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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41년 12월 7일 단행된 일본의 진주만 급습으로 미국은 제2차 대전에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중립을 유지하던 8월 14일에 영국과 전후 문제를 논의하고 대서양 헌장을 발표했을 만큼 이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쟁에 발을 담그고 있던 상태였다. 사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은 군부였다. 따라서 유럽에서 전운이 감돌던 1930년대 말부터 서서히 전력을 증강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고립주의를 주창해 왔기에 원거리에서 적을 차단하는 전략에 따라 집중 육성된 해군과 폭격기 분야를 제외한 여타 전력은 경쟁국에 뒤진 상태였다. 제2차 대전 발발 후 지상전의 왕자로 등극한 전차도 마찬가지였다. 서둘러 데뷔시킨 M3 리(Lee)도 등장과 동시에 구시대의 전차가 된 상황이었다. 1942년이 돼서야 독일의 4호 전차를 상대할 수 있는 M4의 양산을 시작하면서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북아프리카에서 경험한 독일의 6호 전차, 즉 티거(Tiger)는 가히 충격이었다. 미군은 압도적인 물량으로 독일군을 몰아붙였으나 M4로 티거를 상대하기가 무리임은 확실했다. 이에 1943년 5월, 미 육군 병기국은 보다 강력한 화력과 방어 능력을 갖춘 중(重)전차 개발에 착수했다. 화력은 90mm 포를 개량해서 탑재하고 방어력은 장갑을 늘리면 되지만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주행력이었다.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주포, 현가장치, 변속기, 엔진이 각각 다른 T20, T22, T23, T25, T26 등의 여러 프로토타입을 동시에 제작해 실험에 나섰다. 그런데 생산, 보급 등의 이유로 최대한 보유 무기를 단순화시키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AGF(육군 지상군 사령부)가 M4로 독일 전차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며 개발을 제지하고 나섰다. 굳이 화력 강화형이 필요하면 M4에 76mm 포를 장착하면 된다고 주장했을 만큼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76mm 포를 탑재한 화력 강화형 M4도 1944년 D-Day 전까지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기존 M4를 투입한 오버로드 작전에서 무려 30퍼센트가 넘는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 이후 서부전선에서 M4는 독일의 5호, 6호 전차는 물론 독일의 2선급 대전차포에도 격파 당했다. 서둘러 76mm포, 17파운더포를 장착한 개량형 M4이 투입되었으나 독일 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가는 자체가 어려웠다.

90mm 포를 장착한 M36 구축전차는 원거리 교전이 가능했지만 방어력이 빈약해서 정면 대결이 어려웠다. 결국 AGF의 방해로 중단되다시피 한 중전차 연구가 엄청난 피를 보고 난 후에야 재개되었다. 그럼에도 일선의 상황을 모르는 AGF는 계속 개발을 반대하고 나서 아이젠하워 연합군사령관을 격노하게 만들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90mm 포를 탑재하고 토션 바 현가장치를 갖춘 T26E1 프로토타입이 양산형으로 결정되었다.

제1차 대전 당시에 미 원정군 사령관의 이름을 따서 M26 퍼싱(Pershing)으로 명명된 새로운 중전차는 1944년 12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 이듬해 1월부터 유럽 전선에 투입되었다. 여담으로 M26은 미군이 정식으로 이름을 부여한 최초의 전차다. 비록 연합군이 독일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인 상태였지만 기갑전에서 계속 곤욕을 치렀기에 주행 성능 등에서 여전히 문제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히 투입이 이루어져 전쟁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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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26은 철저히 독일의 중전차인 티거를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다. 주포인 50 구경장 90mm M3포는 1,000 야드에서 30도 경사진 장갑판을 향해 사격할 경우 APC 탄으로 127mm, HVAP 탄으로 176mm를 관통할 수 있다. 이는 사거리 내에서 교전이 이루어진다면 독일의 5호, 6호 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수준이다. M26 탑재 전에 이미 M36 구축전차의 주먹으로 활약했기에 성능이나 안정성은 확인된 상태였다.

