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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베레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총기 제작사 중의 하나로, 1526년 바르톨로메오 베레타(Bartolomeo Beretta)가 창업한 이래 무려 500년 가깝게 총기를 제작해오고 있다. 베레타는 이탈리아 통일 이후 군대 건설에서 기여하여 1차대전을 거쳐 2차대전을 앞두고는 이탈리아군이 필요로 하는 기관단총과 권총을 도맡아 생산하고 있었다. 특히 베레타 제품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은 역시 권총으로, 모델 1915부터 점차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

 

베레타를 대표하는 설계자였던 툴리오 마렌고니 <출처: Public Domain>

이러한 베레타 권총의 인기 뒤에는 베레타 최고의 설계자인 툴리오 마렌고니(Tullio Marengoni, 1881-1965)가 있었다. 이미 13살때부터 베레타의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마렌고니는 특별한 공과대학 교육 같은 것을 받지 않고 오로지 현장에서 성장한 엔지니어였다. 그러나 그는 베레타의 수렵총부터 다양한 총기를 성공적으로 설계해왔는데, 특히 1917년 그는 커다란 일을 해낸다. 그는 빌라 페로사 기관총과 카르카노 소총 등의 부품을 이용하여 최초의 진정한 기관단총 이었던 베레타 M1918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마렌고니의 기관단총이 완성되자 이탈리아 육군은 1918년 초 베레타 M1918  기관단총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최초로 기관단총의 실전배치를 시작했다. 이후 마렌고니는 베레타의 수석 엔지니어가 되어 이탈리아 군의 주력화기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다. 그는 1930년대 초에는 이탈리아 군의 요청에 따라 Mod 31 반자동 소총을 개발했고, 1938년에는 베레타 M1938  기관단총을 개발하여 2차대전 동안 이탈리아군의 주력화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렌고니가 설계한 베레타 M1917(좌)과 M1923(우) <출처: Public Domain>

그러나 권총만큼은 여전히 뒤떨어져 있는 것이 1930년대 초 이탈리아의 현실이었다. 비록 1차대전을 계기로 M1915 권총을 많이 획득하긴 했지만, 이탈리아군은 글리센티(Glisenti) 같은 낡은 권총으로는 더 이상 당대의 전쟁에 나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같은 파시스트 국가인 독일이 발터 PP를 선보이자 이탈리아도 이런 권총을 원했고 심지어는 육군은 PP나 PPK의 구매를 고려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자 베레타는 새로운 권총의 개발을 결정했고 그 임무는 마렌고니에게 떨어졌다. 마렌고니는 M1915과 M1923 권총을 바탕으로 M1931을 개발했다.

M1931은 M1923 권총에서 입증된 작동방식을 바탕으로 7.65mm 브라우닝(.32 ACP)탄을 채용했다. M1923 권총은 9mm 글리센티 탄환을 사용했지만, M1931은 반동이 약한 .32 ACP탄을 사용했으므로 크기는 더욱 작아졌다. 이탈리아 해군은 M1931을 채용하여 수천여 정을 도입했으며, 해군 도입분에는 권총손잡이의 그립에 RM(Regio Marina)이라는 각인이 새겨졌다. 한편 베레타는 M1931을 바탕으로 .380 ACP탄을 사용하는 M1932도 만들었으나 본격적으로 양산되지는 못했다.

 

베레타 M1932 권총 <출처: Public Domain>

베레타사는 M1932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380 ACP탄의 권총을 만들게 되었다. 9x17mm 규격의 .380 ACP탄은 이탈리아에서는 9mm 꼬르토(corto, 'short'의 의미))로 불렸는데, 기존에 이탈리아가 사용하던 9mm 글리센티 탄과의 구별을 위하여 글리센티 탄에는 9mm 룽고(lungo, 'long'의 의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9mm 꼬르토 탄은 이탈리아 군에서는 9M34로 분류되었으며 93그레인의 탄자에 총구초속은 985 fps에 이르렀다. M1931은 해군 납품을 포함하여 6,500여 정이 생산되었으나, M1932는 1,500여 정의 생산에 그쳤다.

