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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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RPK 경기관총

칼라시니코프가 만든 AKM의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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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K는 AK-47을 기반으로 개발된 경기관총이다. < 출처 : gunrf.ru >


개발의 역사

1947년 개발된 AK-47 자동소총(이하 AKM)은 소련을 상당히 기분 좋은 고민에 빠뜨렸다. 제2차 대전 말에 StG 44이 등장했기에 자동소총이 생소한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관계자들을 흥분시켰을 만큼 AKM의 성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7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최고라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소총이라는 점에서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한 총기사의 걸작이다.

그래서 불과 2년 전에 채택한 SKS 반자동소총을 미련 없이 퇴출시키고 AKM을 소련군의 새로운 제식 소총으로 결정했다. 같은 7.62×39mm탄을 사용하는데다 SKS가 이제 막 일선에 보급되기 시작한 단계여서 그런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식 소총은 한 번 채택되면 어지간해서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만일 AKM의 등장이 5년 정도 늦었다면 이후 역사가 다르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RPD는 좋은 경기관총이었으나 AKM의 등장으로 위치가 애매모호해졌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런데 AKM의 등장으로 SKS 못지않게 위치가 난감해진 대상이 하나 더 있었다. 1944년 개발되어 구형 PD 경기관총을 대체하고 있던 RPD 경기관총이었다. 제2차 대전 후 SKS와 RPD의 조합이면 소부대 무장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소련군 관계자들은 위력이 RPD 못지않은 AKM이 등장하자 당황했다. 경기관총의 목적이 소부대의 화력 지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RPD의 위치가 애매모호해진 것이었다.

제2차 대전을 경험하면서 경기관총이 중요한 무기임은 입증되었지만 RPD는 AKM보다 지속사격능력이 좋다는 정도를 제외하면 그다지 장점은 없었다. 엄밀히 말해 RPD가 나쁜 것이 아니라 AKM이 좋아서 발생한 문제였다. 이번에도 소련의 판단은 빨랐다. RPD를 퇴역시키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경기관총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국이 당장 좋은 경기관총을 만들어 내라고 하면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의 칼라시니코프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AKM, RPK, PK 등을 제작한 총기 역사에 길이 남을 장인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정작 어려움은 개발자들의 몫이었다. 당국의 명령에 따라 소련의 유명한 총기 엔지니어들이 개발을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AKM의 아버지인 칼라시니코프(Mikhail Kalashnikov)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실험작을 만들어보았으나 실패의 연속이었다. 사실 총기를 자동화하는 것은 기계적으로 어렵지 않으나 사격 시 발생하는 반동을 잡고 정확도를 유지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무게를 늘리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나 소부대에서 운용하는 경기관총은 병사들이 휴대하기 편리해야 하므로 무턱대고 무겁게 만들 수 없다. 당연히 이런저런 제약이 많았다. 무엇보다 명색이 기관총인데 AKM보다 화력, 사거리, 연사력이 뒤져서는 곤란했다.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RPD도 탄생 당시에 좋은 경기관총이었지만 순식간에 등장한 AKM으로 인해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5.45×39mm탄을 사용하는 AK-74와 PRK-74. 외형만으로도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칼라시니코프는 고심 끝에 차라리 AKM을 경기관총으로 개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최소한 AKM 정도의 성능은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지만 총열을 굵고 길게 만들어서 파괴력과 사거리를 늘렸다. 그렇게 AKM의 사거리 밖에 있는 목표물의 제압이 가능해지면서 소부대 지원화기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성능을 확보했다.

더불어 양각대를 도입하고 조준기와 개머리판도 개량해 편의성을 높였다. 때문에 외형은 영락없는 크기가 조금 커진 AKM이고 실제로 구조와 사용법도 그다지 차이가 없다. 교환이 쉬운 전용 탄창이나 드럼 탄창을 사용하고 유사시에는 기존 AKM용 탄창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가장 획기적인 점은 무게를 5kg 내외로 대폭 줄인 점이었는데, 이는 RPD의 7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RPK를 소총처럼 휴대하고 경계 중인 모습. 경기관총 중에서도 상당히 가벼운 축에 속한다. < 출처 : Public Domain >
실험 결과에 만족한 당국은 전통적 방식대로 개발자 이름을 따서 RPK(Ruchnoy Pulemyot Kalashnikova, 칼라시니코프 경기관총)로 명명하고 1961년부터 도입을 시작했다. 해외에 대량 공급되거나 면허 생산되면서 AKM과 더불어 동구권 소부대의 표준 무장이 되었다. 이후 새로운 5.45×39mm탄을 사용하는 AKM-74가 개발되었을 때 RPK-74도 함께 제작되었다. 한마디로 바늘과 실처럼 항상 AKM과 함께하는 기관총이라 할 수 있다.


