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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비록 비행에는 실패했지만 앙리 코안다가 제트기를 제작했던 때가 라이트 형제의 성공이 있은 지 불과 7년 후인 1910년이었다. 이처럼 비행기 역사 초기부터 많은 이들이 제트엔진을 동력원으로 삼고자 했다. 그런데 110년 가까이 된 현재도 제트엔진을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만들 수 있는 나라가 한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은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실용화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제2차 대전 발발 바로 직전인 1939년 8월 27일, 독일에서 만든 실험기인 He 178이 비행에 성공하면서 마침내 제트기 시대를 개막했다. 개발사인 하인켈이 이를 후속하는 He 280 제트전투기를 제안했으나 한창 Bf 109에 만족하고 있던 군부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프로펠러기와 비교해 그다지 성능 차이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1940년 영국해협전투에서 낭패를 보고 난 후에 생각이 바뀌었다.

스피트파이어처럼 연합국도 뛰어난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현재 수준에서 머물러서는 곤란하다고 깨달은 것이다. 당시는 상대의 뒤로 파고 들어가 공격을 가하는 이른바 독파이팅(Dog fighting)으로 공대공 전투를 치르던 시기여서 좋은 전투기의 제일 조건이 속도였다. 그런데 당대 최고의 Bf 109, 스피트파이어 등은 그야말로 프로펠러기의 한계까지 성능이 도달한 상태였다.

제트기가 이런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사실 앞서 언급한 하인켈처럼 독일의 군수업체들은 제트전투기 개발에 매진하던 중이었다. 메서슈미트(Messerschmitt)도 그중 하나로 1941년 4월 18일에 Me 262 V1 실제기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비록 탑재하기로 예정한 BMW 003 터보제트엔진의 개발이 늦어져 피스톤 엔진과 프로펠러를 장착한 것이지만 이처럼 기체 설계를 이미 완료했을 만큼 걸음이 빨랐다.

하지만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제트엔진이 두고두고 속을 섞였다. 이듬해 완성된 BMW 003이 시험 도중 작동이 정지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실망한 메서슈미트는 융커스의 Jumo 004 터보제트엔진을 탑재하기로 계획을 변경했으나 이 또한 아직 개발 단계여서 실용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독일은 제트기 개발에 있어 상당히 의미 있는 업적을 남긴 나라지만 제트엔진 분야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Jumo 004은 수명이 최대 70 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당시 독일의 제트엔진은 영국제에 비해 내구성이 뒤졌다. 축류식으로 설계되어 기술적으로는 앞섰고 크기도 작았지만 구조가 복잡해 정비 요소가 많았고 고장도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그보다 전쟁 말기라서 특수 금속 같은 소재의 조달이 어려웠고 성능 개선이 제때 이뤄지기 힘들었을 만큼 서둘러 사용된 점이 사실 더 큰 문제였다.

연합국이 본격적으로 독일 본토 폭격에 나서기 시작한 1943년 11월에 Me 262 V6 시제기가 당대 최고인 시속 800km의 속도로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직접 몰아 본 전투기 감독관 아돌프 갈란트가 속도에 반해 즉시 양산을 주장했다. 폭격기를 요격할 단 한 기의 전투기가 아쉬웠던 시기여서 수적 열세를 질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엔진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거기에다 나중에 철회되지만 히틀러가 이를 폭격기로 생산하라는 엉뚱한 명령을 내려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1944년 4월부터 일선에 배치되면서 Me 262는 최초로 실전에서 활약한 제트전투기라는 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속도를 제외한다면 여타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전쟁 말기라는 상황이 부족한 상태로 서둘러 등장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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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e 262는 쌍발기다. 현재는 단발, 쌍발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전술 작전기들이 엔진을 동체에 매립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지만 Me 262는 동체에서 주익 끝의 1/3 정도 되는 위치에 부착했다. 이는 Me 262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He 280, 글로스터 미티어(Gloster Meteor)에서 보듯이 1940년대 초반에 개발된 제트전투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조다.

