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의 역사

1800년대 말에 창설된 왕립 태국 해군(RTN: The Royal Thai Navy)은 왕자인 동시에 “태국 해군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아브하카라 키아르티웡세 제독(1880~1923)에 의해 본격적으로 설계되었다. 태국군은 19세기 말 프랑스의 침공부터 시작하여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독립 유지에 성공했으며, 베트남전쟁에는 미국의 동맹군 자격으로 50,000명에 가까운 병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태국 정부는 1989년 태풍 게이(Gay)가 태국만을 강타하면서 1,03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5억 2천만 달러가 넘는 재산 피해를 야기하는 대참사를 겪었다. 이때 왕립 태국 해군은 함정을 기반으로 한 인도적 구호 작전을 실시하고자 했으나, 강풍 앞에서 함정과 항공기의 작전 능력이 크게 제한되자 이러한 상황에 대처가 가능한 대형 함정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되었다. 태국은 1990년대 초부터 해군 현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다수의 신형 함정을 도입했으며, 이때 주변 국가와의 마찰에 대비한 항모 도입론이 추진력을 얻게 되어 7,800톤급의 항모를 독일 브레메 벌컨(Bremer Vulkan, AG) 조선소에 주문하였다. 하지만 태국 정부는 독일 정부에서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자 1991년 7월 22일에 주문을 취소하고 사업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태국 국방부는 태국 해군에 적합한 항모 설계를 둘러보던 중 스페인 해군이 도입한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Principe de Asturias) 항모의 설계를 채택했으며, 해당 항모의 건조사인 바산(Bazán)에 항공모함 건조 주문을 넣으면서 짜끄리 나르벳(จักรีนฤเบศร, “짜끄리 왕가의 위엄”이라는 의미) 항모의 건조를 의뢰하고 1992년 3월 27일 자로 계약을 체결했다. 건조 비용은 전투체계까지 포함하여 미화 3억 6,500만 달러였으며, 계약 당시의 요구도에는 전투에 필요한 모든 함정 전투체계 및 전자 장비를 장착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바산사는 1994년 엘 페롤(El Ferrol) 조선소에서 짜끄리 나르벳함의 용골(龍骨) 거치식을 치르고 1996년 2월 20일에 진수식을 가진 후 1997년에 본격적으로 취역시켰다. 최초 나르벳 항모는 탑재 항공기로 AV-8 해리어(Harrier)의 파생 형상인 AV-8S 마타도르(Matador)를 지정해 총 7대의 AV-8S와 두 대의 TAV-8S(훈련기 형상)를 탑재했다. 도입 당시 기준으로 짜끄리 나르벳은 고정익 항공기 비행단을 탑재한 세계 최소 규모 항모였으나, 동시에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가 실전 배치에 성공한 최초의 항모이기도 했다. 짜끄리 나르벳은 태국 3함대에 소속된 후 해군 기함으로 지정됐으며, 항모 방어를 위해 두 척의 나레수안(Naresuan)급 호위함이 항시 주변에 배치되었다.

안타깝게도 짜끄리 나르벳 항모는 흔히 “IMF 사태”로 기억하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사태로 인해 실제 취역하게 됐을 무렵 활용 폭이 크게 줄어 있었다. 당시 태국도 금융위기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던 대표적인 국가였기 때문이다. 우선 예산 상의 문제로 인해 계획했던 전자 장비와 무장 대부분이 탑재되지 못하면서 건조 비용도 2억 5,700만 달러만 집행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운용 비용도 제약이 걸렸기 때문에 짜끄리 나르벳함은 실전 배치 후 수년 간 실제 바다에 나간 일수가 손에 꼽을 정도의 신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이 야심 차게 진행한 이 항모 도입 사업은 여러 의미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우선 아시아권 국가에서 최초로 항모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념비적이었으며, 이는 이후 한국, 중국, 일본이 항모 보유를 고민하게 하는 단초가 되었고, 기존 항모 운용국이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인도 등이 기존 구형 항모의 교체를 추진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

특징

짜끄리 나르벳 항모는 처음부터 단거리 이착륙 항공기 운용을 고려하여 설계되었으며, 이에 따라 비행갑판 끝에 12도로 스키 점프대가 설치됐다. 짜끄리 나르벳의 비행갑판은 174.6m x 27.5m 크기이므로 통상적인 이착륙 거리가 필요한 항공기 운용은 불가해 함재기로 우선 AV-8S 마타도르(Matador) STOVL 항공기를 1990년대 후반에 총 8대를 도입했으며, 스페인 공군이 운용하던 중고 기체를 총 9천만 달러로 도입해왔다. 하지만 아시아 경제 위기의 여파로 해당 기체의 후속군수지원(ILS: Integrated Logistics Support)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체 운용에서 큰 제약이 발생했으며, 특히 운용 기간 내내 엔진 예비 부품 조달에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왕립 태국 해군은 AV-8S 전량을 2006년에 퇴역시켜 일순간에 함재기 없는 항모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짜끄리 나르벳은 AV-8S와 별도로 6대의 시콜스키(Sikorsky: 現 록히드-마틴 시콜스키 헬리콥터)의 S-70B 시호크(Seahawk) 헬리콥터를 1억 3,800만 달러로 도입해 대잠전용으로 활용했다. 짜끄리 나르벳에서는 총 5대의 S-70B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다.

