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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러시아가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부터 전진익 항공기 개발을 추진했는지는 불명이나, 공식적으로 처음 개발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1996년 러시아의 군사 잡지인 에어플릿 불레틴(Air Fleet Bulletin)지가 러시아군 수뇌부가 러시아 항공기 제작 업체 방문 소식을 게재하면서였다. 당시 잡지에는 러시아군 수뇌부와 항공업체 임원들이 면담하는 사진을 실었는데, 이들이 앉은 테이블 전면에는 플랭커(Flanker) 다목적 전투기와 함께 날개가 앞으로 향한 전진익기(前進翼機) 모습이 찍혀있었다. 이 사진을 통한 전진익기의 공개가 의도했던 것인지 혹은 의도치 않은 사고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서방 언론은 이 사진을 토대로 러시아의 항공기 개발 방향을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가 같은 해에 초도 비행을 실시한 F-22 랩터(Raptor) 스텔스 전투기의 대항마로 개발한 항공기가 아닌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는 이미 미국이 1980년대에 F-15 이글(Eagle)과 F-16 팰콘(Falcon)을 개발하자 러시아가 Su-27, MiG-29를 내놓으면서 대칭성을 맞추려고 시도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련에게 있어 1990년대~2000년대는 잔인한 시기였다. 미코얀-이-구레비치(Mikoyan-i-Gurevich), 일명 미그(MiG)사는 MiG 1.44를 1980년대 말부터 개발했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져버려 사업이 계속 지연되다가 결국 2000년에 사업을 취소하고 말았다. 소련 해군 또한 스팀 캐터펄트 방식으로 1988년부터 설계 중이던 항모 울리야놉스크(Ulyanovsk)에 탑재할 우수한 저속 비행통제능력을 갖춘 항공기를 원하고 있었으나 이 또한 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었다. 이에 러시아의 또 다른 유수 항공기 제작사인 수호이(Sukhoi)사는 이론적으로 전진익(前進翼) 항공기가 저속 및 고받음각에서 기동성이 높고, 스핀 저항력이 강하며, 항속 거리도 길고, 무엇보다 함재기에 맞게 이/착함 거리가 짧으므로 전진익 설계의 함재기를 개발하고자 시도했다. 소련은 이미 2차 세계대전 종전 시점에 나치 독일이 시제기만 제작했던 Ju-287 전진익 제트 폭격기를 나포했기 때문에 이 기술을 참고하여 전진익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전진익이라는 개념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은 이러한 설계가 강한 양력을 받게 되는 만큼 날개에 걸리는 부담이 커 이를 견딜 강한 소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수호이사는 날개에 소재를 덧댐으로써 강화하는 방법으로 전진익기를 개발하고자 했으나, 그만큼 항공기 중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전진익기의 이점이 모두 상쇄되어버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결국 수호이의 전진익기 개발 계획은 그대로 사장되고 말았다.

하지만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 연방이 건국하면서 러시아는 미국의 힘을 빌려 전진익기 연구를 다시 재개했고, 탄소 복합소재를 사용하여 중량은 낮추되 강도는 더욱 높인 주익을 제작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미 미국의 그루먼(Grumman)사는 두 대의 X-29 전진익 시험기를 개발하여 전진익 개념을 연구한 바가 있었는데, 이 X-29가 이미 탄소 복합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주익을 강화시키는 데 성공했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에 수호이는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하면서 최초 해당 기체명을 S-22로 명명했고, 이후에는 Su-27KM으로 변경했으며, 다시 S-37이 됐다가 최종적으로 Su-47이 되었다. 수호이는 Su-47의 기동성이 지나치게 높음에 따라 이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동체 전방에 카나드(canard)를 설치했으며, 수평 미익을 설치하여 마치 삼엽기와 같은 개념의 항공기 구조를 완성하고 Su-47의 쌍둥이 미익은 SU-27 플랭커(Flanker)에서 따왔다. Su-47은 특이하게도 테일 붐(Tail boom)의 길이를 다르게 적용하여 한쪽에는 후방 레이더를, 다른 한쪽에는 비상용 감속 낙하산인 드래그 슈트(drag chute)를 수납시켰다.

수호이는 Su-47을 쌍발 엔진 항공기로 설계하면서 입체적인 비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추력편향(推力偏向) 운동이 가능한 AL-41F 추력 편향 터보팬 엔진을 장착을 고려했다. 이는 Su-47에 적용된 디지털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 비행통제 시스템이 장착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플라이-바이-와이어는 항공역학적으로 불안정한 특성을 자동으로 바로잡아 교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Su-47이 추진체계로 점 찍은 AL-41F 엔진의 개발 진도가 지지부진한데다 최종 단계까지 개발 일정을 맞추지 못하자 수호이 측은 할 수 없이 대체 엔진을 물색했고, MiG-31 폭스하운드(Foxhound)에 장착된 것과 유사한 D-30F-11 터보제트 엔진을 Su-47에 장착시켰다.