M26은 무수하게 터져 나간 M4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방어력 향상에 특히 신경을 썼다. 포탑은 주조로, 차체는 주조 및 압연 강판을 용접한 방식이어서 제3세대 전차가 등장하기 이전의 기술력으로 방어력을 향상시키려면 장갑을 두텁게 하는 방법밖에 없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전차의 크기를 키웠다. M26은 여기에 추가 장갑을 장착해서 차체 전면의 45도 경사장갑은 두께가 4인치에 이르렀다.

이처럼 공격력과 방어력이 향상되면서 M26은 무게가 46톤에 이르렀다. 종전 후 중형(中型)전차로 체급이 조정되지만 등장 당시에는 중전차로 구분되었다. 소형보기륜과 지지륜으로 구성된 궤도 형태와 특유의 토션 바 현가장치 그리고 처음으로 전차에 탑재한 파워팩은 이후 등장하는 전차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장착한 8기통 수냉식 엔진이 500마력의 힘 밖에 낼 수 없어 주행력은 상당히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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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총 2,202대의 생산량은 5만 대 가까이 만들어진 M4와 비교하면 적은 수량이다. 하지만 1944년 12월부터 양산에 들어가 이듬해 10월까지만 제작되었다는 점, 라이벌인 티거가 3년 동안 1,347대가 생산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적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언급처럼 성능, 특히 주행력에 문제가 많았음에도 M4가 엄청난 곤혹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유럽 전선에 데뷔해 활약을 펼쳤다.

독일 항복 전까지 총 310대가 투입되어 이중 1대가 완파되고 2대가 반파되었을 뿐이다. 반면 티거를 포함한 상당한 독일 전차들을 격파하면서 그 존재 의의를 확실히 부각시켰다. 1945년 3월 28일 쾰른 성당 앞에서 있었던 M26과 5호 전차의 대결은 영상으로 기록되어 당시의 시가 기갑전 모습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이후 태평양 전선에 투입되었으나 본토 상륙 이전에 일본이 항복하면서 의미 있는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양산 직후 곧바로 개량형인 M46의 개발을 시작했을 정도로 M26은 임시변통 성격의 전차였다. 그러나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공산군의 T-34에 어려움을 겪자 서둘러 다시 전선에 등장했다. 거친 한국의 지형에 적합하지 않고 전차병의 숙련도도 떨어져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전쟁 내내 총 300대가 배치되어 100여 대의 T-34를 격파하는 등 뛰어난 전과를 남겼다. 이런 결과는 놀란 소련이 T-54의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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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T26 : HVSS 현가장치를 장착한 프로토타입.

T26E1 : 토션 바 현가장치를 장착한 프로토타입.

M26E1-1 : 장포신 90mm T15 포를 탑재한 프로토타입.

M26 (T26E3) : 양산형.

T26E4 : 70 구경장 90mm T15E2 포를 탑재한 화력 강화형. 슈퍼 퍼싱으로 불림.

T26E5 : 방어력을 강화한 개량형.

M26A1 : 주포 및 안정 장치 개량형.

M45 (T26E2) : 22.5 구경장 105mm M4 곡사포를 탑재한 돌격전차.

M46 (T40) : 엔진과 변속기를 환장 한 개량형.

T84 HMC : 8인치 자주곡사포

T92 HMC :240mm 자주곡사포

T93 MCG ：8인치 자주포

T12 TRV ：구난 회수 전차

T39 EAV : 공병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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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생산업체: 피셔 조병창, 디트로이트 조병창
중량: 46톤
전장: 9.5m
전폭: 3.51m
전고: 2.78m
장갑: 압연장갑
무장: 90mm M3 전차포×1
         12.7mm M2 중기관총×1
         7.62mm M1919 기관총×2
엔진: 포드 GAF 8기동 가솔린 엔진 500마력(370kW)
추력 대비 중량: 11.6마력/톤
서스펜션: 토션 바
항속 거리:160 km
최고 속도: 48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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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