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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더글라스(Douglas)에서 제작한 SBD 돈틀리스(Scout Bomber Douglas Dauntless, 이하 SBD)는 제2차 대전 당시에 미 해군이 운용한 항공모함용 급강하 폭격기다. 성능은 보통 정도라고 평가되지만 전쟁사에 이보다 강렬하게 흔적을 남긴 전술 작전기는 없다. 태평양 전쟁의 균형추를 바꾼 미드웨이 해전의 승패를 매조지한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세계사를 바꾼 급강하 폭격기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기 위해 1930년대에 들어 각국에서 급강하 폭격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벌어졌다. 1935년 노스롭(Northrop)은 미 해군 납품을 목적으로 XBT-1로 명명된 급강하 폭격기의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육군항공대는 장거리 작전용 중폭격기에 관심이 많았던 반면 해군은 항공모함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의 급강하 폭격기가 이동하는 물체의 타격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개발을 완료하고 54기의 초도 물량이 BT-1라는 제식명으로 일선에 배치되었으나 저속에서 비행 안정성이 나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량 도태되었다. 때문에 BT-1을 실패한 기종으로 보는 자료가 많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일종의 테스트베드였다. 오히려 폭격의 정밀도에 감탄한 해군은 급강하 폭격기가 반드시 필요한 공격 수단임을 확실히 인식했고 노스럽에 문제점을 해결한 후계기 개발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BT-1을 개량한 형태로 예정했기에 BT-2라는 명칭이 붙었으나 1937년 노스롭이 더글라스에 합병되면서 개발 주체가 바뀌었고 이름도 SBD로 변경되었다. 이때만 해도 SBD의 일선 배치가 급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독일, 일본, 소련의 노골적인 팽창 경쟁으로 말미암아 전운이 급격히 고조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대외적으로 미국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난 제1차 대전처럼 예상치 못한 참전도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경쟁 중인 일본 해군이 새로운 아이치(愛知) 99식 급강하 폭격기(이하 99식)의 배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정보가 전해지자 더욱 조급해졌다. 폭격기를 요격하는 역할은 전투기의 몫이지만 적어도 같은 수준의 대항마를 보유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여담으로 미드웨이 해전에서 SBD의 활약상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1941년 12월의 진주만 급습 등에서 99식이 이룬 전과는 대단했다.

그렇게 예정보다 1년 빠른 1939년에 개발을 완료하고 이듬해부터 해병대용 SBD-1 57기, 해군용 SBD-2 87기가 배치되었다. 제2차 대전 초기에 보여준 독일의 Ju 87 활약상을 분석해 1941년에 방어력이 향상된 SBD-3가 생산되었고 그동안 급강하 폭격기에 관심을 두지 않다가 Ju 87에 놀란 육군항공대에도 A-24 밴쉬(Banshee)라는 이름으로 공급되었다. 이후 SBD는 미국이 참전하자 1944년까지 생산되어 종전 때까지 종횡무진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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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전반적으로 기체는 복엽기의 흔적이 일부 보이는 전형적인 초창기 단익기의 디자인을 따랐다. 주익이 동체 하부에 연결된 저익 구조여서 랜딩기어의 높이가 낮은 편이다. 통상적으로 함재기는 주기 시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주익이 접히는 구조로 제작되나 SBD는 고정식이다. 같은 시기에 함께 활약한 F4F 전투기, TBF 뇌격기 등이 모두 접이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이 부족해서 그렇게 개발된 것은 아니다.

흔히‘치즈 플랩'이라 불리는 특유의 구멍 뚫린 구조의 플랩은 기체가 급강하에 돌입할 경우 브레이크 역할도 담당했다. 덕분에 SBD는 뛰어난 폭격 정밀도를 자랑했고 후속한 SB2C 급강하 폭격기도 이 방식을 채택했다. 급강하에 돌입할 경우 엄청난 G를 받기에 기체가 매우 튼튼하게 제작되었다. 덕분에 피탄 능력이 좋다. 이러한 여러 기술들 덕분에 조종이 상당히 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타 미 해군 함재기처럼 정비와 보급의 편이를 위해 공랭식 성형엔진을 장착해서 전방이 투박한 편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기동력이 좋고 무장도 충실해 종종 공중전도 벌이고는 했다. 당시 폭격기에 흔히 채택한 방식대로 후방 사수가 있어 배후에서의 요격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었다. 함재기로 개발되다 보니 항속거리가 짧은 편이어서 장거리 폭격을 중시한 육군항공대의 사상과 맞지 않아 A-24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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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SBD는 1944년 말까지 총 5,936기가 제작되었다. 주 사용자는 미 해군(해병대)로 해군은 주로 항공모함 탑재기로 해병대는 육상 기지를 기반으로 운용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육군도 A-24라는 별도의 제식명으로 1,000 여기 가량 대지공격용으로 사용했다. 제2차 대전 당시에 동맹국인 영국, 뉴질랜드, 자유프랑스 등에 공급되었고 전후에 멕시코, 모로코, 칠레 등도 사용했다.

