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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무기 개발은 진영 간 또는 국가 간 경쟁을 통해서 발전하지만, 한 나라에서 기업 또는 연구소 사이의 경쟁을 통해서도 발전한다. 소련은 각 연구소들의 경쟁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이것은 대전차 유도미사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62년부터 툴라(Tula)의 KBP 기계설계국은 보병 휴대용과 장갑차량 거치형으로 운용할 수 있는 9K111 파곳(Fagot, 나토 분류명 AT-4 스피곳 Spigot)과 9K111-1 콘쿠르스(Konkurs, 나토 분류명 AT-5 스펜드렐 Spendrel)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소련의 반자동시선유도(SACLOS) 미사일 시대를 열었다.

1960년대 중반, KBP 기계설계국과 대전차 유도미사일 개발 경쟁을 벌였던 콜롬나의 KBM 기계설계국은 자신들이 헬리콥터용으로 개발했던 무선 수동시선유도(MCLOS) 방식의 2K8 플레이따(Fleyta, 나토 분류명 AT-2 스웨터 Swatter)를 대체할 새로운 공대지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제안했다.

제안된 미사일은 9K111에서 실용화된 반자동시선유도(SALCOS)에서 유도선을 없앤 무선 SALCOS 유도를 채택했다. 무선 SALCOS는 유선 방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거리 제한 가능성이 적었다. 여기에 더해 표적까지 날아가는 시간을 줄이고 적의 반응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초음속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만들려 했다.

신형 대전차 유도미사일은 헬리콥터용으로 먼저 개발되지만, 나중에 장갑차량에 통합할 계획이었다. 체계 확대를 위해 1) 모든 유형의 시스템을 위한 미사일의 공통성 유지, 2) 공통적인 기반에 최대 수준으로 통합된 제어 시스템이라는 설계 목표를 세웠다.

신형 미사일 개발은 1960년대 초반부터 개발을 시작한 제한적인 병력 수송 능력을 갖춘 공격헬기인 Mi-24 하인드(Hind)에 장착을 염두에 두고 1967년부터 시작되었다. KBM은 1970년부터 Mi-8 비행 연구용 헬리콥터에 탑재하여 초기 테스트를 시작했고, 1972년 2월 Mi-24A 공격헬기를 제공받아 전체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1973년부터는 Mi-24V 시제 헬기에 유도시스템과 미사일 4발을 장착하고 운용 평가를 계속했는데, 이때 초음속 비행을 위해 설계된 미사일이 2K8의 아음속 미사일보다 항력이 높아 연료 소모가 더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사일의 직경을 줄이면서도 목표한 장갑 관통력을 위해 최적의 탄두 설계를 찾으면서 개발이 지연되었다.

헬리콥터에 장착할 신형 광학 조준기와 유도용 안테나는 우랄 광학 기계 공장과 크라스노고스크 공장이 협력하여 개발했다. 라두가(Фаланга, Raduga)-Sh 조준기는 2K8을 운용하기 위해 개발된 라두가-F를 개량한 것이다.

시험 동안 발견된 문제를 해결한 후 1976년 3월 28일에 전체 시스템이 미사일포병총국(GRAU) 색인 번호 9K113을 받았고, 시투름(Штурм, 영어 Assult)-V로 명명되었다. 미사일은 색인 번호 9M114에 코콘(Kokon)으로 명명되었다.

1979년에는 MT-LB 장갑차를 기반으로 제작된 9P149 대전차 차량에 9M114을 장착하면서 GRAU 색인 번호 9K114를 부여받았고, 시투름-S로 명명되었다. 시투름-S는 적 전차나 장갑차량을 상대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병력이나 강화 진지 또는 저공을 저속으로 비행하는 헬리콥터까지 상대할 수 있는 다목적 미사일 시스템으로 쓰였다.

나토는 처음에 이 무기를 공대지 유도무기로만 보고 AS-8로 분류했다가, 나중에 지대지 유도무기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AT-6 스파이럴(Spiral)로 재명명했다.

