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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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FC 트럭

미국판 유니목을 꿈만 꾸었던 지프의 이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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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FC-150 트럭 <출처: Harwood Motors>


개발의 역사

지프는 2차대전시에 등장하여 미군의 발로써 전장에게 새로운 기동력을 부여했다. 아이젠하워(Dwight David "Ike" Eisenhower, 1890~1969) 장군은 지프를 놓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5대 장비 중 하나로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 소형전술트럭은 포드GPW와 윌리스 MB 두가지였는데, 1941년부터 1945년 사이 두 차종을 합쳐 약 65만대가 생산되었다. 이 중에 약 36만 대가 윌리스 MB였는데, 이는 세계에서 최초로 가장 많이 생산된 4륜구동차로 평가된다. 윌리스 MB는 1946년 지프(Jeep)라는 명칭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하면서 명실공히 유일한 지프 생산사가 되었다.

지프는 2차대전 승리의 견인차가 되었고, 전후 윌리스는 지프라는 명칭을 독점했다. <출처: Willys-Overland>
한편 전쟁이 끝나갈 무렵 제작사인 윌리스 오버랜드(Willys-Overland)는 지프를 민수화하는 모델인 CJ(Civilian Jeep) 계획을 추진했다. 최초의 컨셉인 CJ-1과 CJ-2는 시제단계에서 끝났지만, 아직 태평양 전쟁이 끝나기 전인 1945년 7월 17일부터 민수형 지프의 첫모델인 CJ-2A가 등장했다. 애초에 윌리스-오버랜드는 민수용 브랜드로 사용하기 위해 '아그리집(AGRIJEEP, '농업용 지프'라는 뜻의 조어)'을 등록했지만 시장을 한정시킨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하여 민수형 지프의 상표명으로 '유니버셜 지프'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CJ-2A에는 운전석만 장착되었고, 조수석을 비롯한 나머지 모두가 옵션인채로 민간에 판매되었다. <출처: Willys-Overland>
초기의 지프는 원래 농장이나 목장용, 또는 산업용으로 만들어져, 출시될 때 운전석만 장착되어 나왔다. 조수석이나 후방석, 중앙 백미러, 캔바스 탑 등은 모두 옵션으로 선택하여 장착할 수 있었다. CJ-2A 이후에는 1949년 CJ-3A가 소개되었는데, 엔진, 트랜스미션, 서스펜션 등이 강화되었다. CJ-3A에 바탕하여 군용 버전 지프인 윌리스 MC가 만들어졌으며, 미군은 신형 지프를 M38로 채용했다. 또한 CJ-3A의 설계로 일본 미쓰비시에서 J1과 J2 지프를 만들어 경찰 등에서 채용했다.
한국전에서 맹활약했던 M38A1 지프 <출처: Public Domain>
1950년경에는 CJ-4 모델이 만들어졌으나 양산되지 못했고, 군용으로 개발된 CJ-4M도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1952년부터는 M38의 개량형인 M38A1(윌리스 MD)을 선보였으며 1957년까지 10만대를 생산하여 납품하기도 했었다. 한편 1953년 CJ-3A는 CJ-3B로 변경되었으며, 같은 해에 윌리스-오버랜드는 카이저 모터스에 매각되어 자회사로서 윌리스 컴패니로 이름을 바꿨다. CJ-3B에 바탕한 군용 모델로 M606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미 M38계열이 납품되고 있었기에 주로 수출로 돌려졌다. 일본의 미쓰비시와 인도의 마힌드라에서 CJ-3B 모델을 면허생산하기도 했다. M38A1의 설계를 바탕으로 하여 윌리스는 1954년 CJ-5를 선보였는데, 이는 이후 민수용의 표준으로 수십년간 생산되었다.
M38A1의 휠베이스를 늘린 M170 지프. 주로 야전구급차로 사용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이렇게 윌리스가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가는 사이에 4륜구동 차량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지고 경쟁도 높아져갔다. 무엇보다 지프가 가진 단점은 짐을 실을 만한 공간이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민수시장에서는 1940년대 말부터 픽업트럭들이 등장하여 적재중량과 공간을 자랑하면서 인기를 드높이고 있었다. 물론 M38A1의 파생형으로 휠베이스를 늘린 M170이 1954년부터 만들어져 야전 앰뷸런스로 활용되었으며, 이듬해에는 민수형인 CJ-6로 발매되었다.
