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3.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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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퀴벨바겐 다목적차

사막에서 동토까지 쉬지 않고 누빈 마당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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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벨바겐은 제2차 대전 당시에 사용된 독일군 소형차를 통칭하는 단어였으나 폭스바겐 82식이 워낙 유명해서 이를 이르는 명칭이 되었다. < (cc) AlfvanBeem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제1차 대전은 그 규모와 내용이 엄청나다 보니 이후 군사 사상을 새롭게 정립하도록 만들었다. 혹독했던 참호전을 겪으면서 보병이나 기병이 더 이상 돌파의 주역이 되기는 무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승전국, 패전국 할 것 없이 새로운 전쟁 기법을 연구했는데, 그중 핵심은 전쟁 말기에 등장한 전차였다. 성능이 미흡해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무기다 보니 앞으로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특히 패전국 독일이 전차에 대해 느낀 감정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비록 종전 후 개발과 보유를 금지 당했지만 이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 전술 연구에 적극적이었다. 연구 결과 전차로 전과를 확대하려면 보병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보병이 전차와 함께 이동하며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를 개발했다. 예를 들어 유명한 Sd.Kfz. 251 장갑차도 그렇게 등장한 장비 중 하나다.

마른 전투 당시에 프랑스군을 전선으로 수송했던 르노 택시. 이때 독일은 다목적 소형 차량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 출처 : (cc) El monty at Wikimedia.org >

독일은 최전선에서 활약할 전차, 장갑차 외에도 자주포나 트럭처럼 후방에서 이들을 지원할 여타 수단도 함께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중에는 지휘, 정찰, 연락 등의 다목적으로 사용할 소형 차량도 있었다. 이는 설령 기갑부대가 아니어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제1차 대전 당시에 프랑스가 택시를 이용해서 병력, 물자를 긴급 수송했던 사례 등을 참조했다.

이와 별개로 히틀러가 집권 직후인 1934년 4월 초에 페르디난트 포르쉐를 만나 국민차 개발을 의뢰했었다. 보통의 독일 국민이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에 5인 가족이 타고 최대 시속 100km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조건을 내세웠다. 그런데 당시 히틀러는 이를 군용으로 사용할 것까지 염두에 두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자동차가 너무나도 유명한 폭스바겐 비틀(Volkswagen Beetle)이다.

나치 독일의 선전 사진에 등장한 폭스바겐 비틀. 이를 기반으로 군용 차량 개발에 나섰다. < 출처 : Public Domain >

히틀러가 지시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1938년 1월에 독일군이 다목적 차량 도입 사업을 시작했을 때 비틀이 기반이 되었다. 비틀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이유 중 하나가 튼튼하게 설계된 골격이다. 때문에 거친 야지에서 무난하게 운행해야 하는 군용 차량의 기반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포르쉐는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섀시를 더욱 보강하고 지면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차체 하부를 높게 설계했다.

이처럼 변형된 부분도 있지만 엔진을 후방에 탑재하고 후륜으로 구동하는 RR 방식처럼 비틀의 상당 부분을 수용했다. 덕분에 개발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져 11월에 프로토타입인 폭스바겐 62식(Type 62)이 탄생했다. 시험 결과 차체의 일부 구조에 문제점이 발견되었고 이를 해결한 개량형이 폭스바겐 39식(Type 39)이다. 개발 직후인 9월 1일에 폴란드 침공전이 시작되면서 전격 투입되어 실전을 경험했다.

퀴벨바겐은 이후 비슷한 역할을 담당할 여타 소형 차량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 출처 : (cc) Darkone at Wikimedia.org >

보편적으로 호평을 받았으나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크게 오프로드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점과 최저 속도가 빨라서 보병과 이동할 때 보조를 맞추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포르쉐는 기어감소중축장비를 장착해 문제를 해결하고 추가로 여러 부분을 개선한 폭스바겐 82식(Type 82)을 완성했다. 이것이 제2차 대전 당시에 독일군이 있는 곳이면 항상 모습을 드러내며 활약한 폭스바겐 퀴벨바겐(Volkswagen Kübelwagen,이하 퀴벨바겐)이다.

퀴벨바겐은 1인승 시트를 갖춘 자동차라는 단순한 뜻이고 제2차 대전 당시에 사용된 독일군 소형차를 부르는 단어로도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무수한 차량 중 폭스바겐 82식이 워낙 유명해서 퀴벨바겐이라 하면 대개 이를 의미한다. 그 정도로 제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상징처럼 사용되었고 전후에 퀴벨바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후속작들이 군용은 물론 민수용으로도 애용되었다.