항모의 만재 배수량은 11,485.5톤, 전장은 182.6m, 비행갑판 흘수선의 폭은 22.5m이며, 만재 흘수는 6.12m이다. 항모에는 총 600명 가량의 인원이 승선할 수 있으며, 내부에는 왕실 가족이 승선하여 지낼 수 있는 별도의 아파트 공간이 있는 점도 특징이다. 짜끄리 나르벳은 최초 건조 계약을 시작한 1992년 당시의 계획에서 거의 설계 변경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돌출판 설계가 약간 변했고, 2D 레이더를 장착할 갑판실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주 갑판용 크레인이 배의 우현으로 이동한 점 정도가 달라졌다. 짜끄리 나르벳의 최고 속도는 26.2노트이며, 순항 속도는 약 17.2노트에 달한다. 최대 항속 거리는 12노트로 항행할 시 10,000 해리까지 도달할 수 있다. 선내 설계는 미 해군의 기준을 도입해 총 13개의 수밀성 격벽이 설치됐으며, 3개의 독립된 방재 구역이 존재한다. 후미에는 두 개의 방향타가 장착되어 기동성이 뛰어나며, 두 개의 샤프트가 각각 33,600마력을 내는 디젤/가스 터빈(CODOG) 두 개를 연결한다. 가스 터빈은 두 기의 GE LM-2500 가스 터빈과 바산-MTU제 16 1163 TAB83 디젤 엔진이며, 이들 또한 최대 1,200 RPM으로 6,437마력을 낼 수 있다. 프로펠러에는 다섯 장의 날개가 달려있다.

최초 설계 당시 나르벳 항모에는 2-D 장거리 및 3-D 중거리 대공정찰 레이더를 탑재할 예정이었으며, 10개 콘솔형 지휘통제 체계와 선체 고정식 소나, 전자전 대응수단체계, 재머(jammer), 대응체계 살포기도 설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1997년에 실제 취역했을 당시에는 가장 기본적인 전자 장비만 탑재됐고, 방어용 무장이나 전자전 체계, 소나, 미끼 살포기 등도 모두 설치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탑재된 장비는 휴즈(Hughes)사의 AN/SPS-52C 3D 중거리 대공수색레이더, 켈빈(Kelvin)-휴즈사의 항법 및 헬기 통제 레이더, 켈빈-휴즈 I-밴드 항법 레이더, MX-1105 GPS 오메가 위성항법체계, 제조사가 알려지지 않은 TACAN 체계와 간단한 통신체계 등이다. 최종적으로 지휘통제체계에는 7개 콘솔이 들어갔으나 업그레이드를 실시할 경우 11개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무장으로는 최초 4대의 레이시온(Raytheon)-제네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사의 페일랭스(Phalanx) 근접무기체계(CIWS: Close-in Weapon Systems)와 30mm 함포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페일랭스는 20mm 6연장포로 최대 사거리 1.5km, 분당 3,000발의 발사 속도를 자랑하며 항모에 초근접한 물체나 위협을 총알로 이루어진 “커튼”을 쳐버리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제약으로 계획 변경이 발생했을 때 설치가 취소되었다. 나르벳함에는 마트라-BAE-새드럴사의 미스트랄(Mistral) 미사일 발사기가 설치되어 총 6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으며, 8개의 발사관을 갖춘 Mk.41 수직발사체계(VLS: Vertical Launch System)가 설치되어 시 스패로우(Sea Sparrow) 함대공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짜끄리 나르벳함은 실제로 무장과 센서, 전투체계가 탑재되기 전까지는 작전 투입 시 방어를 전적으로 호위함에 의존해야 하나, 왕립 태국 해군에는 호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잠수함이 없는 점도 나르벳 항모의 운용 범위를 제한하는 요인 중 하나다. 태국은 1995년 5월에 잠수함 3척을 8억 달러로 해외에서 도입하기 위해 획득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이 또한 IMF 사태로 취소되고 말았다.

현재까지도 태국 해군이 짜끄리 나르벳함을 무장시킬 계획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나, 몇 차례인가 무장을 시도하려 한 정황이 있다. 태국은 원 제작사인 바산 조선소를 통해 미제 장비를 들여와 장착하려 한 듯하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

운용 현황

짜끄리 나르벳은 건조 당시인 1997년까지만해도 함대용 항모로 취역했으나, 2006년경 예산 문제 때문에 연안 감시용 헬기 항모로 전용됐다. 짜끄리 나르벳은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사태나 2010년~2011년 태국 홍수 사태 때 인도적 구호 작전 등에 투입되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지금까지의 운용 기간 대부분인 20년 동안 항구에 정박해있던 시간이 실제 바다에 나가있던 시간보다 길다.

