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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에도 UAZ-469를 꾸준히 생산하면서 유지해오고 있었다. 이미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HMMWV와 같은 대형 고기동차량을 소형전술차량으로 채용해왔지만, 냉전 후 국방예산의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는 주력 무기체계 이외에는 투자할 충분한 여유가 없었다. 차량 제조업계에서도 러시아판 험비의 등장에 대한 관심이 없지 않았지만, 러시아군의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개발을 시작할 회사는 없었다.

그러나 신형전술차량의 개발은 엉뚱하게도 중동 덕분에 시작되었다. 요르단은 1990년대 후반에  신형 국산 전술차량의 요구했는데, 방탄능력을 갖춘 소형전술차량을 자국생산으로 도입하고자 했다. 신형차량의 개발은 애초에 킹압둘라 2세 설계개발국(King Abdullah II Design and Development Bureau, KADDB)이 담당했지만, 스스로 차량을 개발할 능력이 없었던 KADDB는 UAE의 빈 자브르 그룹(Bin Jabr Group Ltd, BJG)에게 체계개발을 의뢰했다. BJG는 1999년 초 러시아의 GAZ(ГАЗ; Го́рьковский автомоби́льный заво́д, 고르키 자동차공장)사에게 신형차량의 개발을 의뢰했다.

GAZ는 6천만 불을 받아 시제차량의 개발을 시작했는데, 개발은 GAZ 그룹의 자회사인 고르키 자동차공장 산업 컴퓨터기술 팀에서 담당했다. 코르쇼노프 안드레예비치(Коршунов Александр Андреевич)가 설계를 담당했으며, 모두 3대의 시제차량이 만들어졌다. 신형 전술차량에는 '티그르 (Тигр, '호랑이 Tiger'라는 뜻)'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모두 3대의 시제차량이 만들어져 아부다비의 IDEX-2001 전시회에 출품되었다.

한편 DJG는 러시아의 시제모델과 관련서류를 인수했으나, 차량의 생산이나 추후 개발은 GAZ에 맡기지 않았다. 이들은 GAZ의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기술자들을 불러 차량을 완성시켜 나갔다. 결과 BJG는 2005년 6월 독자적인 전술차량인 니므르(نمر‎; [영어표기 'nimr'], '호랑이'라는 뜻)를 발매하였다. 또한 계열화 차량을 만들면서 라인메탈이나 MBDA와 협력하여 대공차량 NIMRAD와 대전차차량 NIMRAT을 만들기도 했다. BJG는 니므르의 양산을 위하여 자회사로 니므르(Nimr LLC)사를 설립하였으며, IDEX 2007에서 최초로 차량을 공개했다.

한편 GAZ에는 여전히 시제차량의 도면과 제작경험이 남아 있었기에, GAZ는 VPK(Военно-промышленная компания, '군사산업회사'라는 뜻)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기존의 티그르 모델을 바탕으로 러시아군을 위한 차량의 개발에 나섰다. 우선 BJG와의 계약이 끝나자 GAZ는 2002년 곧바로 시제차량 3대를 더 만들었다. GAZ는 외양과 내부형상을 바꾸어 2번째 시제차량을 제작했는데, 3도어 방탄형, 2도어 일반모델, 그리고 4도어 일반모델이었다. 새로운 차량에는 GAZ-2975라는 모델명이 붙었으며, 3대의 시제차량 모두 2002년 모스크바 국제 모터쇼에 전시되었다.

크고 작게나마 수요가 형성되면서 2004년부터 생산이 시작되었다. 신형차량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내무부였다. 러시아 내무부는 우선 차량 2대를 구매하여 오몬(Otryad Militsii Spetsial'nogo Naznacheniya, 현재 SOBR, 우리의 '경찰특공대'에 해당)에 지급하여 시험평가를 실시했다. 대테러 용도로 특화된 이 차량은 GAZ-233034 SPM-1이라는 명칭으로 분류되었으며, 클래스 3 방탄능력을 갖추었다. 초기에는 그다지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이지 않았으며, 2005년까지 96대를 생산하는 정도였다. 애초에 기대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은 GAZ가 아니라 아르자마스 기계공장(Арзамасском машиностроительном заводе, AMZ)에서 담당하게 되었으며, 이후로도 계속 GAZ가 아니라 AMZ에서 생산했다.

러시아 육군이 티그르를 정식으로 채용한 것은 2006년으로, 본격적인 양산은 2007년부터 시작되었다. 2008년부터 2010년사이 AMZ의 생산능력은 연간 100대 수준이었지만, 최대 500대까지도 생산이 가능했다. VPK는 러시아 내무부 뿐만 아니라 국방부, FSB, FSO 등 다양한 부서에 GAZ-233034 SPM-1이나 GAZ-233036 SPM-2를 본격적으로 납품하면서 본격적인 장갑차의 생산에 들어갔다.

