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8.0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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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ZB vz. 26 기관총

약소국에서 개발한 명품 경기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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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몰렌스크 전쟁박물관에 전시 중인 ZB vz. 26 기관총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기관총은 19세기 말에 탄생했지만 유명세를 떨친 때는 제1차 대전이었다. 이전의 러일전쟁, 발칸전쟁 등에서도 사용되었지만 유독 이때를 기점으로 기관총의 무서운 명성이 새삼스럽게 드러난 이유는 고착된 전선을 돌파하는 방법이 보병, 기병의 진격밖에 없던 시기에 벌어진 참호전 때문이었다. 방어 진지에 거치되어 달려드는 적을 향해 총탄을 난사하는 기관총은 가히 최고의 살상 병기였다.

당시 공격자가 사용한 무기는 한 번 사격할 때마다 일일이 노리쇠를 작동 시켜주어야 하는 볼트액션소총이어서 화력에서 기관총을 사용하는 방어자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공격자도 기관총을 사용하면 될 것 같지만 당시 피아 모두가 주력으로 사용하던 맥심(Maxim) 기관총의 경우를 예로 들면 본체 무게가 30kg 가까이 되어 돌격할 때 휴대가 불가능했다. 당연히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다.

제1차 대전 당시 프랑스군의 경기관총이던 쇼샤. 사용을 꺼릴 정도로 성능이 나빴다. < (cc) Halibutt at Wikimedia.org >

이때 대안으로 등장한 것 중 하나가 경기관총이다. 마드센(Madsen), 호치키스(Hotchkiss) M1909, 루이스(Lewis Gun)처럼 가볍고 운반하기 쉬운 공랭식 경기관총이 사용되었으나 중기관총과 비교하면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쇼샤(Chauchat) 같은 경우는 악명의 대명사였다. 때문에 종전 후 베르사유 조약으로 독일의 군비를 제한시켰을 때 탄창식 경기관총의 개발과 보유에 특별히 제한을 가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처럼 부족하다는 것은 개선의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여서 전후 많은 이들이 성능 좋은 경기관총의 개발에 착수했다. 이런 노력은 종국적으로 다목적기관총(GPMG)과 돌격소총(Assault Rifle)의 등장을 이끌게 되지만 1920년대는 경기관총의 성능 향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체코슬로바키아 브르노 조병창(Zbrojovka Brno) 소속 엔지니어인 바츨라프 홀렉(Václav Holek)도 그렇게 개발에 나섰던 인물 중 하나였다.

ZB vz. 26의 개발자인 비츨라프 홀렉 < Public Domain >

그는 국력이 약소한 신생 독립국인 체코슬로바키아의 군대를 신속히 무장시키는 데 경기관총이 적합한 무기라고 판단했다. 홀렉은 소총으로 분류되지만 나름대로 경기관총 역할도 수행하던 미국의 M1918 BAR(브라우닝 자동소총)를 참조해 개발에 착수했다. BAR는 제1차 대전 종전 직전에 등장해서 실전 활약은 비록 미미했지만 휴대성이 기존 경기관총에 비해 탁월했고 구조도 단순한 편이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부터 정밀 기계 공업의 중심지답게 체코슬로바키아는 훌륭한 기반 여건을 갖춘 나라여서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홀렉은 경기관총의 지속 사격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총열과 탄창의 교환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무거우면 휴대성이 반감될 것이라고 판단해 최대한 구조를 단순화시켜 무게를 줄이는 데 신경을 썼다.

훈련 중인 체코슬로바키아군 ZB vz. 26 사수. 하지만 정작 조국을 위해 사용되지는 못하는 불운한 기관총이었다. < Public Domain >
이렇게 해서 1926년 새로운 경기관총이 탄생했고 각종 실험 결과에 만족한 체코슬로바키아군이 ZB vz. 26이라는 이름으로 제식화했다. 워낙 내수 시장이 작아 개발 당시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었던 덕분에 같은 시기에 독립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시작으로 해외 판매에도 성공했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성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지만 기존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이 이어진 결과였다.

