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9.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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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P-40 전투기

모든 곳에서 활약한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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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대전 초창기에 미 육군 항공대의 주력 전투기였던 P-40 워호크 < 출처: (cc) TMWolf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현재 미국제 무기의 위상은 가히 세계 최고다. 산업으로 본다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얼마 되지 않는 미국의 제조업 분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한때 소련 그리고 냉전 이후에는 러시아제 무기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생각보다 이들의 실전 성과가 신통치 않은 편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이처럼 커다란 위상을 차지하게 된 때는 제2차 대전 이후부터이므로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다.

제1차 대전 참전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가지고 간 무기들의 성능이 나빠 영국, 프랑스에서 지원을 받아야 했고 일본의 진주만 급습으로 뛰어든 제2차 대전 초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이는 기술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미국이 유지해온 고립주의 외교와 지리적 여건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특히 항공 무기의 경우는 이런 정책으로 인해 극명하게 폭격기와 전투기 분야의 차이가 컸다.

P-40의 기술적 기반이 되었던 P-36(호크 75형) < 출처: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미국을 공격하는 적을 멀리서부터 차단한다는 전략 하에 육성된 폭격기 분야는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반면 국내에서 공대공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아 관심이 덜 간 전투기 분야는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뒤졌다. 사실 효율적 예산 집행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크게 잘못된 판단이 아니다. 그러던 1930년대 들어 독일, 일본, 이탈리아, 소련 등이 호전성을 드러내며 전운이 감돌자 상황이 바뀌었다.

말려들어간 제1차 대전처럼 앞날을 알 수 없기에 미리 대비는 해야 했다. 이에 따라 1937년 미 육군은 항공대용 신예 전투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 두각을 보인 업체는 호크 75형(Hawk Model 75)을 개발해 P-36이라는 이름으로 납품했고 몇몇 나라에 수출까지도 한 커티스(Curtiss)였다. 마침 커티스는 프랑스에 판매할 목적으로 P-36을 바탕으로 성능을 개량한 신예기를 개발하던 중이었다.

프로토타입인 XP-40의 실험 비행 모습 < 출처: Public Domain >

덕분에 일사천리로 완성된 P-40 워호크(Warhawk)는 1939년 벨의 P-39를 누르고 차기 주력기로 채택되었다. 그런데 미국은 전투기의 역할이 지상 공격과 적의 폭격기를 요격하는 것이라고 보았기에 방어력을 강화한 대신 고고도 작전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탑재한 엔진도 그렇게 설계가 이루어져 15,000피트 이상에서는 비행 성능이 뚝 떨어졌다. 결국 이는 이후 P-40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그렇게 P-40은 탄생과 동시에 곧바로 양산에 돌입했는데 요구된 날짜에 납품이 곤란할 정도로 일거에 많은 물량을 주문받았다. 미 육군뿐 아니라 스피트파이어나 D.520 같은 훌륭한 전투기가 있음에도 물량이 부족한 영국과 프랑스가 대거 발주한 덕분이었다. 여담으로 소화해내기 힘들 정도로 주문이 몰린 이러한 커티스의 상황은 최강의 전투기 중 하나인 P-51 머스탱(Mustang)이 탄생하는 단초가 되었다.

1941년 12월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정비 중인 호주 공군 소속 P-40. 영국과 영연방 소속 공군에서도 많은 활약을 펼쳤다. < 출처: Public Domain >

P-40은 양산 시점이 제2차 대전 발발 직후라서 실전 데뷔도 곧바로 이루어졌다. 토마호크(Tomahawk)라는 이름으로 영국에 납품된 초기 생산형이 독일과의 전투에 투입되었다. 공격력과 방어력에서 그럭저럭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고도에서 공대공 전투 능력이 실망스러울 정도라는 점이었다. 정면 대결이 어려울 만큼 독일의 Bf 109와 속도, 기동력 등에서도 성능 차이가 컸다.

때문에 2선급 전투기나 공격기로 임무가 전환되어 보조 전력으로 취급받았다. 1941년 진주만 급습으로 전격 참전이 이루어진 미국도 곤혹을 치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P-40이 혹평을 받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제2차 대전 내내 사용된 전투기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개발 당시의 사상에 너무 충실했을 뿐이지 기본적으로 성능이 나빴던 전투기는 아니었다.


특징

P-40은 기체가 초창기 등장한 단엽 전투기 중에서 급선회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편에 속하고 급강하 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13,000피트 이하에서나 이런 이점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공대공 전투에서 훌륭한 전과를 올린 칼드웰(Clive Caldwell) 같은 에이스들도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사례다. 이런 모든 문제점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탑재한 앨리슨(Allison) V-1710 엔진 때문이었다.

