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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60년부터 배치된 BTR-60은 소련(러시아) APC(병력수송장갑차)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 8 x 8 주행륜, 완전 밀폐된 차체, 공격력 강화를 위한 기관포탑 등의 구조가 현재 실전 배치를 앞둔 VPK-7829 부메랑(Bumerang)까지 이어질 정도이고 러시아를 비롯해 50여 개국에서 여전히 중요한 전력으로 사용 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탄생해 같은 행보를 보이는 미국의 M113과 더불어 가히 APC 역사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BTR-60은 중동전쟁 같은 실전에서 운용해 본 결과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차체 내부 구조가 전투를 치르는 데 상당히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따라 개량형이나 후속작이 요구되었다. 설령 실전을 겪지 않더라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이에 맞춰 무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개량은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냉전 시대처럼 보다 좋은 무기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환경이면 더욱 그렇다.

1971년 당국의 지시가 떨어지자 GAZ(Gorky Automotive Plant)는 개발 코드가 GAZ-4905로 명명된 후속 APC 개발을 시작했다. 전작인 BTR-60이 주행력, 정비 요소 등에서는 양호한 평가를 받았기에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을 단축하고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 등을 고려해서 섀시를 그대로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배치된 BTR-60의 수량이 워낙 많아 이를 일거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있었다.

전작인 BTR-60 초기형은 2명의 승무원 이외에 14명의 보병이 탑승할 수 있었으나 승차 여건이 너무 나빠 BTR-60PB에 와서는 8명으로 정원을 줄였다. GAZ-4905도 마찬가지였으나 여기에 더해 실내 구조를 재조정해서 공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덕분에 좌우 측면에도 승하차용 해치가 설치되었다. BTR-60이 차체 뒷면 상부의 해치를 통해서만 승하차가 가능해서 유사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를 보완한 것이었다.

그런데 GAZ는 이와 별개로 1960년대 후반부터 소련 장갑차량의 또 다른 한 축인 BMP-1을 벤치마킹한 GAZ-50을 연구하고 있던 중이었다. 기본적으로 병력을 전투 공역까지 이동시킨다는 목적에서만 본다면 BTR-60이나 BMP-1의 차이는 없다. 다만 BMP-1은 최전선에서 제한적인 기갑전도 가능할 만큼 전투력이 뛰어나다. 때문에 별도로 IFV(보병전투차)라고 구분하며 전선에서 담당하는 역할도 APC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그래서 GAZ-50 프로토타입에 BMP-1의 주포인 73mm 2A28 그롬 저압포를 탑재해 공격력 향상을 노렸다. 하지만 방어력은 그대로여서 그다지 효과적인 개량은 아니었다. 사실 BMP-1도 방어력이 좋은 수준은 아니지만 고속 기동에 보다 신경을 쓴 BTR-60은 이보다 더 빈약해서 최전선에서 전투 용도로 사용하기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미 소련은 1930년대에 방어력을 포기한 고속전차가 실전에서 무용지물이었음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결국 제조 비용마저 상승하면서 GAZ-50은 실패로 막을 내렸는데, 이때 일부 연구 성과가 GAZ-4905 개발에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 탑승한 보병들이 이동 중에도 사격을 할 수 있도록 좌우 측면에 설치된 6개의 개폐식 건 포드(Gun Pod)가 그런 흔적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완성된 시제작은 각종 실험을 거친 후 BTR-70이라는 제식 부호를 부여받고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1년 만인 1972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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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BTR-70은 노면 상태에 따라 승무원이 차내에서 타이어의 공기압을 변경할 수 있도록 개량된 점을 제외하고 BTR-60의 4축 8륜의 8 x 8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은 형태여서 구동 계통의 차이는 없다. ZMZ-4905 엔진은 좀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지만 휘발유 엔진인데다 연료탱크와 함께 차체 후방에 위치해서 피탄 되었을 경우 화재가 쉽게 발생했다. 이는 BTR-70이 단명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GAZ-50에서 보듯이 한때 공격력 향상을 시도했으나 BTR-60과 동일한 KPVT 14.5mm 중기관총과 PKT 7.62mm 기관총을 탑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병이 탑승한 상태로 측면 건 포드를 통해 사격을 할 수 있지만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전술 핵폭탄을 투하한 후 기갑부대가 돌격해 종심을 타격하는 소련군의 공격 교리에 따라 강력한 여압 장치를 장착해서 NBC 방호 능력을 향상시켰다.

앞서 언급처럼 차체가 BTR-60보다 조금 작아졌음에도 공간을 재배치한 덕분에 2번륜과 3번륜 사이에 승하차용 해치가 설치되었다. 하지만 협소해서 이용하기 불편했고 더구나 서행 중에도 역과의 우려가 커서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실전에서 있으나 마나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이런 문제는 설계 당시부터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치가 상당히 미흡했고 후속작인 BTR-80에 와서야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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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BTR-70은 1972년부터 양산되었으나 BTR-60이 단종 된 1976년부터 본격 배치가 이루어졌다. 소련군을 시작으로 동맹국과 친소 국가에도 공급되었고 루마니아에서 TAB이라는 이름으로 면허 생산되었다. 현재도 옛 소련에 속했던 몇 나라를 포함해서 약 20여 개국에서 사용 중이나 소련 시절 직접 수출하거나 생산을 허락한 나라는 4개국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제3국간 거래로 이전된 것이다.

BTR-70은 특수 용도로 사용되는 소량을 제외하고 러시아에서 전량 퇴출되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전작인 BTR-60이나 후속작인 BTR-80과 달리 실패작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최초의 실전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과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방어력도 빈약한 데다 공격을 받았을 경우 화재가 쉽게 발생해 '바퀴 달린 불타는 관'이라는 치욕스러운 별명이 붙었을 정도였다.

이런 결과에 실망한 소련은 곧바로 단종시키고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공격력과 방어력을 향상시킨 BTR-80의 개발에 착수했다. BTR-70의 정확한 생산량은 알려지지 않으나 대략 전작인 BTR-60의 30퍼센트 정도로 추정된다. 이후 보스니아 분쟁 당시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네팔군, 파키스탄군이 작전에 BTR-70을 투입했으나 의미 있는 교전은 없었고 체첸 전쟁이나 유로마이단 사태 일부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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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BTR-70 M1978 : 초기 양산형
 
BTR-70 M1982 : ZMZ-49-05 V-8 엔진을 장착한 개량형

BTR-70 M1984 : 포탑 개량형
 
BTR-70 M1986 : 방어력 개량형

BTR-70V : BTR-80의 기반이 된 후기형
 
BTR-70D : 디젤 엔진 장착 프로토타입
 
BTR-70K : 지휘차량
 
BTR-70KShM : 모바일 운용 체계를 장착한 지휘차량 개량형
 
BREM : 구난회수차량
 
BTR-70M : 우크라이나에서 수입국의 요구에 따라 BTR-80 사양으로 개조한 개량형

TAB : 루마니아 면허 생산형

SPW 70 : 루마니아 제작 동독군 공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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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생산업체: GAZ
도입 연도: 1972년
중량: 11.5톤
전장: 7.535m
전폭: 2.80m
전고: 2.32m
무장: 14.5mm KPVT 기관총 1문 또는 12.7mm DShK 기관총
7.62mm RKT 기관총 1문
엔진: ZMZ-4905 가솔린×2 240마력(176.4 kW)
추력 대비 중량: 20마력/톤
서스펜션: 8×8
항속 거리: 약 500km
최고 속도: 80km/h, 9km/h(수상)
탑승 인원: 승무원 3명 + 보병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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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