2010년 경에 이르러서는 VPK는 티그르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티그르-M을 선보였으며, 러시아 육군은 이를 2013년부터 채용했다. 티그르 시리즈는 2014년까지 러시아 육군에 납품이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여전히 생산되면서 러시아군의 현대화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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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티그르는 프레임 바디 형태의 소형전술트럭이다. 차체는 5도어가 기본으로, 최소한 4명의 좌석에 500~1,000kg의 화물을 화물칸에 실을 수 있거나, 후방석을 개조하여 8~10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차량 크기는 험비에 비하여 다소 크고 오히려 미군의 JLTV(Joint Light Tactical Vehicle)에 가까워서 폭 2.3m, 길이는 5.7m에 이른다. 차량은 방탄과 비방탄형이 모두 존재하는데, 클래스 3급 방탄을 채용한 SPM-1 버전은 5mm 두께의 철판을, 클래스 5급인 SPM-2는 7mm 강판을 채용했다. 방탄차량은 비방탄에 비하여 약 700kg 정도가 무거운 편이다.

방탄을 채용한 티그르 SPM-2는 클래스 5 방탄능력을 자랑하는데, 이는 7.62mm 철갑탄에 대한 방호능력을 가졌음을 뜻한다. 티그르의 군용 모델인 STS에서는 공용화기용 회전터렛으로 PKP 기관총이나 AGS-17 유탄발사기의 거치대가 장착되어 교전이 가능하다. 반면 경찰용 장갑차인 SPM-1·2에서는 캐빈의 상부에 2개의 해치가 있다. 앞쪽의 해치는 운전석 바로 뒤에 있으며, 뒤쪽의 해치는 대각선 방향에 위치하는데 각각 1명의 전투원이 몸을 내밀고 사격이 가능한 공간으로 되어 있다.

파워트레인은 독특하게도 미제 엔진을 채용하여 커밍스 B시리즈 터보디젤엔진을 장착했다. 우선 B205 엔진은 터보차져를 장착한 공랭식 6기통 5.9L 디젤엔진으로 최대 205마력을 낼 수 있다. 이외에도 커밍스 B180이나 B214엔진, 또는 GAZ-562 3.2L 터보디젤 엔진을 장착할 수 있다. 트랜스미션은 아르자마스에서 개발한 GAZ JSC 5단 수동방식으로 상시 4륜구동을 채용하고 있다. 민수용에서는 5단 자동방식의 앨리슨 LCT-1000을 채용하였다. 서스펜션은 모두 토션 방식으로 유압식 쇽 옵저버에 전기유압식 로킹 디퍼렌션을 장착하고 있다.

티그르 방탄형은 자체중량이 6,000kg으로 최대 탑재중량이 1,200kg이므로, 최대 7.2톤에 이른다. 이는 미국의 험비(약 3톤)나 이베코 LMV(약 3.6톤)의 자체중량에 비하면 상당히 무거운 것으로, 방탄차량인 점과 크기가 험비보다 약간 크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한 무게라고 할 수 있다. 상당히 무거운 무게임에도 충분한 엔진 출력과 안정적 트랜스미션 덕분에 최대 시속 125km/h까지 가속할 수 있다. 제작사에 의하면 연비는 100km당 13.5리터 정도로, 연료탱크 용량은 최대 136리터까지 채울 수 있다. 지상고는 40cm이며, 도섭시 최대 1.2m 수심까지 극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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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티그르는 러시아 내무부가 경찰특공대용 차량으로 채택하면서 차세대 군경용 전술차량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제작사인 VPK는 2004년부터 생산을 시작하였는데, 러시아 국방부가 티그르를 채용한 것은 2006년이었다. 개량형인 티그르-M은 2010년 경에 등장하여 러시아군에 납품되기도 했다. 2011년말에는 티그르와 티그르-M의 러시아 육군 납품이 2014년 경에 종료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티그르는 여전히 생산되고 있으며, 다양한 파생형을 운용중으로 그 종류는 50가지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는 꾸준히 티그르를 채용하여 남오세티아 전쟁부터 실전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이나 2015년 이후 시리아 내전 등 해외의 원정작전에서도 티그르를 적극 투입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최초의 구매자인 러시아 내무부에서도 경찰특공대용 장갑차로 SPM-1이나 SPM-2 등 다양한 모델들이 채용되었다.

러시아 이외에 다양한 해외국가에도 판매되고 있다. 2020년 5월까지 티그르 계열차량은 해외 16개국에 2천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다. 사용국으로는 중국, 몽골, 우루과이, 니카라과, 기니아, 콩고, 알제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이 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옌징(燕京) 모터스에서 티그르의 면허생산을 실시하여 YJ2080/2081 등의 계열차량이 제작되고 있다. 중국은 무경에 지급하기 위하여 로소보론엑스포트와 2008년 계약을 통해 VPK로부터 완성차 10대를 도입하고 나머지 90대는 중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이들 차량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비임무와 2009년 신장 위구르 시위진압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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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티그르

GAZ-2975: 2001년과 2002년 두차례 개발된 프로토타입 차량

GAZ-2330 민수형: 민수형 차량으로 다양한 모델이 존재한다. 우선 GAZ-233001은 티그르의 민수형 5도어 모델로 럭셔리와 스탠다드 라인업으로 출시되었다. GAZ-233002는 2인승 픽업트럭형, GAZ-23304는 4인승 픽업트럭 등이다. 한편 외양을 일반 SUV 형태로 개조한 GAZ-3121 모델도 있으며 '티그르-2'로 불리웠다.

