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0.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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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F-107 울트라 세이버 전폭기

역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쌕쌕이’의 완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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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2차 세계대전 중 P-51 무스탕(Mustang)과 B-25 미첼(Mitchell) 폭격기 등으로 명성을 쌓은 항공업체인 노스 아메리칸(North American Aviation) 항공은 전쟁 말엽부터 등장한 제트 엔진 기술에 집중하면서 F-86 세이버(Sabre)를 미 공군에 납품하여 6·25 전쟁 기간 중 대활약했다. 이 전쟁을 통해 사실상 항공전 양상이 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제트기 간의 싸움으로 변모하자 노스 아메리칸은 F-86의 단점을 개선한 “센추리 시리즈(Century Series)”의 첫 작품인 F-100 슈퍼 세이버(Super Sabre)의 제안서를 공고가 없는 상태에서 먼저 미 공군에 제출했다. 미 공군이 채택하여 1954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간 F-100은 2,294대가 팔릴 정도로 호평을 받으며 기염을 토했고, 이에 고무된 노스 아메리칸은 향후 개발을 위해 자체적으로 F-100 개선을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제트 엔진 개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른 것인데, F-100 슈퍼 세이버 또한 출력만 더 커진 엔진을 탑재할 경우 크게 기체에 손을 대지 않고 속도와 기동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F-86 세이버와 F-100 슈퍼세이버는 2차대전 이후 미국 제트전투기 전력의 중핵으로 기여해왔다. <출처: Public Domain>
노스 아메리칸사는 내부적으로 F-100을 기반으로 한 요격기와 전폭기 두 가지 형상 안을 개발하면서 각각 NAA 211과 NAA 212로 명명했으나 곧 NAA 212(전폭기) 설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노스 아메리칸은 NAA 212 시제기가 초도 비행을 실시하기 전까지 이 ‘슈퍼 세이버’의 개량형을 “F-100B”로 명명해 놓고 있었으나, F-100에서 엔진을 교체하다 보니 결국 전체적으로 설계 변경을 가하게 된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다. 우선 공기 흡입구부터 독특한 형태인데다 동체 하부가 아닌 상부에 얹은 형태가 되었고, 주익과 미익의 크기가 달라지고 항공역학적 영향 때문에 동체 설계도 변경되어 NAA 212는 결국 일부분만 제외하고는 F-100과 사실상 판이한 설계가 되었다.
NAA 211과 NAA 212의 도해(좌), 그리고 NAA 212 복좌형의 예상도(우) <출처: Public Domain>
결국 노스 아메리칸은 NAA 211에 F-100의 파생형 기종이라는 의미를 가진 F-100B 대신 완전히 새로운 번호를 부여받아 F-107로 기체 제식 번호를 재지정 받았다. F-107에는 공식적인 별명이 부여되지 않았으나 비공식적으로 F-100 슈퍼 세이버의 후속 기종이라는 의미로 “울트라 세이버(Ultra Sabre)”라는 별칭이 붙었으며, 노스 아메리칸사는 세이버를 업그레이드 한 슈퍼 세이버의 개량형이라는 의미로 “슈퍼 슈퍼 세이버(Super Super Sabre)”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입을 벌린 듯한 엔진 흡기구가 조종석 위에 위치한 형상에 빗대 "식인종(Man eater)”이라고도 불렸지만 그중 어느 이름도 공식적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제작중인 울트라 세이버의 시제기 모습 <출처: Public Domain>
기체 평가를 맡은 미 전략공군사령부(TAC: Tactical Air Command)는 F-107A의 성능에는 전반적으로 만족했으나 앞서 1952년 199대 양산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가 개발이 계속 지연되어 사업을 취소했던 F-105(훗날의 썬더치프[Thunderchief])와 경쟁시키기로 했다. 미 공군은 면밀한 시험 평가 후 1957년 3월, 대부분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F-107 대신 F-105를 선택했다. 이는 두 기체가 모두 동일한 요구도를 바탕으로 제작된 데다 엔진마저 동일해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는데, F-105 쪽의 장폭량이 더 컸던 것이 리퍼블릭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로 알려져 있다.
측면에서 본 F-17A. 엔진 흡기구가 독특한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 <출처: Public Domain>
F-107은 냉전 초창기에 등장한 전폭기인 만큼 핵 투발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으며, 양산 단계로 넘어갔다면 충분히 우수한 항공기로 당대를 주름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은 장폭량 하나만 보고 F-105를 선택했지만, 썬더치프는 베트남 전쟁을 치르면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데다 기체 설계가 “예쁘지 않아” F-107의 탈락이 아쉬운 부분이 크다.
F-107 비행 영상 (출처: 유튜브 채널)