 

베레타 M1934 권총 <출처: Public Domain>

파시스트 정부가 등장한 이후 군비증강에 집중하던 이탈리아 육군도 새로운 제식권총의 채용을 두고 베레타의 M1931과 M1932 권총으로 시험평가를 실시했다. 이 시기 베레타 이외에도 수많은 업체들의 권총들이 시험되었다. 이탈리아 육군은 M1932에 관심을 보였는데, 기존의 9mm 글리센티 탄환 자체가 9mm 파라블럼보다 위력이 약해서 실제로 9mm 꼬르토 탄과 위력이 별반 차이가 없음에도 좀 더 짧은 탄피 길이였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베레타 M1935 권총 <출처: Public Domain>

물론 이탈리아군은 M1932를 그대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기능을 삽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하프콕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초기 시험모델 650정 중 한 정은 마치 발터 PP처럼 슬라이드에 안전장치를 장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하프콕 기능 이외에는 M1932와 별반 다를 것이 없게 형상이 결정되었다. 이렇게 등장한 권총이 바로 M1934 였다. 한편 베레타는 똑같은 디자인으로 M1935를 선보였는데, M1934와는 달리 .32 ACP탄을 사용하는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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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1934는 단순 블로백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반동스프링과 가이드는 총열 아래에 위치하며, 단순 블로백이므로 격발 후에 총열이 움직이는 일이 없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야전분해를 위해 총열은 쉽게 분리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독특하게도 M1934는 앞부분이 절삭된 개방형 슬라이드를 채용하여 총열의 대부분이 개방되어 있는데, 이는 이미 M1915 권총에서 마렌고니가 선보였던 설계이기도 하며 베레타 권총의 상징적인 디자인적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개방된 슬라이드 덕분에 M1934 권총은 야전에서도 장전과 탄피배출이 부드럽게 이뤄지면서 높은 신뢰성을 과시했다.

방아쇠는 PPK와는 달리 싱글액션 방식이다. 베레타 M1934는 싱글액션임에도 독특하게 무려 8파운드가 넘는 무거운 방아쇠 무게로 악명이 높다. 이는 안전장치를 대신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선에서는 꽤나 불만이 높았다. 안전장치는 슬라이드가 아니라 프레임에 장착되며 180도로 돌아가면서 안전과 발사로 조절된다. M1934모델부터는 하프콕 안전장치까지 적용되어 해머를 약간 뒤로 당기면 해머가 고정되어 오발을 막을 수 있다.

총기 외부에 별도로 부착된 슬라이드 멈치는 없다. 그러나 마지막 탄의 사격이 끝나면 슬라이드는 후퇴된 채로 고정된다. 총알이 든 탄창을 장전하고 슬라이드를 뒤로 당기면 다시 장전되는데, PPK 권총과 유사한 방식이다. 다만 베레타 권총에는 독일 PPK처럼 탄창 안전장치나 약실장탄표시장치 같은 것은 없다. 이렇게 부가 기능이 적은 탓에 총기는 부품 수는 탄창을 제외하면 38개에 불과하다. 적은 수의 부품 덕분에 베레타 M1934는 가격은 저렴해지면서 양산도 용이해졌다.

M1934 권총이 사용하는 9mm 꼬르토(Corto) 탄은 .380 ACP와 동일한 탄환이다. 군용 권총의 탄환으로는 다소 약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한 손 사격에 부담이 없으며 여전히 최소한의 살상력이 있어 신뢰를 받았다. 탄창에는 7발이 들어가며 약실에 한 발을 더하여 최대 8발까지 휴대가 가능하다. 탄창은 삽탄과 제거와 함께 평상시에 총을 쥘 때도 편리하도록 탄창 플레이트가 독특하게 확장되어 있다. 또한 탄창의 제거는 버튼식이 아니라 유럽에서 유행하던 레버식으로 권총 아래쪽의 탄창삽입구 후면에 달려있다.