고고도에서 출력 저하로 많은 악명을 남긴 앨리슨 V-1710 엔진. 하지만 처음부터 중고도 이하에서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요구되고 개발되었을 뿐이다. < 출처: Public Domain >
고고도에서 비행 성능이 급전직하했고 힘이 부족해 중고도 이하에서도 최고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P-40의 개발 당시에 목표로 했던 시속 500km는 초과했지만 이는 제2차 대전 당시에 전투기로는 그저 그런 속도에 불과했다. 롤스로이스 멀린(Rolls-Royce Merlin) 엔진으로 바꾼 P-40F은 독일 조종사들을 놀라게 할 만큼 향상된 성능을 발휘했지만 미 육군의 주력기가 P-47, P-51로 넘어간 이후라서 많이 제작되지는 않았다.
1942년 뉴기니에 배치된 호주 공군 소속의 P-40E. 이처럼 기후나 자연환경에 상관없이 무난히 작동되었다. < 출처: Public Domain >
전투 중 많은 손상을 입고도 귀환하는데 성공했을 정도로 기체가 튼튼하게 설계되었다. 세미 모듈 식으로 제작되어 야전에서 유지 보수가 편리했고 혹서나 혹한 같은 거친 환경에서도 무난하게 가동되었다. 이런 이유로 주로 지상 목표 공격에 투입된 북아프리카 전선이나 소련에서는 좋은 전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이 점이 부족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전쟁 말기까지 사용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운용 현황

P-40은 1939년부터 1944년까지 총 13,738기가 제작되어 미국, 영국 및 영연방군에서 주로 사용되었다. 소련도 2,178기를 공급 받은 주요 사용자였다. 미국이 1941년부터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영국에 공급된 물량이 1940년부터 실전에 투입되었으므로 전쟁 내내 모습을 드러낸 전투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이 생산되고 활동 기간이 길어 말 그대로 모든 전선에서 활약했다.

소련에 공여되기 위해 이란에서 조립 중인 P-40 < 출처: Public Domain >

제2차 대전 당시에 수많은 군용기가 등장했지만 유럽, 북아프리카, 소련, 중국, 태평양 등 모든 곳에서 사용된 기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누차 언급한 것처럼 최고는 아니었고 더 뛰어난 후속 전투기들이 속속 등장했음에도 전쟁 말기까지 계속 생산되어 모든 곳에서 활약했다는 것은 일선의 요구가 그만큼 꾸준했다는 의미다. 전후 대대적으로 퇴역이 이루어졌고 1958년 브라질을 마지막으로 일선에 물러났다.

P-40은 전술작전기라서 전과를 일일이 꼽을 수 없지만 1941년 12월에 중국군에 용병으로 참가해 이듬해 7월까지 일본과 전투를 벌인 플라잉 타이거즈(Flying Tigers)의 활약상은 상당히 인상적인 사례다. 플라잉 타이거즈는 100여 기의 P-40B를 사용해 버마, 중국 남부 등지에서 일본군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때의 인상적인 활약상 때문에 기수에 그려진 상어 아가리는 P-40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중국 상공에서 작전 중인 플라잉 타이거즈의 P-40. 인상적인 노즈 아트는 이후 P-40의 상징이 되었다. < 출처: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XP-40 : 프로토타입
 
P-40 : 초기 양산형. 199기
 
토마호크 I : 프랑스의 항복으로 영국이 구입한 기체
 
토마호크 II : 토마호크 I의 개량형.
 
P-40A : P-40 개조 사진정찰기. 1기
 
P-40B : 주익에 7.62mm 기관총 각 1정 추가(총 4 정), 방탄 연료 탱크 채용.

P-40B < 출처: (cc) Tony Hisgett at wikimedia.org >
토마호크 IIA : 영국용 P-40B. 주익에 7.7mm 기관총 4정
 
P-40C : 연료를 탱크 개량했으나 비행 성능은 희생되었다.
P-40C < 출처: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토마호크 IIB : 영국용 P-40C
 
P-40D : 앨리슨 V-1710-39 엔진 장착. 22기 생산
 
키티호크 I : 프랑스의 항복으로 영국이 구입한 P-40D. 560기
 
P-40E : 주익에 12.7mm M2 기관총 6문
P-40E < 출처: Public Domain >
키티호크 IA : 영국용 P-40E
 
P-40F : 팩커드 V-1650-1 엔진 탑재
P-40F <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키티호크 II : 영국용 P-40F
 
P-40G : 장갑판, 방탄유리를 장비한 방어력 강화형
 
P-40J : 고고도 전투기 계획형
 
P-40K : E형 앨리슨 V-1710-73 엔진 장착형
P-40K <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P-40L : F형 경량화 형
 
P-40M : K형 앨리슨 V-1710-81 엔진 환장형
P-40M < 출처: (cc) John5199 at wikimedia.org >
키티호크 III : 영국용 P-40K/ P-40L/ P-40M
키티호크 III < 출처: Public Domain >
P-40N : 최종 양산형.
 
키티호크 IV : 영국용 P-40N.
키티호크 IV < 출처: (cc) Wal Nelowkin at wikimedia.org >
TP-40N : P-40N 기반 복좌 연습기
 
P-40P : P-40N 멀린 엔진 장착 계획형
 
XP-40Q : 앨리슨 V-1710-121 환장, 물방울 캐노피 장착 실험기
 
P-40R : P-40F, P-40L을 앨리슨 V-1710-81에 환장 한 개량형

제원[P-40E]

전폭 : 11.367m
전장 : 9.665m
전고 : 3.25m
주익 면적: 21.9㎡
최대 이륙 중량 : 3,862kg
엔진: 앨리슨 V-1710-39 V-12 수랭식(1,240hp)
최고 속도 : 538km/h
실용 상승 한도 : 8,900m
전투 행동 반경 : 1,152km
무장 : 12.7mm M2 기관총 6정문
3개소 하드포인트에 1,000파운드 폭장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