동력 부분이 외부로 빠지면서 무장은 기수에 집중 배치되어 있다. 시험 삼아 2기만 제작된 Me 262 A-1a/U4 같은 경우는 50mm 구경의 강력한 MK 214A 기관포를 장착하기도 했으나 기본 무장인 30mm 구경 MK 108 기관포로도 충분한 화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개발 당시에는 당시 흔한 구조인 기수 끝에 조그만 보조 바퀴를 달았으나 양산형은 기체에 중앙 랜딩기어를 수납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Me 262의 주익은 끝단이 뒤로 18.5도로 젖혀진 후퇴익이다. 후퇴익은 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택하는 일반적인 구조이나 Me 262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고속 비행에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최초에 탑재하기로 예정한 BMW 003이 무게가 많이 나가 기체의 중심을 잡기 위해 주익을 후퇴익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경험이 많은 베테랑 조종사들이 주로 투입되었을 만큼 조종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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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Me 262는 성능이 미흡한 상태로 너무 급하게 일선에 배치되다 보니 문제가 많았다. 저속에서의 안정성이 떨어져 이착륙 때 문제가 발생하면 대처하기 어려웠다. 가속력이 좋지 않아 충분한 속도를 낼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속도를 제외하면 선회력을 비롯한 여타 비행 성능이 좋지 않아 전투기임에도 공대공전투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폭격기 요격에 투입되었다.
 
유일한 장점인 속도를 살려 벼락같이 목표를 공격한 후 추격하는 적 전투기를 따돌리고 이탈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하지만 Me 262의 약점을 몰랐을 당시에는 이것만으로도 연합군 조종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는데 충분했다. 전쟁 말기에 폭격기를 호위하던 P-51보다도 속도가 시속 150km 정도 더 빨라 그냥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는 것을 기도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대처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Me 262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엔진의 수명이 짧은 데다 연비도 상당히 나빠 가동 효율이 좋지 않았다. 때문에 독일이 Bf 109나 Fw 190을 더 생산해서 투입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조종사가 부족해서 정작 전투기를 띄우기조차 버거웠던 전쟁 말기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로 Me 262도 총 1,430기가 제작되었지만 전선에서 활약한 것은 350여기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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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A-0 : 선행 저율 생산형. 23기 제작.

A-1a : 양산형. 슈발베(Schwalbe, 제비)라는 애칭으로 불림.

A-1a/U1 : 20mm 기관포 2 문, 30mm 기관포 4문을 장착한 시험기. 1기 제작.
 
A-1a/U2 : 야간작전용 FuG 220 Lichtenstein 레이더를 장착한 시험기. 1기 제작.
 
A-1a/U3 : Rb20/30 카메라 등을 장착한 정찰기형.
 
A-1a/U4 : 50mm 구경 MK214A 기관포를 장착한 시험기. 2기 제작.

A-1a/U5 : 30mm 구경 MK 108 기관포 6문을 장착한 화력 강화형.
 
A-1b : BMW 003 엔진을 장착한 시험기.
 
A-2a : 폭격기형. 스툼포겔(Sturmvogel, 바다제비)라는 애칭으로 불림.

A-2a/U1 : 개량형 폭격조준기를 설치 한 시험기. 1기 제작.
 
A-2a/U2 : 개량된 폭격창을 장착한 시험기. 2기 제작.
 
A-3a : 공격기형.
 
A-4a : 정찰기형.
 
A-5a : 정찰기형.
 
B-1a : 2인승 훈련기.

B-1a/U1 : 기수에 FuG218 레이더를 장착한 야간 전투기형.

B-2 : 기체를 연장한 야간 전투 제안형.
 
C-1a : 발터 HWK 109-509 로켓을 장착한 시험기. 1기 제작.
 
C-2b : BMW 109-718 로켓을 장착한 시험기. 1기 제작.
 
C-3a : 발터 HWK RII-211 로켓을 장착한 시험기. 1기 제작.

D-1 : 센서로 감지해 자동으로 발사되는 SG500 무반동총을 장착한 제안형.
 
E-1 : A-1a/U4에 55mm 구경 MK 114 기관포를 장착 한 제안형.
 
E-2 : R4M 로켓을 48발 탑재한 제안형.
 
Avia S-92 : 종전 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한 Me 262 A-1a

Avia CS-92 : 종전 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한 Me 262 B-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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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Me 262 A-1a]

- 형식 : 쌍발 전투기
- 전폭 : 10.6m
- 전장 : 12.6m
- 전고 : 3.5m
- 주익 면적 : 21.7㎡
- 최대 이륙 중량 : 6,437kg
- 엔진 : 융커스 Jumo 004B-1 터보제트(1,984파운드)×2
- 최고 속도 : 900 km/h
- 실용 상승 한도 : 11,450m
- 최대 항속 거리 : 1,050km
- 무장 : 30mm MK 108 기관포×4
            R4M 로켓×24
            250kg/500kg 폭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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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