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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대항해 시대에 원양 항로를 개척하는 데 앞장을 섰던 네덜란드는 동인도 제도와 서인도 제도에 이르는 교역로를 확보하였다. 바다로 향하는 길을 개척한 네덜란드는 유럽 대륙에서 작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강력한 해군력이 필요하였다. 2차 대전이 끝나고 군대를 재건한 네덜란드는 당면한 과제인 소련 해군의 잠수함 활동을 차단하는 NATO 해군에 참여하여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네덜란드 해군은 영국에서 경항공모함을 도입하여 S-2 대잠초계기와 대잠 헬기를 탑재하는 대잠항모로 개조하였다. 네덜란드 해군은 항모기동부대를 편성하여 북해에서 대서양에 이르는 해역에서 대잠작전을 수행하였다.

1960년대에 네덜란드 해군은 소련의 장거리 폭격기에서 발사하는 장거리 대함 미사일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함대의 방공 능력을 강화하였다. 이를 위해 방공호위함(air defense frigate)은 대잠호위함(anti-submarine frigate)과 더불어 기동함대의 주력을 담당하였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NATO 국가의 해군은 1960년대에 소련 해군의 잠수함에 맞서 대잠호위함의 확보에도 노력하였다. 네덜란드 해군은 1960년대에 영국 해군과 협력하여 전후 1세대 수상전투함인 홀란트(Holland)급 및 프리슬란트(Friesland)급 구축함을 대체하는 신형 호위함을 공동으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탑재하는 대공 미사일의 기종을 놓고 다투다가 1970년 11월에 탈퇴하고 네덜란드 해군은 독자적으로 코르테나에르(Kortenaer)급 호위함을 개발하였다. 그러나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고 해도 선체와 기관은 영국 해군의 22형 호위함과 공통점이 남아 있었다.

1960년대에 대량으로 취역한 NATO 해군의 호위함은 1970년대에 들어서 점차 노후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첨단 기술의 발전함에 따라 탑재하는 전투체계, 무장, 기관의 성능 열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NATO 해군은 1970년대 말부터 NFR-90(NATO Frigate Replacement for 90s)이라는 명칭으로 차세대 호위함의 공동 개발을 시작하였다. 1981년 2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전문가들이 모여 개념 연구를 진행하였다. 여기에는 캐나다,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 참여하였고, 1983년에 스페인이 추가로 참여하였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면서 계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였고, 서로 다른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비용이 계속 상승하였다. 결국 의견 차이가 심했던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1989년에 계획에서 이탈하였다. 3개국이 탈퇴한 다음 캐나다, 서독, 네덜란드, 미국, 스페인 등 5개 국가는 NFR-90 계획의 유지를 위해 노력하였지만 결국 1990년 1월에 취소하기로 결정하였다. NFR-90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각국 해군이 자국에서 개발·생산하는 다양한 전투체계, 무장,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것을 고집하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다양한 장비의 공용화를 포기한 채 선체와 기관만 무리하게 공용화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사실 해군의 전투함 건조 비용에서 선체가 차지하는 비용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선체를 공용화하여도 실제로 전체 비용의 절감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NFR-90 계획이 중단되면서 1993년 12월에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 3개국이 모여서 TFC(Trilateral Frigate Cooperation)이라는 이름으로 호위함 공동 개발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호위함을 개발하려면 선체를 비롯하여 탑재하는 전투체계, 무장 등을 개발하는 데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던 스페인은 비용의 분담 문제로 계획에서 탈퇴하고 미국의 이지스 체계(Aegis System)를 도입하였다. 스페인이 탈퇴하고 남은 독일과 네덜란드는 공동 개발을 계속 진행하여 네덜란드는 데 제벤 프로빈셴(De Zeven Provinciën)급, 독일은 작센(Sachsen)급 호위함을 완성하였다. 두 나라는 NFR-90 계획이 실패한 경험을 반영하여 전투체계와 탑재 장비를 최대한 공용화하고 선체는 각각 건조하는 방식으로 합의하였다.