짜끄리 나르벳의 가장 큰 문제는 탑재 함재기의 문제로, 최초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한 S/VTOL 항공기를 충분하게 도입하고자 했으나 태국 정부의 예산 문제로 계속 도입 계획이 지연 및 축소되었다. 짜끄리 나르벳함에는 우선 도입 당시에 탑재한 AV-8S와 TAV-8S가 탑재됐으나 2006년을 기점으로 전량 퇴역했으며, 대신 신형 S-70-B-7 시호크(Seahawk) 헬기 여섯대 가량이 운용됐다. 태국 정부는 1999년 동티모르 사태가 발생하자 UN 동티모르 평화유지군에 짜끄리 나르벳을 합류시킬 예정이었으나, 결국은 아시아 경제위기로 야기된 운용비 문제 때문에 평화유지군 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 결국 짜끄리 나르벳은 한 달에 하루 정도만 훈련을 위해 출항하고, 대부분의 나머지 날들은 항구에 기항하여 관광객 관람용으로 운용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태국 경제가 회복되어 최근에는 다양한 합동해상훈련에 참여하고 있으며, PASSEX, CARAT, 가디언 시(Guardian Sea), 코브라 골드(Cobra Gold) 등의 국제 해군 및 상륙훈련 등에 참여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는 싱가포르 국제 해군 관함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던 바가 있다.

짜끄리 나르벳은 1997년 허리케인 린다(Linda)가 태국 만에서 끄라 지협(地峽)을 강타했을 때 인도적 구호 작전에 투입되어 해상 위의 어선들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2000년 11월 송클라(Songkhla)주에서 홍수가 발생했을 때에도 투입되어 인근 섬에 정박해 헬기 및 소형 구조정의 모함으로 활용됐다. 2003년에는 태국의 여배우인 수바난트 콩잉(Suvanant Kongying, 1978~)이 한 언론사에서 앙코르와트가 태국 소유라는 언급을 했다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주재 태국 대사관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하자 태국의 무력 시위를 위해 짜끄리 나르벳이 파견됐던 적이 있었다. 당시 공식적으로 나르벳 항모의 임무는 포첸통(Pochentong)-1으로 명명된 자국민 퇴거 작전을 위한 ‘보험’ 성격으로 파견된 것이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당시까지 운용 중이던 AV-8S 전투기를 이용하여 캄보디아를 포위할 계획까지 수립되어 있었다.

2004년 인도양에서 대량의 쓰나미 사태가 발생하자 다시 한번 짜끄리 나르벳이 파견되어 대규모 인도적 구호 작전을 실시했으며, 이후에도 2010년과 2011년 태국 홍수 사태 등에도 연이어 투입되어 구호 물자 전달과 관광객 및 현지 주민 퇴거를 돕기도 했다.

---

동급함

CVH-911 짜끄리 나르벳함 : 태국 왕립해군이 스페인 바산사에 의해 건조한 항모로, 1992년에 주문하여 1994년에 건조에 착수했고, 1996년에 진수하여 1997년에 취역했다. 스페인 해군의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함과 동일한 설계로 건조되었다.

---

제원

종류: 수직/단거리이착륙(V/STOL)용 항공모함
제조사: 바산 페롤(Bazán, Ferrol) 조선소
운항 인원: 장교 62명 / 수병 393명 / 항공요원 146명
최대 탑승 인원: 675명
전장: 182.65m(평균) / 174.1m(비행갑판)
전폭: 22.5m(흘수선) / 30.5m(최대 폭)
경하 배수량: 7,000톤
만재 배수량: 11,485톤
흘수: 6.12m
추진체계:
          ㄴ 16,499kW급 GE LM2500 가스터빈 엔진 x 2
          ㄴ 4,200kW급 바산-MTU 16V1163 TB83 디젤엔진 x2
최고 속도: 25.5노트(47.2km/h)
순항 속도: 17.2노트(31.9km/h)
항속 거리: 10,000 해리(19,000km)(시속 12노트[22km/h] 항행 시)
센서 및 처리 체계:
          ㄴ휴즈(Hughes) SPS-52C 항공수색 레이더, E/F 밴드
          ㄴ켈빈-휴즈(Kelvin-Hughes) 1007 항법 레이더 x 2
전자전 및 미끼(Decoy) 체계:
           ㄴ SRBOC 미끼 발사대 x 4
           ㄴ SQL-32 견인식 미끼
무장:
           ㄴ0.5인치 기관포 x 2
           ㄴ미스트랄(Mistral) 함대공 미사일용 6연장 새드럴(Sadral) 발사기 x 3
           ㄴ Mk.41 LCHR 8셀 VLS 발사대 (시 스패로우용) x 1
           ㄴ 벌칸(Vulcan) 팰렁스(Phalanx) 근접방어체계(CIWS) 2 x 30mm 4문(미장착)
탑재 항공기:
           ㄴ 시콜스키 SH-60 시호크(Sea Hawk) 헬리콥터 x 6
           ㄴ MH-60S 나이트호크(Knighthawk) 헬리콥터 x 2(+4)
           ㄴ 헬기 최대 14대 탑재
항공 장비: 174.6 x 27.5m 비행갑판 / 12도 경사 스키점프대 / 항공기 10대용 행거 공간
건조 가격: 2억 8,500만 달러(1993년 기준)

---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