 중에는 지표면에 설치된 지뢰만 제거하기 위한 삽날, 전투 지역에서 땅 일부까지 함께 파 버리는 불도저형 삽날, 긴급하게 폭약류를 제거해버리는 제거용 삽날, 그리고 개척된 통로를 후속 차량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땅 위에 표지를 박는 차선 표식(lane marking) 시스템 등이 설치됐다. 이들 장비는 설치나 제거가 용이해 부여된 임무에 따라 교환이 가능하다.

차체 앞에는 진흙 지대를 원활하게 이동하기 위해 금속 재질의 스키가 장착됐으며, 통로 개척용 폭약이 최대 3,175kg 가량 탑재됐다. M1150에는 미클릭(MICLIC)과 동일한 선형 폭파 장약 체계, 약칭 LDCS(Linear Demolition Charge System)가 장착되었다. LDCS는 C-4 폭약이 들어있는 로켓이 장착되며, 길을 개척해야 할 때는 이를 전방으로 약 135m 가량 쏜 후, 차량과 로켓이 안전한 거리까지 떨어지면 그 사이에 숨어 있는 지뢰나 폭약을 장약으로 터트려버려 통로를 개척한다. M1150은 이 LDCS 발사기 두 기를 갖추고 있으며, 구조물 뒤쪽에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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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M1150 "브리처"는 2009년 12월 3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첫 실전에 투입됐다. 당시 브리처가 처음 투입된 전투는 일명 "코브라 앵거(Cobra's Anger)" 작전으로, 미군을 주축으로 한 미군-아프간군-덴마크군이 아프간 남부 헬만드(Helmand)주를 향해 공세를 취했던 작전이다. 미군은 이날 1,000여 명의 해병대원을 투입했으며, 12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당시 미군은 카불 서남쪽 610km 떨어진 탈레반의 거점인 "마르자(Marjah)"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이날 미군은 신형 장비인 M1150과 V-22 오스프리(Osprey) 틸트로터(Tiltrotor) 헬리콥터를 본격적으로 투입했다. 이 지역은 탈레반이 수 년에 걸쳐 수 천 발의 폭탄과 지뢰를 협곡에 깔아뒀기 때문에 M1150이 적극 투입되었으며, 총 3일간의 전투를 치르면서 경미한 저항을 받아 아군 피해 4명, 탈레반 16명 사살 및 5명 체포로 성공적으로 작전을 완수했다.

2010년 2월 11일에는 두 대의 "브리처"가 "모쉬타라크(Moshtarak)" 작전을 앞두고 적의 탈출로를 막아버리는 임무 수행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시스타니 외곽 사막에서 LDCS를 발사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실제 전투가 개시된 2월 13일에는 미 해병 제2전투공병대대 소속 M1150이 탈레반의 지뢰 지대 가운데로 안전한 "이동로"를 개척해 미군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이때 M1150의 저력을 경험한 미 해병대는 당시까지 다섯 대 밖에 배치하고 있지 않던 M1150을 크게 늘리기로 결정했으며, 2012년까지 52대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전투를 기점으로 미군 역시 M1150의 활용도를 높게 평가하면서 187대를 별도 주문했다.

2013년 8월에는 총 6대의 M1150 브리처가 미 제2보병사단에 배치되면서 한반도에도 들어왔다. 당시 2사단은 복잡하게 지뢰 지대와 장애물이 깔린 북한 지역에 유사시 진출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브리처를 장비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런 목적 뿐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 피봇(Asia Pivot)"을 선언했던 것도 무관하지 않다. 2011년 말까지 이라크 전선을 정리한 미군은 중장비 류를 재편해야 했는데, 지뢰 방호용 장갑 차량(MRAP: Mine-Resistant Ambush Protected)을 비롯한 다수의 물자를 둘 곳이 없어 한반도에 배치했던 것이다. 당시 MRAP과 M1150까지 DMZ 인근에 배치되자 북한이 크게 긴장했으며, 이것은 한미연합군이 북한으로 기습 공격을 가할 목적이라고 비난했었다. 이후 MRAP은 한반도 지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에 결국 철수 시켰다.

현재까지 M1150이 해외에 수출된 이력은 없으나, 비교적 최근인 2021년 4월 오스트레일리아 육군이 구매 의향을 보여 미 국무부에서 총 29대의 수출 허가를 승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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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M1 그리즐리 공병장갑차: M1A1 전차 차체를 활용하여 미 육군이 개발을 추진했던 지뢰 제거용 장갑차. 하지만 냉전 종식과 경제 악화 등의 이유로 사업이 중단됐다.

M1150 브리처 강습돌파장갑차: M1A1 전차 차체를 활용하여 미 해병대가 개발을 추진한 지뢰 및 장애물 제거용 장갑차. 현재까지 39대가 양산됐으며 미 해병대와 육군이 도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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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종류: 장애물 개척전차
제조사: 제네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즈(GDLS)
승무원: 2명
전장: 12m
전고: 2.4m
전폭: 3.6m
출력체계: 1,500마력 허니웰(Honeywell) AGT1500 가스터빈 엔진 x 1
최고 속도: 70km/h(도로)
항속 거리: ~500km
최대 등판력: 60%
횡경사 등판력: 40%
수직 장애물 극복 높이: 1m
참호 통과 깊이: 2.7m
도섭 가능 심도: 1.2m / 2m(도하 장비 장착 시)
주무장: M58 MICLIC(Mine Clearing Line Charge)
보조 무장: .50 구경 M2 기관총 x 1(차체 상부)
대당 가격: 37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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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