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2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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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XFV-12 해상용 VTOL 시험기

설계도면 위에서만 해리어를 능가했던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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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FV-12의 운용장면을 묘사한 개념도 <출처: Public Domain>


개발의 역사

1960년대부터 냉전이 본격적으로 심화됨에 따라 미군은 소련과 전면전을 벌이게 될 상황을 가정한 작전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미군은 자체적인 전력을 평가하면서 초강대국 라이벌인 소련과 싸우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했으며, 미국이 전장을 미 본토에서 떨어뜨려 놓기 위해서는 먼저 공세를 취해 소련까지 원정 작전을 실시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타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2차 세계대전 때와 마찬가지로 대량의 군수 물자가 해상으로 보급되어야 했고, 이들 물자는 대전 때와 마찬가지로 호위 세력이 따라붙어 중간에 발생할지 모르는 적의 기습 시도를 차단해야 했다. 미군은 소련의 잠수함 세력이 미군 수송 전력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각각의 수송 세력에 붙어 이들을 호위할 소형 호위항모 함대 개념을 입안하게 되었다. 미군은 이 소형 호위항모를 해상통제함(SCS: Sea Control Ship)이라 명명했으며, 이는 소형 항모 개념으로 설계함으로써 원자력 항모보다 기동성이 높고 생산 단가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 해군이 구상했던 해상통제함(SCS)의 개념도 <출처: Public Domain>
이들 SCS에는 해상 초계 임무를 수행할 헬기 3~4대 정도를 탑재하는 방안이 고려됐으나, 소련의 장거리 전투기가 미군 수송 세력을 노릴 경우에는 헬기로 대적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결국 제트기를 소량 탑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미군은 함대 보호뿐 아니라 직접 이륙하여 적 잠수함을 제거할 수 있는 함재기 개념을 구상했으며, 이들은 호위항모에서 가볍게 이착함이 가능해야 하므로 VTOL(Vertical Take-Off and Landing/수직이착륙) 능력을 갖추어 미니 VTOL 함재기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당시에 개발이 완료되어 있던 항공기 중 조건에 맞는 기체는 영국 호커-시들리(Hawker-Siddley)의 P.1127 정도였으며 미 해병대는 이 정도로 만족했다. 하지만 미 해군은 소련 측이 초음속 제트기로 요격해오는 상황도 예상했으므로 SCS 함재기는 최소 마하 2를 넘기는 초음속 전투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XFV-1 수직이륙 시험 (출처: 유튜브 채널)
1972년 가을, 미 해군은 차세대 초음속 V/STOL 전투기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발행하면서 앞서 구상한 SCS 탑재용 함재기 개념을 잡았다. 미 해군이 발행한 RFP에 회신한 회사는 모델 200(Model 200) VTOL 함재기 안을 제안한 콘베어(Convair)와 자체적으로 설계한 VFX-12를 제안한 록웰 인터내셔널(Rockwell International) 두 업체였다. 이 중 록웰의 설계는 기존에 존재하는 전투기 부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으로 설계를 구상하여 개발비와 제조 단가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록웰의 VFX-12 설계는 더글러스(Douglas: 現 보잉)의 A-4 스카이호크 (Skyhawk)에서 조종석과 랜딩기어를 가져왔으며, 엔진 공기 흡입구 부분은 F-4 팬텀 (Phantom) II에서 가져왔다. 단발로 들어간 엔진은 그루먼(Grumman)의 F-14 톰캣(Tomcat)의 프랫앤위트니(Pratt & Whiney) F-100 엔진을 탑재해 별도의 개발을 피하고자 했다. 미 해군은 두 설계를 면밀히 검토했으나 모델 200 쪽은 순항비행용 엔진과 수직이륙용 리프트 제트 엔진을 별도로 탑재해 안정성이 의문스러웠고, 단가 면에서도 VFX-12보다 크게 불리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록웰의 VFX-12를 선정해 VFX-12A로 명명했다.
VFX-12의 시제기 제작장면. 단 한 기만 제작되었고 시제2호기의 생산은 취소되었다. <출처: Boeing>
미 해군과 두 대의 시제기 개발 계약을 체결한 록웰은 1974년부터 엔진을 비행틀(Rig)에 장착하여 시험에 들어갔다. XFX-12A는 한 개의 엔진을 장착했지만 수직 이륙 시에는 날개 하방으로 낸 추진구를 통해 아래로 분사가 가능하게 제작했으며, 독특하게 제작한 추력 증강날개(Thrust augmented wing)를 채택해 양력을 크게 일으키도록 설계했다. 록웰은 NASA의 랭리(Langley) 실험실에서 자유비행 모델을 제작하여 풍동 시험을 실시해 희망적인 결과가 나왔으며, 설계 상으로는 영국 측의 해리어(Harrier)보다 우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 해군은 1977년 8월 26일, 오하이오주 콜롬부스의 록웰 인터내셔널 공장에서 출고된 XFV-12A 시제기 1번기를 공개했으며, 1977년 7월부터 지상 시험에 들어갔다가 1978년 한 해 동안 유선 방식(줄에 매달아 시험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XFV-12와 경합했으나 탈락한 콘베어(Convair)사의 모델 200 콘셉트 그림. (출처: Mark malewski/Wikimedia Commons)
하지만 시제기가 본격적으로 시험 비행에 들어가면서 예상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실제 기체를 제작하고 보니 XFV-12A에 적용시킨 추력 증강날개에 실험 모델과 같은 양력이 발생하지 않았다. 수평 비행은 일반 항공기와 비슷한 성능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비행했으나, 수직 이륙 때는 아래로 향한 엔진 추력이 분산되면서 기체를 떠밀어 올릴 충분한 추진력이 발생하지 않았다. 록웰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륙 시 후방 추진구를 완전히 닫아버리고 추진 열이 주익과 카나드 쪽으로 순환되도록 개조했으나 여전히 원하는 성능에는 크게 못 미쳤다.
1974년 미 해군 "올 핸즈(All Hands)" 잡지에 게재된 XFV-12 콘셉트 그림. (출처: US Department of Defense)
시험 비행이 예정처럼 진행되지 못하면서 사업비 또한 크게 증가했으며, 미 해군은 이 사업이 끝까지 가더라도 현재 설계로는 원하는 성능 근처에도 못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미 해군은 XFV-12A의 개발을 계속 진행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1981년에 시제기 2번기 제작을 취소하고 사업을 종료했다. 한편 XFV-12A의 개발 동기가 된 해상통제함(SCS) 역시 개념 수립 단계 이상으로 진전이 되지 못하고 있었으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 해군 예산이 감액됨에 따라 SCS 개발 계획도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특징