특징

개발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RPK는 경기관총이지만 AKM의 성능 향상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소부대 화력 지원이라는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AKM보다 사거리가 늘어나고 지속사격능력이 향상되었다. 이로 인해 비록 크기와 무게가 조금 더 늘어났지만 여타 경기관총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벼워 사수 단독으로 쉽게 운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작전 목적에 따라 자동소총 역할까지도 담당한다.

75발 드럼 탄창을 장착한 RPK. 이외에도 다양한 탄창을 사용할 수 있다. < 출처 : (cc) Marcus Burns at Wikimedia.org >

RPK는 일단 AKM과 같은 규격의 탄환을 사용하므로 부대 운영 측면에서 본다면 대단히 효율적인 경기관총이다. 미국이 M249 경기관총을 도입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베트남전쟁 당시에 M16 자동소총을 채택하면서 소총과 기관총이 사용하는 탄환이 달라 애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상당한 부품까지 공유하고 구조까지 비슷해 보수가 편리하고 AKM을 다룰 줄 알면 별도의 교육 없이 RPK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AKM과의 관계는 장점이지만 사실 단점이기도 하다. 경기관총이지만 좋은 소총을 개량한 정도 이상의 성능을 기대하기 곤란했던 것이다. 지속사격능력이 좋아졌다고 해도 AKM과 비교했을 때나 그런 것이지 분해하지 않고 총열을 교환할 수 없는 구조여서 실전에서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다목적 기관총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는 서방의 경기관총과 달리 RPK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RPK는 AKM을 다룰 줄 알면 별도의 교육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RPK는 소련에서 1961년부터 1978년까지 생산되었다. 루마니아, 불가리아처럼 면허 생산한 나라도 있지만 중국, 북한처럼 무단 복제한 나라도 있어 언제까지 얼마나 생산되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 양산 직후 점점 치열해지던 베트남 전쟁을 시작으로 이후 수많은 실전에서 활약했다. AKM이 워낙 유명세를 떨쳐서 간과되는 경향이 많지만 AKM이 사용된 전장이면 RPK도 함께 사용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라크 전쟁 당시 노획된 다양한 종류의 RPK들. 소련제, 세르비아제는 물론 이라크 양산형까지 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이처럼 RPK는 많이 사용되었지만 사실 특별하게 거론할만한 전과는 없다. 비단 RPK뿐만 아니라 모든 경기관총이 소총과 더불어 가장 기초적인 무기여서 전술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처럼 개활지에서 저지력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사거리가 긴 AKM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소련이 RPK 제식화 직후에 7.62×54mmR탄을 사용하는 다목적기관총인 PK를 도입한 이유도 이런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변형 및 파생형

RPK: AKM-47 기반 기본형

RPK < 출처 : (cc) Andrew Butko at Wikimedia.org >
RPKN: 암시장치 장착이 가능한 야간전투형
RPKN < 출처 : (cc) Insurgentleman at Wikimedia.org >
RPK-74: 5.45x39mm탄 사용 AKM-74 기반 양산형
RPK-74 < 출처 : Public Domain >
RPK-74N: 암시장치 장착이 가능한 RPK-74 야간전투형
RPK-74N < 출처 : Public Domain >
RPKM(RPK-203): RPK 개량형
RPK-203 < 출처 : Rosoboronexport >
RPK-74M: RPK-74 개량형
RPK-74M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RPK-201: AKM-101을 기반 양산형
RPK-201 < 출처 : Public Domain >
56식 S-7: 중국 양산형
56식 S-7 < 출처 : Public Domain >
64식: 북한 양산형
64식 경기관총 < 출처 : Public Domain >
M72: 유고슬라비아 양산형
M72 경기관총 < Public Domain >
PM: 루마니아 양산형
PM < 출처 : Public Domain >
아스날 LMG: 불가리아 양산형
아스날 LMG < 출처 : Public Domain >
Al Quds: 이라크 양산형
Al Quds < 출처 : Public Domain >
ASh-78: 알바니아 양산형
ASh-78 < 출처 : (cc) Visi90 at Wikimedia.org >


제원

제작사: VPMB 외
구경: 7.62m
탄약: 7.62×39mm M43
급탄: 20, 30, 40발 탄창, 75발 드럼 탄창
전장: 1,040mm
총열: 590mm
중량: 4.8kg
유효 사거리: 1,000m
작동 방식: 가스작동식, 회전 볼트, 크로즈드 볼트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