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6.29 08:25

글자크기

[무기백과]

P-80 전투기

미국의 제트전투기 역사를 열다

0 0
P-80은 미국 최초로 실전 배치된 제트전투기다. 한국전쟁 당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우리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Me 262와 관련한 자료를 보면 이를 처음 상대한 연합군 조종사들이 받은 충격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 많다. 때문에 나치의 비밀 무기라는 가십거리로 많이 거론되지만 사실 제트전투기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놀라게 한 총포처럼 갑자기 등장한 낯선 무기는 아니었다. 이미 1910년대부터 제트기 연구가 시작되었을 정도였기에 제트전투기의 등장은 필연일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독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한창 개발 중이었다.

최초 P-80이었으나 공군 독립 후인 1948년 F-80으로 제식명을 변경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영국도 글로스터 미티어(Gloster Meteor)를 배치하고 있었다. 다만 개선할 부분이 많았기에 실전 등판을 보류했을 뿐이었다. 반면 궁지에 몰린 독일은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일단 전투에 투입했다. 만일 전성기였다면 이처럼 서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1939년에 He 178가 최초로 비행에 성공했으나 이후 계속 승승장구하자 독일은 제트전투기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때문에 Me 262가 보유한 최초로 실전에 사용된 제트전투기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전쟁 말기 독일의 어려움을 알려준 증거라 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트전투기의 개발은 쉽지 않았다. 결국 본격적인 제트전투기의 시대는 제2차 대전이 끝난 후에야 열릴 수 있었다. 미국이 최초로 실전 배치한 제트전투기인 P-80 슈팅스타(Shooting Star)도 그러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불과 143일 만에 P-80을 개발한 켈리 존슨. 그는 P-38, F-94, F-102, F-117, U-2, C-130 등의 유명 군용기의 개발을 주도한 항공 분야의 천재 엔지니어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급습으로 전쟁에 뛰어든 미국은 주요 교전국들이 한창 제트전투기를 개발 중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조급해졌다.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는 했으나 군이 관심을 보이지 않자 진전된 것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당장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제트엔진부터 문제였다. 결국 해당 분야의 선도국인 영국의 도움을 받아 GE에서 J31 제트엔진을 면허생산하면서 기술을 축적해 나갔다.

덕분에 1942년 10월에 미국 최초의 제트전투기인 벨(Bell)사의 P-59가 하늘을 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속도를 비롯한 모든 비행 성능이 프로펠러 방식의 기존 전투기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66대를 끝으로 제작이 중지되었고 실험 및 훈련용으로만 사용되었다. 이에 1943년 록히드(Lockheed)는 켈리 존슨(Clarence "Kelly"Johnson)이 이끄는 팀이 설계한 L-140 개발안을 군에 제출했다.

초기 양산형인 F-80A. 인테이크를 측면에 장착한 덕분에 확장이 용이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L-140은 기존 프로펠러 전투기에 보편적으로 사용된 구조의 동체에 제트엔진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는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제트전투기에 개발에 나선 여타 국가들도 택한 보편적인 방법이었다. 그동안 제트엔진이 고민이었으나 앞서 언급처럼 영국의 도움 덕분에 하나의 벽을 넘은 상황이었다. 미 육군항공대가 제안을 받아들여 제식 부호 XP-80을 부여하자 록히드는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제트기는 반드시 인테이크와 노즐을 설치해야 하므로 나셀(Nacelle)의 구조가 고민이었다. Me 262나 글로스터 미티어처럼 주익에 엔진을 장착하는 방식과 He 178나 글로스터 E.28/39처럼 동체에 삽입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존슨은 정비의 용이성, 구조의 단순화를 고려해 후자를 택했다. 다만 제1세대 전투기의 대부분이 기수에 인테이크를 설치한 파이프 형태였지만 XP-80은 기체와 주익을 연결하는 결합부에 인테이크를 설치했다.

XP-80 프로토타입에 장착된 영국 드 하빌랜드의 고블린 엔진. 정식 명칭은 할포드(Halford) H-1이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이런 구조를 택한 이유는 기수에 랜딩기어와 무장을 장착하다 보니 인테이크를 설치할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전투기들이 이런 구조를 따른다는 점을 상기하면 상당히 시대를 앞선 결정이었다. 개발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져 불과 143일 만에 영국의 드 하빌랜드에서 공급받은 고블린 엔진을 장착한 XP-80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고 육상 테스트를 거쳐 1944년 1월 8일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미국 최초로 고도 2만 피트에서 시속 500마일을 돌파했고 각종 실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1944년 4월 P-80 슈팅스타라는 이름으로 양산이 결정되면서 미국 최초로 실전 배치된 제트전투기에 등극했다. 하지만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여러 사고가 벌어지면서 시험 조종사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순직했는데, 그중에는 40기의 적기를 격추시켜 현재까지도 미군 최고의 기록을 보유한 리처드 봉(Richard Bong)도 있었다.