XFV-12는 기본적으로 이중익(二中翼) 탠덤 날개(tandem wing)를 채택한 항공기로, 주익 전체에 수직 이륙을 위한 양력 추진구가 설치되었고, 동체 하부 공간은 무장을 위해 비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전투기’라는 용도가 무색하게 무장 장착 공간이 제한적이었는데, 우선 주익 하부 공간은 수직 이륙을 위한 추진구가 설치되어 있어 무장을 장착할 수 없어 동체 하부에만 스패로우(Sparrow)나 사이드와인더(Sidewinder) 같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었다. XFV-12A에는 기관총이 기본적으로 내장되었으며, 양산에 들어가게 되면 고급 무장을 통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XFV-12의 청사진. 메인 엔진은 수직이륙 시 추진 열을 동체 후방의 주익과 동체 전방의 카나드를 통해 아래로 뿜어내게 설계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그 과정에서 추력 손실이 커 개발은 실패하고 말았다. (출처: Public Domain)
XFV-12A의 주익은 추력 증강 날개 개념이 적용되었으며, 베니션 블라인드(Venetian blind) 형태로 제작한 날개 아래로 추력이 발생하게 하여 수직 이착륙에 필요한 양력을 확보하도록 설계했다. 문제는 후방 동체 쪽으로 치우쳐진 주익 하부에서 추력이 발생했으므로 기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형 카나드(Canard)를 전방 동체에 설치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는 탠덤 날개 구조가 되어버렸다. 사실 풍동(風洞) 시험을 실시할 때까지만 해도 XFV-12A의 수직 이륙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으며, 동체 이륙에 적절한 추력 수준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XFV-12에 탑재된 프랫앤위트니사의 F401 엔진. (출처: Flight Global/Wikimedia Commons)
메인 엔진으로 탑재된 프랫앤위트니(Pratt & Whitney)의 F-401 엔진의 추력은 3만 파운드(130kN)였으나 수직 이륙 시에는 양쪽 날개에 추력을 분산시켜 내뿜다 보니 엔진 출력이 75% 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 결과 총 중량(기본 항공기 동체와 엔진, 연료나 유압 계통 등의 유류, 조종사 체중이 더해진 중량)만 8,800kg에 달하는 XFV-12를 수직 이륙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최초 미 해군은 XFV-12A의 비행 방식이 어느 정도의 성능만 보여준다면 향후 해리어 구입을 포기하고 XFV-12A 개발 쪽으로 예산을 투입할 의사가 있었다.
XFV-12의 수직이착륙시 추력변환 개념도 <출처: Public Domain>
미 해군은 XFV-12A 사업이 취소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항공기에 채택됐던 추력 증강 날개 개념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특히 탑재 물자가 많아 이륙 중량의 제약이 큰 수송기에 이 개념이 적용되면 활주 거리를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으나, XFV-12A에서 이 날개의 효용성이 낮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추력 증강 날개 채택을 고민했던 모든 논의가 중단됐다. 대표적인 것이 록히드(Lockheed)의 C-130 허큘리스(Hercules) 수송기에 이 날개를 장착하는 방안이었으나, 이 또한 개념 논의만 되었을 뿐 실제로 개발되지는 못했다.