네덜란드 해군은 NFR-90 계획에 참여할 때 트롬프(Tropmp)급 방공호위함과 코르테나에르(Kortenaer)급 대잠호위함을 데 제벤 프로빈셴급 호위함으로 통합하여 대체할 예정이었다. 데 제벤 프로빈셴급은 방공호위함의 성격이 강하지만 대함, 대잠 전투 능력도 고루 갖춘 다목적 호위함이다. NFR-90 계획에 참여할 당시 2척의 신형 호위함을 고려하였던 네덜란드 해군은 개발 지연과 기존 호위함의 노후화, 냉전의 종식을 감안하여 4척의 데 제벤 프로빈셴급 호위함을 건조하여 2002년부터 실전에 배치하였다. 1968년 퇴역을 끝으로 네덜란드 해군은 지금까지 항공모함을 보유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NATO 해군에 참여하고 있는 네덜란드 해군은 대잠작전과 더불어 필요시 미 해군의 항모기동함대에 파견할 방공 호위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다양한 임무에 대응하여 개발된 데 제벤 프로빈셴급 호위함은 현재 네덜란드 해군의 주력 전투함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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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NFR-90 계획의 실패로 얻은 교훈에 따라 네덜란드와 독일은 선체와 기관의 공용화를 포기하고 탑재하는 장비의 공용화에 중점을 두었다. 데 제벤 프로빈셴급 호위함은 작센급 호위함과 규모는 비슷하지만 외형은 전혀 다르다. MEKO 호위함의 설계에 기반을 둔 작센급과 달리 데 제벤 프로빈셴급은 상부 구조물이 크며 네덜란드 해군 특유의 선형이 잘 나타나있다. 데 제벤 프로빈셴급은 기본적으로 평갑판 선형을 가지고 있으며 스텔스(stealth) 기술을 도입하여 설계되었다. 함교 구조물 위에는 핵심 장비인 APAR(Active Phased Array Radar) 안테나가 자리를 잡고 있다. V자형 연돌 뒤에는 3차원 광역 대공 탐색 레이더가 헬기 격납고 위에 설치되어 있다.

네덜란드 해군은 향후 기술의 발전에 따른 성능 개량을 감안하여 데 제벤 프로빈셴급 호위함의 선체 설계에 모듈화를 적극 도입하였다. 선체의 내부는 7개의 방수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선체 구조물은 폭발에 대비하여 설계되었다. 선체의 격벽은 2개의 강판을 접합하여 건조되었으며, 폭발할 때 피해를 입어도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기관

1990년대 이후 수상전투함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은 가스터빈 엔진(gas turbine engine)을 탑재하고 있다. 당초 새로 개발하는 롤스로이스(Rolls-Royce) WR-21 가스터빈 엔진을 탑재할 예정이었지만, 개발이 지연되면서 롤스로이스 스페이(Spey) SM1C 가스터빈 엔진으로 변경되었다. 기관은 CODOG 방식으로 배치되어 저속에서는 디젤 엔진(Diesel engine)을 사용하고, 고속에서는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한다. 최대 속도는 28노트(knot)로 약간 느린 편이다.

전투체계

방공 호위함인 데 제벤 프로빈셴급은 NFR-90 계획으로 개발이 시작된 NAAWS(NATO Anti-Air Warfare System) 대공 전투체계를 탑재한다. 사실 NFR-90 계획이 공중분해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대공 전투체계를 둘러싼 의견의 대립이었다. 요구 성능에 극단적인 이견을 보인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와 달리 네덜란드와 독일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하였다. NAAWS는 함대방공용 SM-2MR 블록 IIIA 및 개함방공용 ESSM(Evolved Sea Sparrow Missile) 함대공 미사일의 사격을 통제한다. 아직 본격적인 탄도미사일방어(BMD) 능력은 없지만 향후 성능 개량할 예정이다.

데 제벤 프로빈셴급의 전투체계는 자국의 시그널(Signaal, 현재 탈레스-네덜란드)에서 개발한 CAMS/Force Vision Guardion CMS를 탑재하고 있다. 이 전투체계는 데이터 링크(Link-11, Link-16, Link-22), 위성통신을 통해 지휘소와 다른 함정과 실시간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네덜란드 해군의 주력 전투함인 데 제벤 프로빈셴급은 개발 당시부터 함대의 지휘함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으며, 같은 규모의 다른 전투함과 비교할 때 비교적 많은 36개의 콘솔(console)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해군은 데 제벤 프로빈셴급을 방공지휘호위함(Air Defense and Command Frigate)이라고 부르고 있다.

대공 무장

데 제벤 프로빈셴급 호위함의 가장 큰 특징은 자국에서 독자 개발한 APAR(Active Phased Array Radar) 다기능 레이더이다. APAR 전파 송수신 모듈(module)을 평면에 배열한 APAR 안테나는 미 해군의 SPY-1D 레이더와 달리 능동식 위상배열(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4개의 안테나는 함교 위에 설치되어 360도 전체를 탐지할 수 있다. APAR는 목표물의 탐지, 식별, 미사일 유도까지 모두 할 수 있지만 단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탐지 거리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헬기 격납고 위에 SMART-L 장거리 대공 탐색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다. 처음 취역할 때는 탄도미사일방어(BMD, Ballistic Missile Defense) 성능이 업었으나, 성능 개량을 통해 2019년부터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대공 방어는 3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거리 요격은 RIM-66M-2 SM-2MR 블록 IIIA 함대공 미사일로 대응하고, 단거리 요격은 RIM-162B ESSM Block I 함대공 미사일로 대응한다. 함대공 미사일은 함수에 설치된 40개 셀(cell)을 가진 Mk.41 Mod.11 수직발사기(VLS, Vertical Launch System)에 격납된다. 40개 셀 중에서 32개는 SM-2MR 미사일, 8개는 ESSM 미사일에 배정되어 있다.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한 대함 미사일은 골키퍼(Goalkeeper) 30mm 기관포로 요격한다. 골키퍼 CIWS(Close-In Weapon System)는 헬기 격납고 위에 1문이 설치되어 있다. 다만 4번 함은 함교 위에 1문이 추가로 설치되어 있다.

