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의 역사

미군의 제식소총은 현재 M4A1 카빈이다. 특수부대로부터 채용을 시작하여 전군으로 펼쳐나간 M4 카빈의 사례는 많은 총기 회사로 하여금 특수작전부대의 총기에 눈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2004년 SOCOM은 M4를 교체하기 위하여 FN SCAR를 채용하고자 한 바 있으나, 이 사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또한 2010년에는 미 육군 전체의 차원에서 M4를 교체하기 위하여 IC(Individual Carbine) 사업이 실시되었다.

IC 사업이 실시될 당시 시그사우어(SIG SAUER)사가 보유한 소총라인업은 SG550과 SG516이었다. SG550은 1970년대 처음에 SG540이란 이름으로 개발되었으며, 우리나라의 K2 소총과 마찬가지로 5.56mm 소총에 AK의 롱스트로크 가스블로우백 방식을 결합한 소총이었다. 그러나 한 때 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럽과 전세계 특수부대에서 사랑을 받던 SG550 계열은 이미 2000년대부터 G36이나 HK416 등의 총기에 밀려 고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시그사우어는 레일을 장비하는 등 현대화한 SG556을 미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미군, 특히 SOCOM에서의 구매는 없었다.

한편 HK416의 뜨거운 인기에 대응하여 시그사우어는 2010년 Shot Show에서 SIG516을 발매했다. 대부분의 총기회사들이 그렇듯 시그사우어도 AR-15 계열을 만들어 드디어 주류 시장인 미국시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HK416이 구축한 '피스톤 작동식 M4'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SIG516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이외에는 그다지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한편 2009년 시그사우어는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oint Special Operations Command; JSOC) 대원들로부터 새로운 요청을 받게 되었다. .300 위스퍼(Whisper) 탄환을 사용하는 총기를 만들 수 있냐는 것이었다. JSOC은 .300탄이 소음기와 사용하면 매우 뛰어난 소음감소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장점을 높이 평가하며 이 탄환을 사용할 적당한 총기를 찾고 있었다. JSOC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MP5SD 소음기관단총과 MP7 기관권총을 모두 교체할 새로운 총기로 .300구경탄을 사용하는 소총을 채용하는 LVAW(Low Visibility Assault Weapon, 저시인성공격무기) 사업을 시작했다.

 
.300 위스퍼 탄(좌)과 300 AAC 블랙아웃 탄 등 기타탄환과의 비교(우) <출처: Public Domain>

.300 구경 소음소총의 개발에서 선두에 나섰던 회사는 소음기 제조로 명성을 떨친 제작사인 AAC(Advanced Armament Corporation)였다. AAC가 제시한 해답은 "하니 배저(Honey Badger)" 저시인성카빈(low visibility carbine)으로 이미 2011년 경에 제품을 선보였다. 또한 AAC는 .300 위스퍼탄을 산업규격화한 .300 AAC 블랙아웃(Blackout) 탄환(이하 .300 BLK)을 선보이면서 업계의 표준을 만드는 성과를 보였다. 하니배저는 실전평가를 위하여 JSOC 부대원들에게 지급되어 전투에서 사용되었으며 좋은 평가를 얻었다.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시그사우어는 SIG516에 300구경탄을 채용하도록 하여 JSOC에 제안했으며, 실전평가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그사우어는 개머리판 접철이 어려운 M4 설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아예 새로운 총기를 개발하기로 함에 따라 2011년부터 드디어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총기의 개발은 쉽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원들이 내세운 요구였기에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총기는 기본적으로 5.56mm NATO탄을 사용하는데 더하여 .300 BLK탄은 물론 7.62x39mm AK소총탄까지 사용할 수 있어야만 했다. 따라서 총기는 총열과 약실을 윗총몸에서 교체할 수 있는 모듈러 방식을 채택해야만 했다. 또한 개머리판을 확실히 접어서 크기도 줄일 수 있어야만 했다. 기존의 M4 소총과 결합도 가능하도록, M4의 아랫총몸과 결합할 수도 있어야만 했다.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4년의 개발기간이 투입되었고 결국 2015년 시그사우어는 새로운 총기를 선보였다. 이 총기가 바로 SIG MCX였다. MCX는 Modular Carbine X-change의 준말로 교체가 가능한 모듈러 형식의 카빈이라는 뜻이었다. MCX는  LVAW 사업을 위하여 MCX LVAW 모델을 출시했으며 이는 "블랙 맘바(Black Mamba)"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결국 JSOC에서 채용하였다.

SIG MCX는 본격적인 정규군의 채용은 없었지만, 특수부대들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총을 전체로 구매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M4와 동시에 운용하기 위해 300BLK 상부총몸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미 특수전 사령부(SOCOM)도 유사한 개념으로 PDW 상부총몸을 도입하는 사업을 2017년 3월 공고했으며, 이를 만족하기 위하여 시그사우어는 MCX를 바탕으로 "래틀러(Rattler)"라는 모델을 출시했다. 현재 래틀러는 SOCOM에 의해 잠정 선정되어 시험평가 중이다.