운용 현황

미 해군은 XFV-12A로 명명한 시제기를 1977년 7월부터 지상 시험에 투입했으며, 기체는 8월 26일 자로 록웰 인터내셔널사의 오하이오주 콜롬부스 공장 시설에서 출고했다. 당초에는 두 대의 시제기를 제작해 시험 비행용으로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2번기 개발에 착수하기도 전에 사업이 취소되었으므로 실 기체는 단 한 대만 제작되었다.

XFV-12의 목업(Mock-Up). 1973년 오하이오주 콜롬부스 노스 아메리칸 공장에서 촬영된 것이다. (출처: US Navy)
미 해군은 1978년부터 시험 개발에 들어갔으며, 풍동 시험 단계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직 이착륙을 위한 충분한 추력이 발생하지 않아 반 년 동안 제자리 호버링 시험만 반복했다. 결국 출력 증강 설계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다양한 개조와 변경을 가했음에도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못했다. 록웰 인터내셔널은 대대적으로 양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추진체계의 추진구 개선을 실시했으나 끝끝내 충분한 수준으로 출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수직 추력이 충분히 발생하지 않자 크레인에 줄로 매달아 시험 중인 XFV-12A의 모습. (출처: Techblog)
결국 XFV-12A는 고정 틀에 묶은 상태로 NASA 랭리(Langley) 연구센터에서 반 년 가까이 호버링 테스트만 실시했으나 사업이 더 진전을 보일 가망이 없자 결국 최종 취소를 결정했다. 해군이 사업을 취소한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비가 계속 지나치게 올랐다는 이유였으나 실제로는 XFV-12A가 원하는 성능을 갖추어 양산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에 취소했다. 미 해군은 연이어 해상통제함(SCS) 개발 사업까지 취소해 사실상 XFV-12 사업에 최후의 사형 선고를 내린 셈이 되었다. 미 해군은 이 사업 취소 후 AV-8B 해리어(Harrier) II 획득 쪽으로 방침을 변경했다.
XFV-12A은 약속한 성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결국 1981년 사업이 취소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사업이 취소되면서 단 한 대만 제작한 시제기는 해체되었으며, 조종석이 포함된 동체 앞부분은 오하이오주 샌더스키(Sandusky, OH)의 NASA 플럼 브룩(Plum Brook) 시설에 보관되었다. 2012년 5월, 이호브(EHOVE) 직업전문학교 소속 고등학생들이 NASA 인원의 지도를 받아 박물관 전시용으로 XFV-12를 복원한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이후의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파생형

XFV-12A: 미 해군 단거리 호위항모를 개발하면서 개념을 잡은 수직이착륙/단거리이착륙 소형 함재기. 시제기만 단 한 대 제작되었다가 1981년에 사업이 취소됐다.

XFV-12A. (출처: US National Aeronautic Association[NAA]/Public Domain)


제원

제조사: 록웰 인터내셔널(2001년 해산, 항공 부분은 현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용도: 소형 함정용 VTOL 시험기
탑승 인원: 1명
전장: 13.39m
전고: 3.15m
날개 길이: 8.6932m
날개 면적: 27.2㎡
자체 중량: 6,260kg
총 중량: 8,845kg
최대 이륙 중량: 11,000kg
수직 이륙 최대 중량: 8,845kg
단거리 이륙 최대 중량: 11,000kg
추진체계: 30,000 파운드(130kN) 급 프랫앤위트니 F401-PW-400 애프터버너 터보팬 엔진 x 1
최고 속도: 마하 2.2~2.4(2,560km/h)
최소 활주 길이: 91m(11,000kg 탑재 시)
추력 대비 중량: 1.5
기본 무장: 20mm M61 벌칸(Vulcan) 기관포 x 1(639발 탑재)
탑재 무장: AIM-7 스패로우(Sparrow) 미사일 x 2 + AIM-9L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 x 4
                혹은 AIM-7 스패로우 미사일 x 4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