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5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 후 특파원들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선언이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미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미국이 비핵화 진전이 담보되지 않는 종전선언을 지지하는가’라는 논란이 있었던 것과 관련해 종전선언이 비핵화와 결부된 사안이란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서 실장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또는 비핵화와의 결합 정도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일 뿐인 것이지 종전선언이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없이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국내와 미 일각의 비판이 거세지자 선 긋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지난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선 미측이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여 공동성명에 미측 입장이 이례적으로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유지 문제는 물론 한미연합사 역할 확대, 유엔사 및 주한미군 훈련 여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포대 주둔 장기 계획 문제 등에서 미측 입장이 대폭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에스퍼 장관은 현재 연합사에 관련된 작전 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한반도 및 역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계획과 동맹 절차를 최신화하려는 연합사령관의 노력에 지지를 표명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작년에 없던 내용이다. 연합사를 한반도 유사시 외에 미국 또는 동북아 유사시에도 활용하려는 미측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SCM에서 미측이 강경하게 나온 데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최근 미군 수뇌부를 만나 주한미군 훈련 여건 문제 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던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5일 헤리티지 재단 토론회에서 “1950년 한국전쟁 초기 미군은 북한에 패배한 경험이 있다. 이는 전투 준비를 완료하지 못할 때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