9K113과 9K114는 이후 여러 차례 개량형 미사일이 개발되면서 항공여단과 기갑부대의 주력 대전차 유도미사일로 운용되었다. 1996년에는 9M114 미사일을 기반으로 탄두 중량이 늘어난 개량형 9M120 아타카(ATAKA) 미사일이 개발되어 9K113과 9K114의 성능을 향상시켰다. 2010년에는 기존의 무선 SACLOS에 더해 레이저 유도까지 더 해진 9M120-1으로 개량되면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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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헬리콥터용 9K113과 장갑차량용 9K114는 공통적으로 9M114 미사일을 사용하는 대전차 유도미사일 시스템이다. 9M114 미사일은 사수가 광학 조준경으로 목표를 조준하면 무선으로 목표까지 유도되는 무선 반자동시선유도(SACLOS) 방식을 채택한 소련 최초의 초음속 대전차 유도미사일이다.

9M114 미사일은 길이 1.625m, 직경 130mm, 날개 길이 360mm, 중량 31.4kg의 제원을 가졌다. 탄두는 성형작약을 갖춘 대전차고폭탄두(HEAT)로 5.3kg이며, 직각으로 충돌할 경우 균질압연강판(RHA) 560~600mm 정도를 관통할 수 있었다.

사거리는 최소 400m, 최대 5,000m이고, 비행 속도는 345m/s 이상이다. 최대 사거리까지 약 14초 정도만에 도달할 수 있어 목표가 대응하기 어렵다. 미사일 발사관 경량의 유리 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내부의 미사일이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준다. 미사일을 포함한 발사관 중량은 46.5kg이다.

9M114 미사일은 몇 차례 개량을 거쳤는데, 헬기용 공대지 버전은 9M114V 시투름V, 지대지 버전은 대전차고폭탄두(HEAT)을 갖춘 9M114M와 열압력(Thermobaric)탄두를 갖춘 9M114F로 구분되었다.

HEAT 탄두를 갖춘 9M114M은 탄두 중량 7.4kg, 장갑 관통력 600~650mm, 사거리 6km로 개량된 9M114M1(나토 분류명 AT-6B)과 사거리가 7km로 늘어난 9M114M2(나토 분류명 AT-6C)라는 개량형이 만들어졌다.

최신 개량형은 공대지 버전으로 9K113M 시투름-VM으로도 불리는 9M120 아타카(ATAKA)-V(나토 분류명 AT-9 스파이럴-2)다. 9M120은 길이는 1,830mm로 길어졌지만 직경은 유지하여 최대한 공통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사일 속도는 550m/s로 더 빨라졌고, 사거리는 6km 정도다.

9M114 미사일은 부스터 모터가 점화되면서 발사관에서 빠져나온다. 미사일 앞쪽에 2개의 조종면이 튀어나오고, 후미에 접혀있던 곡선형 안정판이 펼쳐친다. 안정판 안쪽 본체에 로켓 노즐이 위치한다. 분사 노즐은 후방 약간 비스듬하게 위치하여 미사일을 회전시킨다.

미사일 후방에는 미사일의 유도 신호를 수신하는 제어부가 위치하며, 제어부에서 전방의 조종면을 움직이는 유도부까지는 미사일 내부 중앙에 열 차단 튜브를 통해 전선이 연결되어 있다. 미사일 후미에는 적외선 램프가 있어 자신의 위치를 표시하며, 전파 수신부를 통해 유도 지령을 수신한다.

Mi-24V는 9S475 라두가(Фаланга, Raduga)-Sh 조준 시스템을 사용한다. 9S475는 Mi-24V 기수 아래 중앙에 위치한 기관포 터릿 오른쪽에 장착되며, 평상시는 장갑판으로 덮여있다가 사용할 때만 열린다. 9S475는 사수석에 있는 광학 잠망경과 연결된다. 9S475의 수색 모드 시 시야각(Field of View)은 좌우 각 9°이며, 추적/교전 모드에서는 좌우 각 2°로 좁아진다.