특징
구름 위로 비행 중인 F-107A. 동체 위에 설치된 독특한 엔진 흡입구 때문에 "식인종"이라는 별명이 있었으나, 동체 위의 엔진 흡입구가 비상시 사출을 할 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출처: Robert F. Dorr)
F-107은 최초 F-100을 전술 전폭기 형상으로 개발한 기체였으며, 동체 하부에 매립형 무장창을 채택했다. F-107에는 일체형으로 움직이는 수직 미익이나 항공기가 초음속 돌파를 할 수 있게 하는 통제 시스템 채택, 필요에 따라 엔진에 공급하는 산소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흡입구를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독창적으로 적용됐다. 또한 동체 하부에 내부 무장창을 설치했고 주익 하부에도 여섯 개의 하드포인트를 설치했으며, 공중 급유가 가능하도록 리셉터클(Receptacle)이 설치되고 랜딩 간 안정성을 위해 테일 스키드(tail skid)가 설치됐다.
F-107A의 조종석(좌)과 조종간 및 계기의 모습(우). (출처: US Air Force/Ken LaRock)
F-107은 필요에 따라 엔진에 산소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흡입구 입구의 패널을 움직일 수 있었는데, 최초 설계에서는 F-8 크루세이더(Crusader)처럼 전방 동체 하부에 엔진 흡입구를 내려고 했으나 XMA-12 화력통제체계와 연동해야 했으므로 위치를 부득이하게 동체 위의 조종석 뒤로 위치시켰다. 일명 VAID(공간 가변형 공기흡입구 덕트, Variable-area Inlet Duct)로 불린 이 시스템은 엔진 효율성을 높이는데 효과가 좋은 것으로 검증되면서 이후에 등장한 A-5 비질란테(Vigilante) 핵 폭격기, XB-70 발키리(Valkyrie), XF-108 레이피어(Rapier)에도 적용됐다.
F-107A는 VAID라고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엔진 흡입구가 특징이며, 이는 산소 공급 필요량에 따라 자동으로 제어된다. (출처: US Air Force / Ken LaRock)
이 VAID가 동체 위로 위치하게 된 이유는 앞서 언급한 XMA-12와의 연동 외에도 핵무기 운용 때문이었는데, 이를 동체 내에 수납했다가 목표물에 투하해야 했으므로 배면 공간은 비워 놔야만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기흡입구가 조종석 위의 뒤편에 위치함에 따라 비행 중 기체 후방을 보기가 어려웠다는 점인데, 이 시점부터 제트엔진 전투기들이 등장함에 따라 항공기 간의 교전은 더 이상 근거리가 아닌 시계(視界) 밖 범위(BVR: Beyond the Visual Range)에서 미사일로 싸우는 형태로 변화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1956년 F-107A 시험 비행 장면 (출처: 유튜브 채널)