브룩스 스티븐슨이 설계했던 윌리스의 집스터. 사진은 1949년형이다. <출처: Classic Auto Mall>
그러나 CJ-6만으로 충분한 공간이 확보될 수는 없었다. 이에 따라 윌리스사는 새로운 설계에 나섰다. 물론 차대까지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은 아니었고, CJ-5의 숏휠베이스와 롱휠베이스 버전을 바탕으로 차량 윗 부분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기로 했다. 설계를 담당한 것은 유명한 산업디자이너인 브룩스 스티븐스(Brooks Stevens, 1911~1995)로, 윌리스사는 외부설계자인 스티븐스에게 가끔 설계를 의뢰했었다.  그는 원래 홈 퍼니슁 디자이너였지만, 할레이-데이빗슨(Harley-Davidson)의 하이드라-글라이드(Hydra-Glide)나 스카이탑라운지 객실열차 등을 설계했었고, 윌리스사를 위해서는 1946년 짚스터(Jeepster)라는 크로스오버 카블리올레를 설계해주기도 했다.
새로운 차량은 기존의 지프와는 달리 차량 운전석을 맨 앞으로 가져와 좌석이 엔진 쪽에 위치했다. 이러한 설계는 미국에 인기가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기존의 지프 차대를 활용하면서도 적재공간을 늘리는 방법으로서는 최선이었다. 이렇게 운전석이 앞쪽으로 몰려있는 모습에 착안하여, 윌리스는 새로운 차량에 지프 FC(Forward Contro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프 FC는 1956년부터 생산을 시작했으며, 주로 기업이나 관공서, 군용으로 판촉을 시작했다.
미군은 지프 FC-170에 바탕한 M676 계열의 트럭을 도입했다. 사진은 해병대의 M677 모델이다. <출처: jeep.info.pl>
지프 FC는 벤츠 유니목이나 우아즈-452처럼 당대 소형전술트럭으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이던 모델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닷지 WC 1/2톤 트럭 등 덩치는 약간 더 크지만 적재량이 더 큰 트럭에 비해 그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군에서는 제한적인 채용에 그치고 말았다. 민수분야에서는 산업용이나 관용이외에도 민수용 통근차량 버전 등도 제안되었지만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특징
FC-150의 전면부 <출처: Harwood Motors>
지프 FC는 여태까지의 지프 컨셉과는 달리 화물적재에 특화된 모델이었다. 특히 운전석이 엔진 위에 장착되는 캡-오버-엔진(cab-over-engine) 설계를 채용하며, 여분의 공간을 온전히 화물적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이에 따라 기존의 지프와는 CJ-5의 차대를 공유했다는 것이외에는 외양상 전혀 다른 차량이 되어버렸다.
FC-150의 후면부(좌)와 적재공간(우) <출처: Harwood Motors>
파워트레인 가운데 엔진으로는 지프가 전통적으로 애용해온 허리케인 엔진을 채용했다. FC-150/160 모델은 허리케인 F4-134 4기통(2.2리터)을, FC-170/180 모델은  슈퍼허리케인 6기통(3.7리터)을 채용했으며, 추후 FC-180과 FC-190에서는 4.5리터 8기통 엔진까지 장착했다. 파워트레인은 초기에는 보그-워너(Borg-Warner)사의 T-90A 3단 수동 미션을 사용했으나, 1958년부터 T-98 4단 수동으로 바뀌면서 동력전달력이 향상되었다. 추후 FC-180과 FC-190 모델에서는 크루즈-오-매틱(Cruise-O-Matic)사의 3단 자동미션을 채택했다.
지프 FC는 CJ-5의 차대를 활용하여 컴팩트한 트럭을 만들어냈다. <출처: The FC Connection>
차량의 형태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되었다. 우선 2인용 픽업 트럭, 5인용 크류 캡 트럭, 그리고 밴 형태이다. 또한 차대의 크기에 따라 제일 작은 FC-150과 휠베이스를 늘린 FC-170으로 나뉘었으며, 이후에는 중형트럭급인 FC-180이나 FC-190도 제시되었다. 픽업형은 화물공간이 2m 정도였고, 최대적재량은 FC-170 듀얼휠 모델의 경우 1.66톤에 이르렀다. 차량은 기본적으로 지프에 바탕하고 있어 지상고는 약 0.2m에 이르러  트럭 가운데는 가장 뛰어난 지형극복능력을 자랑했다.
지프 FC-150 리스토어 모델의 리뷰 <출처: 유튜브>



운용의 역사

지프 FC는 FC-150 모델이 1956년 12월 뉴욕 모터쇼에 출시되면서 공개되었으며, 12월 12일부터 판매가 시작되었다. 대중적인 차량이 아니라 특수한 성격의 모델이었으므로 지프의 생각과는 달리  판매량은 그닥 많지 않았다. 가장 판매기록이 높았던 1957년 한 해의 판매량이 9,738대에 불과했다. 1956년부터 9년간 약 3만 대 이상이 생산되었으며, 1964년 생산라인이 종료되었다.

