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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41년 6월 22일, 소련을 기습 침공한 독일은 쾌속의 진격을 계속하며 스탈린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독일군은 민스크, 스몰렌스크, 키예프 등지에서 연이어 대승을 거두면서 개전 석 달 만에 무려 300여만의 소련군을 궤멸시켰다. 10월이 되었을 때 히틀러의 공보비서인 오토 디트리히가 베를린 주재 외신 기자들을 모아 놓고 당당히 승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을 정도였다. 전 세계가 독일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전쟁은 계속되었고 18개월 지난 1943년 2월이 되었을 때 주도권은 소련으로 넘어갔다. 결론적으로 엄청난 소모전을 감당할 능력에서 독일이 뒤졌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제2차 대전을 기화로 지상전의 왕자로 떠오른 전차도 마찬가지였다. 독일군은 앞선 작전 능력을 내세워 끝이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소련군의 물량 공세를 저지하고 있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어느덧 대규모 기갑전이 일상이 되었음에도 전차 공급량이 절대 부족하자 독일의 고충은 갈수록 커졌다. 그래서 나스호른 자주대전차포, 페르디난트 구축전차, 4호 돌격전차처럼 도태, 유휴 차체 등을 이용해서 개발한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1943년 여름에 벌어진 쿠르스크 전투는 한마디로 독일 기갑 장비의 경연장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때 3호 돌격포가 예상보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탑재한 48구경장 7.5cm 주포로 대부분의 소련군 전차 격파가 가능한 데다 차체가 낮아 방어에 유리했다. 애초에 보병 지원을 위해 개발된 장비였으나 어쩔 수 없이 투입한 기갑전에서 4호 전차보다 좋은 전과가 나왔다. 결과에 고무된 히틀러는 4호 전차 차체를 이용한 대전차 전용 장비의 개발을 명령했다. 한때 4호 전차 양산을 중단하고 신형 장비에 올인하는 것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상당히 의욕적이었다.

신형 장비는 4호 전차 차체에 70구경장 7.5cm 주포를 결합하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3호 돌격포의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기본 콘셉트와 장비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므로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만 당대 최강의 전차포 중 하나라는 명성을 얻은 70구경장 7.5cm 주포의 생산량이 5호 전차에 공급하기도 벅찬 상황이라서 추후 환장을 염두에 두고 우선 48구경장 7.5cm 주포의 탑재가 결정되었다.

그렇게 해서 쿠르스크 전투가 끝난 지 불과 두 달 만인 10월 20일 개발된 프로토타입이 4호 자주대전차포(Panzerjäger IV)다. 하지만 마르더, 나스호른 등의 기존 자주대전차포와 달리 상부까지 장갑을 둘렀기에 구조적으로는 돌격포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임무가 보병 지원이 아니라 대전차전이니 돌격포도 아니었다. 결국 70구경장 7.5cm 주포를 탑재하고 본격 양산이 시작되면서 히틀러가 4호 구축전차(Jagdpanzer IV)로 재명명했다.

4호 구축전차처럼 밀폐식 구조를 갖추고 근접 기갑전을 벌인 헤처, 야크트판터, 페르디난트, 야크트티거 등을 자주대전차포, 돌격포와 다른 구축전차로 별도 구분한다. 물론 그런 이름대로 작전을 펼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나 1944년이 되었을 때 독일군은 상황을 일일이 따져가면서 전투를 치를 형편이 아니었다. 때문에 4호 구축전차도 기갑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임무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전통적으로 독일군 장비의 이름은 복잡한 편이나 유난히 4호 구축전차는 뿌리 깊은 병과 간의 알력이 크게 작용하면서 작명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기갑은 대전차포이니 자신들이 운용해야 한다고 했고 포병은 돌격포이므로 자신들의 장비라고 주장했다. 처음에 히틀러는 돌격포라며 포병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전황이 급속히 악화되자 기갑부대에서 운용하는 것을 허락했고 결국 최종형은 4호 전차/70(V)라는 이름이 부여되었다.

