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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개발 족쇄 풀렸다… 고체연료도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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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29 03:00

韓美 미사일 지침 개정

청와대는 28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우리나라 우주발사체의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완전히 해제됐다고 밝혔다.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민간 우주 개발은 물론 우리 군의 정찰위성 기능 강화와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미사일 지침을 새롭게 채택해 오늘부터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은 완전히 해제된다"고 밝혔다. 1979년 체결된 한·미 미사일 지침은 세 차례(2001·2012·2017년) 개정했지만 고체연료 발사체의 추진력을 우주 발사에 필요한 에너지의 50분의 1 수준으로 제한해 왔다.

이에 정부 안팎에선 "세계 각국은 물론 북한도 고체연료 발사체를 개발하는데 우리만 뒤처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액체연료 로켓을 기반으로 한 나로호는 2009~2010년 두 차례 발사에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지침 개정으로 고체연료 발사체 제한이 완전히 풀리게 됐다. 고체연료 로켓은 액체연료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비가 저렴하다. 연료 주입 과정이 없어 신속한 이동·발사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고체연료 발사체를 이용한 군사 정찰위성을 쏘아 올려 24시간 한반도를 감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민간용 우주발사체 연구·개발·생산도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김 차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과 연구소, 개인은 기존 액체연료뿐 아니라 고체연료와 하이브리드형 등 다양한 형태의 우주발사체를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연구·개발하고 생산·보유할 수 있다"고 했다.

韓美 미사일 지침 주요 내용 정리 그래픽
/조선일보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민간 분야에서 다양하고 강력한 로켓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2040년 1조달러(약 1200조원)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우주발사체 연구·개발 등 우주 인프라 산업 발전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선진국 우주발사체에 흔히 사용되는 1단 고체로켓 부스터(booster)조차 개발할 수 없었고,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도 액체연료 형태로만 개발되고 있었다.

군사적으론 고체연료 로켓으로 수백㎏ 미만 소형 정찰위성 등 군사용 위성을 다수 확보해 활용할 수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중국은 정찰용 위성이 30개가 넘고 일본도 8개가 있는 반면 우리는 한 개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대형 정찰위성 5기를 2023년쯤부터 도입하는 425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숫자가 적어 24시간 북한 감시가 불가능하다. 소형 정찰위성 수십 개를 띄워놓으면 감시 사각 시간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28일 미사일 지침 개정과 관련, "우리 군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구 개발을 가속화하면 가까운 시일 내 우리가 자체 개발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활용한 500~2000㎞의 저궤도 군사 정찰위성을 언제 어디서든 우리 손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했다. 특히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감시하는 일명 '언블링킹(unblinking) 아이'(깜빡이지 않는 눈)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고체연료 로켓 분야에서 상당 수준의 기술을 축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일본의 엡실론 고체로켓처럼 우리도 1t 정도 위성을 저궤도에 올리는 고체로켓을 개발하면 유사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가까운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은 미 국무부와 외교부 간 협상이 교착에 빠지면서 작년 10월 청와대가 협상 전면에 나섰다고 한다. 김 차장은 미국 측이 한·미 방위비 협상 등에서 반대급부를 요구했는지 여부와 관련,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또 정찰 능력 강화에 따른 중국·북한 등 주변국 반발 가능성과 관련해선 "주변국은 정찰위성 수십 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는 제로(0)"라며 "이것은 우리 국내 문제고, 우리가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으로선 중국 견제 등이 동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202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이 깊다. 실제 김 차장도 이날 "우리 정보·감시·정찰 능력 강화는 우리가 전작권을 환수하고 평화로운 한반도 등을 구축해나가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정부는 '자주국방' 기조로 임기 내 지속적으로 대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라고 했다.

당초 한·미 간 협상에선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800㎞) 해제 문제도 함께 논의됐지만 이번엔 개정되지 않았다. 김 차장은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가 더 급하다고 판단했다"며 "안보상 필요하다면 언제든 미측과 협의가 가능하다. 결국 '머지않아, 때가 되면(in due time)'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군사 전문가들은 "2017년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했기 때문에 탄두 중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발하면 사거리 제한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