특징

퀴벨바겐은 오픈 탑 구조에 3명의 승무원과 화물을 합쳐 550kg을 적재할 수 있고 저렴한 획득가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한다는 군의 요구에 철저히 맞춰 개발되었다. 사실 이미 사용 용도가 정해져 있었으므로 이것이 퀴벨바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단순 명료한 특징은 미국의 지프(Jeep)의 탄생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소련의 GAZ-67도 지프를 모방한 것이므로 퀴벨바겐의 간접적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한 구조의 포털 기어 박스. 이처럼 구조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 기계적 신뢰성이 높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퀴벨바겐은 기반이 되었던 비틀처럼 RR 방식이어서 화물 수납을 차체 전면에 한다. 사실 비틀은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그런 구조를 택한 것이지만 덕분에 퀴벨바겐은 교전이 벌어질 경우 최대한 엔진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필요할 경우 차체 전면 수납부에 장갑판을 덧대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장갑차처럼 직접 교전을 펼치는 전투 장비는 아니어서 실제 교전 상황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1943년 시실리 노상에서 수리 중인 모습. 공랭식 엔진이 후방에 탑재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퀴벨바겐은 전륜 혹은 4륜 구동 방식과 비교할 때 힘이 떨어지지만 차체가 작은 편이어서 험지 주행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랭식 엔진이어서 그만큼 구조가 단순해져서 정비 수요가 적고 냉각수 같은 소모품도 필요 없어 야전에서 운용하기 편리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북아프리카의 사막이나 혹한과 라스푸티챠로 인한 동부전선의 거친 환경에서도 무난하게 기동할 수 있었다.


운용 현황

양산이 1940년 2월에 시작되었으므로 본격적인 실전 투입은 프랑스 침공전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45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총 50,435대가 생산되었다. 비교 대상인 지프가 60만 대가 넘게 생산되었고 오늘날 어지간한 유틸리티 차량의 연간 생산량이 최소 수만 대 이상이고 제2차 대전이 사상 최대의 전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많은 수량이라고 할 수 없다.

독일군이 있는 곳이면 예외 없이 활약했으나 전쟁의 규모에 비해 생산량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제2차 대전 당시의 독일군 하면 많은 이들은 강력한 기갑부대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가장 기초적인 수송 장비라 할 수 있는 다목적 소형 차량의 생산량이 이 정도라는 점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전쟁 내내 우마차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했고 대부분의 독일군은 두 다리에 의존해서 걸어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벨바겐의 명성이 높은 이유는 안정성과 신뢰성이 좋아 눈에 뜨일 정도로 제 역할을 다해주었기 때문이다.

전쟁 중 4륜 구동 방식으로 개량할 계획도 있었고 기술력도 충분했으나 양산은 불발로 끝났다. 다만 퀴벨바겐을 기반으로 제작된 특수 목적 차량인 슈빔바겐(Schwimmwagen)은 수륙양용을 위해 4륜 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퀴벨바겐은 전쟁이 끝난 후인 1959년에 폭스바겐 181식(Type 181)로 부활하여 독일연방군(서독군)에서 사용했고 민간 시장에 Thing, Trekker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되었다.

전후 생산이 재개되었고 민수용으로도 사용되었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변형 및 파생형

Type 62 : 프로토타입

Type 62 < 출처 : (cc) Heinkel Scooter Project >
Type 67 : 비틀 섀시를 이용한 개량형 프로토타입
 
Type 82/0 : 4인승 기본 양산형 4인승
Type 82/0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Type 82/1 : 무전기장착형
 
Type 82/2 : 후방석에 사이렌 장착형
 
Type 82/3 : 지휘차 목업
 
Type 82/5 : 픽업트럭형
Type 82/5 < 출처 : autocosmos.com.ar >
Type 82/6 : 열대 지역 운행형
 
Type 82/7 : 지휘차
 
Type 82/8 : 82/0식 기반 목재 차체형
 
Type 82/E : 비틀 차체를 사용한 변형
Type 82/E < (cc) MartinHansV at Wikimedia.org >
Type 86 : 4륜 구동형 프로토타입
 
Type 87 : 86식 기반 비틀 차체 사용 지휘차
Type 87 < 출처 : (cc) Papa1234 at Wikimedia.org >
Type 89 : 자동변속기 장착 시험차
 
Type 98 : 4륜 구동을 결합한 컨버터블형
 
Type 106 : 자동변속기 장착 시험차
 
Type 107 : 터보차저 장착형
 
Type 115 : 슈퍼차저 장착형
 
Type 126 : 동기화 기어박스 장착형
 
Type 155/1 : 하프트랙형 프로토타입
Type 155< 출처 : Public Domain >
Type 164 : 쌍열 엔진, 6륜형 프로토타입
 
Type 177 : 5단 변속기 장착형
 
Type 179 : 연료분사식 엔진 장착형
 
Type 179-F : 수륙양용형. 슈빔바겐
Type 179-F < 출처 : Public Domain >
Type 198 : 기갑전투형
 
Type 235 : 전기 모터 장착형
 
Type 239 : 목탄차형
 
Type 240 : 가스차형
 
Type 276 : 82식 기반 37PAK 대전차포 견인형
 
Type 278 : 동기화 기어박스 장착형
 
Type 307 : 고성능 기화기 장착
 
Type 309 : 디젤엔진 장착 프로토타입
 
Type 331 : 아세틸렌가스 사용 프로토타입
 
Type 332 : 알콜 사용 프로토타입


제원

생산업체 : 폭스바겐
도입연도 : 1940년
중량 : 715kg
전장 : 374cm
전폭 : 160cm
전고 : 165cm
엔진 : 수평대향 4기통 공랭식 가솔린 엔진 23.5마력(17.5kW)
추력 대비 중량 : 32마력/톤
변속기 : 4단 수동
최고 속도 : 80km/h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