저속에서도 통제력이 우수한 Su-47의 특성은 함재기로 활용할 경우 우수했기 때문에 해군 쪽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되면서 항모로 고려했던 울리야놉스크함이 1991년을 기점으로 40% 정도만 건조되다가 중단됐기 때문에 해군의 신형 함재기 도입 계획도 모두 폐기되고 말았고, 이에 따라 Su-47을 함재기로 고려하던 러시아 해군의 당초 계획도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호이는 사설 자금과 회사 자비를 투자하여 고객이 없는 상태에서도 Su-47 시연기 한 대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체에는 “검독수리”라는 의미의 베르쿠트(Berkut)라는 별칭이 붙었으며, 기술 시연기 성격으로 개발된 단 한 대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양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호이는 베르쿠트를 1999년 모스크바 에어쇼에 잠시 선보인 후 2000년 1월에 정식으로 일반 공개했으며, 2001년 12월에 1단계 비행 시험을 완료했다.

한편 수호이는 2002년 5월 차세대 전투기인 Su-57 파크파(PAK-FA)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이때 파크파의 기본 설계를 전진익만 제외시킨 Su-47 설계에서 응용해 잡았다. Su-47에서 검증된 기술은 4.5세대 전투기 개발에도 적용되어 Su-35BM 등에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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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Su-47은 개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수호이사의 전투기 설계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해왔으며, 특히 전방 동체나 수직 미익, 랜딩기어는 모두 Su-27에서 차용해왔다. 베르쿠트는 스텔스성 향상을 위해 내부 무장창을 적용했으며, 향후 고급 레이더를 장착할 수 있도록 미리 공간을 할당해 놓은 점도 특기할 부분이다.

Su-47은 미국의 그루먼(Grumman)사가 제작한 X-29 전진익 시험기와 유사한 개념의 항공기이지만, 기본적으로 동체 자체가 큰 데다 기술실증기 성격이 강했던 X-29와 달리 실전기로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실 전투기에 가깝게 설계했다. Su-47은 비행 안정성을 위해 전방 쪽에 카나드(canard)를 설치했으며, 테일 붐(tail boom)은 추진구 바깥쪽에 비대칭 길이로 설치되어 있다. 왼쪽의 짧은 테일 붐에는 후방 탐지 레이더가 장착되었고, 오른쪽의 긴 테일 붐에는 감속용 낙하산이 장착되어 있다. Su-47의 동체는 알루미늄과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되었으며, 약 13% 정도는 탄소복합재가 활용되었다.

베르쿠트는 처음 등장 당시 어느 정도 스텔스 설계가 반영되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우선 레이더 흡수 도료와 흡수성 재료가 적용된 것으로 보이는 데다 무장을 모두 내부무장창에 수납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레이더 피탐지 면적(RCS: Radar Crossing Section)을 낮추려고 노력한 흔적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호이 설계국 측은 Su-47 설계에서 스텔스성이 우선 고려 사항은 아니었음을 인정했으므로, 내부무장창 설계는 RCS를 낮추기 위한 목적보다는 추후 설계할 전투기에 내부무장창을 적용하기 위한 기술 시연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베르쿠트에는 장거리 R-73 엔진을 장착할 수 있으나 장거리 공격 능력보다는 근거리 공대공 전투, 일명 ‘도그파이트(dogfight)’ 능력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베르쿠트는 최대 120도의 받음각을 자랑하며, 기술 시연만을 목표로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장과 레이더를 장착시킬 경우 실전에도 투입이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

Su-47의 가장 가시적인 특징인 전진익은 후퇴익(後退翼)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 우선 아음속에서 항속 거리가 길고, 스톨(stall) 저항성과 공전(空轉) 방지 특성이 높고, 고받음각에서도 뛰어난 안정성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이착륙 거리가 짧은 것도 전진익기의 특징이다. 베르쿠트의 주익은 90%가 탄소 복합재로 제작되었으며, 중익(中翼:mid-wing)으로 날개를 설계했기 때문에 높은 양항비를 갖는다. 주익은 리딩에지(leading edge) 부분을 통해 동체와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처리했으며, 미익을 별도로 장착시켜 기체 안정성과 통제력을 높였다. 또한 소형의 카나드는 전 방향으로 회전이 가능하게끔 설계했다.

베르쿠트는 최초 추력편향(推力偏向) 엔진을 적용하고자 했기 때문에 개량된 AL-41F 엔진이 장착된다면 초당 30도로 20도 가량 빗놀이 및 좌우 요동 움직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AL-41F가 지속적으로 개발이 지연됐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페름 아비아드비가텔(Perm Aviadvigatel)사의 D-30F6 엔진이 장착됐으며, 이후 베르쿠트가 양산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추력편향 엔진 적용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D-30F6 엔진은 드라이(Dry) 상태에서 83.4kN, 애프터버너 상태에서 142.2kN의 출력을 발생시키며, 역추력 장치와 저압 압축기가 장착되어 있다.