미사일에 유도 신호를 보내는 안테나는 9S477이며, 기관포 터릿 왼쪽에 위치하며 전파 투과용 돔 안에 들어 있다. 9S475에서 확인된 목표 정보를 기반으로 미사일의 방향을 결정하고 9S477로 보배는 화력제어 컴퓨터는 9S476이라 불린다.

지대지 유도무기로 운용될 경우 차량은 MT-LB 장갑차를 개조한 9P149에서 운용된다. 이 장갑차량은 대전차 사냥을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2인이 운용하며, 차량 중량은 12톤이다. 전방 승무원실 뒤에 전투실이 있으며, 전투실 우측에 접을 수 있는 미사일 발사대가 있다. 미사일 발사대는 사용하지 않을 경우 차량 내부에 수납되지만, 미사일 재장전도 접은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미사일 발사관은 12개를 내부에 적재한다.

Mi-24V 헬기의 9S475 역할을 하는 조준용 광학장비 9S484가 차체 전면 우측 지휘관석 앞에 달려 있고, 그 위에 9S485 유도 안테나가 달려 있다. 발사대는 좌우 85 °로 움직일 수 있고, 상하는 -2 °에서 +15 °로 움직일 수 있다. 9S485도 발사대와 비슷한 각도로 움직인다. 9S484와 9S485는 평상시 커버로 덮여 있고, 미사일 운용 시에만 커버가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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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9K113은 1976년, 9K114는 1979년부터 소련군에서 운용을 시작했다. 공대지 무기인 9K113은 Mi-24V 공격헬기에서 운용을 시작했지만, Mi-24P, Mi-24PV 공격헬기, 소련 해군 해상작전헬기인 Ka-27의 수송 및 전투 버전인 Ka-29 헬기, 그리고 Mi-28 공격헬기에도 장착되었다. 지대지 무기인 9K114는 MT-LB 장갑차를 기반으로 한 9P149가 유일한 운용 차량이다.

9K113은 소련,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불가리아, 헝가리에서 운용했지만, 냉전 종식 후 나토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은 거의 퇴역한 상태다. 9K114는 2021년 기준으로 러시아,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이 운용하고 있으며, 동유럽의 몰도바와 몬테네그로는 퇴역시켰다.

9K113과 9K114K은 1979년 12월부터 1982년 2월까지 진행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1999년에서 2000년까지 체첸전쟁에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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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운용 플랫폼별 구분

9K113 시투름-V: 공격헬기 등에 장착된 공대지 버전

9K114 시투름-S: 9P148 대전차 차량에 장착된 지대지 버전

미사일

9M114 코콘(Kokon): 1976년 운용을 시작한 미사일. 나토 분류명 AT-6 스파이럴.

9M114V: Mi-24V 등 헬기에서 운용되는 공대지 모델
9M114M: 대전차고폭탄(HEAT) 장착 개량형
9M114M1: 사거리가 6km로 늘어난 개량형. 나토 분류명 AT-6B.
9M114M2: 사거리가 7km로 늘어난 개량형. 나토 분류명 AT-6C.
9M114F: 열압력탄(Thermobaric) 장착 개량형

파생형

9K113SM 시투름-VM: 탄두 중량이 늘어난 9M120 아타카(Ataka) 미사일을 채택한 파생형. 나토 분류명 AT-9 스파이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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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9M114 미사일 기준)

구분: 대전차 유도미사일
개발: 콜롬나 KBM 기계설계국
유도 방식: 무선 반자동시선유도(SACLOS)
미사일 길이: 1,625mm
미사일 직경: 130mm
미사일 중량: 31.4kg / 46.5kg(발사관 포함)
탄두: 성형작약 대전차고폭탄(HEAT) 5.3kg
장갑 관통력: RHA 560~600mm(직각) / 280mm(60°)
사거리: 400 ~ 5,000m
비행 속도: 345m/s(마하 1.0)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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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