본격 배치가 시작되면 4호 전차의 생산을 줄이고 3호 돌격포도 포병이 운용하도록 조치할 예정이었다. 종류를 단순화한 대신 공급을 늘리려는 생각이었으나 현실은 반대로 흘러갔다. 포병과 기갑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면서 같은 구경의 주포를 사용하는 3호 돌격포, 4호 전차, 4호 구축전차는 물론, 임시 대타를 담당하기 위해 급조된 4호 돌격포를 항복할 때까지 모두 만들어 사용하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인 것이었다.

그러한 와중에도 4호 구축전차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강력한 화력은 쇠퇴기에 빛을 발했다. 사실 전쟁 초기에 연승을 거듭하면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독일 전차의 고질적인 화력 부족은 심각한 문제였다. 이처럼 곤란을 겪고 전세마저 역전당한 그즈음에 등장한 4호 구축전차는 5호 전차, 6호 전차와 더불어 강력한 화력으로 소련군 기갑부대의 거센 공격을 근근이 막아낸 주역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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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4호 구축전차는 4호 전차 J형 차체에 전투실을 설치하고 전면에 주포를 장착한 것이다. 앞서 언급처럼 프로토타입과 초기형은 48구경장 7.5cm 주포를 탑재했기에 오히려 같은 주포를 사용하는 4호 전차 후기형보다 전투 효율이 떨어졌다. 조준할 때 차체만 돌리는 것보다 포탑과 차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당연히 좋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인 70구경장 7.5cm 주포를 장착해 공격력을 강화한 후기 양산형부터 그런 단점을 상쇄시켰다.

포탑이 제거된 만큼 전고가 낮아져 피탐 면적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전면에 80mm 두께의 경사 장갑을 사용하여 100mm의 수직 장갑보다 방어력이 좋아졌다. 대신 포탑 없이 주포가 길어지고 전면 장갑이 늘어나면서 기동력이 떨어졌고 작전을 펼치다가 주포가 지면에 박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그래서 후기 생산형은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전면 로드휠을 강철재로 만들었으나 조종이 어려운 문제는 끝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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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4호 구축전차는 1943년 12월부터 독일이 항복하기 직전인 1945년 4월까지 프토토타입을 포함해서 1,977대가 제작되었다. 기대가 컸지만 전쟁 말기에다가 여러 가지 난맥상이 겹치면서 생산량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당시 독일의 여건과 생산 능력을 고려하고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4호 돌격포, 유명세를 날린 6호 전차 티거와 비교할 때 적은 수량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갑사단 예하 대전차대대에 배속되어 작전을 펼쳤다. 독일이 1944년 6월부터 양면전쟁에 빠져들었기에 모든 전선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수적으로 많지 않았고 독일의 쇠퇴기였기에 특별히 전사에 남을만한 인상적인 활약상을 올리지는 못했다. 다만 탄생 목적대로 대전차전에서는 좋은 전과를 올렸다. 반면 보병 지원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데 효과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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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4호 구축전차(O 시리즈): 48구경장 7.5cm PaK 39 주포 장착 프로토타입.

4호 구축전차 F형: 전면 장갑이 강화되고 측면 장갑의 접합부가 직선화된 개량형.

4호 전차/70(V): 70구경장 7.5cm Pak 42 주포를 장착한 개량형. 4호 구축전차에서 4호 전차로 명칭이 변경된 포마크(Vomag) 생산분.

4호 전차/70(A): 알케트(Alkett) 생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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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Panzer IV/70 (V))

생산업체: 포마크, 알케트
중량: 25.8톤
전장: 8.5m
전폭: 3.17m
전고: 1.85m
장갑: 10mm(차체 하부)~80mm(전면)
무장: 75mm Pak 42 L/70 ×1
         7.92mm MG42 기관총×1~2
엔진: 마이바흐 HL120 TRM 12기통 가솔린 엔진 296마력(221kW)
추력 대비 중량: 11.6마력/톤
서스펜션: 판스프링
항속 거리: 210km
최고 속도: 40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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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