1943년부터 배치가 시작된 커티스 SB2C 헬다이버(Helldiver)에 자리를 물려주고 물러날 예정이었으나 초기형 SB2C가 혹평이 이어질 정도로 성능에 문제가 많아 SBD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일선에서는 계속 사용되었다. 종전 후에 급속히 도태되었으나 SBD의 설계 사상이나 노하우는 베트남전쟁 당시까지도 활약한 미국의 마지막 피스톤 엔진 프로펠러 전술 작전기인 항공모함 탐재용 공격기인 AD(A-1)에 이어진다.

분명히 SBD보다 성능이 뛰어난 공격기도 많았지만 이들에 의해 이룬 전과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태평양전쟁 발발 후 일본과 제일 먼저 교전을 벌인 것은 필리핀에 배치된 육군의 A-24였으나 미군의 일방적인 패배로 제대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1942년 5월 산호해 인근에서 벌어진 역사상 최초의 항공모함 함대 간 대결에서 SBD들은 경항공모함 쇼호(祥鳳)를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1개월 후에 벌어진 미드웨이 해전은 SBD가 전설을 기록한 시공간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데 흔히 전쟁사에서 이를 전환점이라 한다. 미드웨이 해전이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양측 합쳐 7척의 항공모함을 비롯해 80여 척의 함정이 동원되었던 이 거대했던 해전의 승패는 너무도 극적으로 갈렸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주인공이 SBD였다.

연이어 선제공격에 나섰던 미군 뇌격기 비행대들의 희생과 일본의 판단 착오로 발생한 천금 같은 기회가 어우러진 결과이기는 했지만 SBD 비행대는 진주만 급습 후 연전연승하던 일본 해군에게 단기간 내에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내상을 안겨주었다. 이들의 공격으로 항공모함 아카기(赤城), 카가(加賀), 소류(蒼龍)가 동시에 최후를 맞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히류(飛龍)도 뒤를 따랐다.

태평양전쟁 발발 당시에 일본이 보유한 6척의 함대 항공모함 중 무려 4척이 순식간 사라지면서 전쟁의 균형추가 미국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이후에도 SBD는 과달카날 해전, 솔로몬 해전, 필리핀해 해전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총 6척의 항공모함, 14척의 순양함, 6척의 구축함, 15척의 수송선을 격침시키는 전과를 거두었고 야마토(大和), 무사시(武蔵)를 비롯한 많은 거함 사냥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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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XBT-2 : 노스롭 BT-1을 기반으로 한 개량형

SBD-1 : 해병대 공급용. 57기 제작

SBD-1P : SBD-1 기반 정찰기

SBD-2 : 해군 공급용. 87기 제작

SBD-2P : SBD-2 기반 정찰기

SBD-3 : 연료탱크 피탄 시 자동 밀폐 장치 등을 갖춘 개량형. 584기 제작

SBD-4 : 전원, 연료 펌프 등의 성능이 향상된 개량형. 780기 제작

SBD-4P : SBD-4 기반 정찰기

SBD-5 : 엔진 성능 등이 향상된 개량형. 2,965기 제작

SBD-5A : 육군항공대용 A-24B로 제작되었으나 해병대에 공급된 기종. 60기 제작

SBD-6 : 일부 성능이 향상된 최종 양산형. 450기 제작

A-24 : 육군항공 대용 SBD-3. 168기 제작

A-24A : 육군항공 대용 SBD-4. 170기 제작

A-24B : 육군항공 대용 SBD-5. 615기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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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SBD-5]

전폭 : 12.7m 
전장 : 10.1m 
전고 : 4.14m 
주익 면적 : 30.2㎡
최대 이륙중량 : 4,853kg 
엔진 : 라이트 R-1820-60 사이클론 9기통 공랭식, 1,200마력(890 kW)
최고 속도 : 410km/h
실용 상승한도 : 7,780m 
최대 항속거리 : 1,794km 
무장 :  2 × 12.7mm MG2 기관총
           2 × 7.62mm 기관총
           1.020kg 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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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