특징

ZB vz. 26은 부착된 손잡이를 이용해 총열을 신속히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이 기법은 이후 등장하는 대부분의 기관총들이 벤치마킹했다. 더불어 탄창을 위쪽에 삽입하는 특이한 방식을 취했다. 사수의 시야를 가려 조준이 불편하지만 거치하고 사격을 할 경우 기관총의 자세를 바꾸지 않고 곧바로 탄창을 바꿀 수 있다. 이런 기술들 덕분에 사격 지속력이 떨어지는 탄창식 경기관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ZB vz. 26은 총열 교환이 편리하고 탄창을 위에서 꽂는 형태다. < Public Domain >

ZB vz. 26은 가스작동식으로 연사가 이루어지는데 레귤레이터를 이용해 전투 상황에 맞도록 가스압을 7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뛰어난 명중률을 자랑했다. 기본적으로 독일권 공통 탄환이라 할 수 있는 7.92x57mm 마우저탄을 사용해서 경기관총임에도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으나 해외 판매를 위해 수입자의 요구에 따라 별도의 제식 탄환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기도 했다.

ZB vz. 26의 가장 큰 장점은 어지간해서는 고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튼튼하고 기계적 신뢰성이 높다는 점이었다. 일본과 전쟁 중이던 중국 국민당군이 성능에 반해 3만 정이나 도입해서 사용했을 만큼 흙이나 오염 물질이 많은 야전에서 무난하게 작동했다. 중량이 오늘날 FN 미니미 같은 SAW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휴대성을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국민당군이 사용 중인 모습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ZB vz. 26은 1924년부터 1953년까지 약 14만 5천여 정이 생산되어 개발국인 체코슬로바키아 외에 20여 개국에도 수출되었다. 그런데 1938년 주데텐란트 합병을 시작으로 체코슬로바키아가 독일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정작 조국을 위해 제대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독일은 MG26(t)이라는 별도 제식명을 부여하고 보급했는데 다목적기관총인 MG34, MG42보다 성능이 뒤지지만 휴대가 편리해서 제2차 대전 내내 호평받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도 ZB vz. 26을 대단히 애용한 나라다. 중일전쟁 당시에 일본은 자신들보다 좋은 경기관총을 중국이 사용한다는 사실에 놀라 노획한 ZB vz. 26의 복제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6.5x50mm탄을 사용하는 96식 경기관총과 7.7x58mm탄을 사용하는 99식 경기관총이 탄생했다. 이후 중국과 일본은 같은 뿌리를 가진 기관총을 이용해 전투를 벌이기도 했는데 이는 이후 흔한 모습이 되었다.

노획한 ZB vz. 26을 사용 중인 일본군. 이를 무단 복제했을 만큼 성능에 만족해했다. < (cc) k.adachi at Wikimedia.org >

ZB vz. 26이 진정으로 꽃을 피운 곳은 영국이었다. 1930년 중반 실시된 영국군의 경기관총 사업에서 당당히 선정되어 1935년부터 .303브리티쉬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생산된 기관총이 유명한 브렌(Bren) 경기관총이다. 덕분에 독일군과 영국군이 같은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마치 제1차 대전 당시 각기 다른 종류의 맥심 기관총을 가지고 싸우던 모습과 비슷했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같은 경기관총을 보유한 영국군과 중공군이 교전을 벌이는 경우가 흔하였다. 당시 중공군은 중일전쟁 당시 사용한 체코슬로바키아제 오리지널, 무단 복제한 카피형, 일본으로부터 노획한 96식, 99식처럼 다양한 형태의 ZB vz. 26을 사용했다. 이후 최종 계승자라 할 수 있는 브렌은 7.62mm NATO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되어 포클랜드 전쟁과 1991년 걸프 전쟁 등에서도 활약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 브렌 기관총을 들고 돌격하는 영국군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ZB vz. 26 : 초기 양산형

< (cc) Panzer VI-II at Wikimedia.org >

ZB vz. 27 : 포르투갈, 영국 제안형

ZB vz. 30 : 후기 양산형

< Unknown at Wikimedia.org >
ZGB 30 : ZB vz. 30 영국 제안형
 
ZGB 33 : 영국 최종 제안형. 이후 브렌(Bren) 경기관총의 기본이 됨
 
96식 : 6.5x50mm탄 사용 일본 복제형
< Public Domain >
99식 : 7.7x58mm탄 사용 일본 복제형
< Public Domain >
Fusil ametrallador Oviedo : 스페인 복제형
< (cc) JBukvoed at Wikimedia.org >
Bren : 영국 면허 생산형
< (cc) Joost J. Bakker at Wikimedia.org >

제원

구경: 7.92mm
탄약: 7.92×57mm 마우저
전장: 1,161mm
총열: 672mm
중량: 9.65kg
발사 속도 : 분당 500발
유효 사거리: 1,000m
작동 방식 : 가스작동식, 틸팅브리치블록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