미 해병대는 지프 FC를 약 700여대 도입했으며, 대부분이 M677이었다. <출처: jeep.info.pl>
가장 실용성이 높았던 모델은 FC-170으로 미 해군과 해병대가 1964년 각각 400대와 700대를 구매함으로써 군용 트럭으로 활용되었다. 구매한 모델 대부분은 더블 캡의 M677 모델로, 각군이 보유했던 닷지 M-37 트럭의 교체용으로 도입되었다. 특히 M676은 화물적재칸을 확장하여 M-37에 비하여 50% 넓은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해병대 모델은 상용 모델의 6기통 가솔린 엔진을 대신하여 세리스트(Cerlist)사의 2.8리터 3기통 디젤엔진(85마력)을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해군도 FC-170에 바탕한 M67x계열 차량들을 도입했으며, 회색으로 도색했다. <출처: ©2020 FCA US LLC.>
그러나 카이저-지프 사는 지프 FC보다는 M715 트럭의 미군 전군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에, 지프 FC는 그 간극을 메우는 역할에 불과했고, 결국 M-37 트럭을 교체한 것은 M715였다. 물론 육군도 지프 FC를 도입하였으나 소량에 불과했으며, 심지어는 운용자교범도 육군에서 만들지 않고, 카이저-지프에서 만든 것을 그대로 활용했다.
FC-170에 바탕한 소방차의 모습 <출처: Public Domain>
지프 FC는 이외에도 스웨덴 등 해외 군이나 정부에서도 일부 도입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정부 관공서 등에서 특수차량을 구매할 때 차대로 활용한 경우도 꽤 있었으며, 지역에 따라 소방차로 도입한 경우도 있었다. 한편 지프 사는 2012년 지프 FC에 기반하여 지프 마이티 FC 컨셉트 차량을 공개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도 양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2년에 공개된 지프 마이티 FC 컨셉트 카


파생형

군용 버전

M676: 지프 FC-170에 바탕한 기본형 캡 트럭.

M676 픽업트럭 <출처: ©2020 FCA US LLC.>
M677: 4인승 슈퍼 크류캡 트럭.
M678: 창문을 갖춘 밴. 3개의 문이 특징.
M678 윈도우 밴 <출처: The FC Connection>
M679: M678와 유사해보이지만 창문이 없는 밴 모델. 주로 구급차로 사용되었다.
M679 구급차 <출처: Public Domain>

민수용 모델

FC-150: CJ-5 차대를 사용한 FC 첫 모델. 1956년 처음 생산되어 1965년까지 생산되었다. 휠베이스가 2.05m로 FC 계열차량 중에 가장 작은 크기이다.

지프 FC-150 <출처: ©2020 FCA US LLC.>
FC-160:  FC-150의 차축간 거리를 2.36m 늘린 롱휠베이스 모델. 인도의 마힌드라에서 FJ-460 등의 모델로 면허생산되었다.
FC-160의 차대(좌)와 마힌드라 FJ-460 미니버스 모델(우) <출처: Public Domain>
FC-170: 1957년 출시된 FC의 확장형. 전장, 전고, 전폭 등 모든 면에서 커졌으며, 휠베이스도 2.61m로 길어졌는데, 1958년형부터는 다시 2.7m로 늘어났다. 듀얼휠 모델도 있으며, 이 경우 최대 적재중량은
1960년형 지프 FC-170 리스토어 차량 <출처: Chicago Car Club>
FC-180: FC-170의 차축간 거리를 3.13m로 늘린 모델. 차량 총 중량은 4.5톤으로 늘어났다.
FC-190의 도해 <출처: Kaiser-Jeep>
FC-190: FC 계열의 가장 대형모델로 후륜의 듀얼 휠 방식이다. 휠베이스가 무려 3.81m로 FC-170에 비해 1.5m가 늘어났으며, 자체 중량은 7.3톤에 이른다.
스페인 지프의 현지모델인 VIASA 트럭(좌)과 스페인 국립경찰용 VIASA SV-430밴(우) <출처: Public Domain>
VIASA: 스페인에서 생산된 지프의 현지모델. 지프 FC의 설계를 차용하였으나, 차대는 지프 코만도의 프레임을 사용했으며, 6기통 가솔린 엔진이나 퍼킨스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제원(군용 M676 기준)

제작사: 지프
트랜스미션: 상시 4륜구동, 워너 T-90A 3단 수동 미션
엔진:  콘티넨탈 "슈퍼허리케인" 6기통 (105 hp @ 3,600 rpm, 190 ft lbs @ 1,400 rpm) 
전체길이 : 4,680 mm
높이: 2,210 mm
폭: 1,981 mm
차축간 거리: 2,616 mm
화물칸 길이: 2,743 mm
지상고: 226 mm
자체중량: 1,388 kg
적재중량: 최대 2,154 kg
탑승원: 운전자 2명


저자소개

양욱 | National Security Consultant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으로 연구하며,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의 겸임교수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