GAZ-233014 STS: 티그르의 3도어 군용 방탄모델. 2007년부터 도입이 시작되었다.

GAZ-SP46 카브리오렛: 티그르 3도어 비방탄차량을 바탕으로 캐빈 덮개를 제거한 오픈카(카브리오렛) 모델. 열병식 등 특별행사용으로 모두 4대가 제작되었다.

GAZ-233034 SPM-1: 티그르의 경찰용 방탄차량. 측면과 후방에 IEC 50963-96 클래스 3의 방탄등급이 적용되었으며, 전방에는 클래스 5 방탄이 적용되어 있다. SPM은 СПМ(Специальная полицейская машина, 특수경찰차량)을 의미한다. 항공기 대테러작전용인 SPM-1 AAV(Aircraft Assault Vehicle)도 있다.

GAZ-233036 SPM-2: 티그르의 경찰용 장갑차 모델. SPM-1이 전면에만 클래스 5 방탄을 적용한데 반하여 SPM-2는 차량 전체에 클래스 5 등급을 적용하여 방호력을 높였다. 러시아 내무부는 SPM-2 차량을 바탕으로 통신장치를 보강한 지휘차량인 R-145BMA를 도입하기도 했다.

티그르-6A: 티그르의 4도어 픽업트럭 제안형. 클래스 6A 방탄으로 방호력을 높였으며, 특히 지뢰에 대한 방호력을 높인 모델로, 2011년경부터 제안형이 등장했으나 채용된 바는 없다.

티그르-M

AMN-233114 티그르-M: 티그르-M의 육군 표준생산모델. 2010년 인터폴리텍스 전시회에서 최초로 공개되었으며, 티그르-M의 첫모델에 해당한다. 수많은 특수임무차량들의 베이스가 되기도 하였다.

ASN-233115 티그르-M: 특수부대 전용의 티그로-M 모델. 엔진츨력을 강화하여 2.5톤의 트레일러를 견인할 수 있다. 방탄능력을  STANAG 4569 레벨1까지 올렸고, 지뢰방호능력도 높여 0.6kg의 폭발물이 하방에서 터져도 탑승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좌석은 6인석으로 정해진 것도 특징이다.

VPK-233116 SPM-2M: 티그르-M에 경찰 장갑차 모델. SPM-2 모델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YaMZ-5347-10 엔진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독특한 엔진으로 인하여 후드 부분이 이전 모델에 비하여 돌출되었다.

BRSHM: 티그르-M의 무장정찰차량모델. ASN-233115의 차대에 포탑을 결합하여, 30mm 2A72 기관총과 PKTM 동축기관총을 장착하였다.

코넷-D/EM: 대전차 미사일 차량. 원래는 티그르 육군형인 GAZ-233014 STS 차대로 제안되었으나, 티그르-M이 등장하면서 VPK-233116 차대를 채용했다. 코넷-D는 2015년 4월 2차대전 승전기념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코넷D의 해외수철형인 코넷-EM도 제안되고 있다.

지브카-S: 티그르-M의 대공차량. 지브카(Гибка) 무기체계를 VPK-233116 차대에 탑재한 것으로, '이글라' 또는 '베르바(Верба)' 대공미사일을 운용한다.

티그르 해외생산 모델

베이징 옌징 모터스

옌징 "디펜더(Defender, 중국명 卫士)"

▶ YJ2080B: 4도어 정찰차량

▶ YJ2080C: 방탄공격용차량, 미사일발사차량, 폭동진압 차량 등 다양한 버전이 있다.

옌징 "타이거( Tiger, 중국명 猛虎)"

▶ YJ2081A: 4도어 지휘차량

▶ YJ2081B: 정찰차량

▶ YJ2081C: 3도어 장갑차량

벨라루스 MZKT 볼랫(Volat)

Lis-PM: 벨라루즈의 민스크 트랙터차량 공장(MZKT 볼랫)에서 생산하는 티그르의 면허생산 버전. 방패형 회전터렛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셰르센 ATGM: 셰르센(Shershen) 대전차 미사일의 발사모델. 2연장 발사관을 상부에 장착하고 있다.

캐나다 스트레이트 그룹

팰콘-MAV: 티그르 수출형에 기반한 군용 장갑차. 티그르-M과 거의 동일하지만 설계권을 소유한 GAZ와 스트레이트 그룹이 면허생산계약을 체결했는지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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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모델: AMN-233114 티그르-M
엔진: YaMZ-5347-10 4,430cc 4기통 터보디젤 (출력 215마력)
트랜스미션: GAZ JSC 5단 수동 변속기
전비 중량: 6,600 kg
탑재 중량: 1,200 kg
전체 높이: 2,300 mm
전체 너비: 2,400 mm
전체 길이: 5,700 mm
최저 지상고: 400 mm
최소 선회 반경: 10 m
최고 속도: 125 km/h
대당 가격: 약 6천만 루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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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양욱 | National Security Consultant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으로 연구하며,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의 겸임교수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