대잠 무장

함수에 DSQS-24C(ASO-90) 소나(sonar)를 돔(bow dome)에 탑재한다. 견인식 소나는 예산 문제로 탑재가 취소되었다. 대잠 무장으로 Mk.32 Mod.9 고정식 2연장 323mm 어뢰발사관을 탑재한다.

대함 무장

대함 무장은 RGM-84J/L 하푼(Harpoon) 블록 II 함대함 미사일을 탑재한다. 2개의 4연장 발사관은 함교 구조물 뒤쪽에 설치되어 있다.

함포

함포는 사거리와 발사 속도를 감안하여 이탈리아 OTO-Melara 54구경 5인치(127 mm) 함포 1문을 탑재한다. 특이한 것은 이 함포는 신품이 아닌 중고품이라는 점이다. 캐나다 해군은 이로쿼이즈(Iroquois)급 구축함을 성능 개량하면서 기존 5인치 함포를 3인치 함포로 교체한 다음 중고 함포를 네덜란드 해군에 매각하였다.

대잠 헬기

함미에는 27m × 18.8m 크기의 헬기 갑판과 격납고가 설치되어있다. 취역할 당시에는 영국제 링스(Lynx) 대잠헬기 1대를 탑재하였다. 2010년부터는 노후한 링스 헬기를 대신하여 NFH 90 대잠헬기가 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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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데 제벤 프로빈셴급 4척, 네덜란드 해군)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F 802	데 제벤 프로빈셴급 (De Zeven Provinciën)	1998.8.1	2000.4.8	2002.4.26	Royal Schelde , Vlissingen	현역
F 803	트롬프 (Tromp)	1999.9.3	2001.4.7	2003.3.14	Royal Schelde , Vlissingen	현역
F 804	데 루이터 (De Ruyter)	2000.9.1	2002.4.13	2004.4.22	Royal Schelde , Vlissingen	현역
F 805	에베르트센 (Evertsen)	2001.9.6	2003.4.19	2005.6.10	Royal Schelde , Vlissingen	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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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네덜란드 해군은 1995년 6월 30일에 상세 설계 및 2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하였다. 2차분 2척은 1997년 2월 5일에 건조 계약이 체결되었다. 건조를 마친 4척의 데 제벤 프로빈셴급 호위함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순차적으로 취역하였다. 네덜란드 해군은 카렐 도르만(Karel Dorrman)급 2척과 함께 데 제벤 프로빈셴급 4척을 주력 전투함으로 보유하고 있다.

성능개량

2011년에는 기관실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수리 작업을 진행하였다. 2016년에 네덜란드 해군은 탈레스(Thales)와 전투체계, APAR 다기능 레이더의 성능을 개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탄도미사일방어(BMD) 능력을 추가하는 성능 개량을 진행하고 있다. 성능 개량을 통해 구형 SMART-L 레이더를 대신하여 SMART-L MM/N 신형 장거리 대공 탐색 레이더를 설치하여 탐지 거리를 연장하였다. 2019년부터 잠정적으로 탄도미사일방어 능력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근접방어용 무장인 골키퍼 CIWS는 2025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수명이 연장되었다. 한편 중고품인 5인치 함포는 철거 후 신품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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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함명 : 데 제벤 프로빈셴급
함종 : 미사일 호위함(FFG)
만재 배수량 : 6,145 톤
전장 : 144.2m
전폭 : 18.8m
흘수 : 5.2m
최대 속도 : 28kt
순항 속도 : 18kt
항해 거리 : 5,000nm/18kt
승조원 : 204명 (사관 32)
주기관 :
          CODOG 방식
          Rolls-Royce SM1C 가스터빈 엔진 × 2(52,300 마력)
          Stork-Wärtsilä 16V 26 ST 디젤 엔진 × 2(13,600 마력), 2축 추진
무장(미사일) :
          RGM-84J/L Harpoon Block II 함대함 미사일 × 8
          SM-2MR Block IIIA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 × 32
          RIM-162B ESSM Block I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 8
          Mk.41 Mod.11 수직발사기(40 cell)
무장(함포) :
          OTO-Melara 5인치(127mm)/54 함포 × 2
          Goalkeeper CIWS 30mm 기관포 × 1
무장(어뢰) : Mk.32 Mod.9 2연장 324 mm 어뢰발사관 × 2
방어 체계 : Mk.36 SRBOC × 2
ESM/ECM : Thales Sabre
레이더 :
          Thales SMART-L 3차원 대공 탐색 레이더
          Thales APAR 대공 탐색/해상 탐색/사격통제 레이더
          Thales Scout 해상 탐색 레이더
소나 : STN Atlas DSQS-24C 소나
전투체계 : CAMS/Force Vision Guardion CMS
헬기: NFH 90 대잠 헬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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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