P-80은 미국 최초로 실전 배치된 제트전투기가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특징

불과 6개월의 개발 및 배치 과정만으로 알 수 있듯이 P-80은 미국 최초의 제트전투기라는 의의를 제외한다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성능이 검증된 구조의 기체에 제트엔진을 장착한 형태다 보니 충분히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안정성, 신뢰성 등은 좋았지만 전후 노획한 Me 262와 비교했을 때 속도 등의 성능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폭탄을 장착하고 출격 준비 중인 모습. MiG-15가 등장하면서 제공 임무를 F-86에 넘겨주고 공격기 역할을 담당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종종 실속이 벌어져 이착륙 시 사고가 발생하고는 했다. 노련한 조종사도 사고사를 당했을 만큼 초기형은 조종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P-80을 기반으로 동체를 연장한 T-33 연습기나 전천후 전투기인 F-94 스타파이어(Starfire)에 와서야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비행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에어 인테이크를 동체 측면에 설치한 덕분에 확장성이 좋았다.
버지니아 랭글리 기지에 배치된 F-80B < 출처 : Public Domain >
최초 개발 당시에는 영국에서 직도입한 엔진을 장착했으나 본격 양산형부터는 앨리슨 J33 엔진을 탑재했고 주익 끝단에 보조 연료 탱크를 부착해서 항속 거리를 늘렸다. 그러나 P-80을 비롯한 직선익 구조의 제1세대 전투기들은 동력이 제트엔진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이전 프로펠러 전투기와 비교했을 때 커다란 변화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아무래도 과도기적 성격이 컸던 전투기라고 할 수 있다.


운용 현황

최초 미군은 5,000대를 획득할 예정이었다. 1945년 3월에 영국, 이탈리아에 배치가 시작되었으나 5월에 독일이 항복하면서 실전은 벌이지 못했다. 태평양 전선 투입도 고려했으나 점령지에서 일본 본토까지 비행할 수 없어 무산되었다. 종전 후 획득 예정 수량이 2,000대로 축소되었고 최종적으로 1,715대가 제작되었다. 만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성능이 P-51을 능가했기에 곧바로 주력 전투기의 지위를 차지했다.

한국전쟁 당시 출격 준비 중인 F-80 < 출처 : Public Domain >
미 공군이 별도로 독립한 직후인 1948년에 제식 부호가 F-80으로 변경되었고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실전을 치렀다. 6월 26일, 주일 미 공군 소속의 F-80가 서울 상공에서 북한군의 IL-10을 격추시킨 것을 시작으로 신속히 제공권을 장악해 나갔다. 이때부터 그해 10월까지가 F-80의 전성기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MiG-15에 열세임이 입증되고 F-86이 구원 등판한 후부터 공격 임무를 수행했다.
어레스팅 후크가 장착된 미 해군 VMF-311 소속 TO-1 < 출처 : Public Domain >
비록 최초로 제트 전투기 간 공중전을 벌여 항공전사에 커다란 흔적을 남기기는 했으나 더 이상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는 무리였던 것이다. 해외 운용국 모두가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6개국이라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들은 1970년대까지 주력기로 운용했다. 해군형도 개발되었으나 50대 납품으로 그쳤고 주로 훈련용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T-33 훈련기를 700여 대나 도입했다.


변형 및 파생형

XP-80(Model L-140) : 드 하빌랜드 고블린 엔진 탑재 프로토타입

XP-80 < 출처 : (cc) Arjun Sarup at Wikimedia.org >
XP-80A(Model L-141) : GE I-40 엔진 탑재, 주익 등을 개량한 프로토타입
XP-80A < 출처 : Public Domain >
YP-80A : 저율 생산형
 
F-80A : 앨리슨 J33 엔진 탑재 초기 양산형
F-80A < 출처 : Public Domain >
EF-80 : 엎드려 조종(Prone Pilot) 실험기
EF-80 < 출처 : Public Domain >
XP-80R : P-80A 기반 고속실험기
 
QF-80A : F-80A 기반 무인표적기
 
RF-80A : F-80A 기반 정찰기
RF-80A < 출처 : Public Domain >
F-80B : 엔진 등을 강화한 양산형
 
F-80C : 주익을 강화한 전폭기형
F-80C < 출처 : Public Domain >
RF-80C : F-80C 기반 정찰기
 
TF-80C : F-80C 기반 연습기. 후에 T-33로 개칭
TF-80C < 출처 : Public Domain >
TO-1 : 해군용 고등훈련기. 1952년 TV-1으로 제식명칭이 변경되었다.
TO-1 < 출처 : Public Domain >
TO-2 : 해군용 2인승 고등훈련기. 1952년 TV-2로 제식명칭이 변경되었다.
TO-2 < 출처 : Public Domain >
F-94 : T-33 기반 전천후 전투기
F-94 < 출처 : Public Domain >


제원(P-80C)

전폭 : 11.81m
전장 : 10.49m
전고 : 3.43m
주익 면적 : 22.07㎡
최대 이륙 중량 : 7,646kg
엔진 : 앨리슨 J33-A-35 터보제트(4,600hp)
최고 속도 : 956km/h
실용 상승 한도 : 14,300m
전투 행동반경 : 2.220km
무장 : 12.7mm AN/M2 브라우닝 기관총 X 6
          127mm HVAR 무유도로켓 X 8
          1,000 파운드 폭탄 X 2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