그러나 MCX의 진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미 육군은 현재 M4 카빈과 M249 SAW를 대체하는 차기 보병화기로 NGSW-R과 NGSW-AR의 선정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후보기종에 시그사우어의 총기들도 올랐다. 특히 M4를 교체하는 NGSW-R 모델로 MCX를 바탕으로 한 총기를 선보이면서 시그사우어 MCX는 차기 미 육군의 제식소총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

특징

SIG MCX는 전작인 SIG516처럼 쇼트스트로크 가스 피스톤(short-stroke gas piston) 방식을 채용했다. 그러나 개머리판을 접도록 하기 위해서 기존에 스톡 내부에 스프링을 넣는 대신, 마치 K1A 기관단총처럼 총윗몸에 복좌스프링을 장착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총기의 작동방법은 M4의 방식을 그대로 채택했다. 장전손잡이의 위치도 M4와 똑같이 뒤쪽에 달려있고, 탄피배출구 뒤쪽에 노리쇠 전진장치도 달려있다. 노리쇠 멈치나 탄창 멈치, 안전장치의 위치도 M4와 동일하다. 심지어는 아랫총몸은 M4와 호환되기까지 한다. 애초에 윗총몸만을 납품할 가능성도 고려했기 때문에 설계시부터 M4와의 아랫총몸 호환은 개발당시의 요구조건이기도 했다.

한편 상부 총몸은 모듈러 성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 필요한 길이의 총열로 교환이 가능하다. 한편 레일의 결합방식은 M4와는 달리 총열 윗부분까지 레일이 확장되어 있는데, 확장된 길이는 가장 짧은 5.5인치 총열을 덮을 정도까지만이다. 5.5인치보다 긴 총열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윗쪽 부분이 추가된 레일을 장착하여 전방레일을 활용하면 된다.

제1세대 MCX는 키모드 레일을 장착하고 있었다. 그러나 2세대에 접어들면서 키모드 레일은 M-Lok 레일로 교체되었으며, 2단계 방아쇠가 채용되었다. 기본적으로 개머리판은 접철식으로 다양한 옵션으로 교체가 가능한데, 기존의 M4 스톡 형태를 갖춘 모델, 7단 조절식, 경량 프레임식, 인입식 등 4가지 모델이 있다.

---

운용 현황

SIG MCX는 2015년 등장한 이래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제일 먼저 MCX를 채용한 것은 LVAW 사업을 제기한 JSOC으로, 티어1 부대들이 블랙맘바 사양으로 채용하여 사용중이다. 이외에도 영국의 CTSFO(Counter Terrorist Specialist Firearms Officer, 대테러전문 무장경관)이 MCX 블랙맘바 사양을 채용하고 있다.

MCX는 아직 정규군에 의한 대규모의 채용은 없다. 대부분 경찰특공대와 대테러부대들이 고객이며,  군에서는 프랑스의 CPA10(Commando parachutiste de l'air n°10, 제10 공수코만도), 네덜란드 해상특수작전부대나 폴란드의 그롬(GROM; Grupa Reagowania Operacyjno-Manewrowego, 기동대응작전단) 등이 채용하고 있다. 특히 그롬은 300 BLK 구경의 MCX와 MCX 래틀러를 모두 채용했으며, 5.56mm와 7.62mm 컨버전 키트까지 포함하여 풀세트로 MCX를 도입했다.

한편 MCX는 LVAW 이외에도 SOCOM의 SURG(Suppressed Upper Receiver Group, 소음기내장 윗총몸) 사업과 PDW(Personal Defense Weapon, 개인방어무기) 사업에도 연관되어 있다. SURG 사업은 한 때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어, 2018년 9월 SIG MCX가 선정되었다. SURG는 JSOC의 LVAW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M4 카빈의 윗총몸을 바꾸는 사업으로, 시그사우어는 4천8백만불로 계약을 체결하여 2023년까지 SOCOM 전체에 MCX SURW 시스템의 납품을 완료할 에정이다. 게다가 2018년 시그사우어의 SIG MCX 래틀러는 SOCOM PDW 사업의 후보기종으로도 선정되어 현재 시험평가 중에 있다.

---

파생형

MCX : 시그사우어의 Modular Carbine X-change 기본형. 1세대 MCX는 키모드 레일을 장착했다.

MCX LVAW "블랙 맘바(Black Mamba)" : LVAW 사업을 위하여 만들어진 MCX의 소음기 내장형 카빈.

MCX "래틀러(Rattler)" : SOCOM의 PDW 사업을 위하여 만들어진 MCX의 컴팩트 카빈 버전.

 
SIG MCX "래틀러"의 개머리판 확장시(좌)와 수납시(우)의 모습 <출처: SIG SAUER>

MCX 패트롤(Patrol) : MCX의 2세대 모델로 16인치 총열 채용. 키모드 대신 M-Lok 레일을 채용했다.

MCX 버투스(Virtus) : MCX의 2세대 SBR(Short Barrel Rifle) 버전. 9인치와 11.5인치 총열의 2가지 모델이 있으며 역시 M-Lok 레일을 채택했다.

MCX 피스톨(Pistol) : MCX의 단발 권총형 버전. 권총이므로 개머리판을 장착할 수 없어, 대신 피스톨 브레이스(pistol brace)를 장착한다. 래틀러, 버투스, 패트롤 등 모든 크기의 MCX 마다 권총형이 존재한다.

SIG NGSW-R : NGSW 사업을 위하여 시그사우어가 제시한 MCX의 변형. 6.8mm 하이브리드 탄환을 채용했으며, 2019년 9월 이후 NGSW 사업 후보로 육군에 의해 시험평가 중이다.

---

제원

모델: SIG MCX 버투스 11.5인치 모델
구경: 5.56x45mm, .300 Blackout
작동방식: 쇼트 스트로크 가스 피스톤
전체길이: 971mm (접철시 793mm)
총열길이: 292 mm (11.5인치)
중량: 2.72 kg
발사율: 900발/분
장탄수: 30발 STANAG 탄창
유효사거리: 500m

---

저자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었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국방전략과 정책을 분석하는 한편,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의 겸임교수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각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