 

베레타 M1934 권총의 탄창삽입구(좌)와 탄창(우)의 모습 <출처: icollector.com>

제식 권총은 권총 본체와 탄창 2개가 지급되었으며, 가죽 홀스터도 함께 지급되었다. 홀스터의 색깔로 지급대상을 구분할 수 있는데, 장교용 홀스터는 갈색, 부사관용은 국방색, 연방경찰(Carabinieri)용은 검은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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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의 역사

베레타 M1934 권총이 처음부터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최초의 계약은 1935년으로 공안경찰(Pubblica Sicurezza)이 1천여 정을 구매했다. 1936년 3월에는 항만 보안대(Milizia Portuaria)가 250정을 구매했다. 그러나 1936년 6월 드디어 이탈리아 육군(Regio Esercito)이 M1934 권총을 구매하기로 하고 15만 정을 획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M1934 권총이 제식권총으로 채용된 것은 1936년 10월에 이르러서였다. 이렇게 제식채용이 늦어진 것은 이탈리아 육군이 발터 PPK처럼 안전장치를 슬라이드에 장착할 것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베레타 사에서 정부의 요구에 따를 경우 가격이 높아질 것이라고 통보하자 이탈리아 육군은 결국 베레타의 설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1938년부터 1940년 사이에 이탈리아 육군은 2차례 M1934를 추가로 구매하여 8만정과 16만5천정이 도입되었다. 전쟁 중에도 생산이 지속되어 1942년 후반에는 M1934의 생산량이 매달 3천정에서 1만정사이를 오갔으나, 1943년 3월에 이르자 월간 생산량은 2만3천 정을 기록했다.

1943년 10월 이탈리아가 연합군과 휴전조약을 맺자, 독일이 점령한 이탈리아 북부에 있던 베레타 공장은 독일군의 통제 하에 놓였다. 이에 따라 독일은 M1934 권총의 생산을 계속하게 하여 자국군을 무장시켰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독일이 생산한 M1934 권총은 5만3천여 정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독일은 동년 12월 M1934의 생산을 중단시키고 7.65mm 탄환을 사용하는 M1935 권총만을 생산했다.

M1934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수출도 되었다. 우선 루마니아가 1940년 6만여 정을 주문하였는데, 실제로는 4만 정 미만이 수출된 것으로 알려진다. 핀란드도 M1934를 주문하여 약 1천여정 가량이 생산되었다. 한편 불가리아와 폴란드도 M1934를 사용했다고 알려지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일본도 M1934와 M1935를 주문했으나 오직 소량만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다.

 

간디의 암살에 사용된 M1934 권총과 암살범 나투람 고드세 <출처: Public Domain>

베레타 M1934 권총은 2차대전 당시 연합군 장병들에게 인기 높았던 전리품이었다. 전후에는 많은 양이 민수시장에 풀렸는데,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중고권총의 가격은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한편 이렇게 연합군의 전리품이었던 M1934 가운데 한 정은 나투람 고드세(Nathuram Vinayak Godse, 1910-1949)라는 힌두교 광신도의 손에 쥐어졌으며, 결국 마하트마 간디(Mohandas Karamchand Gandhi, 1869-1948)의 암살에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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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M1931 : 베레타가 1차대전후 처음 선보인 권총으로 32 구경탄을 사용. 이후 M1935까지 베레타 권총 설계의 기본이 되었다.

M1932 : M1931 권총을 바탕으로 9mm 코르토(.380 ACP) 탄을 발사하도록 만들어진 모델. M1934와 설계와 작동 면에서 거의 동일하다.

M1934 : 이탈리아 육군에 채용된 양산형. .380 ACP 탄을 채용했으며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되었다.

M1935 : M1934와 동일하나 탄환만 .32 ACP탄을 사용. 해군과 공군이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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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구경: .380 ACP
작동방식: 싱글액션, 단순 블로우백
전체길이: 152mm
총열길이: 94mm (3.4 인치)
중량: 660g
장탄수: 7 + 1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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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신안산대 등에서 국제정치,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국제협력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