Su-47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기동성이다. 베르쿠트는 아음속에서도 뛰어난 기동성을 자랑하며, 초음속 비행 간에도 받음각이나 비행 경로를 빠르게 바꿀 수 있다. 베르쿠트의 최고 속도는 마하 1.6에 달하며, 중력 한계 또한 9G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Su-47은 전 받음각에서 뛰어난 안정성과 통제력을 자랑하며, 선회 능력도 우수한 항공기에 속한다. 이 능력은 특히 근접 전투 시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으며, 동일 공역 내에 있는 연속 표적을 제거해야 할 경우에도 중요하다.

Su-47은 시험기이기 때문에 무장을 장착하지 않으나, 기본적으로는 14개의 하드포인트가 설치되어 윙팁에 2개, 주익 하부에 6~8개, 동체 하부에 4~6개가 설치되어 있다. 주요 무장으로는 R-77, R-73, K-74 공대공 미사일과 X-29T, X-29L, X-59M, X-31P, X-31A, KAB-500, KAB-1500 등의 공대지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다.

Su-47의 조종석은 높은 기동성을 견디는 동안 최대한 조종사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최신의 사출 좌석과 생명 유지 장치가 장착되어 생존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베르쿠트의 사출 좌석은 약 60도 정도로 기울어져 있는데, 이는 높은 중력(G) 상태에서 사출하더라도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각도를 잡은 것이다. 조종석에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사이드 스틱 형태의 조종간과 스로틀 컨트롤이 장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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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단 한 대만 제작된 Su-47 기술시연기는 이고르 코진체프(Igor Kozintsev)가 조종간을 잡아 1997년 9월 25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다. Su-47은 1999년 모스크바 에어쇼에 등장하여 처음으로 일반 대중 앞에서 비행을 소화했으며, 이후 “S-37”이라는 명칭으로 2001년, 2003년, 2005년에 걸쳐 에어쇼에 등장해 다양한 기동을 선보였다.

하지만 Su-47기 또한 그루먼의 X-29와 마찬가지로 주익의 피로도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다. Su-47은 카본 복합재를 이용하여 날개를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속에서 고기동을 실시할 경우 날개에 가해지는 피로가 지나치게 큰 것으로 파악됐고, 내구성 문제 때문에 날개 접합부에 금이 가거나 파손이 갈 경우 부분 수리가 불가하여 주익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또한 설계상으로는 실전 투입이 가능하도록 제작했다고는 하나, 만약 18톤에 달하는 실 무장을 장착시킨 후 중력 한계까지 비행을 한다면 항공기 동체와 날개 기골에 가해지는 피로도가 지나치게 커 경제적으로 항공기의 유지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베르쿠트는 설계상으로는 마하 2까지 비행할 수 있도록 제작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기체 피로 등의 제약 사항 때문에 마하 1.65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Su-47은 기업이 자비를 들여 개발한 기술시연기가 되었으며, 전진익 기술을 시연한 항공기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호이는 Su-47에서 얻은 기술을 바탕으로 또다시 자비를 들여 KB SAT SR-10 훈련기를 제작했으나, 이 또한 러시아 정부에서 구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용화되지 못하고 사장되었다. Su-47을 통해 검증된 기술은 이후에 등장한 4.5세대 전투기인 Su-35BM이나 러시아의 첫 5세대 전투기인 Su-57에 적용된 것이 그나마 SU-47이 수호이사와 항공 역사에 기여한 부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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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Su-47 : 고등 기술 시연용 항공기. 시제기 1대만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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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종류: 기술시연기
제조사: 수호이 설계국
승무원: 1명
전장: 22.6m
전고: 6.3m
날개 길이: 15.16m~16.7m
날개 면적: 61.87㎡
자체 중량: 16,375kg
실적재 중량: 25,000kg
최대 이륙 중량: 35,000kg
추력편향각: 상하/좌우 운동 간 초당 30°에서 ±20°
추진체계: 83.4kN~142.2kN(애프터버너) 아비아드비가텔(Aviadvigatel) D-30F11 애프터버닝 터보 팬 엔진 x 2
최고 속도: 마하 1.16
항속거리: 3,300km
실용 상승 한도: 18,000m
상승률: 233m/s
날개 하중: 360kg/㎡
한계 중력: ~+9G
추력 대비 중량: 1.16(적재 시) /1.77(무적재)
무장: R-77, R-77PD, R-73, K-74 공대공미사일/X-29T, X-29L, X-59M, X-31P, X-31A, KAB-50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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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