운용 현황

일련번호 55-5118이 부여된 F-107A 초도 기체는 밥 베이커(Bob Baker) 수석 시험 비행 조종사가 탑승하여 1956년 9월 10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첫 비행 중 마하 1.03을 돌파했다. 하지만 비행은 성공했음에도 착륙 중 감속용 낙하산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아 무리하게 착륙을 실시하다가 전방 동체의 랜딩기어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F-107A는 불과 3개월 후인 1956년 11월 3일에 마하 2까지 돌파했다. 2번기인 55-5119기는 1956년 11월 28일에 초도 비행에 성공했으며, 첫 비행에서 재래식 무장 및 핵무기 투발 시험을 함께 실시했다. 최종 기체인 55-5120기는 1956년 12월 10일에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1956년 F-107A 시험 비행 장면 (출처: 유튜브 채널)
F-107은 1957년 초에는 마하 2.1로 비행해 고도 21,000m까지 도달했으며,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마하 1 도달에도 성공했다. 성능이 차례로 입증됨에 따라 미 공군이 F-107 양산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였으며, 미 전술공군사령부(TAC)는 미 공군이 운용할 마하 2 속도의 전폭기 도입 사업을 시작하면서 F-107A를 리퍼블릭(Republic)사의 F-105B와 경쟁시켰다. 시험 평가 결과 미 공군은 F-105를 선택했으며, 미 전술공군사령부는 시험 평가용으로 주문했던 F-107A로 계약을 종료하고 사전 양산 물량을 모두 취소했다. 사실 F-107이 F-105를 상대로 경쟁하여 탈락한 것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깔린 결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 공군이 F-107A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두 기종의 차이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노스 아메리칸 쪽은 F-84 세이버 양산이 거의 끝나가고 있어 일감이 떨어질 것으로 고려해 주리라 추측했던 것이다.
비행 중인 노스 아메리칸 F-107A. (출처: US Air Force)
하지만 미 공군은 리퍼플릭(Republic)사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이는 노스 아메리칸이 XF-108 레이피어(Rapier) 장거리 요격기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미 공군 입장에서는 굳이 노스 아메리칸 쪽의 손을 들어줄 부담을 갖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기체의 전반적인 성능이나 외양에서도 미 공군 쪽이 초창기에는 F-107 쪽을 선호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는 초기 F-105 사업에 참여한 시험 비행 조종사인 헨리 크레시빈(Henry Crescibene, 1927~2017)은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미 공군이 노스 아메리칸사를 더 좋아했으며, 우리 것(F-105)보다 노스 아메리칸 쪽의 설계를 더 선호했으므로 F-107이 선정될 것이라고 각오” 하고 있으라는 말을 들었었다고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로 전환된 후 에드워즈 공군 기지에서 촬영된 사진. F-107은 주익이나 미익 형상 등 F-100 슈퍼 세이버와 유사한 부분도 많았다. (출처: NASA)
1957년 말 시제기 1, 3번기는 미 국립항공자문위원회(NACA)에서 임대해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고속 비행 연구용으로 운용했다. 하지만 운용 기간 중 시험 비행 조종사 스콧 크로스필드(Scott Crossfield)가 조종한 3번기는 착륙 중 사고로 파손됐으며, 결국 수리를 포기해 화재진압 훈련용 기체로 사용되다가 1960년대에 폐기 처리했다. 현재 1번기인 55-5118기는 애리조나주 투싼(Tucson, AZ)의 피마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 중이고, 2번기인 55-5119기는 오하이오주 데이튼의 라이트-페터슨(Wright-Patterson) 기지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2020년 9월 30일, 미 공군 국립박물관(오하이오주 데이튼 소재) 야외에 주기되어 있는 F-107A의 모습. (출처: US Air Force/Ken LaRock)


파생형

NA-212: 노스 아메리칸사에서 붙인 설계 번호.

F-100B: NA-212에 지정됐던 군 제식 번호이나 실제 사용된 적은 없다.

측면에서 본 F-107A . (출처: US Air Force)
F-107A: NA-212 미 공군이 주문한 시제품 9대에 붙은 군 제식 번호. 실제로는 3대만 제작됐다.
미 공군 국립박물관 야외에 제네럴 다이내믹스사의 NF-16A AFTI기와 함께 활주로에 주기 되어 있는 F-107A. (출처: US Air Force/Ken LaRock)


제원

제조사: 노스 아메리칸 항공(1967년 록웰 합병; 2001년 보잉 합병)
용도: 전폭기
탑승 인원: 1명
전장: 18.85m
전고: 5.89m
날개 길이: 11.15m
날개 면적: 35㎡
자체 중량: 10,295kg
총중량: 18,033kg
최대 이륙 중량: 18,841kg
추진체계: 24,500파운드 급 프랫 앤 위트니(Pratt & Whitney) YJ75-P-9 터보제트 엔진 x 1
최고 속도: 마하 2(2,084km/h)
실용 상승 한도: 16,200m
상승률: 203m/s
날개 하중: 516kg/㎡
추력 대비 중량: 0.62
항속 거리: 3,885km
기본 무장: 20mm 6연장 M61 벌칸(Vulcan) 기관포 혹은 20mm 폰티악(Pontiac) M39 기관포 x 4
하드포인트: 주익 하부 각 2개, 동체 중앙부 1개 (총 5개), 최대 4,500kg 장착 가능(전술 핵 포함)
사업비: 1억 580만 달러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